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TV 인터뷰를 위한 10계명-
[중앙일보 이장직] 살다 보면 더러 TV에 출연할 기회가 오기도 한다. 특히 신문이나 잡지에 괜찮은 글을 기고하든지, 근사한 저서를 내면 TV에서 연락이 올 가능성이 높다. 전화 벨이 울리고 몇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저희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할 수 있습니까?"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TV 프로그램 작가와 전화로 통화하는 TV 출연을 위한 일종의'미니 오디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TV 인터뷰는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 중 신경과민을 극복하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무대체질이라고 해서 준비 없이 TV에 출연했다간 망신당하기 쉽다. TV에서 바보처럼 보이기 싫다면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톰 크루즈처럼 잘 생긴 얼굴이 아니어도 좋다. 홍보 담당자 없이도 멋진 모습과 근사한 목소리를 연출해낼 수 있다. TV MC와 출연자들이 깔끔해 보이는 것은 TV 출연이 쉬워서가 아니다. 그렇게 보이려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방송국에서 TV 카메라를 들고 들이 닥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방송국 스튜디오로 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1. 질문을 받기 전에 먼저 물어보라
지금은 얌전 떨 때가 아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자체가 고맙겠지만,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TV 화면에 나올지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PD나 진행자(인터뷰어)에게 가능한 많은 정보를 물어보라. 인터뷰 날짜와 시간, 예상되는 길이, 인터뷰 내용, 예상 질문, 다른 게스트의 출연 여부, 스튜디오나 인터뷰 장소를 미리 방문해볼 수 있는지의 여부 등. 인터뷰에 응할 지 여부를 나중에 통보해주겠다고 말했다면 가능하면 빨리 전화하라. 뉴스든 프로그램이든 방송도 마감시간이 있다.
2. 개인 정보를 제공하라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를 항상 먼저 제공하라. 인터뷰 방향이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방송에 적어도 당신 이름과 회사, 직함은 정확하게 나가야 한다. 어렵사리 인터뷰 실컷 해놓고 정작 TV 자막에는 당신이나 소속 회사의 이름이 잘못 나가면 무슨 망신인가. 당신에 대한 배경 정보, 당신이 대답하고 싶은 질문을 미리 적어서 줘도 좋다.
3. 준비하라
인터뷰는 전쟁이다. 방송에서 쩔쩔매고 진땀을 빼지 않으려면 단단히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앞서 방송된 프로그램을 미리 보고 방송 포맷과 함께 인터뷰어의 스타일과 말투에 대해서도 유심히 관찰하라. 예상 질문을 받게 되면 대답하는 연습을 하라. '완벽한' 대답을 만들려고 너무 걱정하지는 말라. 그냥 실제로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학교 시험과 비슷하다. 시험장에 가면 모든 게 생각나게 되어 있다. 잊지 말고 미리 공부해 두라. 인터뷰 장소에 일찍 도착하라.
4. 신분에 어울리는 복장을 하라
TV에서는 목소리만큼이나 외모도 중요하다. PD가 옷 색깔이나 스타일에 대해 특별한 주문해올 수도 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당신의 옷이 아니라 말에 주목하게 하려면 너무 튀는 복장은 금물이다. 약간 보수적 성향의 복장이 좋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른 출연자들이 보통 어떻게 입는지 자세히 살펴보라. 가벼우면서도 무늬 없는 단색의 셔츠와 현란한 무늬가 없는 넥타이를 고르는 게 좋다. 스튜디오나 인터뷰 배경이 되는 곳이 어둡고 무거운 색깔이라면 이와는 대조적인 밝은 톤으로 입는 게 좋다. 실험실이나 병원처럼 배경이 온통 흰색이라면 컬러 셔츠를 입는 것도 좋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도드라진 패턴이나 화려한 컬러는 피하는 게 좋다. 카메라가 초점을 맞추기 힘들다. 전세계적으로 남성 뉴스 앵커들이 가장 심플한 복장을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카메라를 잘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검정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는 곤란하다. 빨강색 수트나 셔츠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이 정장 분위기가 아니라면, 무늬없는 버튼 다운 셔츠를 입어라. 진한 스포츠 코트도 날씬해 보여서 좋다. 남성은 짧은 양말, 여성은 너무 짧은 스커트는 곤란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목걸이나 귀걸이, 액세서리 등 눈길을 끄는 것은 무조건 피하라. 자신이 없으면 직장 동료나 친구에게 복장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라.
5. 몸단장을 깨끗이 하라
외출하고 싶지 않은 날이라면 인터뷰 약속은 잡지 말라. 헝클어진 머리를 TV 화면으로 영원히 남기고 싶지 않는다면 말이다. 인터뷰 며칠 전에 미용실을 다녀와라. 이상 야릇한 염색을 지우는 게 아니라면 갑자기 새로운 헤어 스타일에 도전하지 말라. 녹화 스튜디오에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말라.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미리 몸단장을 하라. 항상 깨끗이 면도하라. 수염을 기르는 중이라면 가지런히 정리하라. 믿거나 말거나 모든 남성도 TV에 나올 때 메이크업을 한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으면 개기름이 잔뜩 흐르는 것처럼 얼굴이 반질반질 빛난다. 메이크업은 흉터도 감출 수 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기 전 섭외 담당에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있는지 물어보라. 없다면 가까운 약국에 가서 반투명 파우더를 구입해서 이마, 코, 뺨 등에 발라라.
6. 보디 랭귀지를 잘 구사하라
TV에서 멋지게 보이려면 헤어 스타일로 끝나지 않는다. 보디 랭귀지(신체 언어)도 매우 중요하다. 머리도 손도 몸도 흔들어라. 얼굴 표정도 중요하다. 좋아하는 MC를 떠올리면서 그의 스타일을 모방하라. 아마도 그는 편하고 솔직하고 온화한 느낌을 줄 것이다. 당신도 이를 섞어서 적절히 구사하면 된다. 수백만명의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려라. 그냥 인터뷰어가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단 둘이 평소와 같은 톤과 목소리 크기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면 된다. 하지만 TV 카메라 앞에서는 주눅이 들어 누구든지 목소리가 기어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약간 크게 한다는 느낌으로 말하라. 반도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은 당신이 친구처럼 느껴지면 더욱 호감을 갖게 될 것이다. 환하게 웃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엷은 미소는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보지 말라. PD에겐 악몽과 같은 일이다. 언제나 인터뷰어에게 눈길을 돌려라. 인터뷰 도중 뭔가 생각할 때 천장을 보지 말라.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면 차라리 아래쪽을 보라. 생각이 깊은 사람처럼 보인다. 눈을 너무 두리번 거리면 시청자가 불편해진다. 앉아있을 때는 몸은 곧추 세우고 머리는 약간 앞으로 숙인 자세가 좋다. 서있을 때는 왼발을 약간 앞으로 내어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한다.
7. 침착하라
TV 스튜디오는 몹시 분주한 곳이다. 스태프가 긴장하고 정신없어 보이더라도 원래 그런 곳이니 당황하지 말라. 소란해도 신경쓰지 말고 침착하라. 누구나 TV 카메라 앞에서 떨게 되어 있다. 약간 긴장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게임 쇼가 아니기 때문에 대답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을 가다듬을 여유가 있다. 천천히 말하는 게 훨씬 이해하기 쉽다. 잘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받았다면, 인터뷰어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라. 실수했다면 즉시 정정하라. 기회는 충분히 있다. 생방송일 경우에는 별 의미가 없는 말이라도 좋은 말이 생각날 때까지 (또는 사회자가 바통을 이어받을 때까지) 계속 뭔가를 말해야 한다. 생방송이 아닌 녹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주저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요구하라. 5분 정도 쉬었다가 다시 하자고 말해도 좋다. 바로 멋진 대답이 튀어 나오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질문 내용을 다시 한번 요약하는 식으로 대답에 포함시켜도 된다.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서 질문은 아예 빼버리고 바로 답변을 방영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나 전화 번호를 알려줘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다시 한번 천천히 말해주라. 녹화 인터뷰에서 대답은 7~12초 정도가 적당하다. 30초 이상 넘어가면 정말 곤란하다.
8.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몰고가라
알리고 싶은 게 자기 자신이든 아니면 다른 것이든 간에, TV에 출연한 것은 뭔가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자기가 말할 차례가 돌아오면 질문과 상관없이 할 말을 분명히 하라. 시청자들이 기억해야 할 요점을 생각해 보라. 특정한 책이나, 회사, 목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인터뷰하는 것이라면 겁내지 말고 구체적인 이름을 언급하라. 질문 내용과는 상관 없이 질문에서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으로 슬쩍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현문우답(賢問愚答)이 아니라 우문현답(愚問賢答)이 필요하다. 정치가들은 TV에 출연해서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늘어 놓는 경우가 많다.
사회자(인터뷰어): 영화가 언제 개봉됩니까?
게스트(인터뷰이): 2월에요. 제가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가장 무섭고 피비린내 나는 것이어서 이 영화가 자랑스러워요. 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습니다.
9. 곤란한 질문은 비껴가라
누구나 항상 당황하게 마련이다. 질문에 대해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으면 잘 모르겠다고 말하라. 모든 질문에 대답해야 할 필요는 없다. 대답이 궁하다고 없는 얘기를 꾸미지는 말라. 거짓말하거나 과장하는 것도 금물이다. TV에 나와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영원히 기록에 남는다.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라고 해서 '노 코멘트'라고 말하면 뭔가 잘못을 숨기는 게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굳이 대답하기 싫다면 비껴가면 된다.
사회자(인터뷰어): 영화 평론가들은 별로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던데요. 왜 그런가요?
출연자(인터뷰이): 누구나 제 영화를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가장 무섭고 피비린내 나는 것이어서 이 영화가 자랑스러워요. 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습니다.
10. 기록을 남겨라
미리 부탁해서 테이프로 받든지 녹화하든지 인터뷰 실황을 테이프에 담아두라.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 테이프를 구하려면 번거롭다. 인터뷰 기술 향상을 위한 교재, PR, 홈페이지 꾸미기 등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 참고자료:
Elizabeth Damus, "How To Do A Television Interview"; Randy Olson and Tierney Thys, "Interview Me for Television?: Suggestions from Two Science Filmmakers"; Joanne Mallon, "Top 10 Tips for TV Interview Success"
이장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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