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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남편| ♥ -------

"삶의공강" 2011. 4. 20. 09:46

 

미운 남편

 

 

 

'낱말을 설명해 맞히는 TV 노인 프로그램에서/ 천생연분을 설명해야 하는 할아버지/ 여보, 우리 같은 사이를 뭐라고 하지?/ 웬수/ 당황한 할아버지 손가락 넷을 펴 보이며/ 아니, 네 글자/ 평생 웬수…'(황성희 '부부'). 일본 에히메(愛媛)현 의학팀이 7년 동안 노인 3000명을 추적 조사했다. 남편과 함께 사는 아내의 사망률이 홀로 사는 경우보다 두 배나 높았다. 반면 남자는 아내가 없으면 사망률이 50% 높았다.

 

▶"어떤 여자가 좋은 남편을 갖고 있는지는 그 여자 얼굴을 보면 잘 알 수 있다"(괴테). 미국엔 남편의 감정적인 말투가 아내의 건강을 해친다는 의학 보고서도 나와 있다. "부부 대화 방식이 흡연이나 콜레스테롤처럼 심장질환을 부른다.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내의 심장병 위험을 줄여준다." 초서 '캔터베리 이야기'엔 '연애할 땐 농노(農奴), 결혼하면 영주(領主)'라는 대목이 있다. 남편들 행태는 동서고금 가리지 않고 비슷한 모양이다.

 

 

▶우리 속담에 "달 밝은 밤이 흐린 낮만 못하다"거나 "곯아도 젓국이 좋고 늙어도 영감이 좋다"고 했다. 자식이 아무리 효자라도 속 썩이는 남편만 못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내의 인내에도 바닥이 있다. 여자는 나이 들면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든다. 인내심과 여성성(性)이 약해져 공격적으로 바뀐다. 고집 세고 가부장적인 남편을 젊었을 때처럼 참아내지 못한다.

 

미국 법무부가 부부간 살인사건 330건을 분석했다. 이 중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의 44%가 "남편이 살인을 부른 책임이 있다"는 정상 참작을 받았다. 남편의 폭력이나 위협에 아내가 맞섰다고 보는 판결이다. 남편의 아내 살해 사건에선 이 비율이 10%밖에 안 됐다. 평균 형량도 남편은 16년 반, 아내는 6년이었다. 미국에선 아내들이 6시간에 한 명씩 남편의 폭력에 희생된다.

 

▶우리도 남편의 손찌검을 견디다 못한 아내가 마지막 돌파구로 살인을 택하는 비극이 끊이지 않는다. 엊그제 쉰여덟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뒤 목숨을 끊었다. "아들아 미안하다. 이렇게까지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유서를 남겼다. 아직 정확한 경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경찰은 오랜 가정폭력이 빚은 사건으로 보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가정폭력을 내밀한 가정사로만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tjo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