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광장

왜 인간은 음악에 열광하나… 3가지 가설로 살펴보니…

"삶의공강" 2011. 2. 23. 07:51

①음악은 자손 퍼뜨리기 위한 '유혹의 산물'
②집단·사회통합 수단… 유인원 털 고르기와 비슷, 무리 결속 다지기 위한 것
③잉여의 문화… 식도락이 먹는 쾌감 찾듯 인공적 음악이 뇌에 쾌감 줘

요즘 TV는 어느 채널을 틀어도 온통 '음악'이다. 한 케이블 채널의 가수 발굴 프로그램은 전국 남녀노소의 가슴에 '가수의 꿈'을 불 지피더니 이를 베낀 아류 프로그램들도 잇따라 공중파를 타고 있다. 토크쇼에선 중년 통기타 가수들이 나와 신드롬을 일으킨다. 이 와중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김정철)이 미국 팝스타에 환호하는 모습이 최근 미디어에 등장했다. 나이도, 성별도, 이념도 뛰어넘는 음악 만능 시대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음악에 이처럼 매료되는 것일까? 그 힘의 기원은 무엇일까?

◆짝짓기 수단으로서의 음악

'인간의 음악 애호는 진화의 결과다.' 동료들과 노래방 가는 것이 두려운 '음치'들로서는 발끈할 얘기겠지만, 진화론을 창시한 다윈은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이라는 저서에서 "공작 수컷이 화려한 깃털로 암컷을 유혹하듯 인간의 여러 특질도 이런 짝짓기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인간의 특질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이라는 것이다.

콘서트를 찾은 관중들이 가수의 노래에 맞추어 몸을 흔들며 열광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음악에 이토록 흥분하게 하는 것일까? /동두천시 제공

미국 뉴멕시코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지오프리 밀러 교수는 이런 관점으로 재즈 뮤지션들의 삶을 조명했다. 그는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적 생산성이 사춘기 직후부터 급격하게 증가한 뒤 젊은 시절 정점에 이르고 결혼을 해 부모가 되면 급격히 쇠퇴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수백명의 소녀팬들과 관계를 맺는 등 방탕한 삶을 살다가 스물여덟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의 기행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시대마다 바뀌는 음악의 유행 역시 이성에게 보다 어필하기 위한 차원의 진화로 볼 수 있을까? 미국 듀크대학 행동생태학과 연구팀은 1979년부터 2003년까지 흰 왕관 제비 수컷의 노랫소리를 녹음, 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으로 올수록 수컷들의 노랫소리는 느리고 톤이 낮아졌다. 이 소리를 10마리의 암컷과 20마리의 수컷에게 들려줬다. 암컷들은 최신의 노래에 더 성적으로 반응했고, 수컷은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다. 동물들의 가락에도 유행이 있으며 이는 짝짓기와 관련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인원 털 고르기에서 음악이 나왔다?

인간과 음악의 관계를 '이성을 향한 경쟁의 결과'로 설명하는 이론은 그러나 남성합창단의 선율에 남성 청중이 전율하는 현상에 대해선 답을 주지 못한다. 그런 설명에 불만을 느낀 사람 중 하나가 옥스퍼드대학의 로빈 던바 교수였다. 그는 영장류의 털 고르기 습관에 주목했다. 원숭이나 유인원은 털 고르기를 통해 피부를 청결하게 하고 성가신 기생충도 줄여준다. 이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행복을 위한 투자이고 이를 통해 무리의 결속을 다진다.

하지만 무리의 숫자가 자꾸 커진다면 어떻게 될까? 로빈 교수는 인류의 조상이었던 무리가 규모가 커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털 고르기를 해주기 어려울 정도가 되자,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해졌다고 생각했다. 그게 바로 언어였다. 언어는 일종의 '원격 털 고르기'가 되는 셈이다. 그는 그리고 털 고르기에서 언어로 가는 중간에 음악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결국 음악이 집단과 사회의 통합 수단으로서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음악은 귀로 먹는 치즈 케이크?

세 번째 가설은 이른바 '귀로 먹는 치즈 케이크' 설이다. 음악은 생존이나 번식과는 상관없이 우연적 요소와 발명의 요소가 겹쳐진 잉여 문화라고 보는 시각이다. 식도락이 먹는 쾌감을 극대화하듯, 자연상태에서 결핍된 인공적인 음악의 요소가 뇌에 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캐나다 맥길 대학 연구팀은 즐거운 음악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규명해 이를 네이처 신경과학지에 발표했다. 도파민은 성욕이나 식욕 등이 충족됐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사람에게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뇌 부위를 활성화시킨다. 이 연구결과는 결국 음악을 듣는 행위는 식욕이나 성욕을 충족시키는 것과 같은 차원의 행위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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