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

신입사원 붙잡기 정말 힘드네

"삶의공강" 2008. 10. 14. 18:39

다음 중 취업난과 관련된 용어가 아닌 것은?
①이태백 ②88만원 세대 ③장미족 ④취집 ⑤오륙도. 정답은 ⑤오륙도(회사에 56세까지 다니면 도둑)이다.
이태백’은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이고 ‘88만원 세대’는 정규직으로 취직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 20대를 말한다. ‘장미족’은 오랫동안 취직을 하지 못한 ‘장기간 미취업족(族)’의 준말이며
‘취집’은 취직이 어려워 시집을 택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 모두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생겨난 유행어다.

지난 7월 5일 통계청 조사 발표에 따르면 청년층이 첫 일자리를 잡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개월로 나타났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거의 1년을 백수로 지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어렵게 구한 직장, 과연 얼마나 오래 다닐까?



‘철새’ 신입사원들
연봉보다 안정 찾아, 습관적으로, 비전 없어서…

같은 조사에서 첫 직장에서의 평균 근속연수는 고작 20개월로 파악됐다. 신입사원들이 2년도
못 다니고 직장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이직을 하고도 만족을 못해 6개월 안에 다시 떠나는
비율도 무려 22%에 달했다. 신입사원 10명 중 2명꼴로 2년 반 만에 직장을 두 번이나 옮기는 셈
이다.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 10명 중 3명이 입사한 지 1년도 안 돼 회사를 떠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연봉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은행에서 일하던 이모(여·27)씨. 최근 자신의 모교 교직원으로 자리
를 옮겼다. 이씨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전공과 상관없이 은행을 직장으로 택했지만
낮에는 막무가내인 고객들 비위 맞추고 밤에는 야근을 하려니 체력이 바닥났다”며 “입사 초기
에는 돈이 중요했지만 1년 정도 일을 하다 보니 여유롭고 야근도 없는 교직원 자리가 탐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연봉은 1000만원 넘게 차이가 나지만 옮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기업
에 다니는 친구들도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교직원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정모(여·25)씨는 홍보대행사에서 대기업 홍보팀으로 옮긴 케이스.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처럼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경력도 쌓았어요. 그래도 취직이 잘 안되더라고요. 전에 다니던 회사는
무작정 놀 수 없어서 들어간 회사였죠. 일하면서도 토익 공부하고 틈틈이 이직 자리를 알아봤어요.
그러다가 여기(대기업 홍보팀)에 들어왔는데 더 큰 기업으로 옮기고 싶어서 또 채용사이트를
기웃거리게 돼요. 이직도 습관이라는 말이 맞나 봐요.”

김모(27)씨는 대기업 영업팀에서 일하다 8개월 만에 그만둔 경우. 김씨는 “여러 번 취직에 실패
하고 나니 대기업이라는 이름만 보고 입사를 결정했던 것 같다”며 “생각했던 일과 너무 달라
적응이 안됐고 사전 통보도 없이 지방근무를 시키는 게 화가 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직 하면 모든 게 달라질 거라고 믿었는데 여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부모 환심을 사라”
사장 친필 편지 보내고 ‘패밀리데이’ 행사


이처럼 젊은 사원들의 이직이 늘어나자 기업들은 갈대처럼 흔들리는 신입사원을 붙잡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사원의 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부모가 자녀의 회사에 호감을 가지면 신입사원도 자연스럽게 자부심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은 신입사원의 부모에게 직접 편지를 썼다. “자녀를 훌륭한 인재로
키워주시고 우리 회사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저와 대우조선해양은 자녀의
든든한 후원자가 돼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회사가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신입사원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매년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GS칼텍스 역시 입사가 결정
된 신입사원의 부모에게 허동수 회장이 직접 쓴 축하편지와 꽃다발을 보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부모초청행사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5월 부산 롯데
호텔
과 창원공장에서 신입사원 패밀리데이(family day)를 개최했다. 입사한 지 5개월 정도
지난 신입사원을 격려하고 부모에게는 자녀의 회사생활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현대해상도
신입사원이 현업에 배치된 것을 축하하는 행사에 부모를 초청해 정몽윤 회장이 직접 배지를
달아줬다. 동부증권과 대한항공 역시 입사 교육을 마친 신입사원과 부모를 한자리에 모아
입사식을 치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부모들이 신입사원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표로
뽑힌 부모가 격려편지를 낭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딱딱하고 긴장되는 입사식을 벗어나
가족과 편안하게 어울리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깜짝 이벤트로 감동을”

호프데이, 동기모임 주선… 소속감 높이기 안간힘
 
신입사원을 감동시키기 위한 깜짝 이벤트도 열린다. STX그룹 홍보실 직원은 지난 2월 25일
고려대 졸업식장을 찾아갔다. 졸업하는 신입 사원을 축하해주기 위해서였다.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찾아온 본사 직원을 보며 가족들은 “졸업식까지 챙겨주는 회사가 있다니 놀랍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4월 11일 ‘신입사원 입사 100일 축하행사’를 가졌다.
신입사원 54명은 임원들과 함께 연극을 관람한 다음 호프집에서 맥주도 마셨다. 입사 후 100일
이나 1주년이 됐을 때 축하 행사를 개최한다는 CJ미디어의 관계자는 “연인끼리 기념일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것처럼 신입사원과 회사도 기념일을 챙긴다”면서 “애사심을 갖고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기간의 끈끈한 정도 신입사원을 머물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입사 1년을 맞는 동기들끼리 떠나는 ‘단합 여행’을 지원하고 있다. SK네트웍스와 SK텔레콤
역시 입사 후 1년이 지난 동기들의 모임을 주선한다. 2박3일 동안 진행되는 모임에 선배들도
참석해 후배를 격려한다. 코오롱도 마찬가지로 입사한 지 1년 되는 직원들이 모여 ‘파이팅’을 외친다.

신입사원에게 해외연수를 보내주는 기업도 늘고 있다. 동부증권 신입사원들은 홍콩의 금융기관
을 탐방하고 돌아왔으며 STX그룹은 크루즈를 타고 10박11일 일정으로 중국 주요 도시를 둘러
봤다. 하나투어 역시 지난 4월, 9박10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가졌다.
입사 후 해외연수를 마친 SK건설 김보미(여·25)씨는 “태국과 쿠웨이트에서 한 달씩 현장 업무
를 접한 것이 회사생활에 도움이 됐다”며 “어떤 비전을 가지고 회사를 다녀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해외연수 기간 동안 회사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
고 덧붙였다.

취업포털 커리어의 김기태 대표는 “이색적인 연수 프로그램은 갓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소속감을 높여준다”며 “직장생활에 쉽게 적응하는 계기를 마련해 이직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떠날 사람을 뽑아라”
인성·적성검사 강화… 충성도·성실도 우선적 고려


대부분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멘토(Mentor)제도’ 역시 신입사원을 붙잡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된다. 멘토제도는 신입사원보다 먼저 업무를 경험한 선배(멘토)가 일대일로 신입사원의
업무를 지도하는 것. 보통 멘토 기간은 입사 후 6개월 정도지만 최근 들어 기간을 늘리는 추세다.
CJ그룹도 멘토 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CJ그룹 관계자는 “멘토를 선정하는 과정
에서부터 공을 들인다”며 “신입사원들이 멘토를 통해 회사를 판단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성향,
출신 배경, 업무 연관성 등을 골고루 반영해서 정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신입사원들과
면담한 결과 멘토가 이직을 막는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신입사원 면접에서부터 떠나지 않을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지원자의 인성과 가치관을 평가하기 위해 심리검사나 적성검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삼성·두산·한화·LG·CJ 등 주요 그룹이 자사의 특성에 맞는 인·적성 검사를 개발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입사원 교육을 3년째 담당하고 있는 한 대기업 차장은 “심리검사나 적성검사를 강화한 이유
가 실제 철새(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을 빗댄 말)를 거르기 위해서였다”며 “자격증과 영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충성도가 높고 성실한 사람에게 점수를 더 주게 된다”고 말했다. 컴퓨터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사장인 이모(51)씨는 “신입사원들이 대기업만 선호하는 탓에 뽑아봤자
금세 그만두는 일이 허다하다”며 “회사를 이직을 위한 발판이 아닌 소중한 일터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을 가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 ‘철새’ 신입사원이 늘어나는 이유 |


막연히 환상 좇는 ‘파랑새 증후군’ 많아



신입사원은 왜 어렵게 얻은 직장을 떠나는 것일까? 한국고용정보원이 ‘첫 직장을 그만둔 이유’
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근로시간·보수 등 근로여건에 대한 불만 때문’이 34%로 가장 많았고 ‘
보다 나은 직장으로 옮기기 위해’(16.5%), ‘학업을 지속하거나 재취업을 준비하기 위해’(14.5%)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뚜렷한 이유도, 명확한 비전도 없이 그저 더 나은 직장으로 가겠다는 환상
을 좇아 사표를 던지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고 꼬집기도 한다. 이른바 ‘파랑새 증후군(현실
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이상만을 추구하는 현상)’이 최근 늘어난 신입사원 이탈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대학에 다니면서 수능 준비를 하는 ‘반수생’과 마찬가지로 회사에 다니면서도
구직활동을 멈추지 않는 ‘취업 반수생’이라는 신조어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신입사원들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은 “여전히 구직 중이며 언제든 이직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이직이 더 이상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트렌드(trend)가
됐다”면서 “인사팀뿐만 아니라 전체 회사 차원에서 신입사원의 이직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소의 황인경 연구원은 ‘신입사원 이직을 막아라’라는
보고서를 통해 “신입사원들은 향후 조직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들”이라며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인사 담당자들뿐
아니라 조직의 관리자들 모두가 신입사원 관리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는 것이다. 황 연구원은 “신입사원에 대한 관리의 실패는 이후 인재의 질적·양적 부족으로 연결
되어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 인재 관리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출처 : [위클리조선] 2008년 08월 19일(화) 오전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