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흠뻑 젖은 여자는 참으로 아름답고 에로틱하다. 속이 훤히 다 비치는 그 모습은 남성의 육봉에 힘을 실리게 한다. 보호본능을 일으키고, 종족 번식의 욕구를 일으킨다. 오히려 홀딱 벗은 여자보다 물에 젖은 흰 티셔츠를 노브라차림으로 입은 여성이 더욱 섹시하게 느껴지는 것은 남자로서 당연한 본능이다. 그렇게 본다면 젖은 셔츠를 입은 여자야 말로 최강의 패티시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져 들게 만든다.
예고 없이 쏟아지는 비는 우산을 미쳐 준비해 가지 못한 여성들을 상당히 곤란하게 만든다. 흠뻑 젖은 얇은 티셔츠는 속살을 ‘아찔하게’ 노출 시킬뿐더러,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게 끔 달라 붙기까지 하니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영화, 드라마, CF에서 비는 여성을 더욱 섹시하게 보이게끔 하는 하나의 소품으로 사용된다. 너무 자주 사용해서 이제는 코웃음 마저 나게 되는 장면이지만 여전히 화면 속 배우의 특정 부위를 유심히 관찰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성의 젖은 머리는 하나의 섹시 아이콘이 된다. 빗물에 뭉쳐져 흐트러진 머리카락은 보는 이의 성욕을 불끈불끈 샘솟게 한다. 남자들의 이런 심리는 아직까지 전문적으로 밝혀진 바 없으나 이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젖은 상태로 오래 있다보면 체온이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추위에 떨며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성들에게 보호본능이 안 생길 리 만무하다. 그런 여성을 품에 안고 체온을 나눠 주는 것이 남자로서의 의무. 그 의무를 충실하다 보면 마음까지 따뜻해진 여성은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며 뜨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비 소리는 규칙적인 사람의 심장박동을 자극해 평소보다 서정적이고 감수성을 예민하게 만든다는 주장이 있다. 비를 맞으며 걷고 있는 여자를 보면 청초하고, 가련하고,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지게 되는 것도 다 이 때문일 것이다. 지하철 역 앞에서 비가 멎기만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여성에게 우산을 건내 보자. 작은 우산 아래서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둘이 같이 신발을 벗게 되는 곳이 집이 아닌 여인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