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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뜻으로 풀이한 허준의 동의보감

"삶의공강" 2010. 7. 17. 22:19

동의보감1


뜻으로 풀이한 허준의 동의보감
차례
머리말
[동의보감]의 의.약사학적 평가
제1부 100세를 사는 지혜
심자일신지주: 마음은 건강의 주인
12소의 건강법: 욕망이나 즐거움은 알맞게
필번 방로: 정자마다 유전정보를 간직하고 나온다
정위신본: 어글리 올드맨은 되지 말아야 한다
허심합도: 사람의 천명은 120세
비이불수: 곡기가 원기를 이기면 살이 찐다
치미병: 오늘날 의사는 오직 생긴 병만 다스린다
인신유일국: 건강을 다스리는 것은 한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같다
식염소복위호: 소금 섭취가 지나치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
옥천: 입안에 생긴 침은 인삼.녹용보다 좋은 보약이다
회진법: 키스도 문자를 쓰면 회진법의 일종이다
취포불가주마차: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내장에 독이 쌓여 수명이 짧아진다
취불가입방: 알콜의 약리작용이 성욕 중추를 마비시킨다
불연촉행방: 모든 즐거움은 담백해야 한다
우유죽: 노인에게 함부로 약을 써서는 안 된다
중풍필유선조: 손끝이 저리고 마비되는 감각이 생기면 중풍을 예방하라
풍자백병지장: 사람은 혈관과 더불어 늙는다
쌍화탕: 피로하고 으시시할 때 마시는 약
삼불치: 몸과 마음을 삼가지 않는 사람은 병을 고칠 수 없다
유암: 근심하고 노여워하면 암이 생긴다
호마: 참깨를 먹으면 몸이 가벼워진다
통즉불통: 마음이 응어리져서 불통이면 가슴이 아프다
시부후빈: 의학과 철학은 함께 해야 한다
양간약 차전자: 간장은 생명의 중추기관
안병소인: 건강이 좋아야 눈도 맑게 빛난다
수양고치법: 정력이 약해지면 뼈도 약해지고 치아도 약해진다
해주독: 칡즙.연근, 생굴은 주독에 좋다
치중풍약 희첨: 고혈압에 무슨 약이 좋은가?
노소지수부동: 사람은 밥보다 잠을 더 참아내지 못한다
임신금기: 절제를 지키는 것이 건강법의 왕도
거투방: 여자의 질투심, 남자의 의처증은 없앨 수 있다
구기: 보약은 오래 복용해도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발자발야: 왜 여성 호르몬은 딴 털은 다 나게 하면서 수염만 못 나게 하는가
발자혈지여: 모발은 혈액의 영양상태를 나타낸다
백죽: 조반으로 죽을 먹으면 정신이 맑아진다
노인비결: 변비약은 남녀노소에 따라 다르다
능식.불능식: 병중의 입맛은 진단에 도움이 된다
축정비방: 지나친 성욕을 잠재우는 약
양자십법: 인공적인 육아법 생각해 볼 문제 많다
소갈금기: 인간의 원시적인 욕망을 절제하라
구사: 부부간의 금실이 좋아도 임신이 되지 않는다
치상: 이의 건강은 신장의 원기로 지켜야 한다
한온중적: 음식은 싸늘하거나 땀이 날 정도로 뜨거워서는 안 된다
다불가다끽: 커피는 빈속에 마시면 속을 훑어 나쁘다
상욕소로: 언제나 운동을 하면 썩지 않는다
소아액제: 갓난아기는 울음으로 말을 대신한다
침수법: 잠은 옆으로 누워 다리를 조금 구부리고 자는 것이 좋다
감맥대조탕: 여성의 히스테리가 치료되는 약
음양곽: 남성 호르몬 작용과 정액을 증가시키는 약
노회(알로에): 만병통치약초럼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해연훈: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무즙 치료법이 있다
요병식: 병은 호미로 막아야 한다
오미과상: 음식은 담백해야 몸이 상쾌하다
임신악조: 입덧은 병이 아니다
사결불수: 희로애락이 지나치면 오장이 상한다
음주금기: 술이 지나치면 토해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불의조속: 술이 신장으로 들어가 독이 된다
보사상겸: 보만하고 사하지 않으면 성인병이 된다
육불치: 의학보다 미신을 더 믿는 사람
경행유이: 월경이 통해야 음양이 합해진다
구충: 기생충은 음식 잘못으로 생긴다
양생오난: 일상생활 가운데 건강의 비결이 있다
치심요법: 인류가 반건강에 빠져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주설: 술로 생긴 설사는 큰일나기 전에 술을 절제하라
삼인죽: 영양 보충도 좋지만 소통이 잘돼야 한다
부인잡병: 부인병은 남자병보다 열갑절 치료하기 어렵다
비인다중풍: 고혈압과 당뇨병의 원인은 체중 때문이다
교합피기: 행위중 심장마비는 주로 혼외정사의 경우다
해송자: 잣을 장복하면 몸이 산뜻해지고 오래 산다
변남여법: 자궁 속에서 태아가 왼쪽에 위치하면 남자, 오른쪽은 여자
이육보음:양은 생기이고, 음은 사기가 아니다
유병불치득중의: 병은 병자가 이겨내야 한다
피난지소아곡법: 어린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법
사시적의: 철따라 자고 깨는 시간도 다르다
황달유오: 황달의 원인과 종류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다
세치법: 치질은 주색과 깊은 관계가 있다
과부사니지병: 육체와 정신을 함께 치료해야 한다
변백불로: 오디술은 오장을 보호하며 눈과 귀를 맑게 한다
논수품: 물은 먼 지맥으로부터 나온 물이 가장 좋다
치병선거근: 양생법과 병을 공격하는 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십건액병: 누구나 최소한의 구급법은 알아야 한다
구아사.구동사: 굶은 사람은 목과 위장을 축여주고,얼은 사람은 가슴찜질부터
연노무자: 사람은 나이에 해당되는 생리가 나타난다
경옥고: 부작용이 없는 강장제
증겁발한: 건강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몽설: 모로 누워 다리를 구부리고 자는 것이 몽설 예방에 좋다
연정유결: 정력은 신체의 근본
우황: 우황은 어린이들의 모든 병을 고쳐준다
우황청심원: 우황은 우리나라 고려황이 으뜸
하서장리법: 건강관리는 여름이 가장 어렵다
생맥산: 생맥산은 사람의 기력을 용출하게 한다
소주독: 참외.칡즙 먹이면 회생
우수: 영양식품으로 가장 우수한 것이 골수이다
막의일부인: 남자와 여자의 약방문은 다르다
소변과다: 나이에 따라 소변량이 다르다
오곡지장: 보리밥은 오장을 튼튼하게 한다
풍병수방재발: 성인병은 도사나 부처처럼 수양해야 한다
자하거: 태반,현대 약품으로 개발 사용되고 있다
화위원기지적: 마음을 다스리면 육체도 건강하다
양정적자제: 약이 지나치면 죽는다
삼품약: 상약은 독성이 없어 오래 먹어도 사람을 다치지 않는다
영인불망: 인삼은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의자의야: 약, 환자, 약 짓는 이 삼의일체돼야 한다
타약상제: 약을 섞어 쓰면 서로 효력을 잃는다
면견오색: 피부가 아름다운 사람이 심신도 건강하다
하난장섭: 사계절 중에서 여름 건강 지키기가 가장 어렵다
약이유식: 얼굴을 찌푸리면 위도 찌푸린다
복송기법: 옛사람들은 비상시에 솔잎 가루로 생명을 유지했다
치중풍구와: 중풍, 안면마비 솔잎술로 고칠 수 있다
약양제물: 중년이후, 순리에 따르면 곱게 늙는다
영강열대: 보신탕, 뱀장어는 음식도 되고 정력제도 된다
기일즉체: 부지런한 활동이 건강 제일
하월감한: 뱃속이 더운 사람은 병이 없다
도변법: 참기름을 항문에 넣으면 변이 통한다
음낭습상: 음낭이 습하고 찬 것에 신경을 쓸 필요 없다
졸중풍구급: 낮은 베개에 누이고 절대 안정을 시켜야 한다
물상위기: 위가 튼튼해야 약도 듣는다
옥녀영: 땀띠는 쑥 달인 물로 씻으면 좋다
해채: 설사 멎게 하고 몸 덥히는 선약
청근: 체한 데 날무를 씹어 삼키면 좋다
안마도인: 안마와 마사지는 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킨다
의귀삼세: 사명감 없이는 명의가 될 수 없다
건망: 혈압을 갑자기 너무 내려도 기억상실증이 된다
복룡간: 불에 구워진 흙이 난산에 명약
산후허로: 해산 후 부부관계는 100일 지나야
단산: 아이를 낳아 기르기 힘들 때 제주산 유채씨를 달여 마신다
장조증: 히스테리는 단순한 꾀병이 아니다
구기: 모든 병은 기가 소통되지 않아 생긴다
수요지이: 육체와 정신이 잘 조화되어야 천수를 누린다
모구음경: 개의 음경은 음위불기증을 다스린다
무술주: 개소주는 특히 노인 원기회복에 좋다
식상증: 포식하면 원기를 손상시킨다
치병치법: 치질은 식생활 개선으로 고칠 수 있다
백밀: 토종꿀만 진짜 꿀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식료치병: 우선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고 그 다음 약을 쓴다
식약료법: 올바른 식사와 약의 성질을 알면 병을 물리칠 수 있다
불외한: 비과학적 처방으로 의외의 효과를 얻는다
내상: 불섭생, 근심, 무절제가 원인
불기음식: 식욕이 없으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육무보성: 체질, 음양 가려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제호탕: 갈증 풀어주고 소화 돕는 궁중의 청량음료
구취: 세신 뿌리달인 물로 입 헹궈 구취를 없앤다
호취: 경분에 식초를 섞어 바르면 호취가 없어진다
비사: 음주와 관계없고 건강에도 지장 없다
치주사: 유황, 살구씨 가루를 술에 개어 바른다
경분: 피부병에 좋지만 중독되면 위험하다
모려: 굴조개는 철분, 비타민 풍부한 보렬강장제
봉정상: 토란 줄기를 비벼서 벌 쏘인 곳에 바르면 낫는다
점안약: 눈은 분비액으로 외부의 침입을 막게 되어 있다
시견어외: 마음이 흐트러져 고민과 갈등이 생기면 육체도 병든다
비연: 수세미덩굴 밑동 태운 재 술에 타 복용
비수양법: 코의 혈액 순환을 좋게 하면 폐가 윤택해진다
갈근: 위, 신 기능 촉진시키며 해독, 해열 도와준다
백전풍: 소루쟁이 뿌리를 갈라서 바른다
상법치경: 지나친 감정 표현은 건강을 해친다
백일해: 특효약 없고 예방주사 맞혀야
백병조혜석가: 밤중에 심한 병도 해뜨면 덜해
흑수자이치: 깡마르고 까무잡잡한 체질이 병 없이 오래 산다
접지방: 혀 잘리면 현미식초 발라 지혈시킨다
주패: 술이 지나치면 오장육부를 모두 녹인다
피문법: 부평초를 말려 태우면 모기가 달아난다
인불식칠일사: 생명의 주인은 정신과 의지력이다
비중모: 공기중의 먼지, 세균 등을 걸러낸다
위상증: 싱겁게 작은 양을 먹는 것이 근본치료
오탄금은물: 쇠붙이 삼켰을 땐 수은을 마신다
양생이불손위연년지술: 장수 노력보다 천수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미자: 과도한 피로 특히 두뇌의 피로를 회복시킨다
토사자: 신경쇠약 다스리는 정력제
하수오: 소화기능 돕고 강장.강정제작용
원잠아: 누에 수나방 정력제로 사용
천하지보: [동의 보감]25권 중국에서도 출판
임부약물금기: 임신 초기의 약 복용은 태아에게 부작용을 일으킨다
안병금기: 간장 해치는 산성음식을 피해야 한다
독서손목: 결명자는 충혈된 눈을 맑게 한다
노인안혼: 망원 훈련 되풀이하면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산우죽: 심장 보하며 뇌, 신경 기능 튼튼히 한다
언어법: 말을 많이 하면 그만큼 원기를 해친다
오장충: 기생충이 있으면 아무리 보약을 먹어도 소용없다
법칙천지: 인체는 소우주, 자연법칙에 따르면 장수한다
다,청안목약: 소화돕고 당뇨 갈증 푸는 해독약
시유칠절: 소화기능 좋게 하고 술을 깨게 하는 영양 과일
복약식기: 약 먹을 때는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한다
사기조신: 가을에 보신하면 겨울에 건강하다
포공영: 민들레는 젖멍울과 종기를 낫게 한다
지정: 야생 민들레 줄기 식, 약용으로 사용
은진: 탱자술 복용하면 두드러기 낫는다
향성파적환: 박하, 연교, 감초 등 혼합 생약으로 쉰 목청 고쳐
병유불가보: 병에 따라 절식이 좋지만 전문인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반상위병: 원기와 체격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병이다
내상정신: 마음이 건강하면 병이 침범하지 못한다
만거만당: 병의 근본과 발단을 알아야 응급치료도 가능하다
부부상애: 심리 이용해 엉뚱한 약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향신법: 모향잎 달인 물로 몸을 씻거나 마신다
삼기성편: 건강의 근본은 올바른 식사에 있다
요통유십: 잔등은 내장 감싸는 원기의 근원
사수: 정신이상은 귀신이 붙어서가 아니라 허약한 기혈 때문이다
벽조이: 경분, 창포잎 달인 물로 몸을 씻는다

제2부 현대인을 위한 건강비법
운동도 지나치면 나쁘다
계절 따라 운동도 다양하게
베개가 높으면 단명, 단면한다
몽정은 독에 담긴 물
녹두분으로 씻으면 예뻐진다
쌀만 먹으면 각굴불능행
노인 변비엔 소마죽 한 주일이면 시원히
고량진미보다 담백한 자연식이 좋아
호두 먹으면 머리 좋아진다
술도 약이 된다
심신을 젊게-양명주
몸을 가뿐하게-감국화주
중국 궁중에서 애용하는 강정주-녹용주
술 마신 후 섹스 말라
많이 취했을 땐 쌀밥이 해롭다
해장술은 절대 금물
술 마신 후 감을 먹지 말라
술 마시고 속쓰린 데 좋은 모과차
운동 부족한 체기엔 귤껍질차
눈을 밝게 한다는 결명자다
담, 설사에 특효-모과차
소화 돕고 머리 맑게 하는 작설차
공부할 때 졸리면 녹차를 마셔라
임신 석 달 지나야 성별 가능
근, 원시 오행설 깬 정다산
낙태를 예사롭게 여겨선 안 돼
단산에 대한 속설 믿기 힘들어
음양교접할 때 젖 먹이지 말라
수박은 이뇨작용, 볶은 씨는 일미
참외는 체한 데 좋아, 꼭지독은 사향으로 풀어
살구씨는 진해, 가래 삭이는 데 특효
월경불순에는 복숭아씨
매실은 간 기능 보호, 서양에선 정력제로
사과는 소화촉진, 변비에 좋아
성악가는 배를 먹어라
귤 속엔 비타만 C 듬뿍, 감기 치료에 그만
감꼭지 5개면 딸꾹질 멈춰
밤은 칼로리 풍부한 스태미너식
대추는 히스테리에 풍부한 스태미너식
은행은 천식에 좋고 야뇨중에 90% 효과
탱자는 가려운 피부병에 특효
이를 마주치게 하면 튼튼해져
이는 3, 3, 3식으로 닦아야
이를 희게 하려면 석고 가루로 양치질
간이 나쁘면 눈이 침침하다
위는 양생의 근본 ...중탕 은 모두건위약
구충 단방약으로 30종 기재
광견병엔 뜸을 5백장 뜨는 부식법 치료
주색은 당뇨병의 적
당뇨병은 화농증 병발에 조심
감초로 위궤양 안 나으면 암 우려
연근은 노이로제도 예방
정신병 고친 연극 요법
여자의 한열병에는 남자가 약
신, 성, 공, 교의 진단법
진단하는 데 직관력 무시 못해
생약과 합성약은 같은 원리에서 출발
오로칠상의 병원론
보약의 정체는 무엇인가
보약의 신비 현대약학에서 밝혀져
깨는 곡식 중 으뜸,원기.뇌신경을 튼튼하게
깨경단 먹으면 밥 안 먹어도 장수
장생불노의 간판 황정의 효험
인삼의 칠효설
강장제의 대명사 녹용
오줌에서 성호르몬 발견해 노벨상
고혈압, 중풍에 좋다는 누에번데기, 누에똥
고추잠자리를 구워먹어라
초로기에 특히 좋은 전복
남성 스태미너의 상징 미꾸라지
복령 장복하면 홍안소년 같아져
지황은 과혈당 저지물질 함유
이뇨, 건위에 좋은 창출, 백출
도라지는 진해, 거담, 해열 진통제
감초는 독소 없애는 약중국로
부신피질 호르몬 유지시키는 감초의 신비
오줌이 호르몬 요법의 기원
약 홍수시대의 지혜
@ff

1. 100세를 사는 지혜
[심자일신지주: 마음은 건강의 주인]
원리원칙에 속하는 진리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성경)이나 (노자) (장자)같은
책이 2천년이 지난 오늘날도 새롭게 인생을 가르쳐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새로운 약이나 수술법이 개발되고 색다른 운동법이 유행되더라도 쌀밥에 고깃국이
주식을 이루고 있듯이 어떻게 사는 것이 건강과 장수를 누릴 수 있는 비결인가에 대해서도
세월과 더불어 변하지 않는 원리원칙이 있을 것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의 (동의보감)이 과학적으로 재발견, 재평가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의학계의 공통 의견으로 되어 가고 있다.
(동의보감)이 그냥 책을 베껴서 만든 책이 아니라 허준이라는 명의의 깊은 철학과 넓은
경험이 응축되어 이룩된 책이기 때문에 약 4백년이 지난 오늘날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에서조차 가장 중요한 의서로 되어 있다. 이런 때에 있어서 (동의보감)에
담겨져 있는 생명철학과 건강의 비결을 찾는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모두 건강해 보이면서도 실상은 성인병의 공포 가운데서 살고 있다.
성인병이란 사람이 잘못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하여 인조병이라고도 한다.
현대과학이 놀라운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성인병에 대해서는 아직도 힘이
모자란다. 이런 때일수록 (동의보감)의 진리가 빛날 수 있는 것이다.
심자일신지주 (내경편 권1 신)라는 말이 있는데 마음이 우리 몸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마음이 건전해야 육체도 건강하게 된다. 육체적 조건에 의하여 마음이 지배되지 않는
상태를 건강 이라고 정의한 사람이 있다.
현대의학에서도 사람의 병의 약 7할은 마음에 의하여 생긴다고 하였다. 태어난 생명은
자연 섭리대로 살면 누구나 다 천명을 살 수 있다고 하였다. (동의보감)에서는 천명을
120세로 잡고 있다. 우선 우리의 주인이 되는 마음을 튼튼하게 하자.

[12소의 건강법: 욕망이나 즐거움은 알맞게]
한평생을 병없이 건강하게 지낸다는 것은 누구나 원하고 있는 소망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건만 병의 원인을 모두 다 안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건강의 주인이 사람의 마음이고 보면 마음을 될 수 있는 대로 평온하게 지니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길이 되겠다. 옛사람들이 생각한 병의 원인은 외인이라고 하여 풍, 한,
서, 습, 음식, 노권 등의 기후 조건의 변화라든가 음식물의 보주의, 심신의 과로, 성역의
낭비 등 외부적 조건에 의하여 병이 생기는 것도 있지만, 내인이라고하여 체내에서의
균형이 흐트러져서 병이 생기는 것이 더 많다고 하였다.
그 중에서도 정신 작용의 과부족에 의하여 병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정신작용은
칠정이라고 하여 7종의 감정이 균형이 잡히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
[내경편 권1 신형]
요새로 말하면 소극적인 건강 방법이라고 할는지 모르나 12가지를 지나치지 않게 알맞게
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하였다.
생각이 많으면 신경이 약해지고, 염려가 많으면 뜻이 흩어지며, 욕심이 많으면 뜻이
혼미해지고, 일이 많으면 과로하게 되고, 말을 많이 하면 기가 적어지고, 웃음이 많으면
내장이 상하고, 근심이 많으면 마음이 불안하며, 지나치게 즐기면 뜻이 넘치고, 기쁨이
지나치면 착란에 빠지고, 노여움이 많으면 모든 혈액이 고르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이
많으면 정신이 헷갈려 올바르지 못하고, 미워하는 것이 많으면 초췌하고 즐거움이 없다.

필심 방로: 정자마다 유전정보를 간직하고 나온다
옛부터 사람의 두 가지 본능, 즉 식욕과 성욕을 잘 조절하는 것이 건강의 근본이라고
되어왔다. 그런데 요즘은 무슨 배짱인지 먹고 싶은대로 먹고 쓰고 싶은 대로 쓰면서 건강을
유지하겠다고 하니 뻔뻔한 세태가 되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것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성립이 될 수 있게끔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생각할수록 야속하다. 언제나 조심을 해야만 유지가 된다. 내키는 대로 먹고 초과된
에너지를 달음박질로 소모시키면 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논리가 상식이 되어 가고 있다.
옛날 망하기 전의 희랍에서 밤낮 주지육림으로 즐기고 싶은데 위장의 수용력에 한계가 있는
것이 안타까워 먹고 마시고는 화장실에 가서 토해내고는 다시 들어가서 먹고 마시는 것을
밤새워 즐겼다는 말이 있다.
성욕도 마찬가지이다. 정액이 귀중하다 하지만 그까짓것 기껏해야 단백질 몇 그람밖에
안되지 않느냐, 자꾸 써야만 신진대사가 잘 되고 몸이 거뜬해진다. 요새 이런 식의 허튼
수작이 그럴싸한 가면을 쓰고 나돌고 있다.
생각해 보자. 한 번 행위에 의하여 배출되는 정액에는 수억 마리의 정자가 배출된다.
정자 한 개마다 유전정보를 간직하고 나오는데 유전정보의 양이 (대영백과사전) 30질분의
분량이 들어 있다고 형용한 학자가 있다.
그만큼 정액이란 남자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병이 생겼을 때 남자인 경우에는 섹스를 과도하게 하였기 때문이 아닌가를 살피고,
여자이면 생리 상태와 임신 여부를 따져야 하느니라
[잡병편 권1 변증]
남자의 경우 정력을 고갈시키면 백 가지 천 가지 병이 그로부터 생기며, 여자의 경우는
임신을 잘 조섭하지 못하면 건강이 나빠진다. 요새 잉태된 것을 중절시키는 것을
가족계획처럼 생각하는 풍조가 있는 듯하다. 그와 같은 부자연한 행위에 의하여 여성의
건강이 자율신경실조증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부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동의보감)에서도 이미 깨치고 있는 것이다.

[정위신본: 어글리 올드맨은 되지 말아야 한다]
정력을 아끼는 것이 건강과 늙지 않음의 근본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사람이 40세 이하일 때 제멋대로 놀면 40세 후에 갑자기 기력이 쇠퇴하기 시작함을
느끼게 된다. 쇠퇴가 시작되면 여러 가지 병이 벌떼처럼 일어나기 시작한다. 손을 쓰지 않고
오래 내버려 두면 드디어 구해낼 수 없게 된다.
[내경편 권1 정]
요새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도 크게 연장되어 70세 가깝게 되었다는 것은 놀랍고도 기쁜
일이다. 장수하게 된 것은 좋으나 그 반면에 70, 80된 노인들이 정력 타령을 하면서 정력에
좋다면 징그러운 벌레도 돈을 아끼지 않고 사먹는 세상이 된다면 문자 그대로 어글리
올드맨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60세가 되면 폐정하고 배설하지 말아야 한다.
[내경편 권1 정]
회갑 때쯤 되면 누구나 다 손자 손녀를 갖게 마련이다. 따라서 성행위도 필요 없게 되는
것이 자연적 순리로 되어 있다.
만약 60세가 지나서 수십 일 동안 독방을 지켜도 아무런 불편이 없는 사람은 아예 굳게
닫아 버리는 것이 좋다.
[내경편 권1 정]
인생이라는 것이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대학으로 단계적으로
졸업을 하면서 높아지게 마련이다. 60세가 되어 섹스를 졸업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깨끗하고 드높은 경지가 되겠느냐 말이다. 곱게 늙으면 사람은 누구나 120세를 살게
마련인데 늙을수록 초조하게 되어 산삼이다 노루피다 불개미다 하고 눈이 뒤집히면 결국은
진시황처럼 불로초를 구하다가 50세도 채 못 살고 죽는 결과가 된다.
정력은 인체의 근본이니라.
[내경편 권1 정]

[허심합도: 사람의 천명은 120세]
생각할수록 신기한 사실이 있다. 모든 생물, 죽 식물이나 동물은 모두 타고난 수명이
있다. 일년초는 아무리 가꾸어도 연내에 말라죽게 마련이고, 소나무, 은행나무는 천년을
끄떡없이 버틴다. 파리는 1주일의 수명이요, 닭은 7년, 개는 15년... 모두 천명을 지니고
태어난다.
사람은 몇 살까지 살 수 있는 생물일까. 현대과학애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모든 생물이
완전히 성숙하는 데 필요한 기간의 5갑절을 살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사람이 완전히
성숙하는 데 사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0∼25세라고 하면 평균을 잡아 사람의
천명은 115세라고도 하고 120세라고도 한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동양 의학에서도 까마득한 옛날부터 사람의 수명을 120세로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수명이 본래 4만 3천 2백여 일, 약 120세이다.
[내경편 권1 신형]
어디서 그런 정확한 숫자까지 산출되었는지 몰라도 하여튼 신기한 일이다.
사람은 오래 살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타고난 120세를 고스란히 사느냐 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사람은 제 명에 죽는 존재가 아니라 모두 다 자살해 죽는
존재이다 라는 어마어마한 독설을 뱉은 사람도 있다.
양생법은 몸에 손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장수하는 방법이니라
[내경편 권1 신형]
사람은 누구나 120세의 수명은 떼어논 당상으로 타고났는데도 몸에 손해되는 것만 골라
가면서 저지르고, 정력제라고 하여 정체불명의 물질을 먹는가 하면 별의별 건강법으로 몸을
괴롭히고 있다.
사람이 허심탄회하게 되면 천지간의 도와 합치되는 것이요. 야심이 있으면 도에서
멀어진다.
[내경편 권1 신형]
허심합도의 생활은 120세를 사는 지혜라고 하였다.

[비이불수: 곡기가 원기를 이기면 살이 찐다]
동물 실험에서 동물에게 먹고 남을 정도로 사료를 풍부하게 주어 사육을 하면 모두
수명이 짧고 또 반대로 60% 정도로 사료를 언제나 부족하게 먹여 기른 것은 포식한 것에
비하여 오래 살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수명을 다 살지 못한다. 가장 오래 살게 하려면
어릴 적에는 먹고 싶은 대로 먹이고 큰 다음에는 80%정도로 사료를 조절하여 먹여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람도 중년 이후에 포식을 하면 체중만 늘고, 따라서 몸이 둔해지고 성인병의 원인이
되며 백해무일리하다고 알려지고 있다.
옛날에도 이런 이치를 잘 알고 있어 체중이 느는 것을 경계한 대목이 있는데 그 표현이
재미있다.
곡기가 원기를 이기면 살이 찌게 되며 장수하지 못한다. 이와 반대로 원기가 곡기를
이기면 살은 찌지 않으나 장수한다.
[내경편 권1 신형]
사람은 원래 원기를 지니고 태어나는데 그 원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곡식을 비롯한
음식물을 섭취하여야 한다. 그와같이 해서 흡수된 음식의 기운(그것을 곡기라고
표현하였다)이 원기를 누르면 곡기가 승하게 되어 살이 찌게 된다는 것이다. 원기에 알맞을
정도의 곡기를 섭취하여야 되며 사람이 늙어갈수록 원기는 줄어들게 마련인데 이에 대한
균형도 생각하지 않고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곡기가 원기를 누르게 된다.
가령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먹성이 좋아 뚱뚱보가 된 친구가 있을 때 (동의보감)의
표현을 빈다면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 곡기가 원기를 눌러서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음식의 기운이 원기보다 승하면 혈액이 탁해져서 모든 병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옛 해석이었는데 과학적 견지로 보더라도 음식의 기운인 지방분, 당분 등이 지나치게
많으면 동맥경화증, 당뇨병이 생긴다는 이치와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치미병: 오늘날 의사는 오직 생긴 병만 다스린다]
우리가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가는 것이 꼭 치료를 받거나 약이 필요하기 때문만은 아니고
때로는 건강이나 병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가는 경우도 많다. 요새 하도 건강이나 병에
관한 토막 지식이 많이 나돌고 있기 때문에 신경이 좀 약한 사람은 자기도 암이 되는 것
아닌가,고혈압이 되는 것 아닌가 등의 의심과 걱정이 생길 때가 많다.
이런 때에 차분하고도 자상하게 의심과 걱정을 풀어주는 분을 찾으려고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가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형편이다. 3시간 3분 제도 라는 말이 있다.
병원에 가서 차례가 돌아오기를 3시간이나 기다려서 겨우 순번이 되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여러 가지 통사정을 늘어놓으려고 하면 그런 발언의 기회를 봉쇄당한 채 3분 동안에 진찰이
끝나고 쫓겨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욕구불만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건강 지식이 읽히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의 의사는 오직 사람의 병만 다스리고 마음은 고칠 줄 모르니 이는 근본을 버리고
말단만 좇는 격이며 그 근원은 캐지 않고 말류만을 손질하는 것이다.
[내경편 권1 신형]
진정한 의사는 사람의 마음을 다스려서 병을 미연에 방지하는 사람이며 병들기 전에
다스리는 사람이 상의라고 한 구절도 있다. 중의는 병이 생기려고 하는 것을 알아차려서
발병하지 않게 하여주는 사람이고, 하의는 이미 나타난 병을 고치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아직 생기지 않은 병을 미리 다스린다.
[내경편 권1 신형]
이것을 이상으로 삼았던 옛사람들은 예방의학적 철학에 있어서는 오히려 오늘날보다도 더
앞장섰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신유일국: 건강을 다스리는 것은 한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같다]
편식이 모든 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 다름이 없다. 현대 영양학적으로
표현한다면 콜레스테롤이 어떻고 비타민이 어떻고 할 터이지만 옛사람들은 음식물을 다섯
가지 맛으로 나누어 이 오미를 한 쪽에 기울어지지않게 균형을 맞추어 음식을 섭취해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였다.
오미란 쓴맛, 매운맛, 단맛, 신맛, 짠맛을 말하며 음식물뿐만 아니라 약의 약리작용도
맛을 보아 구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신맛의 물질은 간에 작용하고, 매운 것은 폐에, 쓴 것은 심장에, 짠것은 신장에, 단것은
비장에 각각 작용한다.
[잡병편 권1 변증]
이 말은 사람에 따라서 식성이 다르고 또 같은 사람일지라도 건강 상태에 따라서
음식물에 대한 입맛이 달라지는 것은 오미의 조절을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려는
생체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몸이 불편하여 병이 생길 때에는 우선 입맛에 따라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깃국 냄새만 맡아도 비위가 상하는 것은 고깃국을 피하라는 생체의 명령인데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기운을 차린다고 억지로 고기를 먹음으로써 도리어 병이 낫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임신중에 입덧이 생겨 신것이 먹고 싶어지는 것도 간 기능을 활발하게 하기
위한 자연섭리라는 것이다.
오미가 우리 몸에 다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모두 우리 몸에 병을 일으킨다. 인체의 생리가
상호간의 견제와 협력에 의한 균형이 유지됨으로써 영위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자라도
안되지만 지나쳐도 안 된다. 무슨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해서 그것만 계속해 먹으면 도리어
해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사람의 몸은 한 나라와 같으니라.
[내경편 권1 신형]
그러므로 우리 몸의 건강을 다스리는 것은 흡사 한 나라의 정치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옛부터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은 나라의 재상처럼 모든 것이 구비된 높은
인격으로 생각하여 온 것이다.

[식염 소복위호: 소금 섭취가 지나치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
인체 생리에 있어서 소금이 절대로 필요하며 소금을 섭취하지 못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의 혈청이 0.85%의 소금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피를 많이
흘려 위험할 때는 무엇보다도 우선 생리적 식염수나 링겔씨약을 수액해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소금 섭취가 지나치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 본태성 고혈압이 주로 염분 섭취
과다에서 생기며, 고혈압이 모든 성인병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도 상식으로 되어 있다.
소금: 서북인은 적게 먹기 때문에 수명이 길고 병이 적으나, 동남인은 짠것을 즐겨 먹기
때문에 수명이 짧고 병이 많다.
[탕액편 권3 석부]
이것을 보면 옛사람들도 소금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어떻게
그와 같은 관찰을 할 수 있었을까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짠것은 혈액에 작용하기 때문에 지나치면 혈병을 생기게 하고 피부를 거칠게 한다고
하였다.
다섯 가지 맛 중에서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은 소금이다. 그러나 되도록 적게
가능하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탕액편 권3 석부]
염분은 일부러 섭취하지 않아도 딴 음식에서 필요한 만큼의 양이 충족되기 때문에 일부러
소금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전연 소금을 모르고 살고 있는 남미의
야노마모, 북극의 에스키모 등의 부족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하루에 소금 10g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양식은 하루에 평균 소금 섭취량이 17g이고, 일본 음식은 하루 20g인데 우리의 음식은 약
30g이상이 된다. 김치, 깍두기, 젓갈, 찌개, 국 등에서 염분이 많이 섭취된다.
(동의보감)에서 식염은 소복불복위호 라고 한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옥천: 입안에 생긴 침은 인삼,녹용보다 좋은 보약이다]
인체는 여러 가지 분비물이 잘 나와야 건강하며 분비가 잘 되지 않고 고갈되면 병이
생긴다. 그런 분비물을 진액이라고 하는데 눈물, 콧물, 정액, 위액, 장액, 침 등이
그것이다. 사람이 늙어 쇠퇴하면 진이 마른다라는 형용을 쓰는 것도 이치가 있는 말이다.
젊었을 때는 손발에 땀이 나서 주체를 할 수 없는 사람도 늙으면 손발이 깨끗하게 말라서
냄새가 날래야 날 수가 없게 된다.
침은 언제나 입 속을 윤택하게 또는 청결하게 하는 작용이 있고 전분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들어 있다. 살균작용도 있어 우리가 상처가 생기면 무의식적으로 입으로 빠는 것도
이치가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타액을 분비하는 타액선에서 타액 호르몬이 분비되어 노화를 방지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은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타액은 하루에 700∼1500cc 정도 배출되는데 건강이
나쁘든가 노쇠하면 분비가 적어지며 입안이 마른다. 때때로 입을 움직여 우물거리고
혓바닥을 놀려 입속을 여기저기 더듬어 침이 나오게 하여 삼키는 것이 건강에 좋고 구취를
없애는 데도 좋다고 되어 있다. 옛사람들은 침을 옥천이라 하였다.
사람이 언제나 침을 삼키면 장수하며 얼굴에 광택이 생긴다.
[내경편 권1 신형]
한나라 때의 괴경이라는 사람은 나이가 120세가 되었어도 기력이 아주 왕성하였는데 매일
아침 침을 삼키고 이를 악물어 마주치게 하기를 열네 번씩 하였다고 하며 이렇게 하는 것을
연정법이라고 한다.
[내경편 권1 신형]
옛 양생법에서는 침을 절대로 뱉어내지 말고 삼켜야 한다고 되어 있다. 요즘 길에다 침을
뱉으면 경범법에 걸려서 벌금을 물게 되어 있는데 자기 몸에서 생긴 침이 인삼, 녹용보다도
좋은 보약이 된다는 것을 안다면 돈 주고 뱉으라고 해도 뱉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회진법: 키스도 문자를 쓰면 회진법의 일종이다]
옛날 진인이 있어 말하되 언제나 침을 땅에 뱉지 않는 습성을 지녀야 하며 무릇 입속의
침은 금장옥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소중한 것이며 하루 종일 밖으로 뱉지 않고 계속
삼키면 사람의 정기가 몸 속에 보존되어 얼굴에 광택이 생긴다.
[내경편 권2 진액]
사람의 몸에서 생기는 진액이 피부에서는 땀이 되고, 눈에서는 눈물이며, 살에서는
혈액이며, 신에서는 정액이고, 입에서는 침이 되는데, 한, 혈, 누, 정 등은 한 번 나가면
모두 되돌아오지 못하나 오직 입 속의 진액인 침만은 되돌려 손환시킬 수 있으며
회회즉생생(순환시키면 생기가 생기는 법) 이라고 하였다.
이와같이 침을 뱉지 않고 되돌리는 법을 회진법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있되 침뱉기를 즐겨 진액이 말라 몸이 여위었는데 우연히 훌륭한 사람을 만나
회진술을 배워 오래 실천하였더니 체력이 회복 되어 윤택하게 되었도다.
[내경편 권2 진액]
타액 분비를 언제나 이렇게 촉진시켜 주면 타액선의 기능도 활발하게 되어 노화방지의
타액선 호르몬도 많이 분비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타액 속에는 무천 이라는 점액성분이 들어있어 탄산칼슘에 대하여 보호교질 작용을 하여
칼슘이 결정으로 석출되는 것을 방지 함으로써 치석이 생기지 않게 하는 작용도 있다고
한다.
건강이 나빠지면 타액의 분비량뿐만 아니라 성분도 변화를 일으켜 입맛이 쓰고, 아리고,
달고, 시큼하고, 짜게 느끼는 등의 변화가 생긴다는 것도 옛사람이 논하고 있다.

[취포불가주마거: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내장에 독이 쌓여 수명이 짧아진다]
통금이 해제된 것은 좋은데 긴장이 풀린 탓인지 취중운전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교통 법규가 엄격한 서양에서 제일 심하게 단속하는 것이 술 먹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케이스다. 술을 마시면 아무리 취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운동신경이 둔해지고 앞뒤의 거리
감각과 속도에 대한 주의가 산만하게 된다.
술을 마셔도 얼굴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교통순경에게 걸리지 않는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천만에, 술마신 것을 알아내는 것이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쉬는 호기를
채취하여 그속에 들어 있는 알콜분을 측정하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꼼짝 못하게 되어 있다.
혈액중의 알콜 농도가 0.05% 이상 되면 취중 운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가 되려면
체중이 60kg인 사람은 맥주는 2컵, 청주는 소주잔으로 4∼5개 정도이지만 술을 입에 대었다
하면 아예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안전 제일이다.
(동의보감)에서도 취중 운전을 경계하는 대목이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술이 취했을 때는 마차를 달리거나 높고 낮은 곳을 뛰어넘어서는 안된다.
[잡병편 권4 내상]
옛날 마차일지라도 술마시고 몰다가 떨어지면 위험할 것 아닌가. 높고 낮은 감각이
둔해져서 허둥지둥하다가 크게 낙상을 입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동의보감)에서 무턱대고 음주를 배척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추위를 물리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신진대사를 돕고 약 기운을 끌어주는 데는 술처럼
좋은 것이 없다.
[잡병편 권4 내상]
아무리 술이 혈액을 소통시켜 주는 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또는 계속해서 술을
마시면 위장이 나빠지고 내장에 독이 쌓여서 수명이 짧아진다고 경계하고 있다

[취불가입방: 알콜의 약리작용이 성욕 중추를 마비시킨다]
술에 취했을 때는 섹스를 하여서는 안 된다. 경할 때는 얼굴빛이 검게 되고 해소증이
생기는 정도이지만, 심할 경우에는 내장 기능이 망가져서 수명이 짧아진다.
[잡병편 권4 내상]
동양 의학의 최고최고의 원전 중 하나인 (황제소문)이라는 책에는 취이입방을 금하는
말이 나온다.
옛사람들은 백살이 되어도 끄떡없이 건강하였는데 요새 사람들은 50이 되면 벌써 늙어
쇠퇴하기 시작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대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글
가운데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취중에 섹스를 하여 성욕을 삼가지 못하고 정력을 고갈시키고 생명력을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내경편 권1 신형]
옛부터 술과 색은 따라다니게 마련이며 술에 취하면 정신적인 자제력이 마비되어 지나친
행동을 하게 된다.
재미나는 동물 실험을 소개하면 실험 동물인 휜 쥐의 수컷 암컷을 한 우리에 집어넣고
사육하면서 수놈이 암놈에게 덤벼들면 전기 충격을 받게 장치를 만들어 놓는다. 멋모르고
덤비다가 수놈이 전기 충격의 맛을 보고 난 후에는 그것이 무서워서 암컷에게 덤벼들지
않게 된다.
그러나 그와같이 훈련된 수놈에게 알콜을 마시게 하면 전기 충격의 무서움을 잊어버리고
용감하게 암컷에게 교미하려고 덤벼든다. 원래 알콜의 약리작용이 성욕 중추를 마비시키게
마련이지만 약간의 음주는 정신적인 긴장, 열등감 등을 제거하여 주기 때문에 성노이로제를
해소시킴으로써 술이 성적 흥분제 또는 미약작용을 하는 수도 있다. 저녁 식사 때의 가벼운
반주 정도는 오히려 부부화합의 촉매작용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술의 절제를 지킨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힘든 일이기 때문에 아예 술은
되도록이면 멀리하는 것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풍수수방재발: 성인병은 도사나 부처처럼 수양해야 한다.]
현대는 바야흐로 전염병 시대가 지나가고 성인병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라는 말이
있다. 병원균을 박멸시키는 화학 요법제의 놀라운 발전과 예방의학 및 위생환경의
향상으로 병균 감염에 의해서 생기는 병은 점차 종식되어 가고 있다. 그 반면에
의, 식, 주의 부조리와 육체 및 심리적인 스트레스의 증가에 의하여 성인병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3대 사인이 뇌졸중, 암, 심장마비이며, 이런 병들은 전염병과
달라서 오랜 세월의 원인이 축적되어 발병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병치고 괴롭지 않은 것이 있으랴만, 성인병처럼 장기적으로 환자 및 가족을
괴롭히는 병도 없을 것이다. 뇌졸증으로 다행히 생명은 구했다 하더라도 반신불수,
전신불수 등의 후유증이 남아 있어 이런 장애를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되느냐 하는 재활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고혈압증은 반드시 재발을 방지하여야 한다. 풍병이 일단 치료되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재발이 되며 재발되면 앞서보다 더 중하게 된다. 그러므로 나았다고 방심하지
말고 계속 약을 복용하면서 재발을 방지하여야 한다. 가장 나쁜 것이 성생활이며
도사나 부처님처럼 수양을 하여야 한다.] [자병편 권2 풍]
아무리 뇌졸증으로 쓰러졌던 사람일지라도 마음을 평정하게 지니고 희망과 신념을
갖고 식이요법을 하면서 투병 생활을 계속하면 언젠가는 혈관이 다시 탄력성을 되찾아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일단 변성을 일으켰던 동맥 내벽은 재생이 되지 않는다고
하던 때도 있었으나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재생될 수 있다는 것이 오늘날의 생각이다.
성인병 치료에는 끈기와 참을성이 있어야 하는데 병석에서 짜증을 부리고 구복이나
성의 욕망을 참지 못한다면 어떻게 재활이 될수 있겠는가. 성인병은 식사 패턴을 알맞게
고침으로써 반드시 나을 수 있다.

[자하거: 태반, 현대 약품으로 개발 사용되고 있다.]
징그러운 이야기지만 동물들은 해산한 후에 태반을 먹어 치운다. 태반에는 단백질,
비타민, 호르몬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먹으면 영양이 될 뿐만 아니라 유선을 자극하여
젖의 분비를 촉진시킨다든가 자궁을 수축시키는 작용 들이 있어 동물들이 해산 후에 자기의
태반을 먹는 것이 합리성이 있어 자연의 섭리가 빈틈없다는 것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태반을 포의 또는 자하거라고 하며 동물처럼 산모가 먹는 일은 없지만 허약한
사람이 약으로 만들어 먹으면 몸을 보호하고 정력제가 된다고 알려져 왔다.
얼른 생각하면 불결하고 끔찍하고 비인도적인 것처럼 느꺼지지만 현대 의, 약학에서도
사람의 태반은 허약한 사람의 회복 촉진, 빈혈증, 피로 회복, 간염, 간경변증, 소화성궤양,
기관지 천식, 갱년기 장애등에 좋다고 하여 태반 엑기스제제, 태반 추출제제 등이
현대 약품으로 개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예를 보더라도 옛것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찾으려고 하지 않고 무턱대고 비과학적이라고 무시해 버리는 것 자체가 바로 비과학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의 태반: 허약증 기침이 나면서 몸이 마르고 초췌하게 되며 열이 났다 내렸다
하면서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 등을 다스린다. 태반 한개를 흘러내리는 냇물에 담가 깨끗하게
씻은 것을 사기그릇에 담아 물을 두고 중탕으로 끓인 것에 소금과 양념을 두어 간을 맞추어
먹으면 원기를 도우며 효과가 아주 크다.] [잡병편 권4 허로]
[초산에 남자 아이를 난 태반이 좋으나 구하지 못할 때는 건강한 부인의 둘째 아이 것도
좋다.] [탕액편 권1 인부]
남자는 여태를 먹는 것이 좋고, 여자는 남태가 좋다는 말도 씌어 있다. 껍질, 힘줄, 등을
모두 뜯어 버리고 깨끗이 씻어 짓이겨 환약처럼 만들어 먹는 법도 있다. 하여튼 약은
되겠지만 징그러운 것만은 사실이다.

[화위원기지적: 마음을 다스리면 육체도 건강하다.]
사람의 성미가 병이나 건강과 관계가 깊다는 것은 누구나 다 느끼는바이지만, 근래 미국의
심장병 전문의 프리드맨 박사가 성격 패턴과 심장병과의 상관성을 통계적으로 연구한 결과가
보도되었다. 성격이 깔끔하고 무슨 일이든지 끝장을 봐야 하고 한 번 틀린 사람과는 다시는
사귀지 않는 철저한 성미를 지닌 사람을 A형이라고 하고, 이와 반대로 둥글둥글하여 얼른
보면 무원칙적인 것 같으면서도 마찰없이 일을 처리해 나가는 사람을 B형이라고 하여
사람의 형태를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눈 것이다.
그런데 심장질환은 주로 A형인 사람에게 많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차츰 확대시켜 보았더니
심장병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등의 성인병과도 관계가 깊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한때 소설에서 성격의 비극 이라는 말이 유행하였지만 건강이나 병도 자기의 성격 탓이라고
할 수있다는 것이다.
오행성에서 화 라고 하는 개념이 깊고 복잡하여 상징하는 바가 많지만 우리가 일상 쓰는
화를 낸다 의 화 정도로 생각하여도 무방할 것 같다. 기운이 넘치는 것이 아닌데도
마음과 몸이 발끈 달아올라 열이 나는 상태라고 하여 두자.
[화는 원기를 망치게 하는 원흉이니라.] [잡병편 권3 화]
[크게 성을 내면 간장에 화가 생기고, 술에 만취되면 위에 화가 생기고, 섹스가 지나치면
성기능에 화가 생기고, 슬퍼하면 폐에 화가 생기는데 사람에게 있어서 마음이 주인이니
화를 내어 스스로 자기를 불사르면 타죽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잡병편 권3 화]
[화가 병이 되면 그 해독이 막심하며 병의 진행 속도가 아주 빠르고 병세가 아주
뚜렷하여 죽음 또한 별안간에 닥치게 된다.] [잡병편 권3 화]

[약정적자제: 약이 지나치면 죽는다.]
오늘날처럼 조직 검사, 엑스선 검사 등 여러 가지 진단법이 발달되어 있는 때에도 암의
조기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암이라는 병명조차 일정치 않던 예날에 암을 가려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유방암이라든가 뱃속에 생기는 종양이 무서운 병이라는 것은 옛사람들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대저 뱃속에 덩어리가 생기는 것은 적취 건 징하 건 모두 다 나쁜 징조이니 결코
심상하게 생각하여서는 안 된다. 만약 이미 명치와 배가 불러 올랐으면 차아공이나
편작같은 옛날의 명의가 되살아와도 만에 하나도 구해 낼 수 없다.] [잡병편 권6 적취]
적취는 뱃속에 생기는 적괴이며 고정되어 있는 것을 적 , 이동성인 것을 취 라고
하였으며, 징하도 역시 비슷한 것이데 증상의 정도에 따라 명칭이 다른 것이다. 하여튼
옛날에도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종양의 치료 원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러 가지 약물요법이 있었으나 역시 오늘날의 암치료제와 마찬가지로 부작용이 심했을을
알 수 있다.
[적을 없애기 위해 독약을 사용할 때, 적이 대충 쇠퇴하였을 때 복약을 중지해야 하며
아무리 심한 대적, 대취일지라도 절반 이상 줄어들면 약을 끊어야지 약이 지나치면
죽는다.][잡병편 권6 적취]
[바른 것을 기르면 적이 저절로 없어진다: 사람으로 하여금 생명력을 충실하게 하여 주며
위를 튼튼하게 하면 적이 저절로 소멸된다. 더욱이 육식 등의 진미와 색용을 삼가고 성을
내지 말고 생각을 바르게하는 것이 만전하면서도 부해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잡병편
권6적취]

[삼품약: 상약은 독성이 없어 오래 먹어도 사람을 다치지 않는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있어서 약이란 무엇인가. 병을 치료하는 데는 꼭 약이 있어야만
하는가. 먹을수록 몸에 이로운 보약이라는 것이 과연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지니고
[동의보감]에 나오는 삼품약성을 읽어보기로 한다.
약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상품약, 중품약 및 하품약의 삼품으로 분류하는 놀라운
발상이 [신농본처경]에서 시작되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 된 약물학 서적인
[신농본초경]은 후한 때에 나온 것으로 되어 있으며, 365종의 약품이 삼품으로 나누어져
올라 있다.
[삼품약의 성질: 상약 120종은 군주에 해당되는 약이며, 천수를 다할수 있도록 수명을
복돋아 주는 약이며, 독성이 없어 많이 먹거나 오래 계속해 먹어도 사람을 다치지
않는다. 건강하고 원기를 더해주고 불로장수를 원하는 사람은 상품약을 쓰면 된다.]
[탕액편 권1 탕액서례]
[중약 120종은 이를테면 임금님 밑의 국무위원 같은 약이며 사람의 건강을 주관하는
약이다. 체질과 때에 따라 독성이 없기도 하고 있기도하므로 올바로 사용해야 하며,
병을 예방하고 허약한 것을 보하기 위해서는 중품약을 써야한다.] [탕액편 권1 탕액서례]
[하약 125종은 나졸에 해당되며 병을 치료하는 실제적인 약이므로 독성이 많아 오래
계속하면 안 된다. 각종 열병을 비롯한 여러가지 병과 오장육부에 생기는 응어리, 종양
등을 고치려면 하품약을 써야한다. 약성이 공격을 주로 하기 때문에 독성이 극렬하여
원기를 손상중화시키기 때문에 계속 복용하여서는 안 되며 병이 나으면 곧 끊어야한다.]

[탕액편권1 탕액서례]

[영인불망: 인삼은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약을 상약, 중약, 하약의 삼품으로 분류하였는데, 상약 120종 중에는 인삼, 참깨,
구기자,율무, 꿀 등이 들어 있다. 다복구복불상인 이 상약의 특징이고 보니 식품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이른바 식약일체(음식물이 바로 약이 된다) 라는 약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보약으로 일히 잘 아는 녹용은 중약에 들어 있고 부자니 대황이니 하는 약은
하약에 들어 있다.
현대 의약품을 보면 특효약이니 화학요법제니 하는 것이 거의 모두생긴 병을 때려잡는
약들이니 삼품약의 개념에 의하면 하약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용과 오용에 의한
약해를 극히 조심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효과가 당장에 눈 앞에서 나타나는 치료약
개발을 주로 하고 있는 현대 의,약학에서 상약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것도 당연한
것이었으나 점차 현대 과학도 차원이 높아지고 깊이가 생겨서 오늘날에 와서는 상약을
이해하기 시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상약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보건약 내지는 노화방지약이
될 수 있으리라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그와 같은 발전을 하게 된 데는 인삼의 공로가 크다. 인삼의 약리학이 발달됨에 따라
인삼의 약효가 바로 상약 개념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인삼은 정신을 안정시키며 신경을 가라앉히고, 놀라 가슴이 뛰는 것을 멈추며,
두뇌활동을 활동을 활발하게하며 건망증을 없앤다. 인삼 가루 1량중을 돼지기름 1돈중과
같이 술에 타서 복용하기를 백 일만 계속하면 하루에 천 마디 글 구절을 암송할 수 있게
되며 피부가 윤택하게 된다.] [내경편 권1 신]
미국에서도 인삼을 장복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2년 이상 계속 복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무슨 효과를 보았느냐고 조사 연구를 하였더니 100% 공통된 대답이
병이나 건강에 대한 걱정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이와같이 스트레스를 풀어 없애는 것이
바로 인삼의 효능이라고 인정되어 가고 있다.

[의자의야: 약, 환자, 약 짓는 이 삼위일체돼야 한다.]
이 세상에 아무리 좋은 약이 많을지라도 그 병에 합당한 약을 맞추어 사용해야만 죽을
병을 고쳐서 살아날 수가 있다. 약이 없어서 병을 못고치는 것이 아니라 약을 모르거나
약을 잘못 써서 고칠 병을 못 고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대저 약이란 병을 고치는 물질인데 어떤 때 어떤 약을 써야 하는가는 병에 따라 다르며,
효과가 나느냐 안 나느냐는 약이 좋으냐 나쁘냐에 달려 있고, 병에 올바른 약을 만들어
사용하느냐 못하느냐 못하느냐는 약을 주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삼위일체
되어야지 한 가지 조건이라도 빠지면 병을 고칠 수 없다.] [탕액편 권1 탕액서기]
딴 유행은 몰라도 생명과 건강에 관계되는 약품이나 식품은 새로 나온 신기한 것보다
오랜 세월 동안에 경험을 통하여 틀림없다고 확인된것만을 안심하고 믿을 수 있다.
새것이 좋아보여서 써 봤더니 뜻하지 않은 결점이나 부작용이 나타나서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이는 격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좋으리라고 속단하여 썼던 약이나 음식물의
부작용이 나타나서 딴 병이 생기는 것을 야원병 또는 식원병 이라고 한다.
보약이나 몸에 좋다는 자연식 등은 오래 계속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거없는 것을
맹신하고 실천하다가는 건강은 커녕 크게 해독을 보는 수가 있다. 그런데도 정체 불명의
보약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건강에 대한 집념은 좋지만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사람의 병을 다스리는 의는 의과 통한다. 무슨 병에 무슨 약이라고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때와 환자의 증상에 따라 변동되어야지 일정한 처방이란 없다.] [잡병편 권1 용약]
이같은 판단 능력이 의인 것이다.

[타약상제: 약을 섞어 쓰면 서로 효력을 잃는다.]
총알 한 개를 쏘아 목표 동물을 사냥하는 경우가 있고, 수백 개의 탄환을 한꺼번에
터뜨려 쏘아서 오행히 총알 하나가 들어맞으면 잡을 수있게 되는 사냥이 있다 꿩이나
기러기 들을 잡는 경우가 후자에 속하며 산탄 사냥이라고 한다.
병을 약으로 치료하는 데도 산탄요법이라는 것이 있다. 병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겨냥을 할 수 없을 때 이약 저약 여러 가지를 섞어 쓰노라면 그 중의 하나가 맞아
떨어지겠지 하는 치료법이다.
병이 급해지면 허둥지둥 이약 저약을 같이 쓰게 된다. 양약도 쓰고 한약도 달이고
한사람만 갖고는 안심이 되지 않아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니며 약을 지어온다. 약은
여러가지를 합치면 서로 효력이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작용이 서로 합쳐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 견제하여 효력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때로는
무서운 독작용도 나타나게 된다. 옛사람들은 약을 처방하는 데 있어서 그와 같은 상기,
상오, 상반등의 약성에 대하여 무척 신경을 썼다.
[훌륭한 의사는 진찰을 정확하게 하여 병을 알아내고 그 병을 가장 적합한 약을 써서
공격을 하기 때문에 작용이 직통이어서 치료되는 것이 빠르다. 그러나 지금 사람은
진맥하는 기술이 서툴러 기분으로 병을 짐작하고 약을 많이 써서 요행히 들어맞게 하려고
한다. 마치 비유를 하자면 사냥을 할 때 토끼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들판에 무턱대고
그물을 쳐놓고 토끼 걸리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사람의 경우도 이런 식으로 엉성하게
하면 우연히 한약이 들어맞는다 하더라도 딴 약이 상호작용으로 견제하니 약효를 제대로
낼 수가 없어 결국 병이 낫기 힘들게 된다.] [잡병편 권 1 용약]

[면견오색: 피부가 아름다운 사람이 심신도 건강하다.]
피부를 내장의 거울 또는 건강의 거울 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내장의 기능과
건강상태가 피부에 나타난다는 뜻이다. 사람의 건강에 있어서 내장이 중요하지 피부는
내장을 감싸고 있는 겉가죽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내장이 튼튼하면 피부가 건강하고 피부를 튼튼하게 단련시키면 내장의 기능이
건강하게되는 상호 의존의 관계에 있다.
얼굴에 윤기가 돌고 혈색이 좋은 분을 만났을 때 피부가 좋으십니다 라고 덕담을 하는
뜻이 바로 건강하다는 의미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의 건강상태를 진찰할 때에 얼굴을 보아 안색을 살펴보는 것을 망진이라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진찰법의 하나이다.
[얼굴빛이 다섯 가지로 나타나는 경우:간장 기능이 나빠지면 겉으로 나타나서 안색이
푸르게 되며 신경질이 되어 성을 잘 내게 된다. 심장 기능의 허약은 얼굴이 붉게 나타나며
잘 웃는다. 폐가 약하면 얼굴이 창백하게 되며 재채기를 잘한다. 신장기능이 약해지면
(성기능 쇠약) 얼굴이 검어지고 겁이 많고 하품을 잘한다.] [외형편 권1 면]
얼굴 피부가 이와같이 내장의 기능과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상태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정신이 발달하면 피부 영양도 좋아서 예뻐지고 반대로 정신이 불안하면 피부의
탈력과 광택이 없어진다. 정신작용에 의해서 피부의 지방과 수분의 분비가 감소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두드러기, 종기, 여드름 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여자의 경우 남편과의 사이가 원만치 못하여 질투심이 불타면
두드러기가 생기고 속된 말로 얼굴이 썩는다. 이런 이치를 안다면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도
필요하겠지만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지 않는 마음의 화장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난장섭: 사계절 중에서 여름 건강 지키기가 가장 어렵다.]
하지도 지나면 곧 여름이 절정인 삼복더위가 닥치게 된다. 열대지방 사람과 온대 또는
한대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비교하여 볼 때 어디 사람이 더 건강한가. 일반적으로 추운지방
사람들이 체격이 장대하고 수명도 긴 것이 보통이다.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더위를
이겨낸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위에 지쳐서 모든 기능이 약화되는 체질을
여름을 탄다고 하여 이런 사람에게는 여름의 건강법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일년 사계절 중에서 여름이 제일 몸조심하기 힘든 때이다. 몸 속에 음기가 도사리고
있어 뱃속이 냉해서 설사를 하게 되니 보신을 하여 주는 약이 필요하다. 차가운 음식은
먹지말아야 하며 기온이 높아 체력소모는 왕성한데 정력은 쇠퇴하니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지나치게 땀을 흘리거나 설사를 하여서는 안 되며, 정력을 소모하여서는 안된다.] [잡병편
권3 서]
젊은이들이 혈기에 날뛰어 방종한 생활로 여름을 보내면 가을철이되도 몸이 약해지게
마련이니 세상만사 인과응보 아닌 것이 없다.
여름철에 냉한 것을 많이 먹거나 냉차 얼음물 따위를 폭음하면 비위가 약해져서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토사곽란을 일으키게 되므로 더위를 다스리는 약은 건위소화제화
수분대사를 조절하고 이뇨작용이 있는 약을 흔히 쓰는 것이다. [잡병편 권3 서]
하여튼 여름에는 위장이 약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데 덥다고
냉맥주의 폭음으로 위장을 마비시키거나 인공적인 냉방때문에 온도 변동에 의한 스트레스로
두통,신경통, 알르레기, 전신권태감 등이 나타나서 더위를 피한다는 것이 도리어 더위에
지쳐버리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되겠다.

[악이유식: 얼굴을 찌푸리면 위도 찌푸린다.]
요즘 소형 스테레오 헤드폰이 유행하여 책을 읽으면서도 음악이요, 길을 걷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노상 귀에서는 음악이 들려오게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연구실에서 실험을
할 때에도 음악이 있으면 능률이 나고 심지어 양계장에서 음악을 은은하게 들려주면
산란율이 증가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여튼 음악이 사람의 마음이나 신경에 영향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음악요법이라는 것이 있어 불면증인 어린아이에게 쇼팽의 왈츠곡을 들려주었더니 잠이
들었다든가, 열병환자에게 조용한 음악 리듬을 들려주면 열이 내리는 작용을 하였으며,
차이코프스키의 심포니가 강심작용과 혈압 강하작용을 나타냈었다는 등의 발표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음악이 음식 소화에 좋다고 하고 있다.
[비장은 음악을 좋아한다(비장이란 요새 말하는 해부학적 비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소화기능이라는 뜻으로 생각하면 된다). 밤에 식사를 많이하면 비위가 음식을 삭이지
못한다. 옛날 [주례]라는 책에 음식을 높은 분에게 권할 때는 음악이 있어야
한다 고하였다. 비장은 노래와 관현의 음악을 좋아하므로 귀에 음악이 은은하게 들려오면
비위가 동하여 음식을 삭이게 된다. 음식을 먹고 난 후에 손바닥으로 얼굴과 배를 수백 번
마찰하고 또 산보를 하면서 서성거리면 먹은 음식이 소화되기 쉬워 사람으로 하여금 식욕이
나게 하며 모든 병이 없어지게 된다.] [잡병편 권 4 내상]
이런 것을 보면 옛사람들도 알 것은 다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밥상머리에서 마음
상하는 이야기를 하면 먹은 것이 내리지 않고 체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바이다.
위점막은 얼굴 표정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얼굴을 찌푸리고 창백하면 위도 찌푸리고
창백하게 된다. 얼굴을 문질러 혈액 순환을 좋게 하면 위의 형액 순환도 좋아지는
것이된다.

[복송엽법: 옛사람들은 비상시에 솔잎 가루로 생명을 유지했다.]
소나무는 옛부터 절조, 장수, 번무의 상징으로 되어왔으며, 잎, 열매, 송진등은 성인병의
예방 또는 치료에 사용되었다. 소나무는 종류가 아주 많았으며 우리 주변만 보더라도 적송,
백송, 해송, 리기다 소나무, 오엽송 등을 볼 수 있으며 가장 흔한것이 적송이다. 잎은 생것
또는 그늘에서 말린 것을 사용하면 위장병, 고혈압, 중풍, 신경통, 천식 등에 효과가
있다고 되어 있다. 꼭어느 성분 때문이라고 할 수 없지만 여러가지 정유 성분, 비타민 A, C,
탄닌,고미성 물질, 플라보노이드, 항균성 물질 등이 들어 있어 약리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솔잎을 복용하는 방법:솔잎을 채취하여 잘게 썰고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 3돈중(약12g)을
술에 타서 마신다. 또는 죽에 섞어 먹어도 좋고 검은 콩 볶은 것과 함께 가루로 만들어
따뜻한 물로 먹으면 더욱좋다.] [내경편 권1 신형]
옛사람들은 비상시에 밥을 먹지 않고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벽곡법에서 솔잎 가루를
많이 응용하였다.
[옛날 한나라의 종남산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발가벗고 살며온몸에 검은 털이 나있으며
산골짜기를 나는 듯이 뛰어다녔다. 포위를 하여 잡아본즉 여자인데, 말하기를 자기는
진나라때의 궁녀이었는데 관동의 적군이 쳐들어와 왕이 나가서 항복하므로 놀라 달아나
산속으로 들어갔다. 배는 고프나 먹을 것이 없던 차에 한 노인이 가르쳐 주기를 솔잎이나
잣잎을 먹으라고 하기에 먹었더니 처음에는 쓰고 떫었으나 차츰 먹을 만하게 되어 다시는
굶지 않게 되었다. 겨울에는 춥지 않고 여름에는 덥지 않으며 진나라 때부터 한나라 성제
때가 되엇으니 벌써 3백 년이 지난 셈이 아닌가.] [잡병편 권 9 잡방]

[치중풍구와: 중풍, 안면마비 솔잎술로 고칠 수 있다.]
솔잎으로 술을 담근 것을 송엽주라고 하여 치각기풍비(각기 및 중풍에 의한 마비증에
좋다) 로 되어 있다.
오늘날도 웬만한 건강책에는 모두 솔잎으로 술 만드는 법이 나와 있으며, 매일 한두 잔씩
마시면 고혈압과 중풍을 예방하는 보건제가 된다고 한다.
생솔잎을 잘게 썰어서 한되병에 8분쯤 넣고 설탕 300g, 물 1.2l를 부어 여름이면 어두운
곳에 저장해 주면 발효가 되어서 거품이 생기기 시작한다.
마개를 꼭 막으면 가스 때문에 폭발하니 허술하게 막는 것이 좋으며 거품 생기는 것이
멎으면 하루에 소주잔으로 한두 잔씩 마신다. 솔잎에 소주나 청주를 부어서 만들어도 좋다.
[송엽주는 중풍으로 안면 마비가 되어입이 돌아간 것을 고친다. 푸른 솔잎 한 근을
찧어서 즙을 내어 청주 한 병에 담아 불 옆에 하루밤 놓아두었다가 걸러서 마신다. 처음에는
반종지(여기서 승은 요새의 한되로 하지 말고 한 홉 정도로 치면 된다.)를 마시고 차츰
늘려서 한 한홉을 마셔 땀을 내면 비뚤어진 것이 바로 잡히게 된다.] [잡병편 권2 풍]
요새 책에도 푸른 솔잎에 청주를 부어서 끓인 것을 마시면 중풍 때문에 생긴 반신불수에
좋다고 하지만 좋다고 너무 술을 많이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송잎을 달인
물로 양치질을 하면 잇몸이 들떠서 불편한 데 효과가 있다.
[솔잎이 종기에도 좋고 머리칼 나게 하는 데도 좋다.] [탕액편 권3 목부]
[소나무 가지를 불에 태울 때 진이 나오는 것을 긁어 모은 것을 송저라고 하며 소나 말의
옴을 치료하는 약이 된다.] [탕액편 권 3 목부]
하이튼 약이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옛사람들의 믿음이었다.

[약양제물: 중년이후, 순리에 따름면 곱게 늙는다.]
중년 이후가 되면 시력 조절이 잘 안 되어 책 읽기가 힘들어지고 치아가 약해져서
어금니가 한두 개씩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면 자연히 건강이나 연령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결정적으로 남성들을 쓸쓸하게 위축시키는 것이 정력 감퇴이다.
자기만이 유난히 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열등의식처럼 사람을 쓸쓸하게 하는 것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순리대로 곱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정력을 왕성하게
일으키는 정력제도 좋겠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정력을 약화시키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음위는 모두 지나치게 몸과 마음을 소모시킨 데서 온다.] [외형편 권 4 전음]
더욱이 요즘은 육체적인 과로보다도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임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되어 있다.
[양기를 약하게 하는 여러가지 물질:수은을 절대로 음부 가까이 접금시켜서는 안된다.
음기를 소멸시켜 원기를 없앤다. 토끼고기도 정력을 약하게 하므로 먹어서는 안 되며,
여뀌,멸, 고사리의 세 가지는 모두 양기를 약하게 하니 먹어서는 안 된다.] [외형편 권 4
전음]
오늘날처럼 특효약이 발달되지 못한 옛날에는 성병에 걸리면 수은을 불에 태우면서 그
증기를 음부에 쐬어주는 치료법이 있었으며, 지금도 시골에서 그런 짓을 하다가 수은
중독이 되어 죽는 사람이 있다.
[토끼고기는 갈증을 멈추고 비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으나 성질이 냉하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원기를 손상시키고 혈액이 통하지 앟아 섹스가 약해진다.] [탕액편 권 1 수부]
토끼고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과학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여뀌, 멸은 모두 독성이
있으며 고사리도 잘 우려내지 않으면 독성물질이 들어 있어 발암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으니 옛사람들도 그런것을 경계한 것 아닐까.

[영강열대: 보신탕, 뱀장어는 음식도 되고 정력제도 된다.]
정력제일 뿐만 아니라 여름철을 이겨내는 데는 그만큼 좋은 음식이 또 어디 있겠느냐고
한여름 내내 땀을 흘리며 보신탕집을 드나드는 신사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끔찍한
몬도가네 악식가들은 마주서기조차 싫다는 결벽가도 있다.
개고기를 영양학적으로 따지자면 동물성 단백질 음식으로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별 다를
것이 없겠지만 개고기가 과연 정력제가 되느냐, 특별한 약효가 있느냐 하는 문제에 이르면
현대 과학으로서는 아직 이렇다 할 말이 없다. 그만큼 단백질이나 지방질의 약리작용을
따지는 것이 힘들며 아직 발전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렁 개고기는 양기를 왕성하게 해 주니 잘 양념을 하여 끓여서 공복에 먹으면 좋다.]
[외형편 권4 전음]
[수캐 페니스는 음위를 고치며 뜨겁고 강대하게 만들어 주어 정력이 변변치 못해 아기가
생기지 못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기가 생기게한다. 불에 쬐어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술에
타서 복용한다.] [외형편 권4 전음]
이런 약이 심리작용 이상으로 어떤 작용이 있는지는 아직 과학화되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강정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뱀장어는 양기를 돋구며 양념을 하여 끓여서 공복에 먹으면 좋은 식보가 된다.] [외형편
권4 전음]
[복분자 딸기는 음위에 좋으며 능히 길고 굳게 만드니 환약을 만들어 계속 복용하면
좋다.] [외형편 권4 전음]
요즘 시장이나 길가에서 복분자 딸기를 파는 것이 눈에 뜨인다. 말렸다가 가구로 만들어
꾸로 개어 환약을 만들어도 좋지만 생것을 소주에 담가 복분자술을 만들어 마시면 간편하고
좋다.
[참새고기가 양기를 돋구어 정력을 강하게 한다.] [외형평 권4 전음]
이런 것을 소개하는 의도는 요즘 정체불명의 정력제보다는 차라리 식약일체 라고 볼 수
있는 음식도 되고 정력제도 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기일즉체: 부지런한 활동이 건강 제일]
물이 흐르지 않고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썩는다. 사람의 건강도 과로에 의해서 생기는
것보다 초점 없는 생활로 안일하게 세월을 보내는 데서 건강이 나빠진다. 팽이나 자전거는
돌고 전진하고 있는 동안은 쓰러지지 않는다. 사람의 생명도 움직이고 돌아가고 있는 동안이
살아 있는 것이다. 눈코 뜰새 없이 분주한 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년퇴직이 되었을지라도 남편이 잘나서 할 일 없는 유한주부들일지라도 일부러 일과와
목표를 만들어서 부지런하게 뛰어다녀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지쳐서 병이 생기는 것이 까닭없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과로때문보다는 종일 하는
일 없이 빈들빈들 시간을 보내는 한가한 사람에게 이런 병이 잘 생긴다. 한가한 사람은
기력을 써서 운동하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배불리 먹고 가만히 않았다 누웠다 하니
경락이 불통이고 혈맥이 막혀 순환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팔자 좋은 사람들이
겉보기에는 피둥피둥하여 좋아 보이나 속은 편안치 못한 법이며 가난한 사람들은 외양은
초라해도 속에는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이다. 잘사는 사람들은 욕망내키는 대로 향락하고
진수성찬만 먹고 편히 누워 있기를 잘 한다. 모름지기 언제나 노력을 해야 하며 그렇다고
과로할 정도가 안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내경편 권1 기]
기일즉체라 부지런하게 활동을 하지 않으면 침체되어 쇠퇴하는 것이 사람의 몸과 마음인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활동을 하라는 것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히라는 것은 아니다.
[세상 사람들은 욕망에 사로잡혀 정력을 상실하고 생각을 과도히 하며 신경을 손상히켜
피로가 지나치고 원기를 수모하여 생명력을 잃으면 아무리 건강의 비결을 배우더라도 건강과
장수를 얻기 힘들다.] [내경편 권1 신형]

[하월감한: 뱃속이 더운 사람은 병이 없다.]
속담에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아니 앓는다 라고 하였다. 더운 여름철에 무슨 감기냐는 뜻도
되고 여름 가미기는 아주 고약하다는 뜻도 된다. 옛사람들은 여름철에는 목음이나 재내하기
때문에 복중이 냉골하여 더위에 지쳐서 병이 생긴다고 하였다. 요새 말로 하면 더위 때문에
피부 혈관이 확대되어 체내의 혈액이 표면에 많이 나와 있기때문에 위장에는 혈액이
적어져서 소화기능이 떨어진다는 뜻도 되겠다.
기온이 높아서 신진대사는 왕성한데 섭취하는 영양분은 적고 찬물만 마시며 밤이 짧아
수면 시간이 부족하고 더위에 지쳐서 성미가 급해져 짜증만 나며 여름에는 여성들의 피부
노출 면석이 많아 남성의 눈길을 끌어 주색이 지나치기 쉽고 이래저래 여름철은 고단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정력을 소모하는 일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여름철의 감기는 너무 냉하게 하여서 생기는 것이다. 예컨대 시원한 정자나 강변
요정에서 피서를 할 때 찬바람이 밖을 상하게 하고 빙수나 차게 한 참외, 수박 등을
과식하여 뱃속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여름 감기의 증상은 두통이 나면서 전신이 쑤시며
열이 나고 오한이 나며 때로는 가슴도 아프며 구토, 설사하는 경우도 있다.] [잡병편 권3
서]
[여름 한철은 사람의 정기가 빠지는 계절이며 심장 활동만 왕성해지고 정력은 쇠퇴하여
모두 땀으로 나와 버리니 가을철에 들어서야 고정되기 시작하고 겨울에 비로소 굳어지니
만사에 무리하지 말고 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더운 음식을 먹어야 가을이 되어도 병이 생기지
않는다. 뱃속이 언제나 더운 사람은 모든 병이 생기지 않으므로 혈기왕성하게 되는 것이다.]
[내경편 권1 신형]

[도변법: 참기름을 항문에 넣으면 변이 통한다.]
관장법이라는 것이 있다. 어린아이가 오랫동안 대변을 보지 못했을 경우 약액을 항문으로
주입해 주면 그 자극에 의하여 변이 나오게 되는 방법이다. 소아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관장을 하며 또 관장의 목족도 변이 나오게 하기 위한 배변관장뿐만 아니라 입으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영양관장 및 직접 치료에 필요한 약을 주입해
주기 위한 치료관장 등의 세 가지 목적으로 나눌 수 있다.
관장법을 서양에서 개발된 치료법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우리 조상들도 벌써부터
관장법을 응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관장 기술의 개발역사를 따지는 것 한 가지만
깊이캐어 들어가도 약학사의 연구 제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변을 통하게 하는 방법:대변 불통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노인이나 쇠약한 환자가
설사약을 사용할 수 없을 때 꿀을 고아서 엿처럼 만든 것에 조각(주염나무 열매)가루를 조금
섞어 빛어서 정자(항문으로 삽입할 수 있게 만든 덩어리이며 요새는 좌약이라고 한다.]를
만들어 항문 속에 집어 넣으면 즉시로 대변이 나오게 된다.] [내경편 권4 대변]
조각이라는 약에는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그 자극에 의하여 변이 나오는 것으로
추측된다.
[오랫동안 대변 불통으로 백약이 무효일 때 참기름을 입에 물고 가느다란 대롱을 항문에
꽂고 기름을 불어넣어 주면 환자는 참기름이 마치 지렁이가 기어들어가는 것처럼 늒며 점점
창자 깊숙이 들어가 잠시 후에 검은 대변이 나오고 편안하게 된다.] [내경편 권4 대변]
[동의보감]의 저자인 허준은 이 방법을 좀더 개량하여 참기름에 간장을 섞든가 또는
도라지를 찬기름에 담갔다가 기름에 감자을 섞으면 더 좋다는 속방을 소개하고 있다.

[음낭습상: 음낭이 습하고 찬 것에 신경을 쓸 필요 없다.]
누구나 다 그런 것인데도 자기만이 그런 줄로 오해를 하고 열등의식이나 병감에 사로잡혀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컨데 남성인 경우 자기 것이 유난히 단소하다고 생각하거나
음낭이 습하고 차가운 것은 정력이 약하기 때문이며 큰 병이 생겼다고 걱정하는 예가 그런
것에 해당된다. 사람이 꼭 키가 커야만 건강하고 기운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고추가 더
매운 것이 보통이다.
길가에서 엉터리 정력제를 선전하는 사람들이 습하고 냉한 것을 그냥 뇌두면 큰일난다고
부채질까지 한다. 그러나 습하고 냉하다는 것은 스태미너에 있어서 현역이라는 것을 뜻한다.
정자는 온도가 높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정자의 제조기관인 고환은 언제나 냉각상태에
있어야 한다. 음낭의 피부가 주름살이 많아 표면적이 크고 언제나 습한 것은 수분이
증발되어 냉각 효과를 나타내는 라디에이터가 되기 위하여서이다.
그러니까 거기가 보송보송 건조하고 딴 피부와 마찬가지로 따뜻한 사람은 생식 능력을
상실한 노인에게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낭이 습하고 찬 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전혀 없으며 습하고 차갑다고 덥게 하는 보약을 먹어야 한다는 논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그런 점은 역시 옛책의 인식 착오라고 할 수 있겠다.
[칠상증: 오로, 육극, 칠상이라고 하여 허약한 상태를 정도에 따라 표현하였는데 칠상은
생식기와 비뇨기의 기능 장애를 수반하는 허로를 말하고 있다. 칠상의 일곱 가지 증상은
첫째 음부에 땀이 나서 습하며 둘째 정력이 약하며 셋째 정액이 농후하지 못하고 넷째
정액의 양이 적으며 다섯째 음낭이 습하고 가려우며 여섯째 소변이 잦고 시원하게 나오지
않으며 일곱째 밤에 꿈이 많다.] [잡병편 권4 허로]
요새로 말하면 성신경쇠약증인데 옛사람들은 너무 정력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졸증풍구급: 낮은 베개레 누이고 절대 안정을 시켜야 한다.]
뇌의 혈관 순환장애가 일어나 갑자기 의식을 잃으며 신체의 마비를 일으키는 병을
일반적으로 뇌졸중 또는 중풍이라고 한다. 이와같이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는 뇌출혈만이
아니고 뇌혈전 또는 뇌색전으로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기도 한다.
건강하게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면 의식을 잃게 되어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을
무척 당황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허둥지둥 서둘러서 환자에게 불리한 응급처리를 하여
결국 불행하게 만드는 수가 있느니 조심해야 한다.
흔히 불러 깨운다고 머리를 흔들고 빰을 치면서 큰소리로 부르는가하면 삼키지도 못하는
약을 물에 갈아 입에 흘려넣어 엉뚱하게 기도에 들어가게 하는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절대 안정이 필요하며 설근침하라고 하여 혀뿌리가 목구멍으로 가라앉아
막음으로써 호흡 곤란이 생기고 입 속에 점액, 토물등이 가득차 호흡이 막히거나 폐로
들어가 질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낮은 베개를 머리 밑에 넣고 토한 것이 기도로
들어가지 않도록 머리를 옆으로 눕히는 것이 필요하다.
[뇌졸중의 구급법: 처음으로 중풍이 되어 쓰러졌을 때 얼마 안 가서 곧 깨어나는 것은
치료하기 쉽고,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에는 환자 코밑의 인중을 손가락으로 꼬집어
깨어나도록 한다. 만약 가래가 성해서 막혔을 때에는 토하게 하여야 하며 입을 다물고 열지
않을 때도 토하게 하는 것이 좋다.] [잡병편 권2 풍]
[중풍은 대개 늙은이가 노여움을 참지 못했을 때 폭발되는 노여움의 화가 치밀어 오르기
때문에 혼도해서 인사불성이 되는 것이다.] [잡병편 권2 풍]
혈압이 평상시에 높거나 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마음을 편하게 먹고 짜증내지
않는 수양이 필요하다.

[물상위기: 위가 튼튼해야 약도 듣는다.]
병을 고치는 약이라는 것이 대체로 독성이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그 독성을 이용하여 병을
공격함으로써 치료하게 되는 것이다. 약을 무기로 비유하는 경우도 있느데 적군을 물리치는
작용이 있는 반면 잘못 휘두르면 때로는 엉뚱한 사람을 다치게 하는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
[위를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모든 잡병을 다스릴 때 우선 기운을 차리게 한 다음에 병을
고치도록 하며 위의 소화기능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혈에 병이
생기면 먼저 기운을 북돋아주어야 하는데 기운을 조절하여 주지 않고는 혈액 순환도 잘되지
못하는 이치이다. 그러므로 병을 치료하는 데는 기가 근본이 되며 이를테면 남편이 해당되니
남편에 해당되니 남편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데 어떻게 아내가 따라서 노래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보약이 몸에 좋다고 하더라도 복용하여 소화시킬 수 있어야지 보약을 마시고 위가
나빠지면 보약의 구실을 못하게 된다.] [잡병편 권1 용약]
[대저 병을 공격하는 약은 병이 있을 때는 병이 그 약을 받지만 병이 가벼운데 약력이
중하면 위의 소화기능이 상하게 된다. 위의 소화 기능은 청순하고 부드러워 자극성 없는
것을 좋아하는데 음식물인 곡식, 육류, 채소, 과일 등은 위에 좋지만 약은 모두 성질이
편벽된 약리작용을 지니고 있으며 그 좋다는 인삼이나 황기 같은 보약도 역시 편성인데
하물며 공격지약은 더할 나위도 없다.] [잡병편 권1 용약]
병이 아주 급할 때는 앞뒤를 가릴 겨를이 없이 독한 약을 때려야 하겠지만 병이 일단
수그러지면 독한 약은 끊도록 하는 것이 약 사용의 정석인 것이다.

[옥녀영: 땀띠는 쑥 달인 물로 씻으면 좋다.]
땀띠를 한진이라고 하며 땀띠가 덧나서 종기가 된 것을 한진성습진이라고 한다.
옛사람들도 땀띠를 비자라고 하고 종기가 된 것을 비창이라고 하였다.
땀을 흘린다는 것은 인체가 체온을 자동 조절하기 위해서 절대로 필요한 것이며, 더위가
심한 여름에는 하루에 맥주병 4개 정도의 땀이 나오며 운동을 하면 이의 갑절 정도가
나온다니 놀라운 일이다. 우리의 피부에는 땀구멍이 약 2백만 개 정도 분포되어 있는데
이마와 손바닥에 작은 구멍이 밀집되어 있고 큰 구멍은 겨드랑 밑, 배꼽, 사타구니, 젖꼭지
둘레에 많다. 또 사람에 따라서는 손이나 발가락 사이에 있는 땀구멍이 작아 미처 땀이 잘
배출되지 못하면 땀이 고여서 조그만 물집이 생기는데 이런 한포를 무턱대고 무좀이라고
생각하여 치료하면 도리어 더 심하게 되는 수가 있다.
[여름철에 땀이 피부를 적신 채 내버려두면 좁살 알처럼 빨간 것이 생기는데 이것이
땀띠이며 땀띠가 터져서 종기가 된 것을 비창이라고 한다. 옥녀영이라는 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외형편 권3 피]
[옥녀영이라는 약은 땀띠가 가렵고 아픈 데 사용하며 활석 가루와 녹두 가루를 같은
분량씩 섞어 솜뭉치에 묻혀 두드려 발라준다. 황백과 대추나무 잎을 가루로 만든 것을 각각
20g씩과 편뇌(용뇌향이라고도하며 냄새 좋은 향료)를 소량 섞으면 더욱 좋다. 좁쌀 가루도
사용된다.] [외형편 권3 피]
좌비창청고전탕세지(땀띠에 쑥, 개사철쑥 또는 제비쑥을 달인 물로 씻으면 좋다)
대추잎을 찧어서 즙을 발라도 좋다고 되어 있다. 결국 옥녀영은 오늘날 아연화전분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해체: 설사 멎게 하고 몸 덥히는 선약]
더위에 지쳐서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도 되지 않아 뱃속이 거북할 때 산뜻하게 구미를
돋구어 주는 반찬거리가 있다.
일본식 음식점에서는 흔히 볼 수 있으나 우리 가정의 식탁에는 아직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다. 생선 초밥을 먹을 때 곁들여 나오는 새앙(생강) 썰어 적인 것과 아울러 파밑동같이
생긴 것을 식초에 절여서 새콤하고 씹는 맛이 아작아작한 것이 나온다. 그게 염교(해체)라는
것인데 우리말보다도 일본 이름인 갓꾜라고 불러야 알아듣는 사람도 있다. 마늘, 파, 달래와
마찬가지로 달래과에 속하는 식물의 인경인데 성분도 마늘이나 파와 비슷하며 냄새와
약리작용이 같다. 소화기능과 비타민의 흡수를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다.
[염교는 몸을 덥게 하여 주며 맛은 매우며 무독하다. 뱃속을 편하게하여 부며 오래
계속되는 설사, 뱃속이 냉해서 생기는 설사를 멈추어 주며 오한과 신열을 제거하고 부증을
없애준다. 몸을 튼튼하게하여 살찌게 한다. 염교는 따뜻하게 보해 주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선도의 약방문이나 자연식 전문가들은 모두 염교를 빼놓지 못한다.] [탕액편 권2 체부]
원래 중구의 절강성이나 히말라야에서 자생하는 식물이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옛부터
재배식물로 정착되어 왔다.
우리도 좀더 많이 보급하여 식탁에 오르게 되었으면 한다. 설탕을 섞은 식초에 담가
두었다가 먹어도 좋고 파나 마늘처럼 국에 넣어 끓여 먹어도 좋다. 미국에서도 염교를
식초에 절인 것이 인기가 있는데 마늘처럼 냄새가 대단치 않아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으며
텁텁한 육식에 염교의 깨끗한 맛이 어울리기 때문이리라.


[청근: 체한 데 날무를 씹어 삼키면 좋다]
외국을 다녀 보면 일본을 제외하고는 무를 이용한 음식물을 거의 볼 수 없다. 우리나라
음식의 특색 중의 하나가 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무가 없다면 김장, 김치, 깍두기는 생각도
할 수 없다. 이와같이 무를 상식하는 우리 민족인 만큼 오랜 동안의 무 때문에 생긴 체질의
특색 같은 것이 있을 법도 하지만 그렇게까지 연구된 것은 없다. 원래 무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고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통하여 전래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나 워낙 옛날 일이라
정확히 고증할 수가 없다.
고려 때의 이규보라는 학자가 쓴 책 가운데 <가포육영>이라는 시에서 여섯가지 채소를
읊은 가운데 순무가 나온다. 담근 장아찌는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김치
겨울내내 반찬되네. 뿌리는 땅 속에서 자꾸만 커서 서리 맞은 것 칼로 잘라 먹으니 배같은
맛이지. (이성우 교수 저서에서 인용)
무는 채소로서 뿐만 아니라 부기 소곡 이오감 경신 익기 모부족 이안색 지수
이소편... 좋다는 약효가 모두 망라되어 있다. 흔히 가정에서 무는 인삼 대신이 된다고 하는
말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무를 단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열 군데나 열거하고 있다.
[무를 한자로 라복, 래복, 로복, 청근 등으로 쓴다. 무는 음식을 소화시키며 면류를 먹고
중독된 것을 풀어준다. 또 보리와 밀로 만든 음식을 먹고 체한 데 날부를 씹어 삼키면 좋다.
옛날에 서역의 중이 와서 사람들이 국수를 먹는 것을 보고 어쩌려고 그런 열이 있는 음식을
먹느냐고 하다가 무도 먹는 것을 보고는 옳거니 무를 믿고 그러는구나 하면서 그후부터는
면류를 먹을 때는 반드시 무를 먹도록 하였다.] <잡병편 권4 내상>
일본식 모밀국수에 무 강즙이 곁들여 나오는 유래가 바로 이것이다.

[안마도인: 안마와 마사지는 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킨다]
안마 또는 마사지는 약이나 의료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환자의 몸을 주무르거나
두드리거나 하여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아주 옛날부터 중요한 치료법의 하나인 것은 가장
오래된 한방의학 서적 <소문>의 [혈기형지편]에 형수경공 경락부통 병생어불인
치지이안마묘약 이라는 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뜻은 육체가 자주 놀라거나 무서워하면
경락이 통하지 못하게 되어 신경마비증상이 생긴다. 이런 때에는 안마와 약용주로써 한다가
된다.
또 하나는 물리적인 건강법으로 기공법이라는 것이 있으며, 정신의 안정과 호흡을
조정하여 무병장수를 이룩하려는 방법이다. 기공법에 세가지가 있어 첫째 내양공:병이
생겼을 때 치료하는 기공법 둘째 강장공:병의 치료에도 사용되지만 주로 체질을 강화하는 데
사용하는 기공버버 셋째 보건공:도인술이라고도 하며 정좌하고 앉아서 근육과 관절을
운동시킴으로써 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양생법이다. 요새 유행하는 요가도
도인법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의보감>에 소개되어 있는 안마와 도인법을 지금 그대로 실천하자는 것이 아니라
옔사람들이 어떤 운동과 안마를 하였는가를 알아보는 것도 참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안마와 도인법:밤에 누워 깨어 있을 때 언제나 이빨을 아홉 번 마주치고 침을 아홉 번
삼키다. 손으로 코의 양옆을 아래 위로 수십 번 문지르고 오른손을 머리 위로 돌려 왼쪽
귀를 잡아당기기를 열 네번, 왼손을 머리 위로 돌려, 오른쪽 귀를 잡아당기기를 열
세번씩하면 귀가 밝아지고 오래 산다.] <내경편 권1 신형>
[손바닥을 비벼서 뜨겁게 된 것으로 두눈을 스무 번 문지르면 눈에 백내장이나 녹내장이
생기지 않고 눈이 밝아지며, 이마 복판을 자주 문지르고(이마 가운데를 천정이라고 하며
이렇게 문지르는 것을 수천정이라 함)이마 위의 머리카락 돋아난 가장자리를 열네 번씩
문지르면 얼굴에 광택이 생긴다.] <내경편 권1 신형>

[의귀삼세: 사명감 없이는 명의가 될 수 없다]
세상에 직업의 종류가 수만 가지 있지만 가장 고귀하고 힘든 직업이 사람의 병을 다스리는
직책이 아닐가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하필이면 비참하고 괴로워하는 환자를 상대로 할
필요가 무엇이겠느냐,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는 성스러운 사명감 때문에 평생을
환자와 더불어 아픔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려면 명리에 움직이지 않는 항심이 있어야 된다.
그러나 말이 쉽지 항심을 지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힘들며 오늘날처럼 황금만능의
세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맹자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먹고 지내는 데 걱정 없을 정도의 재산이 있어야 항심이 생긴는 법이지만 항심 없이도
항심을 지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선비만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사람의 병을 다스리는 사람은 모름지기 선비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사람의 병을 다스리는 직업은 3대째 계승되어 내려오는 전통이 귀하다. <논어>에
말하기를 사명감이 없는 사람이 사람의 운명을 점치거나 병을 고치는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 두가지 법에 통달하려면 권세나 꾸밈에 의해서 쉽사리 누구나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병을 다스리는 사람은 오랜 전통 있는 사람이라야 안심하고 약을 받아 복용할 수
있다. 아홉 번 팔이 부러지는 뼈아픈 연구와 경험 없이는 양의가 될 수 없는 것은 그만큼
학술을 깊이 샇아야 하기 때문이다.] <잡병편 권1 변증>
그래서 중세기부터 유럽에서는 신학과 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드높은 학식과 인격을 지닌
사람이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왔느데 근세의 우리나라에서는 승과 의를 천대하여 허준 같은
불세출의 명의도 어의까지 지냈는데도 중인 출신이라고 하여 올바른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건망: 혈압을 갑자기 너무 내려도 기억상실증이 된다]
건망증이란 기억력이 나빠져서 사물을 잘 잊어버리는 증상을 말한다. 왜 건강이라는
건 자를 사용하느냐 하면 이때의 건은 건강하다는 뜻이 아니고 잘, 대단히 라는 정도를
나타내는 뜻이다.
당나라 때의 시인 백거이는 노래다건방 유불망상사(나이를 먹으니 건망증이 심해졌지만
그리운 사람만은 잊혀지지 않는구나)라고 읊었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도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약해지게 마련이지만 너무 정도가
심해져서 가족의 이름도 생각이 안 날 정독 되면 곤란하다. 중풍이나 뇌동맥경화증 등으로
뇌의 혈액순환이 나빠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되어 있다.
이와 같은 뇌의 혈액순환 장애를 뇌의 축혈이니 어혈이라고 하여 그것을 풀어주는 것이
건망증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옛사람들은 생각하는데 요즘 최신 의학에서도 뇌혈관 확장제니
뇌대사부활제 계통의 약들을 개발하는 것을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발상법은 마찬가지이다.
고혈압인 사람이 혈압강하제로 혈압이 갑자기 너무 내려주어도 기억 상실증이 생긴다.
[건망증이란 일을 시작하되 끝을 맺지 못하고 말을 할 때에도 밑도 끝도 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데 병 때문에 그런 것이지 사람이 바보가되어 앞뒤를 가리지 못해 그런 것은 아니다.]
<내경편 권1 신>
[기가 위로 올라가는 것은 부족하고 아래에만 남아돌면 위장은 충실하지만 심과 폐가
허학게 되며 허하면 기혈이 밑에만 오래 머물러 제때에 위로 순환되지 못하기 때문에 잘
잊어버리는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내경편 권1 신>
건망증을 고치는 생약으로 석창포, 원지, 복신, 상륙화 등이 단방에 나와 있으나 아직
약효가 과학적으로 연구되지 못함이 아쉽다.

[복룡간: 불에 구워진 흙이 난산에 명약]
한약 이름에는 묘한 것이 많다. 옛날 어떤 선비가 약방문을 뒤적거리다가 파고지 라고
씌어 있는 것을 보고 글자 그대로 오래되어 낡은 종이일 것이라고 문풍지를 뜯어 약에
넣었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아닌게 아니라 용담이라는 약도 있고 용안이라는 약도 있는 것을 보면 진짜로 용이라는
동물이 있어서 그 쓸개를 용담이라 하고 눈알을 용안이라고 하는 것일까 생각할는지 모르나
사실은 모두 식물성인 한약들의 명칭이 그렇게 되어 있을 따름이다.
보룡간이라는 약도 어디 숨어 있던 용을 잡아 간을 끄집어 낸것이 아니라 온돌 아궁이의
밑바닥 흙을 말한다.
파고지는 보골지 라고도 하며 콩과에 속하는 식물의 종자이며 강장제로 사용되는 약이다.
한약중에는 성분이나 이치로 보아서 전연 약이 될 성싶지 않은 것이 실제로 써보면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는 약들이 있는데 복룡간도 그런 것 중의 하나이다.
[복룡간은 아궁이의 솥 밑의 부월 또는 부제라고도 하며 솥의 바로 밑바닥의 배꼽
부분...아래에 있는 황토를 말하며 십 년이상 오래된 솥 밑바닥을 한 자쯤 파내려 가면 진짜
흑자주색인 것이 나오는데 그것을 약으로 쓴다.] <탕액편 권1 토부>
[해산할 때 태아가 옆으로 또는 거꾸로 난산이 되거나 태아가 뱃속에서 죽어 나오지 않아
모체가 위험할 때 복룡간을 4-8g 정도 고운 가루로 만들어 술에 타서 마신다.] <잡병편
권10 부인>
이밖에도 코피, 토혈, 하혈 등에도 지혈작용이 있으며 종기에도 봏다고 되어 있으나 지금
가장 뚜렷한 효과라고 되어 있는 것은 임신반위, 임신구토증에 물로 달여 마시면 신기하게
효과가 있다는데 물에 구어진 흙이 어떻게 그런 효과가 있을지가 문제이다.

[산후허로: 해산 후 부부관계는 100일 지나야]
여성에게 있어서 임심과 해산처럼 중요한 일이 없다. 특히 산후에 생식기를 비롯한 모테
전체가 정상상태로 회복되기까지의 기간을 산욕기라고 하는데 이 기간 동안에 섭생을
올바르게 하느냐가 여성의 건강과 지대한 관계가 있다. 보통 6-8주가 걸리는데 우리의 전래
습관으로는 그 동안 산모가 친정에 가서 지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 동안에 자궁을
비롯하여 산도 등이 정상상태로 되돌아오게 된다. 성주기도 해산 후 약 3개월 경부터
시작되는 사람도 있고 훨씬 더 늦어지는 사람도 있으며, 산후의 성생활은 약 1개월 후에
진찰을 받아 회복상태를 검사받은 후에 시작하는 시기를 결정하여야 한다.
하여튼 산후에 무리를 하면 회복이 늦을 뿐만 아니라 폐, 심장, 신장 등이 약한 사람은
산후 쇠약시기에 나빠지는 수가 있으니 주의를 하여야 한다.
[산후허로: 산후에 충분한 회복기가 자나기 전에 희로애락을 과도히하고 힘든 노역을 많이
하며, 바느질을 하거나 차고 냉한 음식, 찰지고 굳어 소화되기 힘든 음식 등을 과식하고
찬바람을 쐬거나 하면 당장에는 몰라도 좀 지나면 욕로(산후쇠약증)가 생긴다. 해산 후
백일이 지난 후라야 비로소 부부관계를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그러지 않으면 몸이
허약해지고 백 가지 명이 속출하게 되니 조심할지어다.] <잡병편 권10 부인>
[산후에 쇠약이 심한 증을 욕로하고 하는데 그 증세는 허약하고 여위며 시름시름 일어났다
누웠다 하며, 먹은 음식이 내리지 않고 때때로 기침도 하며 머리돠 눈이 어지럽고 아프며
갈증이 생기고 식은땀이나며 오한과 발열이 학질 비슷하게 난다.] <잡병편 권10 부인>

[단산: 아이를 낳아 기르기 힘들 때 제주산 유채씨를 달여 마신다]
지금 세계적인 문제가 인구조절 문제이다. 폭발하는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서 가족계획을
하고 있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완벽한 피임법이 있어야 할 텐데 아직 모든 방법이
일장일단이 있어서 보다 더 이상적인 방법을 개발하기 위하여 연구자들이 노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울대학교 생약연구소에서도 세계보건기구(WHO) 사업으로 약초 중에서 생식을 조절할
수 있는 성분을 찾아내는 연구를 수년째 계속해 오고 있다.
옛부터 피임 또는 임신중절을 시킬 수 있다는 약처방 또는 민간약이 적지 않게 전홰져
내려오고 있다.
과연 그런 방법들이 전해져 내려오는 것처럼 사실상 효과가 있느냐가 문제인데 연구 결과
비슷한 것도 있는가 하면 기대했던 효과가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도 이런 연구가 많이 실시되고 있으며 목화씨에서 고시폴이라는 성분을 추출하여
남성에게 복용시키면 정자의 생성이 저해되어 이를테면 씨 없는 수박식으로 불임남성이
된다는 연구를 발표하였느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인이 아이를 낳아 기르기 힘들 때, 또는 연년생으로 해산을 매년하여 관한할 때에
사이가 뜨게 하기 위하여서는 사물탕이라는 처방에 운대자(평지라고도 하며 제주도 명물인
유채의 씨를 말한다)를 한 자밤 집어넣어 물을 두고 달여서 월경 직후 복횽한다.] <잡병편
권10 부인>
운대자 12g, 생지황 9g, 백작약 6g, 당귀 9g, 천궁 3g을 달여서 생리 완료 후 매일 1제씩
3일간 먹으면 한 달동안 피임이 되고 3개월간 계속하면 일 년 동안 장기피임이 된다는 경험
예가 외국 문헌에 나와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보지 못하였다.
이밖에도 임신된 것을 중절하는 약이라든가 평생 임신하지 않게 된다는 약들이 소개되고
있으나 하루속히 과학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장조증: 히스테리는 단순한 꾀병이 아니다]
변덕이 많고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울고불고하는 여자일지라도 히스테리라고 하면 싫어할
것이다.
히스테리는 주로 여성의 병으로 생각되지만 남성에게도 있다. 심리적인 갈등이 있어 잘
처리가 되지 못할 때 병으로 도피하여 주위사람들의 관심을 자기에게 집중시켜 자기 입장을
유리하게 하려고 한다. 두통, 손발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는 증상, 설사, 변비, 귀가
들리지 않고 눈이 보이지 않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꼭 꾀병만은 아니며 아프다고
마비되는 것 등이 사실이다.
이런 때에 주위 사람들의 반응 여하에 따라서 증상이 낫기도 하고 악화되기도 한다. 특히
젊은 여성으로서 청상과부, 올드 미스처럼 일어나도 누워도 도무지 시원치 않고 우울하고
무료한 사람에게 장조증이 잘 생긴다고 하였으며 이게 바로 오늘날의 히스테리다.
[장조증: 부인 장조는 공연히 슬퍼져서 울려고 하며 마치 신이 내린것 같으며 자주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한다. 이런 증에는 감맥대조탕이 특효약이다. 혼자 울고 웃고 하는
증상에는 빨간 대추를 구어서 미음에 타서 복용한다.] <잡병편 권10 부인>
감맥대조탕은 이미 앞에서 소개한 바 있는데 감호 5g, 대추 6g, 밀 20g으로 되어 있는
처방으로 약 재료 한 가지 한 가지로 보면 그런 약효가 도무지 날 성싶지않으데 그런 좋은
효과각 있다고 하여 신기한 연구 재료가 된다고 되어 있다.
세상이 온통 비관적이고 슬퍼지며 밥잠을 잘 자지 못하는 여성세게 좋으며 어린 아이들
밤에 우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되어 있다.
약을 여러 가지 배합하면 개별적인 효과의 합계로서의 약효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뜻하지 않은 복합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처방의 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 반대도 생길 수있다.

[구기: 모든 병은 기가 소통도지 앟아 생긴다]
사람의 생각이란 예나 지금이나 철학이나 과학이나 결국은 같은 것이어서 알고 보면
비슷한 것을 이렇게도 표현하고 저렇게도 표현하는데 복잡성이 있는 것 같다. 옛날에
일기유테설 이라는 것이 있어 사람의 모든 병이 생기는 것은 기 가 소통되지 못하고 한
구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며 기가 막히지 않게 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하였다.
우리 속담에도 기가 꺾인다는 말이 있다. 의기가 줄어들면 혈액순환이나 소화기능이
소침하여 기능이 떨어지게 마련이며 기가 막히면 그야말로 기막힌 상태가 되어 만사가 손에
잡히지 않고 넋을 잃은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기가 막히는 것이 놀라운 일이나 나쁜 일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좋거나 즐거워도 생긴다. 아름다운 여자를 보았을 때
기가 막해게 예쁘다고 감탄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 든 병은 기가 소통이 되지 않아 생기는 것이며 통증도 기가 막히면 생기는 것이다.]
<내경편 권1 기>
가령 현대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암도 그 동안 암이 왜 생기느냐에 대해서 별의별 연구를
다 해오다가 요즘은 마음의 갈등을 풀지 못하면 생긴다는 학설이 과학자의 입에서도 나오고
있다.
[노여움이 생기면 기가 위로 치밀어 오르고(뇌졸증은 노발대발했을 때 터지기 수비다)
너무 기뻐하면 기가 긴장이 풀려 늘어진다. 너무 슬퍼도 안 되고 두려워하고 춥고 더워도
또는 놀라거나 너무 과로하거나 싶이 생각하여도 모두 기가 순환되는 데 해롭다.] <내경편
권1 기>
이런 아홉가지 기를 다스리려면 치밀어오른 것은 눌러주고 맺힌 것은 풀어주면 되는데
말은 쉬우나 방법이 문제다. 옛날 사상의 체 는 이해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구체화시키느냐하는 용 이 문제가 되며 그것이 바로 과학화이다.

[수요지이: 육체와 정신이 잘 조화되어야 천수를 누린다]
요새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도 꽤 길어져서 70세 가까이 되었다는 것은 경하할 만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노인 인구도 점차 늘어나 노인복지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생각할 일은 평균 수명이 증가되었다는 것이
사람의 수명 한계가 늘어났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타고난 천수가 120세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으나 예나 지금이나 타고난 수명을
고스란히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매한가지이다.
[수명이 사람에 따라 길고 짧음이 다른 이유:옛사람들은 나이를 먹어 백 세가 지나도
동작이 쇠퇴하지 않았는데 요새 사람들은 백 세의 절반인 50세가 되면 벌써 동작이 쇠퇴하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시대 변천에 따라 수명이 달라졌기 때문인가 또는 사람들이
섭생을 잘 하지 못해서 단명한 것일까. 옛사람들은 양생지도를 알고 있어 천지의 음양
이치에 따라 자연법칙에 조화된 생활을 하였으며 음식에 절도가 있고 일상생활이 규칙적이며
망령되어 몸과 마음을 과로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육체와 정신이 잘 조화되어 백 세의 수명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경편 권1 신형>
[지금 사람들은 그와 같은 도리에 합당한 생활을 하지 않고 있다. 마치 술을 과실
쥬스라도 마시듯이 과음하고 술이 취해서 마음내키는 대로 정력을 소모하여 생명의 근본인
진기를 잃어버린다. 언제나 원기를 지니고 욕망을 조절하며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생명의
근본인 줄을 모르고 생활을 무절제하게 하기 때문에 50세에 벌써 노쇠하게 되는 것이다.]
<내경편 권1 신형>

[모구음경: 개의 음경은 음위불기증을 다스린다]
우리나라의 민속과 풍습을 기록한 <동국세시기>라는 책을 보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삼복: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개장이라 한다. 닭이나 죽순을 넣으면 더욱
좋다. 또 개장국에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서 시절음식으로 먹는다. 그렇게하여 땀을
내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것을 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장에서도 많이 판다. 개잡는 일이
복날의 옛행사요, 지금도 개장이 삼복중의 가장 좋은 음식으로 되어 있다.] <홍석모
동국세시기>
개가 동물 중에서 가장 영특하고 사람과 친근한 애완동물인 관계로 개를 식용으로 한다는
데 대해서는 찬반론이 서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개고기를 식보의 하나로
삼아온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모든 쇠약증을 모해 주고 혈액을 도우며 위장을 튼튼히
하고 골수를 충만하게 하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기를 북돋워주고 기력을 더해
준다. 누런 수캐가 제일이고, 흰 개, 검은 개는 그 다음이다.] <탕액편 권1 수부>
[ 의 음경은 음위불기증을 다스리며 굳세고 뜨겁고 크게 만들어 무자한 사람이 아이를
낳게 되며 여자가 먹으면 대하증이 낫는다. 일명 구정이라고 하여 음력 6월 복날에 취하여
그늘에 백 일간 말려두었다가 볶아서 가루로 만들어 복용한다.] <탕액편 권1 수부>
물개, 사슴, 개의 그것 세 가지를 말려서 만든 것으로 삼편환이니 삼편주니 하는 것이
있으나 정신적인 암시 효과일 것이 라고 되어 있다.

[무술주: 개소주는 특히 노인 원기회복에 좋다]
개소주라는 것은 개고기에 여러 가지 약재를 섞어 수증기로 쪄서 만든 액즙을 보약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개고기를 원료로 하여 술을 만든 것에 부술주라는 것이 있으며,
무술주극능보양(무술주는 지극히 보양하는 효능이 크다)이라고 되어 있다.
[찹쌀 3두를 쪄서 익힌 것에 누런 수캐 한 마리를 잡아 껍질과 창자를 제거하고 한나절
삶은 것을 찧어서 죽탕이 되게 한 것을 섞고 여기에 희 누룩 3량중을 혼홥하여 띄워서 술이
되게 한다. 두 주일이 지나면 술이 익는데 한 잔씩 공복에 마시면 원기를 보양한는 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특히 노인에게 좋다.] <잡병편 권9 잡방>
옛사람들은 이와 같은 보약이 되는 술을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정성과 운치가 있었으며,
<동의 보감>에는 그런 약주로서 구기자주, 지황주, 천문동주, 신선고본주, 밀주, 포도주,
계병주 등이 제조법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날은 주세법 때문에 가용주일지라도 집에서
누룩을 취급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서양에서는 증류주는 허가 없이
못 만들게 되어 있으나 포도주 등은 가정에서 만들어도 괜찮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즘 우리 생활에서 약용주를 만들려면 약재를 소주에 담가 만드는 도리밖에 없지만
여기에 소개된 무술주 같은 것은 처음부터 양조하여 만들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우리나라가 국제화됨에 따라 우리 고유의 특색 있는 차라든가 술을 개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술 만드는 회사에서도 알콜을 물에 타서 만드는 술만이 아니라 여러
사지 생약을 원료로 하여 만드는 장생불로주도 개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식상증: 포식하면 원기를 손상시킨다]
가솔린을 적게 소비하면서 잘 달리는 자동차가 능률 좋은 차이며, 차를 운전할 때에
일부러 필요 이상의 가솔린을 태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쓸데없이 낭비가 될
뿐만 아니라 엔진 수명에도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으로 되어 있다.
사람이 매일 식사를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관계에 있어서 매일 필요로 하는 칼로리
이상이상의 음식물을 섭취하면 쓸데없이 체중만 증가시키고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물론
체격이 형성되는 젊은 나이 때는 필요이상의 칼로리가 체구를 형성하는 데 이용되지만 중년
이후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지니고 있는 관념이 식사를 많이 할수록 그것이 기운이나 정력이 되어
어딘가 저장되라라 생각하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성인병 예방 및 치료의 가장 좋은 비결이 소식 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이 문제가 된다.
[포식을 너무 많이 포식하면 원기를 손상시키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먹은 것이
내려가지 않고 위로 솟아올라 토함으로써 기운이 빠지게 되는가 하면 마신 것이 소화되지
않아 가래가 끓고 군침이 흘러 귀중한 타액 및 타액 호르몬이 소모되고 대변을 자주 보며
설사를 하여 영양분의 섭취가 저해되고 소변이 많고 탁하여 정력의 근원을 고갈시켜 정력이
약해지고 식은 땀을 허하게 줄줄 흘리는 등의 증상은 모두 과식하거나 기름진 진수성찬만
먹기 때문에 식상해서 생기는 것이다.] <잡병편 권4 내상>
오늘날은 못 먹어서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과식함으로써 모든 병이 생긴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옛사람들이 식무구포 거무구안(포식하지 않고 안일하지 않는다) 를 건강의
비결로 삼은 것은 지금도 그대로 진리인 것이다.

[치병치법: 치질은 식생활 개선으로 고칠 수 있다]
병원의 외과를 찾는 환자의 약60%가 치질환자라고 할 정도로 치질을 앓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치질은 직장 하부 항문 근처의 혈액 순환이 나빠서 울혈되어 정맥이
부풀어올라 생긴다. 원인은 산성식품, 예컨데 쌀밥, 육류 등의 과식, 전신의 울혈, 직장
점막의 만성적인 자극, 술이나 매운 음식, 운동 부족, 직업상 하루 종일 않아 있거나 서
있어야 할 때, 동물성 지방의 과잉 섭취, 전립선 비대, 부인인 경우에는 임신 때에 자궁이
팽창되어 항문 근처의 혈액 순환이 나빠져서 생긴다.
치질의 예방은 의와 같은 원인을 제거하는 동시에 식생활 개선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보리 또는 현미밥에 채소를 많이 곁들인 균형자힌 식생활로 오랫동안 고생하던 치질을
고친 예가 많다. 최근 보도를 보면 이와 같은 식생활 개선으로 전립선암까지도 고칠 수
있었다고 보고가 나오고 있다.
[치질을 치료하는 법: 치질에는 혈액 순환을 잘 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혈액이 산성이 되고 지방분이 많아지면 혈액 순환이 나빠져서 잘 운행되지 못하므로 대장
아랫부분이 부어서 통증이 생기게 된다.] <외형편 권4 후음>
왜 그렇게 되는가 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치질이 섹스와 술이 과해서 생기고(옛사람들은 섹스 때문에 꽤 낭패를 많이 본
모양이다) 계속 기름진 진미만 먹고 취해서 입방하는 것을 삼가지 않아 혈맥이 흐트러지며
이질이나 혈변이 생기다가 점차 하부로 모여서 항문 주위에 종기가 생기고 결국 치질로
변하는 것이다.] <외형편 권4 전음>

[백밀: 토종꿀만 진짜 꿀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천연 감미료로서 꿀처럼 좋은 것이 없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거의 완벽한 건강식으로서의
성분과 효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부터 꿀을 높이 평가하여 살기 좋은
복지를 형용할 때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이라고 하였다.
우리 일상생활의 식탁에도 꿀이 좀더 많이 보급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꿀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변경될 필요가 있다. 양봉은 꿀이 아니고 진짜 꿀은 바위 틈이나 고목
구멍에서 발견된 토종꿀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이런 완고한 생각 때문에
우리의 양봉업이 크게 발전되지 못하고 가짜 꿀이 횡행하는 전근대적인 풍경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꿀은 오장은 편안하게 하며 원기를 돕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여 준다. 몸 쑤시는 것을
멈추고 독소를 풀어주는 작용이 있어 모든 병을 고치며 어떤 약이든지 모두 배합될 수
있으며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이질을 낫게 하며 입 안의 종기에도 좋고 귀와 눈을 밝게
하여준다.] <탕액편 권2 충부>
토종꿀이 좋다고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산속의 돌 틈이나 나무 구멍에서 2-3년 묵은 꿀이 맛과 성분이 좋은데 집에서 양봉한
것은 일 년에 두 번 채취하며 너무 자주 떠내면 맛과 성분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오래
되고 흰 것은 좋다고 하는 것이다.] <탕액편 권2 충부>
요즘은 양봉기술이 과학적으로 되어 꿀의 성분과 농도에 대한 규격을 만들어 품질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염려가 없다.
포도당이 석출되어 꿀이 희게 고형화되는 것은 꿀의 원료가 되는 꽃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꿀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물이나 의약품의 품질은 관계기관에서 보증된 것을
사용한다는 습성이 상식화되었으면 한다.

[식료치병: 우선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고 그 다음 약을 쓴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결국 식사 때문인데 그 식사가 올바르지 못하면 한평생 사는
동안에 건강과 수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요즘 미국에서 골수암을 현미식을 주로하는 식이요법에 의하여 완치시켰다고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균형 잡히지 못한 식사 때문에 병이 생기는 것이라면 식사의 균형을 되찾아줌으로써 병을
치료하다는 발상은 가장 이치에 합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진의에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나 괴테가 사람은 그가 먹는 음식을 보고 알 수 있다. 라는 말을 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식사 패턴을 보면 그 사람의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식이요법으로 병을 고치는 법:당나라 때의 명의인 손사막이 ㅁ라하기를 사람의 병을
다스리는 사람은 먼저 병의 근원을 깨닫고 어디가 침범되었는가를 알고 음식물로 이를
치료하며 식이요법으로 병이 낫지 않을 때에 약을 사용하도록 한다. 비단 노인과 소아에게만
이런 방법이 좋은 것이 아니라 튼튼한 사람이나 오랜 병으로 약 먹기를 싫어하는 사람 또는
가난해서 재력이 없는 사람 등 이런 모든 경우에 음식 조절로 다스리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잡병편 권1 용약>
이와 같은 치병의 원리가 요즘 보급되어 가고 있으며 의사는 약을 처방하기에 앞서서
식단을 처방하여야 한다는 말가지 생겨나고 있다.
옛날과 달라서 사람이 전염병 때문에 고생할 필요가 없게 되니 이제는 사람이 스스로
잘못해서 자업자득으로 생기는 인조병 시대로 되어가고 있다. 인조병은 주로 중년 이후에
생기기 때문에 성인병이 라고도 하는데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는 첫쩨 식이요법 둘째
식이요법 셋째 식이요법 넷째 약물요법의 순서로 되어 있다.

[식약요법: 올바른 식사와 약의 성질을 알면 병을 물리칠 수 있다]
전문의 제도는 현대의학의 소산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나 이미 옛날부터 종의, 침의,
약의, 식의 등의 구병이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에 상약국과 아울러 상식국제도가
있어 식의라는 직분이 있었다. 올바른 식사에 의해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원칙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다만 근래 수 십 년 동안에 과학적인 화학 의약품의 발전이
너무나 눈부시었기 때문에 일시 약만능시대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약이
발달되면 그만큼 병도 앞질러가니 그것이 문제라는 것들 깨닫게 되어 가고 있다.
식사와 약으로 병을 치료하는 방법:신체를 편안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근본은 올바른
식사에 있고 병을 치료하여 생명을 구해내는 길은 오직 약에 있다. 어떤 식사가 좋은가를
몰르면 생명을 온전히 할 수 없고 약의 성질을 밝지 못하면 병을 물리칠 수가 없다.
[음식물은 신체에 해로운 것을 없애고 오장을 편안하게 하여 주며 약은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건강을 증진시켜 혈과 기를 북돋워주기 때문에 사람된 자로서 마땅히 식과 약의
두가지를 알아야 한다.그러므로 효도를 하려는 사람은 음식물과 약의 두 가지에 대해서 깊이
알아야 하는 법이다.] <잡병편 권4 내상>
음식이 생명이니 음식이 올바르지 못하면 병이 생기고 병이 생겼을지라도 음식을 바르게
고쳐 주면 병도 낫는다.
이와 같은 사상을 의식동원 이라고 하며 약을 처방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식품의 처방은 온 국민의 상식이 되어야 한다.

[불외한: 비과학적인 처방으로 의외의 효과를 얻는다]
새로운 약물의 발견하는 데 있어서 이론을 근거로 하여 이러이러한 물질이 약이 될
것이라고 하여 그런 물질을 찾아내거나 또는 합성하여 만들어내는 방법이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무턱대고 모든 물질을 하나하나 약리 실험을 하여 찾아내는 방법이다.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얼른 보기에는 합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특효약들은 대개 우연히 발견된 것이 많다.
옛날 처방을 보면 얼핏 황당무계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많으나 그렇다고 과학적으로
실험도 안한 채 무턱대고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쥐를 모아들이는 방법:게를 태우면 주가 모여든다. 게에 검정 개의 피를 뿌려서 삼 일
동안 태우면 틀림없이 쥐가 모여든다.] <잡병편 권9 잡방>
게 껍질에 쥐를 유인하는 물질이 들어 있는 것일까. 나방의 암컷이 있으면 수컷 나방이
수없이 모여드는데 연구한 결과 암나방이 성유인 물질을 발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암나방에서 추출해낸 성유인물질을 봄비콜 이라고 하여 지금은 그 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어 수나방들이 모여들게 하여 죽여 버리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만약 게가 쥐를 유인하는 물질을 지니고 있다면 쥐약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아니겠는가.
[과일나무에 까마귀나 새가 오는 것을 쫓는 방법:산 사람의 머리칼을 취하여 나무 위에
걸어 놓으면 까마귀나 새가 감히 와서 과일을 먹는 짓을 못한다.] <잡병편 권9 잡방>
나뭇가지에서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밭에 세운 허수아비와 같은 효과를 내어 새를 쫓는
것일까.
[천문동과 백복령을 같은 분량씩 섞어 가루로 만들어 하루에 두 번씩 복용하면 엄동에
홑옷을 입고도 땀을 흘린다.] <잡병편 권9 잡방>

[내상: 불생섭, 금심, 무절제가 원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이 소화제이다. 소화제는 소화불량에 사용하는 약이
아니야고 하면 그만이지만 소화불량증이 도대체 어떤 병이냐고 하면 대답이 막힌다. 원인이
분명한 위장장애, 예컨대 음식을 잘못 먹었거나 술을 과음한 후에 음식이 체해서 잘
내려가지 않아 트림이 나고 가슴이 답답한 것을 급성소화불량이라고 한다면, 이렇다 할
뚜렷한 위장병도 없이 식욕이 없고 먹은 것이 잘 내려가지 않아 전신에 기운이 없는
사람들이 흔히 자기는 위장이 약해서 소화불량증이 있다고 하는 경우는 만성소화불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화불량은 하나의 증상이지 병명이 아니기 때문에 그 치료법도 여러 가지이어야 할
텐데도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소화불량이라고 자가 진단을 내리고 손쉽게 소화제를 사서
복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내상증:자신의 불섭생에 의해서 새기는 증상이며 음식과도, 심신과로 등에 의하여
식욕부진과 소화불량 등이 생기는 상태, 위는 사람에게 필요한 순수한 영양분이 사람의
생면을 유지시키도록하는 곳인데 만약 마음을 너무 써서 신경이 약해지고, 육체를
과로시키고 하고 싶은 일에 요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고, 음식
조심을 못하고, 약이가 법도를 어기는 등의 짓을 하면 이런 것들이 모두 위를 상하게 한다.
위가 상하면 잘 조섭을 하여야 하는데 무서운 줄 모르고 계속 방자하게 금기를 범하면 이미
생겼던 증상이 아직 가시기 전에 새로 생긴 증상이 나날이 겹쳐서 약을 쓰기도 전에 위의
기능이 망가져서 고치기 힘들게 되어 결국은 죽음에 가까워지게 된다.] <잡병편 권4 내상>
스스로 소화불량증이라고 판단하여 수화제로 임시변통하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왜
소화불량증이 생겼는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불기음식: 식욕이 없으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소화기능과 식욕은 전신 건강상태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당뇨병처럼
식사조절을 해야 할 경우에 너무 병적으로 식욕이 좋아서 곤란한 예외도 있다. 그러므로
소화기능이 약해지고 식욕이 신통치 않은 것을 단순히 위장병으로 생가갛여 소화제로 다스릴
것이 아니라 보다 더 근본적인 원기회복의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
[식욕이 떨어져서 구미가 없는 것은 하초의 원기가 쇠약하기 때문이다. 식욕이 없ㅇ르 때
비위를 보해 주는 약을 써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정력이 약하고 원기가
쇠퇴하였기 때문이며 그래서 먹은 음식을 소화기키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비유컨대 솥에
쌀이나 곡식을 넣고 밑에서 불을 때지 않으면 하루 종일 놓아두어도 쌀이 익어 밥이 될 수
없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잡벙편 권4 내상>
소화기능이 약해지는 내상은 두 가지 원인으로 생기는데 하나는 음식을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음식상이고, 또 하나는 몸과 마음의 과로로 생기는 노권상이다.
[과로해서 생기는 노권상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육체적 과로로 생기는 것은 원기가
쇠약할 뿐인데 정신적으로 과로한 것은 원기뿐만 아니라 혈기도 쇠약해진다. 또 과색하면
정력이 쇠약한게 되는데 이것 역시 노권상과 같은 것이다. 노권상인 경우에는 손으로
명치끝을 눌러도 아프지 않으나 음식 때문에 위가 상했을 때는 명치를 누르면 쏘는 듯이
아프다] <잡병편 권4 내상>
음식조절을 못해서 생기는 식욕부진이라면 소도(소화제를 먹어 내려가게 하는 것)하면
되고, 노권상 때문에 생기 것이라면 보익(보하는 약을 써서 원기를 도와주는 것)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육무보성: 체질, 음양 가려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지남철에 북극과 남극의 양끝이 있음으로써 언제나 일정한 방향을 가리키고 전지에 양극과
음극이 있음으로써 전류가 흐르게 마련이다. 만약 전지가 기전 능력이 없어지면 양극도
음극도 없어지고 따라서 전류의 흐름도 없어진다.
살아 있는 생물체로 전지와 비슷하여 체내에서 전류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심전도니
뇌파니 하는 것은 그와 같은 전류를 측정함으로써 진찰에 응용하는 것이다. 비단 전기
현상뿐만 아니라 신경도 전연 성질이 반대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대립되어 있다 식염의
나트륨은 칼륨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의 성질이 대립되어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이 천지만물의
이치라고 파악하여 이론을 세운 것이 음양론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건강도 어느 한편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음양의 균형이 잡혀 있을 때이며, 만약
균형이 깨어지면 병이 생긴다는 이치인 것이다.
가령 음식만 하여도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은 서로 대립되며, 동물성 식품을 양이라고
하면 식물성 식품을 음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성 식품을 산성 식품이라고 하면 식물성
식품은 알카리성 식품인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육류를 몸을 보해 주는 영양식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육류는 원기를 보하는 식품이 아니라 양을 보해 주는 산성 식품일 따름이다. 오늘날 허약한
사람들은 양이 모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음이 모자라기 대문이다(음이 모자라서
산성체질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치를 모르고 음이 모자라는 것을 무턱대고 육식으로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은 마치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구하여고 하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짓이
아니겠는가.] <잡병편 권4 내상>

[제호탕: 갈증 풀어주고 소화 돕는 궁중의 청량음료]
날씨가 덥고 온 전신이 나름하고 갈증이 날 때 마시면 후련하게 가슴이 뚫리는 드링크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조상들의 계절에 따른 행사르 기록한 <동국세시기>를 보면 단오 때에 제호탕이라는
청량음료를 만들었다가 삼복더위 때에 복용한다는 풍습이 적혀 있다.
내의원조제호탕진공 , 조선조 때 대궐 안의 약을 관장하는 부서를 내의원이라고 하는데
거기서 제호탕을 만들어 바친다는 뜻이다. 상감께서는 이 제호탕을 받아 측근에 있는
관속들에게 나누어 주어 여름철을 잘 지내게 하였다.
[제호탕은 더워서 가슴이 다답하고 갈증이 나는 것을 멈추어 준다. 오매육, 초과, 축사,
백단향을 섞어 고운 가루로 만들어 꿀에 너허 약한 불로 끓이면서 잘 휘저은 것을
사기항아리에 넣어 저장하여 두었다가 사용할 때에 적당량을 떠내어 냉수에 타서 마시면
된다.] <잡병편 권3 서>
오매는 매실이 채 익지 않아 푸른 것의 과육을 불로 그을려 말린 것인데 빛이 검다고 하여
오매라고 하며 그냥 소금에 절여서 말린 것은 백매라고 한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오매나
백매를 마치 껌처럼 언제나 씹고 있는데 배탈이 나지 않고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여러 가지 유기산이 들어 있어 청량성 수렴제가 되며 한방에서는 더위를 물리치고 위장
기능을 튼튼하게 한다. 라고 되어 있다. 초과와 축사는 모두 생강과에 속하는 약초 열매이며
향기로우면서 위를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방향성 건위제라고 한다.
백단향이라는 나무도 식욕을 증지시키고 소화기능을 좋게하는 작용이 있다. 이와 같은
약재를 가루로 만들어 꿀에 재두었다가 냉수에 타 먹는 것으로 되어 있다. 수정과처럼 향기
좋고 맛이 나면서 위장에도 좋은 음료가 되니 실천해 볼 만하다.

[구취: 세신 뿌리 달인 물로 입 헹궈 구취를 없앤다]
냄새가 난다 라는 표현이 있다. 싫증이 났다는 뜻이다. 아무리 좋아하던 남녀
사이일지라도 상대방의 체취가 잇겠지만 그 중에서도 입에서 나는 냄새와 겨드랑 밑에 나는
아내가 가장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육식을 많이 하는 서양 사람들의 체취가 강렬하며
그래서 서양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이 겨드랑에 바를는 암내 방취제이며 몸에 부리는 로션
향수 또는 입에 넣고 씹는 껌 등이 많이 사용된다. 치약 선전도 입김을 향기롭게하여 주다고
해야 어필된다.
[구취는 충치라든가 잇몸에서 고름이 나는 치은염, 치조농루증, 치아가 불결하고 치석이
생겼을 때 등의 치과계통 원인으로 생기는 것이 가장 많다. 또 코 기관, 폐 등에 만성병이
있을 때, 위가 나쁠 때 구취가나고, 먹는 음식물에 따라서도(술, 담배, 육식, 치즈, 마늘,
파 등) 생기고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않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타액분비가 되지 않아 냄새가
나며 조바심으로 입이 타도 구취가 생긴다. 입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위에 염증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이 좋지 않아 속에 열이 있고 가슴속에 울혈이 되어 있으면 구취가 생긴다.
마음이 피로하면 푸짐한 육류를 먹어도 입에서 비린내가 나게 마련이다.] <외형편 권2
구설>
[세신(족두리풀의 뿌리를 약용으로 사용하며 건재약국에 있다)이 구취를 고친다. 진하게
달인 물을 뜨거울 때 입에 물고 식으면 뱉아내면 즉시로 구취가 없어진다.] <외형편 권2
구설>
회향, 향유(노야기라고도 함), 백매(매실을 소금에 절여 말린것)등을 달인 물로 양치질을
하거나 입에 넣고 씹고 있으면 구취가 없어진다고 한다.

[호취: 경분에 식초를 섞어 바르면 호취가 없어진다]
사람이란 정말로 복잡하고 미묘한 존재이다. 직접 건강이나 기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일지라도 있으야 할 곳에 그것이 없다든가 체취가 남보다 다르면 때로는 심각한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체취 중에서도 액취(보통 암내라고 한다)가 가장 문제가 되며 묘령의 여성에게 있어서는
때로는 결혼길이 막히는 조건도 된다. 이 같은 증상은 에포크린 한선의 분비 이상으로
생긴다.
보통 사람도 애포크린 한선이 겨드랑 밑, 젖꼭지 근처, 하복부, 음부등에 분포되어 있다.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은 절개수술법, 전기분해법등이 있으나 보통은 살균제 및 수렴제가
들어 있는 연고를 바르면 그때마다 효과가 있다. 목욕을 자주하고 항생물질이 들어 있는
연고를 바르면 며칠 동안은 효과가 있다.
[액취는 일명 액기라고도 하고 또는 노린내가 난다고 하여 여우 냄새라는 뜻으로
호취라고도 한다. 새벽 3-5시에 돼지고기 큰 살점을 두 개 마련하여 감수라는 약초를 가루로
만든 것을 버무려 양옆의 겨드랑 밑에 끼워놓고 날이 밝을 때까지 둔다. 또 감초를 달여서
마셔도 좋으며 암내가 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귓속이 축축하며 귀에지도 습한 것이
보통이다.] <외형편 권3 협>
감수라는 약초의 성분으로 보아 그런 작용이 있을는지 추측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치료법과 처방이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옛날에도 암내 때문에 고민한 사람이 적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현대 약학에서도 좀더 잘 듣는 특효약을 개발하려고 경쟁을 한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여러가지 처방 중 경분(요새 약품명으로는 감홍이며 화학적으로는
염화재일수은이다)에 식초를 섞어 반죽한 것을 발라준다는 것이 있는데 감홍의 살균작용으로
보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사: 음주와 관계 없고 건강에도 지장 없다]
익살 가운데에도 애수를 담은 얼굴 표정으로 어릿광대 노릇을 하는 피에로라는 것이있다.
얼굴에 흰 분 또는 붉은 물감을 칠하여 분장을하며 특히 코끝을 빨갛게 한 것이 볼수록
우습고 자기 자신도 그것 때문에 고민하게 되는 것이 비사증이다. 속칭 주독코라고 하는데
코끝, 코옆, 뺨 등의 피부가 빨개지고 기름기가 돌아 번질번질하게 된다. 보통 사람도
겨울에 추운 밖에서 실내로 들어 올 때 코끝이 빨개지는 수가 있다.
정도에 따라서 제1도, 제2도, 제3도 등으로 나눈다. 2도는 코끝의 모공이 넓어져서
귤껍질처럼 보이며, 제3도는 아예 코 자체가 주먹처럼 울퉁불퉁 커진다. 원인은 피부 혈관이
확대되기 때문인데 왜 유독 코끝의 혈관이 그렇게 되느냐가 문제이다.
평생 술이라고는 냄새도 맡지 않은 사람도 주독코가 생기는데 마치 술을 너무나 많이
마셔서 그렇게 된 것처럼 오해를 받는 억울한 경우가 있다. 여성도 그런 겨우가 있는데 마치
자궁을 비롯한 부인과 계통에 병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받기도 한다.
[주독코는 코끝이 빨개진 것을 말하며 심해지면 자흑색이 되며 술 많이 마시는 주객들에게
흔히 생긴다. 혈열(손바닥, 발바닥, 가슴등이 화끈화끈해지는 증상)이 폐 속에 들어가 오래
머물러 있으면 피가 엉기고 탁해져서 빛이 빨개진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빨개지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것을 폐풍창이라고 하며 역시 혈열이 폐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이든 청혈사물탕에 치자인환을 복용하고 유황상르 코끝에 발라준다.] <외형편 권2 비>

[치주사: 유황, 살구씨 가루를 술에 개어 바른다]
우리 속담에 더운 술을 불고 마시면 코끝이 붉어진다. 는 말이 있다. 과연 코끝이
빨개지는 것이 음주와 관계가 있는지 없는 지조차 분명치 않다. 변비, 위장 장해, 내분비
이상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으나 그렇다고 누구나 다 주독코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것도
원인이라고하기 힘들겠다.
변비가 되지 않도록 음식물을 주의하고 따뜻한 물로 얼굴을 잘 씻고 비타민 B2를 주사한다는
등의 치료법을 요즘 책에서 볼 수 있지만 도무지 시원치 않다. 모든 병이 다 그렇지만
원인이 분명치 않은 병은 치료법도 시원치 않은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답답하면 이것 저것
좋다는 치료를 해 보게 마련인데 그렇다고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동의 보감>에 나와
있는 주사(코끝이 빨간병) 치료약을 살펴보기로 한다.
[청혈사물탕이라는 처방인데 주독코에 효과가 있다. 천궁, 당위, 적작약, 생지황, 편금,
옹와, 적복령 진피 등이 주된 원료이며 거기에 감초와 생강을 넣고 달여서
오령지(한호충이라는 박쥐의 똥가루)를 섞어 식후에 복용한다.] <외형편 권2 비>
치험례가 없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처방 구성으로 보아 독성은 없을 것으로
보이니 약국에서 조제하여 시험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경험하여 효과를 보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청혈사물탕과 아울러 치자인환도 복용하고 유황산을 겉에 바른다.] <외형편 권2 비>
[산치자열매를 가루로 만들어 같은 분량의 밀을 섞어 녹여 2-3g 크기의 환약을 만즐어
두고 씹어 먹는데 반 달 동안 계속하면 효과가 난다.] <외형편 권2 비>
[유황가루, 행인(살구씨), 경분을 같이 고운 가루로 만들어 자기 전에 술에 개어 바르고
이른 아침에 씻어 버린다.] <외형편 권2 비>

[경분: 피부병에 좋지만 중독되면 위험하다]
옛부터 사용되어 내려오는 생약이 대부분은 초근목피로 되어 있지만 동물성, 광물성
약품도 없는 것은 아니다.
경분은 결정성 분말로 되어 있는 광물성 약품의 일종이다. 수은을 원료로 하여 합성한
약품이기 때문에 극약에 속하며 함부로 사용하다가는 수은중독이 되어 크게 다친다. 옛날과
오늘날의 도량형이 다르기 때문에 옛 처방에 나와 있는 분량을 잘못 알고 사용하다 큰일나는
것이다.
생약이라고 모두 성질이 완화하고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약도
조금만 잘못 쓰면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독성이 나타나서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경분은 약성이 냉하며 맛이 아리고 유독하다. 설사를 시키는 작용이 있으며 어린애들의
선천성 매독 등에 의한 악성 종기 또는 결핵성 임파선염인 나력에 발라준다. 매독성 종기
또는 옴의 충을 죽이며 콧등이 빨개지는 주독코를 고치며 풍으로 피부병이 새겨 가려운 데
좋다. 이와같이 피부병을 잘 고치지만 위를 상하게 하기 때문에 중독이 되면 잇몸이 들떠서
치아가 흔들리게 되고 결국은 이가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절대로 남용하여서는 안 되며
많이 사용하면 사람을 잡게 된다.] <탕액편 권3 금부>
현대 약학적으로 연구한 바에 의하면 경분은 오늘날의 감홍(염화제일수은)에 해당되며
상당히 많은 분량의 승홍(염화제이수은, 굉장한 독약)이 섞여 있다.
옛날 화학요법제니 항생제 등이 없을 때에는 매독, 결핵 등에 의해서 생긴 악성 종기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거의 유일무이한 약품이었다. 백영사라는 것도 경분과 비슷하나 승홍의
함량이 다를 뿐이다. 하여튼 조심해야 할 것이다.

[모려: 술조개는 철분, 비타민 푸우한 보혈강장제]
굴조개를 모려, 석화, 석굴 등으로 부른다. 회로 먹어 맛좋고 영양분 만점인 해산물이다.
매년 5월에서 8월 사이는 굴조개의 살이 빠겨서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양사람들은 먹지
않는 계절로 치고 있다. 신기하게도 이 넉달 동안은 영어로 표시한 달의 이름에 R 자가
들어 있지 않다.
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모든 달이 R 자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R자 없는 달의 굴은 먹지 않는다 라는 서양 속담이 생겼다.
굴에는 철분이 많아서(100g 중에 8mg) 빈혈증이 있는 사람에게 아주 좋으며, 비타민 B1,
B2, C도 풍부하고 글리코겐이 들어 있어 카로리원으로서도 그만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가장
좋은 정력제라고 할 수 있다.
[굴은 먹어서 맛있고 더욱이 뭄에 이로우며 피부를 예쁘게 하며 미용 효과가 있어 해물
중에서 가장 귀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탕액편 권2 충부>
요새 방송광고 윤리 규정에 의하면 가장 좋다. 제일이다 등의 최상급 형용사를 쓰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굴에 대해서는 최 자를 쓰고 있는 것을 보아도 얼마나 굴이 좋은가를
알 수 있다.
굴껍질을 가루로 만든 것을 모려라고 하며 탄산칼슘, 인산칼슌 등이 들어 있어 허약한
사람, 특히 성적 신경쇠약인 사람에게 좋다.
[굴껍질은 정장작용이 있어 설사, 소변이 너무 많은 것 드을 멈추며 식은땀, 몽정, 여성의
붉은 또는 흰 대하증 등에도 좋다. 소금물로 끓인 후 불에 구워서 가루로 만들어 사용한다.]
<탕액편 권2 충부>

[보정상: 토란 줄기를 비벼서 벌 쏘인 곳에 바르면 낫는다]
벌 쏘인 사람 같다. 라는 말이 있다. 말대꾸도 없이 오자마자 이내 가버리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 도시생활이 점차 자연과 떨어져가기만 하여 벌에 쏘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등산을 할 때 잘못 벌집을 건드려 봉변을 다하는
경우는 있을 것이다. 그 따가운 아픔이란 형언할 수 없다. 꽁무니의 산란관 끝에 독침이
있으며 독액은 개미산, 인 함량이 많은 약산성인 물질, 약알칼리성인 경련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벌에 쏘이면 독침이 피부에 박혀 있게 마련이므로 그것을 뽑아 버려야 한다. 말벌 같은 큰
벌에 쏘이면 더구나 혈관이 많은 피부에 쏘이면 독의 흡수가 빨라 위험한 상태가 되는 수가
있다. 그럴 때는 쏘인 장소에 암모니아수를 발라서는 안 되고 과망간산칼륨용액으로
찜질을 하여 독소를 산화시켜 파괴하는 등 마치 독사에 물렸을 때처럼 치료를 하여야 한다.
글루쿨론산칼슘 20% 주사액을 20cc 정맥주사하여 주기도 한다.
[벌에 쏘였을 떼 쑥잎을 입으로 씹은 것을 붙인다. 박하잎을 비벼서 붙이기도 하고 벌집을
가루로 만들어 돼지기름에 개어서 붙여도 좋다. 토란줄기를 비벼서 쏘인 곳을 마찰하면 즉시
낫는다. 식초에 웅황(황화비소를 성분으로 하는 석약, 옛사람들은 이 광석에 구멍을 뚫어
끈으로 매어 허리에 차고 다니면 뱀에게 물리지 않는다고 하였다)을 갈아서 바르거나
참기름도 바르고 머리때를 긁어내어 소금과 같이 비벼주거나 간장을 발라주고 또는 동아잎을
비벼서 붙인다.] <잡병편 권9 제상>

[점안약: 눈은 분비액으로 외부의 침입을 막게 되어 있다]
원래 생체에는 자연 방어작용이 되어 있어 외부로부터 병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게 되어
있다. 예컨대 피부는 표면이 산성인 막으로 덮여 있어 균을 막게 되어 있는데 무턱내고 씻는
것이 깨끗하다고 하여 비누질을 너무 하거나 알칼리성인 크림을 노상 바르고 잇으면 산성이
없어지고 알칼리성이 되어 피부가 약하게 된다. 그래서 요새 개발되는 화장크림이나 로션
등은 약한 산성으로 되어 있는 것이 많다.
눈이나 코는 언제나 분비액이 나오고 있어 외부에서 침입하는 균을 죽이게 되어 있으며,
여성의 생식기도 얼핏 보기에는 균의 침입에 대해서 무방비인 것처럼 보이나 사실을 사람과
공존하는 균이 번식하여 산성물질을 만들어 냄으로써 자정작용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치를 모르면 무턱대고 씻어내는 것이 깨끗하리라고 착각을 하게 된다. 눈 코를 물로
속가지 씻는 것이 위생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여성의 거기도 내부까지 비누로
세척함으로써 도리어 대하증을 초래하는 사람도 많다.
눈에 충혈이 있을 때 안약을 넣으면 핏기가 없어지고 눈이 맑아지는 것은 좋은데 그것도
정도 문제이지 너무 계속 사용하면 도리어 충혈과 색소 침착을 초래하여 눈을 맑고 예쁘게
한다는 것이 반대로 탁하게 되는 수가 있다.
<동의보감>에 안과에 관한 치료법이 많이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눈에 안약을 넣거나 씻는 법은 만약 눈이 갑자기 붓고 충혈이 되고 기가 소통되지 않을
때에는 3-5회씩 연거푸 안약을 넣지만 대단치 않은 경우에는 약을 먹어 근본적인 치료를
하면서 약물로 씻어낼 것이니 지나치게 양약(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약이란 요새말로 하면
혈관 수축제가 들어 있는 충혈방지약 되겠다)과 냉수로 씻는 것을 지나치게 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외형편 권1 안>

[신견어외: 마름이 흐트러져 고민과 갈등이 생기면 육체도 병든다]
사람의 생명현상을 관조하는 데 있어서 옛사람들은 지나치게 정신에 치중한 나머지
물질적인 법칙을 무시하였던 감이 있고 현대과학은 반대로 물지로만 육체를 보고 육체
뒤에서 정신이 원동력 작용을 하는 것을 소홀히 하였던 폐단이 있었다.
그러나 근자에 와서 심신상관의학이 발달됨에 따랄 정신작용이 사람의 건강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 알려져 가고 있다. 마음이 편안하면 건강하고 마음이 흐트러져
고민과 갈등이 생기면 육체도 따라서 병들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와 반대로 육체가 병들어
쇠약하면 정신과 신경도 약해지게 마련이다.
정신과 육체를 이원론적으로 대립시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마음이 곧 육체요 육체가 곧
마음이라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오장의 원기가 쇠약하면 허깨비가 보인다. 어떤 선비 한 사람이 책읽기를 즐겨하여 먹는
것조차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하루는 자주색옷을 입은 사람이 앞에 나타나서 말하기를
선생께서 너무 신경을 과로하지 마십시오. 제가 죽게 됩니다. 라고 하였다. 도대테 그대는
누구인가? 라고 물었더니 자기는 곡신(영양을 주관하는 신이라는 뜻)이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머리 쓰는 것을 그만 두고 평상시 처럼 식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주색을 지나치게 하여 병이 된 사람이 있는데 이쁘게 차린 여자 두사람이 항상 나타나서
허리춤 근처를 들락거리며 아양을 떨었다. 의사가 말하기를 그들은 신신(정력의 신)인데
정력이 끊어졌으니 신이 붙어 있을 수가 없어서 밖으로 뛰쳐나와 사람 눈에 보이는 것이다.

[비연: 수세미덩굴 밑동 태운 재 술에 타 복용]
축농증이라고 하면 콧병이라고 생각되지만 원래는 부비강뿐만 아니라 늑막강, 뇌강 등
체강에 고름이 괴는 증상을 말한다. 그러나 흔히는 부비강 점막으 염증 때문에 고름이
생겨서 콧속으로 흘러나오고 냄새가 나며 코가 막히고 두통, 후각 이상등이 생기며
기억력가지 감퇴되는 수가 있다. 콧물을 말끔히 풀어낼 줄 모르는 사람은 콧물이 부비강에
축적되고 거기에 화농균이 번식되면 콧물이 황색 또는 푸른색이 되며 냄새가 고약하게 된다.
언제나 코를 말끔하게 푸는 습관을 지녀야 하며 얼굴을 세수할 때처럼 수평상태로
수그리고 풀면 잘 나오며 좀 남은 것은 속으로 마셔서 뱉으면 된다.
코의 축농증을 옛사람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름이 뇌에서 흘러내리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비연이라 함은 탁한 콧물이 쉴 사이 없이 흘러내리는 것을 말한다. 탁한 콧물이 샘물처럼
멎지 않고 흘러내린다고 하여, 콧속에 늪이 생겼다고 하여 비연이라고 하는 것이다. 콧속에
냄새나는 누런 콧물이 언제나 흘러나오고 심한 경우에는 두통도 생긴다. 뇌 속에 충이
생겨서 침식하기 때문이다.] <외형편 권1 비>
부비강은 네 군데 있으며 상악동, 절골동, 전두동, 접형동이 있는데 가장 축농증이 잘
생기는 곳은 사악동이다.
어디에 축농이 생겼는가는 X-선, 탐농침을 찔러보는 등의 방법에 의하여 이비인후과
전무가가 결정짓는다.
균을 죽이기 위해서 항생물질용액으로 씻어내거나 또는 분무하여 주지만 정도가 심하면
수술하여야 한다.
[수세미덩굴의 밑동을 서너 자 되게 잘라내어 태운 재를 술에 타서 복용하면 즉시
낫는다.] <외형편 권1 비>

[비수양법: 코의 혈액 순환을 좋게 하면 폐가 윤택해진다]
어딘가 아픈 곳이 있으면 그곳을 쓸어주고 문지르고 하는 행동이 저절로 나타나게 된다.
또 내장 어딘가에 병이 있으면 몸의 표면 어디가에 그 내장에 해당되는 압통점이 있다는
것도 알려지고 있어 현대의학에서도 진단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런 관계로부터 지압법이니
안마, 마사지 등의 치료법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무슨 치료법이든지 무두 일리가 있게 마련이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지압이면 모든 병이 낫는다. 정력 약한 것도 지압이면 용맹스럽게 될 수 있다. 근시나
색맹도 지압 하나로 고칠수 있다고 지나치게 과신하는 나머지 약물요법을 비롯한 다른
치료법을 소홀히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콧병이 생기지 않고 축농증이 생기지 않게 하는 지압법이 <동의보감>에 나와 있기에
읽어보기로 한다.
[코를 마사지하여 건강하게 하는 법:항상 손의 가운데 손가락으로 콧대의 양옆을
20-30번씩 마찰하여 주어 코의 안팎이 모두 따뜻하게 하여 준다. 이게 바로 중악인 코의
혈액 순환을 좋게 하여 주어 폐를 윤택하게 하여 주는 것이다.] <외형평 권2 비>
위장의 소화기능이 나빠지면 혓바닥이 갈라지고 이끼가 끼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코를 폐의 문이라고 보아 폐의 기능이 나빠지면 코에도 병이 생긴다고 하였다.
[코는 폐가 밖으로 열린 구멍이다. 폐에서 나오는 공기는 모두 코를 통하기 때문에 폐가
건전하면 코가 냄새를 잘 맡게 되고 폐에 병이 있으면 코의 상태도 신통치 못하게 된다.]
<외형편 권2 비>
하여튼 우리 인체란 어느 조그만 것 하나도 모두 전체 연관성 가운데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갈근: 위, 신 기능 촉진시키며 해독, 해열 도와준다]
언제 생긴 풍속인지는 몰라도 요즘 길가에서 손수레에 탐스러운 칡뿌리를 싣고 즙을 내어
몸에 좋다고 하여 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칡뿌리는 갈근이라고 하여 한약재로서는 감초만큼이나 흔히 사용되는 약이다. 칡은
우리나라 산에서 많이 야생되는 식물이며 콩과에 속하는 덩굴나무인데 뿌리뿐만 아니라 잎,
꽃, 열매 등도 약재로 쓰인다. 뿌리에는 녹말이 많이 들어 있어 칡뿌리를 원료로 하여 만든
녹말은 약용이로도 사용되고 영양식도 된다.
[칡뿌리는 맛이 달고 무독하며, 오슬오슬 오한이 나고 두통이 나는 감기의 특효약이며,
땀구멍을 확 풀리게 하여 땀이 나게 하고 주독을 풀어주며, 갈증을 없애주고 위의 기능을
톡진시켜 먹은 것이 잘 내리게 하여 위장의 염증을 없애고 창자의 기능을 원할히 하며
쇠붙이에 다친 상처에 좋다.] <탕액편 권3 초부>
[생뿌리를 찧어서 즙을 낸 것을 마시면 당뇨병으로 갈증이 나는 것을 고치며 감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열병에 많이 날 때 좋다.] <탕액편 권3 초부>
칡뿌리에는 주성분이 녹말일 뿐만 아니라 무언가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알파에 해당되는
성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되고 있다.
다이진, 다이제인, 베타 시토스테롤 등의 약효물질이 증명되기는 하였으나 아직 그것으로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칡나무 잎을 비벼서 상처에 바르면 피가 멎는다고 하니 등산갈 때
알아둘 만하다.

[백전풍: 소루쟁이 뿌리를 갈아서 바른다]
살가죽에 흰빛의 반점이 생겨서 점점 커지는 병을 백전풍 또는 백반병이라고 한다.
반점이라기보다도 그 부분의 피부 색소가 완전히 탈색이 되기 때문에 희게 보인다. 몸의
여기 저기에 생길 수 있지만 가장 흔히 생기는 곳이 이마의 머리털 나는 언저리이며 좌우
대칭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에는 얼굴 전체의 색소가 빠져서 마치 백인종처럼
되기도 하지만 색소가 덜 빠진 부분과 대조족으로 얼룩이 져서 아주 보기 흉하게 되어 아픈
병은 아니지만 당사자로 하여금 무한한 고통을 주는 피부병이다.
도대체 왜 생기는지를 알아야 치료를 할 수 있을 텐데 아직 정확한 원인을 모르니 답답할
수밖에 없으며 치료법도 일정치 않으며 따라서 여러 가지 민간요법을 암중 모색해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혀 불치병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고 어떤 계제에 낫는 수도
많다.
색소의 재생을 촉진시키는 약(메톡사렌, 오소라렌 등)을 복용하고 태양광선 또는 자외선
등을 쬐어주는 방법 또는 그 장소에 비타민 B2 등을 주사하여 주는 방법 등이 있다.
<동의보감>에도 여러 가지 치료법이 나와 있으며 호마산, 창이산, 추풍환, 가감하수오산
등의 내복약을 비롯하여 삼황산, 여성고 등의 발라주는 약의 처방이 소개되고 있다.
단방약도 많이 나와 있는데 그 중의 양제근(소루쟁이 뿌리)의 기록을 보자.
[소루쟁이 뿌리가 역양풍(백납을 이렇게도 부른다)을 고치며 뿌리를 철판 위에 놓고
짛어서 식초를 섞어 갈고 긁어내어 피부에 바른다. 유황가루를 소량 섞어서 쓰면 좋다.]
<외형편 권3 피>
소루쟁이 뿌리가 옥시 메틸안트라키논, 비타민 A등의 성분이 들어 있고 더욱이 타닌
성분이 있어 철판 위에서 식초와 섞어 갈아줄 때 철과 작용하여 타닌철의 검은 색소도 생길
것으로 예측되어 효과를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상법치경: 지나친 감정 표현은 건강을 해친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오오/나는 그대의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이런 시 구절이 머리에 떠오른다. 사람의 마음은 아닌게 아니라 호수의 수면과
같다. 세상풍파 어떤 일이 닥쳐도 명경지수의 항상심을 지닐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일상생활의 환경 변화,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관계의 변동으로 호수의 수면에 파도가
일게 마련이다. 파도의 종류에 따라 희, 노, 우, 사, 비, 공, 경의 일곱 가지 감정 변화가
생기며 이와 같은 칠정이 지나치거나 편승되면 인체의 내장에 대하여 불리한 영향을 끼쳐서
병이 되다고 하였다.
이 주에서 경 은 예기치 않았던 비상사태에 부닥쳐 정시상 갑작스러운 긴장상태가 도는
것이며 공 은 공포의 감정이다. 공포는 외부의 자극 때문에 생기지만 정력이 약하고 혈기가
부족하고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에게 생기기 쉽다. 요즘처럼 세계 전체가 불안정한 시대에는
마음 약한 사람은 경 과 공 때문에 건강이 상하기 쉽다.
[놀라서 생긴 병을 고치는 법:어떤 부인이 밤에 도둑을 당하여 놀라고 난 후 부터는
조금만 소리가 나도 놀라 까무라쳐서 인사불성이 되었다. 의사가 마음의 병으로
치료하였으나 효험이 없었다. 놀람은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이고, 무서움은 마음속으로부터
밖으로 나가는 감정이다. 놀람은 스스로는 모르지만 무서움은 자기 자신도 알고있다. 담력이
있어야 용감하게 되는데 놀라면 담이 상한다. 그래서 결국 그 여자를 책상 앞 의자에 두
손을 얹어놓게 하고 책상을 몽둥이로 쳐서 깜짝 놀라게 하기를 거듭하였더니 차차 놀라지
않게 되어 나중에는 밤에 문창을 두들기는 데도 모르고 깊은 잠을 자게 되었다.] <내경편
권1 신>

[백일해: 특효약 없고 예방주사 맞혀야]
어린애들이 병에 걸려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 부모의 간장이 녹게 마련인데 그 중에서도
백일해에 걸려서 숨이 넘어갈 듯이 기침을하는 애를 보고 있노라면 부모의 숨마저 멎는
것처럼 답답하다. 백일해는 주로 어린애들의 전염병이며 한 번 걸리면 정확히 백 일은
아니지만 끈질기게 오래 가는 기침병이다. 잠복기 1-2주, 카타르기가 1-2주, 경해기 3-7주,
감퇴기가 2-3주 지나가야만 멎게 된다. 그 동안의 애처러운 고통은 말할 나위도 없고 경과가
오래기 때문에 어린이가 매우 쇠약해진다.
기침이 심할 때에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가 당나귀가 우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쉬는 까닭에 당나귀 기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렸을 때 DPT 예방주사를 맞히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요새는 많이 줄어들었다.
<동의보감>보다 앞서 세종 때에 나온 <향약집성방>에 소아해수 우러내가치 백일외수자
십중일양인차 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이 백일해에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되는데,
<동의보감>에는 해수의 종류를 30종 가까이 나열하고 있는데도 백일해에 해당되는 증상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항목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백일해는 한 번 걸리면 일정한 싱리이
경과되어야 끝장이 나는 병이기 때문에 이렇다 할 특효약이 없다. 현대의학에서는 발병
시초에 항생물질을 사용하여 치료하며 그때그때 증상에 따라 대증요법을 하는 정도여서
비타민 C를 다량으로 공급하여 주는 것이 좋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예방주사이며 백일해는 한 번 걸리면 끈덕진 반면 평생 면역이
되기 때문에 두 번 다시는 걸리지 않는다.
한방에서는 백일해를 역해, 경해, 추후해, 돈소, 돈해, 연성해 등으로 표현하지만 신통한
치료법이 없기는 현대 치료법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전염병에 관한 한 현대의학적 예방법이
제일이다.

[양생이불손위 연년지술;장수의 노력보다 천수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파랑새>라는 동화극이 있다. 행복의 상징인 파랑새를 찾아서 온갖 곳을
헤매다가 마침내는 자기 집의 새장에 든 파랑새를 발견하게 되어 행복이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요즘 모든 사람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건강의 비결을 찾느라고
야단들이다. 어딘가 있을 몸에 이로운 보약을 찾아 모두들 혈안이 되어 찾고
있지만 건강의 비결이 바로 우리의 일상생활 가운데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다.
천하 갑부가 된 사람에게 치부술을 물으면 일단 손아귀에 들어온 돈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내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비결이라고 한다. 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낭비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건강의 비결도 같은 이치여서 장수하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타고 난 천수를
어떻게 하면 고스란히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
[건강법을 지키면서 몸에 해로운 짓을 하지 않는 것이 장수하는 비결이다.
건강에 해로운 일을 한 하면서 보해 주는 것이 위생의 법칙이다. 건강할 때에
병이 생길 것을 염려하여 조심하는 것이 모든 일이 싹트기 전에 미리 방지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젊었을 때 철모르고 손해되는 짓을 하여 원기가 쇠약하고
체격이 빈약하게 되었을지라도 나이가 들어서 깨닫고 몸에 해로운 일을 하지
말고 이로운 일만 하면 기혈이 충만하게 되고 정시도 건전하게 되어 저절로
장수할 수 있게 된다.] <내경편 권1 신형>
오래 사는 비결은 수명을 연장시키려고 하는것이 아니라 타고난 수명을
단축시키지 말고 고스란히 지켜나가도록 하면 누구나 모두 120세를 살게
마련이데 왜 온 천하가 이렇게 안달인가.
[도를 넘쳐서 망녕된 짓을 하는 것이 생명을 잃게 되는 근본이니라.] <동상>

[오미자: 과도한 피로 특히 두뇌의 피로를 회복시킨다]
우리 음식에 오미자국이라는 것이 있다. 더운 물에 오미자를 담가 붉게
우러난 국물이며 화채나 녹말편 따위를 만드는데에 쓴다. "오미자국에
달걀"이라는 속담은 달걀을 오미자국에 넣으면 녹아 버리므로 처음의 모양이
하나도 남지 않고 완전히 녹아 없어지는 것을 형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한 것도 필자는 아직 실험을 통하여 확인을 못하고 있으니 말이 안
된다.
<동의보감>의 보정단방(정력을 보충하여 주는 단방약)에 나오는 생약을
소개한다.
오미자는 우리나라 각지에서 자라는 오미자나무의 열매인데 오미자라고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열매의 껍질과 살은 달고 시며 씨의 속맛은 맵고 쓰고 전체로는 짠맛이 있어
이렇게 다섯 가지 맛을 모두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오미자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탕액편 권1 초부>
[오미자는 남자의 정력을 돋운다. 오미자 엑기스는 남자의 정기를 고정시켜서
몽설.유정 또는 조루증 등을 고쳐준다. 만드는 방법은 오미자 1근을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가 하루밤 지난 다음 찧어서 즙액을 취하는데 헝겊으로 걸러서
껍질을 제거한 다음 냄비에 넣고 꿀 2근을 섞어 약한 불로 고아서 엑기스가
되게 한다 매번 한두 숟갈을 떠내어 공복에 끊인 물에 녹여 복용한다.]
<내경편 권1 정>
현대의학적 임상실험에 의하면 전신쇠약, 과도한 피로, 더욱이 두뇌의 피로를
회복하는데 효과가 있으며 뇌하수체 후엽 호르몬 비슷한 작용을 하여 해산 후에
자궁 수축을 돕는 작용이 있다고 하며 기타 여러가지 성분이 연구되고 있으나
한방에서 말하는 강정, 강장, 진해 작용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언할 수 없다.

[토사자: 신경쇠약 다스리는 정력제]
토사자는 새삼이라는 기생식물의 씨이다.
[토사자는 처처에 있으며 흔히 콩밭에 많이 생기며 뿌리가 없이 딴 식물에
기생하여 사는 식물이다. 황색의 가느다란 줄기이며 음력 6 - 7월에 결실하며
씨앗은 누에알처럼 아주 잘다. 9월에 채취하여 볕에 말려서 약으로 하는데 술과
같이 사용하면 좋다. 선도의 처방이나 민간약에서나 모두 보약으로 사용한다.]
<탕야편 권2 초부>
[토사자는 정력을 더해 주며 골수를 충실하게 하여 준다. 페니스에서 아무
감각없이 정액이 흘러나오는 증상이라든가 꿈에 성교를 하여 정액이 나오는
등의 성신경쇠약증을 다스린다. 가루로 만들어 복용하든지 환약을 만들어
복용하든지 모두 좋다.] <내경편 권1 정>
수지양배당체가 성분으로 들어 있어 정력을 강하게 하는 작용이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되는 정도이지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루에 5 - 10그램을 달여서 복용하며 달인 물을 피부에 바르면 땀띠,
여드름, 주근깨 등에 좋다는 민간요법도 있다.
<신농본초경>에는 상약 중에 토사자가 들어 있으며 "주속색상 보부족 익기력
내복명목(상처를 아물게 하며 부족증을 보해 주고 기력을 도와주며 사람으로
하여금 살이 끼고 건강하게 만들며 오래 계속 복용하면 눈이 밝아진다)"고
하였다.
<포박자>의 [선방단복방]을 보면 허리와 무릎 아픈 것을 고치며 풍을 없애
주며 시력을 밝게 하고 오래 복용하면 피부가 광택을 내게 되며 늙음을 변하여
젊게 한다고 하였다.
토사주라고 하여 토사자 100그램, 설탕 또는 꿀 200그램, 소주 1리터를
우리병에 담아 2개월 저장해 두었다가 마신다(토사자를 찧어서 넣으면
1개월이면 된다). 하루에 소주잔 1개 정도 복용으로 효력이 나타난다고 한다.

[하수오: 소화기능 돕고 강장, 강정제작용]
옛날 약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붙어 있는 것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하수오라는 약인데 재미있는 야담이 있다.
[하수오의 본명은 야교등(밤에 음양이 교합하는 덩굴나무라는 뜻)이며,
하수오라는 사람이 이것을 먹었다 하여 하수오라는 이름이 생겼다. 하수오라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내시처럼 성기능이 약하여 사내 구실을 하지 못하였으며
늙어 처자가 없는 처량한 신세였다. 하루는 술에 취해서 밭에 누워 있다가 문득
덩굴나무가 있는 것을 보니 한 나무에서 두 줄기의 덩굴이 서로 엉클어져서
여러 차례에 걸쳐서 교합하는 것을 보고 기이하게 생각하여 뿌리를 캐어 볕에
말려 찧어 가루로 만들어 술에 타서 마시기를 7일간 하였더니 사내다운 욕망이
돋기 시작하여 백 일이 지나니 성불능증이 완전히 나아서 십 년 동안에 아들을
여러 명 낳게 되고 자기는 130세까지 살았다.] <탕액편 권3 초부>
[하수오를 오래 복용하면 수염과 머리가 검어지며 정력이 충만하게 되고
불로장생하게 된다. 이 약을 복용할 때는 파, 마늘, 무, 비늘 없는 물고기 등을
먹어서는 안 되며 쇠그릇에 접촉시켜서는 안 된다.] <내경편 권1 신형>
하수오는 하루에 10 - 20그램을 달이거나 가루로 만들어 복용하며 술에
담가서도 마시며 소화기능을 돕고 강장, 강정작용이 있어 허약한 사람에게
좋다고 되어 있다. 레시틴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그런 효과가 있을는지도
모르나 현대의학에서는 아직 확인되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놀라운 사실은
<동의보감>에 하수오의 우리말로 된 이름이 강원도에서는 '은조롱'이라 하고
황해도에서는 '새박뿌리'라고 한다는 기록까지 밝혀져 있다는 점이다.

[원잠아: 누에 수나방 정력제로 사용]
동물성 생약으로 해구신, 녹용 등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있지만 성분이라든가
약리작용이 아직 밝혀지지 못하고 있으며 그만큼 동물성 생약 연구에는
어려움이 많다.
효력을 믿는 사람은 천금을 아끼지 않는 사람도 있는 반면 순전히 심리적인
암시 효과 이상의 무엇이 있겠느냐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누에고치를 뚫고 나온 나방, 그 중에서도 수컷을 즉시 죽여서 말린 것을
원잠아라고 하여 정력제가 된다고 한다.
[수나방은 나오자마자 교미를 시작하여 종일을 계속하여 한 놈이 수 십
마리의 암나방을 상대로 하는 스태미너를 지니고 있다고 되어 있다. 원잠아는
두번 짓기 누에, 속칭 만잠의 나방인데 날개와 다리를 떼어 버리고 너무 타지
않도록 살짝 볶아서 약으로 사용한다. 남성의 정력을 굳세게 하여 주며 몽설,
요혈 등을 멈추며 신장,.방광 등을 따뜻하게 하여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준다.
정력을 도와서 섹스를 강하게 하여 교접을 하여도 지칠 줄을 모른다.] <탕액편
권2 충부>
사람의 성호르몬을 처음으로 소변에서 분리해내는 데 성공한 독일의 부테난트
박사가 성유인물질이라는 것도 발견하였다. 암나방이 있으면 수나방이 사방 수
킬로미터에서 모여드는 데 암나방이 발산하는 성유인물질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물질을 만들어내어 극히 소량을 발산시키면 수나방이 모두 모여들기 전에
나방을 잡아 죽이는 방법으로 농업에서 이용된다고 한다. 원잠아에도 그 비슷한
생리활성물질이라도 들어 있다는 것일까.

[천하지보: <동의보감> 25권 중국에서도 출판]
잠깐 눈을 돌려 우리의 <동의보감>이 이미 1766년부터 중국에서도 간행되어
의가들의 보배로운 존재가 되어온 내력을 살펴보기로 한다.
연암 박지원은 우리나라의 실학파 학자 중에서 북학파의 거성이며, 1780년에
사신의 수행원으로 중국을 시찰하고 돌아와서 저술한 <열하일기>가 유명하다.
그 책 가운데 중국에서 <동의보감>이 출판되고 있음을 기록한 대목이 있다.
[동방의 나라인 우리의 서적이 중국에서 출판된 것이 극히 드문데 유독
<동의보감> 25권은 중국에서 출판되어 아주 인기가 높으며 판본도 정묘하다...
나는 집에 좋은 의학서적이 없어 매양 병이 나면 동네 사방을 찾아 책을 빌어
보았는데 지금 이 책을 보니 구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나 은전 닷 냥이 없어서
사지 못한 채 섭섭히 돌아왔으나 중국판에 나와 있는 능어(청나라의 학자
이름)의 서문을 베껴서 후일의 참고가 되게 하고자 한다.] <박지원 열하일기>
능어의 서문을 몇 구절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동의보감>은 명나라 때에 조선의 양편군 허준이 편술한 책이다. 본시
조선사람들이 문자를 알며 책읽기를 좋아하였고...] <동상>
이런 식으로 추켜올리면서 특히 허씨 일문이 대대로 관록을 받는 집안이며
문장가들이 많이 났다는 소개를 하였다.
[의학의 시조라고 할 수있는 황제와 기백이래로 대대로 명의가 있어 지금까지
의학서적이 많이 나와서 한우충동격이므로 책이 적어서 걱정될 마는 없으나
선택하는 데 정밀하지 못한 것은 내용이 상세하지 못하고 하나에 집착된 것은
편벽스러워 올바른 도를 해치는데...] <동상>
<동의보감>을 보고 "천하지보 당여천하공지(천하의 보배이니 마땅히 온
천하가 같이 지녀야 할 것이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임부약물금기: 임신 초기의 약 복용은 태아에게 부작용을 일으킨다]
지금은 시험관 아기를 만들어내는 과학시대이지만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
있어서 가장 신비스럽고도 전신전령을 거는 중요한 일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우선 잉태가 되면 입맛이 달라져서 태아에게 필요한 음식물을
찾게 된다.
[임신이 되면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는데 예컨대 어떤 내장기능이 허해져
혈기가 약해지면 간에 영양을 줄 수 없게 되며 따라서 간이 허하게 됨으로써
신맛 나는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잡병편 권10 부인>
[임부가 음식 먹기를 싫어하나 먹고 싶어하는 것을 마음대로 먹게 하면
반드시 낫는다.] <동상>
그런데 가족들의 좁은 소견으로 영양보충이 될 것이라고 하여 이것저것 먹게
하면 적당치 않은 식품이 태아에 영향을 비쳐서 기형아. 나산 등의 원인이
된다고 경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음식 금기를 영양분 섭취하는 태아게 무슨
영향을 줄 것이냐고 미신적인 생각이라고 무시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태반투과성을 지니고 있는 약을 임신 초기에 복용하면 태아에게
영향을 주어 기형아가 되게 하는 이른바 최기성의 존재가 알려지면서부터
임신중에는 음식이나 약을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이 인식되어 가고 있다.
임신중에는 함부로 약을 복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요즘 상식으로 되어
가고 있는데 <동의보감>에도 임신주의 약물금기가 실려 있어 임신중에
사용해서는 안 될 약의 이름을 나열하고 있다.
[천웅, 수은, 조두, 부자, 웅황, 남성, 통초, 우황, 원청, 원화, 의이인,
건강, 려려, 대산, 모근, 반묘, 수질, 오공, 반하, 사세자황, 야갈, 파두,
지암, 건칠, 조인, 주피, 삼릉, 아초, 망초, 뇨사, 대극, 대자, 모단, 괴화]
<동상>
이렇게 명기되어 있는 이상 과연 어떤 최기성이 있는지 동물실험이라도 하여
보아야 할 것 아닌가.

[안병금기: 간장 해치는 산성음식을 피해야 한다]
옛날 우리 의학에서 안과를 목과라고도 하였지만 전문적으로 엮은 안과서로는
<동의보감> 외형편 권1에 나오는 안문을 첫째로 꼽는다. 물론 그 이전에도
안과가 있었으며 이미 세종 때에 일본의 도변의륭이라는 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안과를 연구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하여튼 <동의보감>에서는 당시의 안과 학설인 '오륜팔곽'설에 따라 눈의
건강과 오장과의 관련성을 논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안과 질병 및 금기, 조양,
내복, 침구 등을 설명하고 각종 안과 약물요법이 체계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요즘 어찌된 일인지 시력 약한 사람이 많고 과히 노쇠하지도 않았는데 백내장인
사람이 많아 시력 보존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눈병에 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지나친 주색과 희로애락으로 신경을 쓰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눈에 병이 생겼을 때 닭고기, 생선, 술, 국수, 찹쌀,
짠것, 신것, 끓인 기름 및 각종 유독성 물질을 피하여야 한다. 눈은 몸 전체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기관인데 음식 조절을 못하여 눈병이 생긴다면
약도 소용이 없어 몸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매일 백숙한 돼지고기로 밥을 먹고
또는 산약(마), 무, 각종 채소와 과일을 먹는 것이 좋다.] <외형편 권1 안>
이것을 보면 눈에 좋다는 것이 오늘날 말하는 알칼리성 식품에 해당되는
듯하며 체질이 산성화되는 것이 눈의 건강에 해로움을 알 수 있다.
아닌게 아니라 백내장도 성인병, 즉 퇴행성 질환의 일종이며 당뇨병, 고혈압
등에 의하여 진행이 빨라진다.
[눈은 간장 기능을 나타내는 창문이며 간의 기운이 눈으로 통하므로 간
기능이 고르면 눈의 시력이 좋아 오색을 분별할 수 있고 간이 허하면 눈이
어두워지고 눈이 어두워지면 보지 못하게 된다.] <외형편 권1 안>

[독서손목;결명자는 충혈된 눈은 맑게 한다]
언제나 독서는 필요하다. 그런데 옛날과 달라서 요즘 인쇄물이 글씨가 너무
잘고 색채가 자극적이어서 눈이 피로하기 쉬우며 머리가 무겁고 눈이 아파지며
때로는 속이 메스꺼워지기까지 하는 안정피로가 되기 쉽다.
더군다나 생활환경이 복잡하게 되어 컬러테레비젼을 장시간 본다든가
환각적이면서도 원색적인 사이케델리 무대를 보는 등의 눈을 혹사하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신경성인 안정피로가 많다. 이와 같은 치료는 안과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으로도 고찰하여야 한다. 생활태도, 정신상태 등을 고쳐서
건전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도 시력의 건강을 위하는 한 방법이
되겠다.
그러나 좀처럼 해서 회복되지 않는 안정피로가 있을 때에는 근시, 원시, 난시
때문인 경우도 있으니 시력 검사를 받아야 하며 녹내장 등의 중한 병이 생길
때도 그런 경우가 있으니 정밀검사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
[너무 독서를 하면 시력이 상한다:눈은 혈액순환에 의하여 시력이 생기는데
너무 오래 시력을 쓰면 혈액순환이 나빠지며 혈액은 간이 주관하기 때문에 너무
책을 보면 결국 간이 나빠지게 된다. 간이 상하면 자연히 풍에 의한 열이
생기고 열기가 위로 떠오르면(눈이 빠질듯이 아프며) 눈이 어두워진다.
그러므로 보약을 먹어서는 안 되며 혈액을 더해 주며 간 기능을 좋게 하여 눈을
밝게 하는 약을 쓰면 저절로 낫게 된다.] <외형편 권1 안>
부자가 들어 있는 보약이 시력에 좋지 않다는 것도 그런 뜻이 아닐까 한다.
시력을 좋게 하는 생약으로는 결명자가 있는데, "구년실명 결명자이되타말 식후
미음조하소:오래된 눈 어두운데 결명자 두 되를 찧어 가루를 만들어
2돈중(7.5그램)씩을 식후에 쌀미음에 나서 복용하면 신기하다"라고 했다.

[노인안혼: 망원 훈련 되풀이하면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흔히 하는 말에 사람이 늙는 징조는 '목, 치, 신'에 나타난다고 한다. 아무리
겉으로는 젊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나이는 속일 수 없어 40줄에 들어서면서
맨처음 나타나는 징조가 시력이 나빠지는 것이다. 신문을 들고 있는 손이 벌써
멀찌감치 떨어지게 된다. 눈의 조절력이 저하되는 것이 40에서 45세 경부터
시작된다. 그것이 노안이라는 것인데 가까운 것을 볼 때 수정체 렌즈의 핀트를
맞추는 능력이 나빠지는 것이다. 그 다음에 나타나는 노화현상인 치아가
나빠지는 것이며 다음이 신의 힘이 빠지는 것이다.
돋보기 안경을 쓰지 않으려고 오기를 보려보지만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통절하게 느끼게 마련이다. 그런 때는 허세를 부리지
말고 안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되어 있다. 눈의 망원훈련(먼 곳을
쳐다보다가 급히 시선을 돌려서 가까운 물체, 예컨대 시계 바늘을 보고, 다시
먼 곳을 쳐다보는 훈련을 매일 몇 차례씩 되풀이 한다)을 하면 노안이 훨씬
좋아진다는 건강법도 있다. 하여튼 균형잡힌 영양분을 섭취하여 몸과 마음이
아울러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눈에도 좋다.
[노인이 되어 눈이 어두워지는 것:사람이 늙어서 눈이 어두워지는 것은
혈기가 쇠퇴하여 간이 약해지고 담즙(쓸갯물)의 분비가 감소되기 때문에 눈이
어두워지는 것이다. 어린애들은 물기운이 신체 상부에 많기 때문에 눈이 밝고
노인이 되면 '화'가 위에 떠오르기 때문에 눈이 침침하게 된다.] <내형편 권1
안>
[눈이 원시가 되는 책임은 화에 있고 가까운 곳을 못 보게 되는 책임은
무수에 있다.] <동상>
이같은 원시, 근시의 설명을 우리의 실학자인 정다산 선생이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통절하게 비판한 것이 있다. 안구의 초점이 깊고 얕음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 생각하면 초점이 그렇게 깊고 얕아지는
것이 '수'나 '화' 때문인지도 모르며, 문제는 '수'니 '화'니 하는 것이
오늘날의 생화학에서 무엇을 말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산우죽: 심장 보하며 뇌, 신경 기능 튼튼히 한다]
우리나라 음식 중에서 죽처럼 다양하면서도 특색있고 맛나는 음식은 드물
것이다. 얼핏 생각에는 밥거리가 없을 때 죽이라도 쑤어서 입에 풀칠하는
것으로 생각할는지 모르나 소화가 잘 되면서도 몸 보하는 음식으로 여러 가지
죽이 개발되어 왔다. 팥죽, 녹두죽, 콩죽, 율무죽, 호박죽, 깨죽, 잣죽,
전복죽, 우유죽 등이 있어 덜 깬 아침참에 간밤의 피로를 회복하는 데 한 그릇
먹음직하다.
산우죽이라는 것은 마를 넣고 만든 죽인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양강장제가 되며 당뇨병 식사로도 십상이다.
[마죽은 능히 폐를 튼튼하게 하여 기운을 돋군다. 마의 생것을 껍질을 벗겨서
돌 또는 깨끗한 기왓장 위에서 찧어서 죽처럼 만든 것 2홉에 꿀 2숟가락, 우유
1종지를 섞어 약한 불 위에 끓여서 푹 익게 한 것을 흰쌀죽 한 사발에 넣어 잘
섞어서 먹으면 되며 마를 완전히 잘 익히지 않은 것은 목구멍을 자극하여
아리다.] <잡병편 권9 잡방>
[마는 허약한 것을 보해 주며 살찌지 못하는 사람을 살찌게 하고 오장을
충실하게 하며 기력을 더해 주고 피부, 근육 및 뼈를 튼튼하게 하고 심장
기능을 좋게 하며 뇌와 신경 기능을 튼튼하게 하여 준다.]
중국 사람들은 마가 어린이들의 뇌를 좋게 하여 준다고 하여 구기자와 함께
달여서 먹인다.
중화민국 학술원 원장이며 중국 신문화 운동의 개척자이던 호적박사가 마가
들어 있는 처방으로 당뇨병과 신장염을 고쳤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마와 옥수수 수염, 돼지 이자, 황기, 생지화 등을 배합한 처방이다.
마의 점액 중에는 무틴, 디아스타제 등이 들어 있어 위에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잎과 줄기 사이에 생기는 육아를 영여자라고 하여 같은 약효가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언어법: 말을 많이 하면 그만큼 원기를 해친다]
옛부터 언행군자지추기라하여 언어와 행동이 군자의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언행을 삼가는 것을 군자의 도리로 삼았다. 언, 심성야라고 하여 말은
마음의 소리이기 때문에 말을 함부로 지껄이다가는 언유소화라, 말 때문에 화를
초래하게 된다고 하였다.
<동의보감>은 육체의 병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말조심하는 법까지 가르치고
있으니 건강이란 육체만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이 아울러 건전하여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말을 삼가야 하는 법:말을 적게 하여야만 체내의 윈기를 기를 수 있다.
식사를 할 때에는 말을 말아야 하며 지껄이면서 식사를 하면 언제나 가슴과
등이 결리는 증상이 생긴다. 옛사람들의 식불어, 침불언이란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내경편 권2 언어>
"자언왈언 답인왈어"자기 스스로 남에게 말하는 것을 '언'이라 하고 남의
말에 답변하는 것을 '어'라고 하였는데 말이란 원래 사람과 주고받게 되어 있는
것이지 미친 사람이 혼자 중얼거리는 것은 '섬어'가 된다.
[누워서 큰 소리로 말을 하면 기력이 손상된다. 잠자리에서도 너무 담소를
많이 하여서는 안 되는데 잠자리에서 말을 많이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인체의 오장이 종이나 경(돌로 만든 옛날 악기)과 같아서 매달아 놓고
두들겨야지 눕혀 놓고 쳐서 소리를 나게 하여서는 안되는 이치와 같기
때문이다.] <동상>
[길을 걸으면서 말을 하여서는 안 된다. 만약 말을 해야 할 경우에는 걸음을
멈추고 말을 해야 하며 걸으면서 지껄이면 원기가 빠진다.] <내경편 권2 언어>
등산하는 사람들이 산에 오르면서 지껄이는 것을 꺼리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치일 것이다.

[오장충: 기생충이 있으면 아무리 보약을 먹어도 소용없다]
건강과 무병장수의 비결이란 따지고 보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삼신산에
들어가서 불로초를 구하려고 할 필요도 없고 남이 하지 않는 고행수고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영양분 있는 음식을 제때에 잘 먹고, 몸 속에 기생충이 없고,
유쾌하게 활동하면 그게 바로 타고난 수명을 다하는 길이다.
왜 그런지 우리는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없는 반면에 보약을 유난히 맹신하는
의식구조를 지니고 있다. 백 가지 보혈제보다도 뱃속의 기생충을 없애는 것이
가장 확실한 건강법인데 왜 가까운 것을 놔두고 먼 곳을 헤매는가,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옛부터 여름을 보내고 가을철에 접어들면 보약을 먹어 원기를 회복하는
계절로 삼고 있는데 제일 가는 비방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대변검사를 받아
여름 동안에 무슨 기생충이 생겼는가를 확인하고 구충제를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오장 속에 들어 있는 기생충:사람이 과로하면 열이 나고 열이 나면 기생충이
생긴다. 심충을 회충이라 하고 비충을 촌충이라 하며 신충은 납작하게 썰어
놓은 실가닥같이 생겼으며 간충은 살구를 으깨 놓은 것처럼 붉은 빛이고 폐충은
누에같이 생겼으며 이런 모든 기생충이 사람을 죽인다. 그 중에서도 폐충이
제일 급하며 폐충은 폐엽 속에 살고 있어 폐를 좀먹기 때문에 폐병이 된다.
각혈을 하며 목소리가 쉬는데 약을 먹어도 도달이 되지 않아 고치기 힘들다.]
<내경편 권3 충>
기생충의 감염 경로를 모르던 때라 발생 원인 또는 심, 비, 신이니 하는
오장과의 관계도 정확하지 못하다.
그러나 간충과 폐충은 오늘날의 간디스토마, 폐디스토마를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으며 약이 도달되지 못해 죽는다는 표현은 지금 보아도 맞는 말이다.
<동의보감> 당시에 걱정하던 간이나 폐디스토마가 수 백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이니 부끄러운 일이다.



동의보감2


[법칙천지: 인체는 소우주, 자연법칙에 따르면 장수한다]
옛 도술자들은 사람이 도를 닦고 수양하기에 따라서 진인, 지인, 성인, 현인
등이 될 수 있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
상고시대에는 '진인'이라는 신선이 존재하여 천지의 대도를 파악하고
우주만물의 법칙에 따라 몸과 마음이 완전히 천지운행과 일체가 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그 수명이 천지와 더불어 무궁하다고 하였다.
중고시대에는 '지인'이라는 존재가 있었는데 후덕하며 춘하추동 자연의
법칙에 조화된 생활을 속세를 떠난 깊은 산속에서 살면서 수양에 힘썼기 때문에
타고난 수명을 연장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근세에는 '성인'이 있어 생활은 속세에서 하며 보통 사람들의 풍속에 따르되
모든 욕망과 희로애락을 조절하여 지나치지 않게 하고 만사에 무리를 하지 않는
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심신이 아울러 건전하게 백 세 이상을 살 수 있었던
사람이다.
그 다음이 '현인'인데 진인, 지인, 성인은 너무 높은 경지의 존재이어서
평범한 사람들이 감히 쳐다볼 수 없는 데 비하여 친근감이 가는 계층이라고
느껴진다.
[현인은 천지의 법칙과 춘하추동 4계절 및 밤과 낮의 변화에 따라서 생활을
조화시키며 옛날의 진인을 본받아 도를 닦기에 힘쓰는 사람인데 역시 수명을
연장할 수 있으나 진인처럼 신선이 되어 천지와 더불어 무궁하게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내경편 권1 신형>
이 구절은 <황제내경>의 [상고천진론편]에 나오는 것인데 <동의보감>은
생명철학 및 양생의 원칙을 다분히 이 원전에서 채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오늘날처럼 보약이니 강장제니 하는 물질의 힘을 빌어 건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소우주적인 우리 인체를 대우주인 자연의 법칙과 변화에 순응시키는
것이 장생불로의 길이라고 믿은 옛 철학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 청두목약;소화돕고 당뇨 갈증 푸는 해독약]
우리나라에 원래부터 차나무가 자생하여 온 것인지 또는 외국에서 전래된
것인지 전문학자들 사이에서도 분명치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하여튼 차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뿌리박혀 온 것만은 틀림없는 것이니 일상 쓰는 우리말 가운데
항다반사니 다반사니 하는 표현이라든가 음력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 명절날,
조상 생일 등에 간단히 지내는 제사를 차례 또는 다례라고 하며 다식, 다식과,
다식판 등을 일상생활화되어 왔고 속담에까지 "다식판에 박아내듯"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옛날에는 차가 일상생활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은 일본이 다도문화의 본고장처럼 되어 있으나 일본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차의 자생지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차가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우리의 옛 다기를 보물로 간직하며 정다산의 <다경>이나 초의대사의 <동다송>을
소중한 문헌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한 집 걸러 다방인 것까지는 좋으나
우리의 차가 아닌 딴 음료를 차라고 하고 있으니 우리의 전통적인 음다의
역사는 다 어디에 팽개쳤는가를 생각함직도 하다.
<동의보감>에 차를 우리말로 작설차라고 풀이하여, 차의 종류가 채취 시기에
따라서 다섯 가지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음식 체한 것에 소화제가 되며, 따뜻하게 끓여서 마시면 뇌와 시력을 맑게
하고 이뇨작용이 있으며, 당뇨병 갈증을 멈춘다. 사람으로 하여금 잠을 적게
하고 뜸놓은 자리가 덧난 것을 해독해 준다.] <탕액편 권3 목부>
새로 돋아난 싹을 따서 만든 차가 작설차 또는 납다이며 품질이 가장 좋다고
하였다.
어떤 사람이 평생 거위를 구워먹기를 즐겨하여 위암이 생길 것을
우려하였으나 아무런 탈도 생기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매일 차를 달여 마셔서
해독하였기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유칠절: 소화기능 좋게 하고 술을 깨게 하는 영양과일]
가을철을 상징하는 우리 농촌의 풍물은 감이라고 할 수 있다. 신석정의 시에
"물밀 듯 다가오는 따뜻한 이 가을에/붉은 감빛 유달리 짙어만 가네/오늘은 저
감을 또옥똑 따며 푸른 하늘 밑에서 살고 싶어라/감은 푸른 하늘 밑에 사는
열매이어니"라는 구절이 있다.
[감나무에는 일곱 가지 멋들어진 특징이 있으니 첫째는 감나무 수명이 길고
둘째는 잎이 무성하여 여름철에 그늘이 좋고 셋째는 감나무에 까마귀 집을 짓는
일이 없으며 넷째는 나무에 벌레가 먹지 않고 다섯째는 단풍이 들면 볼 만하고
여섯째는 과일이 좋으며 일곱째는 열매가 낙엽이 진 후에 크게 자라 보기가
좋다. 감 열매는 처음에는 푸르고 쓰고 떫지만 익으면 붉어지며 떫은 맛이
저절로 없어진다.] <탕액편 권2 과부>
떫은 맛의 원인은 시부올이라는 타닌 성분 때문인데 맛만 나쁠 뿐만 아니라
펩신, 트립신, 디아스타제 등 소화효소의 작용을 방해하며 단백질, 전분,
담즙산 등이 반응하여 물에 녹지 않는 침전을 만들어 소화가 되지 않게 한다.
[홍시는 맛이 달고 무독하며 심장과 폐를 튼튼하게 하고 갈증을 없애고 폐의
질환에 좋다. 소화기능을 좋게 하며 술을 깨게 한다.] <동상>
감은 비타민 A, B, C와 탄수화물이 들어 있어 영양가 높은 과일이다.
[건시는 영양가 높은 식보가 되며 위장을 튼튼하게 하여 소화를 촉진시켜
체한 것을 뚫어 준다. 얼굴의 기미를 없애 주며 목청을 윤택하게 하여 준다.]
<동상>
감꼭지를 말려두었다가 5개 가량을 물로 달여서 마시면 딸꾹질이 멎는다는
민간요법이 있는데 감꼭지의 성분인 헤미셀루로스가 속에서 응고되어 그것의
물리적 작용으로 딸꾹질이 멎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복약식기: 약 먹을 때는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한다]
부페식 식사에서 지나치게 가지 수 많게, 예를 들자면 육류만 하더라도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모든 종류를 망라하고 거기에 햄, 소시지,
치이즈에 생선까지 곁들여 먹었을 때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뱃속이 거북하게 될
때가 있다. 생각컨대 너무 여러 가지 종류룰 한꺼번에 먹다 보면 배합금기가
되는 음식물이 서로 상충되어 그런 결과가 되는 것 아닐까.
약을 여러 가지 배합할 때에도 병용효과니 상호작용이니 하는 복합효과가
나타나서 때로는 약효가 더욱 잘 나타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약의
작용이 서로 상쇄되거나 흡수, 배설 또는 대사에 바람직하지 못한 작용으로
나타내어 지장을 일으키는 수가 있다. 약을 복용할 때 음식물도 그와 같은
작용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술이나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는 경우가 있다.
옛사람들도 '복약식기(약을 복용할 때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물)'을 지정하고
있다. 흔히 '계저주면'이라고 하여 닭고기, 돼지고기, 술, 모밀국수 등의
음식이 좋지 않다고 되어 있는데 과연 어느정도로 나쁜지를 과학화할 필요가
있다.
[모든 약을 복용할 때 생고수풀, 마늘 및 여러 가지 날채소를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 또 모든 기름진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하며 과일도 너무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 기름진 돼지고기, 개고기, 기름진 고깃국, 생선회 등 비린 음식은
모두 약을 먹을 때는 피하여야 한다.] <탕액편 권1 탕액 서례>
아닌게 아니라 열이 나거나 몸의 컨디션이 나빠질 때는 자연히 입맛이
떨어지며 특히 기름진 고깃국 같은 것은 냄새만 맡아도 비위가 뒤집혀 아니꼽게
느껴지는 것도 자연의 섭리인 것 같다.

[사기조신: 가을에 보신하면 겨울에 건강하다]
<서유기>를 보면 손오공이 여의봉을 휘두르면서 3천 세계를 순식간에 두루
달리고 되돌아왔다고 뽐냈는데 알고 보니 부처님의 손바닥 위에서 뛰는 것밖에
안 되었다는 대목이 있다.
우리가 지금 자연과 우주를 정복하고 잘하면 생명체조차 창조할 수 있게
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데 과연 조물주의 손바닥을 뛰어나온 것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공기가 건조하고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면 삼천리 강산의 모든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감기에 걸리는 것을 보면 사람은 아직도 자연 환경 가운데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닐까.
아예 자연을 정복한다는 말 대신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을 따라서 생활한다면
어떨까. 우리 몸과 마음을 미크로 코스모스로 보고 매크로 코스모스와
합일시키는 것이 생명과 건가의 길이라고 보는 천인합일설을 옛사람들은 지니고
있었다. 일년 4계절만 하더라도 여름에는 여름답게, 가을에는 가을답게 생활
리듬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런 생활이 사기조신이다.
가을의 양생법이 무엇인가를 읽어보기로 하자.
[가을철 석 달 동안을 성용이평정, 즉 형태가 이루어지고 결정되는
계절이라고 하여 '용평'의 계절이라고 한다. 이때에는 천지의 기운이 수죽되고
맑아지며 모든 것이 수렴되기 때문에 닭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깨어나야
한다. 마음을 가라앉혀 평온하게 하여 가을의 기운이 만물을 숙살하려고 하는
것을 피하여 건강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하여야만
호흡기도 튼튼하게 되어 가을 공기에 적응하게 되는데 만약 반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무리를 하면 겨울에 폐가 나빠지고 소화기능도 떨어지며 겨울철을
이겨낼 기력이 적어지게 된다.] <내경편 권1 신형>

[포공영: 민들레는 젖멍울과 종기를 낫게 한다]
민들레는 젖의 멍울이 풀리지 않고 종기가 생긴 때 또는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달여 마신다. 재미있는 사실은 독일의 민간요법에서도 민들레를 이와 같은
용도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전승요법이나 독일의 민간요법이나 과학화가
안 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민들레를 유종약으로 사용하는 것은 민들레가 어혈을 삭혀서 깨끗이
함으로써 젖의 종기가 없어지고 젖이 잘 나오게 된다는 이론이며, 독일 사람이
민들레를 사용하는 것도 '정혈요법'이라는 이론이라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각하는 것은 비슷한 모양이다.
[포공영:민들레는 젖에 멍울이 생겨 염증이 된 것과 젖의 종기 때문에 쑤시고
아픈 것을 고치니, 깨끗이 씻어 인동덩굴이라는 약초와 같이 찧어서 진하게
달인 물에 술을 조금 넣어 마시고 조금 지나면 졸음이 오는데 그것은 약효가
나타나기 때문이며 잠에서 깨어나면 병이 나아 편안하게 된다.] <외형편 권3
유>
옛사람들이 '혈'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혈액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오늘날의 "혈액상(각종 혈구의 상태, 효소 활성, 영양 성분, 노폐물의 다소
등)"과 혈액 순환의 상태를 합친 종합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어혈은 그와 같은 개념의 혈증의 하나이며 악혈, 오혈, 고혈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요컨대 혈액이 오염되고 한 군데 머물러 있음으로써 그 부위에
여러가지 병 증상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1분간에도 수십 번씩 순환되는 혈액순환인데 더러운 피가 한 군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무슨 잠꼬대냐고 생각하였으나, 혈액이 때로는 특정 부위에서
성상이 달라져서 이상혈액이 되어 혈관 속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Sludged Blood라고 하여 증명한 서양의 학자가 있다는 말도 들리니 옛사람의
생각이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지를 못해서 그렇지 전부 황당무계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지정: 야생 민들레 줄기 식, 약용으로 사용]
<동의보감>의 탕액편은 1400여 종의 약재가 수록되어 있는 본초서인데 그 중
90종의 약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견해를 속방이라고 하여 싣고 있어
우리의 독창성 있는 본초서로서 귀중한 가치가 있다. 뿐만 아니라 640여 종의
약에 대해서는 우리말로 된 약이름이 한글로 표시되어 있다.
우리말 이름을 이두로 표시한 것은 고려 때에 간행된 <향약구급방>이
시초이지만 한글로 된 약이름이 있다는 점에서 <동의보감>의 탕액편은 또
하나의 귀중한 자료가 되는 것이다.
그 이름들을 오늘의 이름과 대조해서 검토함으로써 약재의 기원이 되는 식품
또는 동물들을 고증할 수 있으며 그와 같은 명칭의 변천도 아울러 연구할 수
있다. 그런데 때로는 오늘의 견지로 볼 때 다소 의아스러운 것들도 있어
흥미롭다.
일례를 들면 포공영은 우리말로 민들레인데 <동의보감>에서는 우리 이름으로
민들레와 앉은뱅이의 두 가지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포공초:앉은뱅이 또는 민들레라고 한다. 성은 평하고 미감하며 무독하고
부인네들 유방에 종기 멍울이 생긴 데 쓰인다. 흔히 아무데나 있으며 잎이 야생
상치잎 같으며 3 - 4월에 국화꽃같이 생긴 노란 꽃이 핀다. 줄기와 잎을 자르면
흰 진이 나온다. 줄기와 잎은 모두 식용이 된다. 포공영이라고도 하며 또
'지정'이라고도 한다.] <탕액편 권3 초부>
오늘날도 포공초 또는 포공영은 민들레인데 왜 <동의보감>에서는
앉은뱅이라는 이름도 같이 적어 놓았을까.
앉은뱅이는 제비꽃, 씨름꽃, 오랑캐꽃 등으로 불리는 식물이며 민들레와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포공영의 별명을 지정(또는 황화지정)이라고 하였는데
'자화지정'이라는 약초가 있어 자운영이 원식물이고 때로는 제비꽃과의
'민들제비꽃'을 자지정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지정과 자화지정을 혼동하여
제비꽃, 즉 앉은뱅이 이름을 같이 사용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은진: 탱자술 복용하면 두드러기 낫는다]
두르러기를 은진이라고 하며, 육류, 생선, 달걀, 우유 드으이 식품, 약품,
장내 기생충에 의한 알레르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와 소화기, 간기능 등의 이상
또는 신경성, 정신성 장해, 과로 등으로 생긴다.
피부가 불거나 희게 두툴두툴하게 부풀어 오르면 가렵기가 이만저만 아니다.
때로는 외부적인 원인, 예컨대 벌레에 쏘였을 때 태양 광선, 물 또는 얼음,
차가운 바람 등이 피부에 자극을 주어 생기기도 한다. 왜 생겼는지 전혀 원인을
모를 때도 있으므로 두드러기는 대수롭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본인에게는 그런
고통이 없다. 두드러기 발진이 온 전신에 생기면 열이 나고 기관지 점막에
부종이 생겨서 천식 비슷한 발작이 생기는 수도 있다.
[두드러기는 흔히 비장의 기능이 나빠져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은은하게
피부 속에 생기기 때문에 은진이라고 하며 두드러기가 생기면 아주 가렵다.
두드러기에 적진, 백진 두 가지가 있으며 적진은 양성에 속하며 청량하게 하면
사라지고 백진은 음성에 속하기 때문에 따뜻하게 해주면 없어진다.] <외형편
권3 파>
[온 전신에 흰 두드러기가 생겨 가려움증이 멎지 않는 것은 날이 흐리고
기온이 차가울 때 더 심해지며 하늘이 맑고 날이 따뜻해지면 가려움증이
경해진다. 이는 차가운 기가 피부 속에 잠복하여 엉기어 퍼지지 않을 때 생기는
것이다. 탱자술을 복용하고 탱자열매를 끓여 달인 물로 환부를 씻는다.]
<동상>
[지실주:탱자술은 전신에 생긴 흰 두드러기를 고친다. 탱자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밀가루에 묻혀서 볶은 것을 썰어서 3돈중(약 12그램)을 따뜻한 술 한
잔에 넣어 잠시 우려낸 다음 탱자 절편을 건져내고 술을 마시면 된다.] <동상>

[향성파적환: 박하, 연교, 감초 등 혼합 생약으로 쉰 목청 고쳐]
원로 정치가 한 분이 있었는데 왕년에 선거유세 때 너무 목소리를 내어 제일
중요한 막판에 가서 목이 꽉 잠기어 목소리 잘 나오게 하는 약을 여기 저기서
구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목소리가 생명인 성악가나 가수가 목이 잠기어도
난가하게 될 것이다.
목소리를 크게 쓰는 직업인들 중에 목소리가 탁해지고 갈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요인결절, 즉 성대에 못이 박혀서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한 두 달
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아 목소리가 되살아나지 않을 때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꽤 까다롭고 어렵다고 되어 있다.
급성 후두염이 감기 또는 목소리를 너무 많이 써서 생길 때 목이 쉬며
만성후두염 또는 후두암, 후두결핵, 성대의 신경마비, 성대폴립(성대에 군살이
생기는 증상) 등의 경우도 목소리의 이상이 생기므로 너무 오래 또는 자주 목이
쉴 때는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할 것이다. 갑자기 목소리를 너무 내어 목이
잠겼을 때의 처방이 <동의보감>에 나와 있다.
[처방의 이름부터 멋지다. 목소리가 울려 나오는 피리가 깨어졌을 때
복용하는 환약이라. 향성파적환이라고 하였으니, 너무 노래를 많이 불러서 목이
잠긴 것을 고친다. 박하,연교, 길경, 감초, 백약전, 천궁, 축사, 가자, 대황의
아홉 가지 생약을 처방대로 혼합하여 만드는데 고운 가루로 하여 달걀 흰자위를
섞어 반죽하여 약 1그램 무게가 되는 크기의 환약으로 빚어 두었다가 잠자리에
들 때 한 알씩 입에 물고 녹여서 삼킨다.] <내경편 권2 성음>
이런 처방으로 되어 있는 제품은 없기 때문에 약재를 사다가 가루로 만들어
집에서 환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향기도 좋고 성분이 대체로 수렴작용이
있는 것이 많이 들어 있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임상효과가
있다는 기록들이 있다. 백약전은 아선약을 말하며 카테킨 퀘르세틴 등의 성분이
혈관 수축작용과 살균작용을 한다.

[병유불가보: 병에 따라 절식이 좋지만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세상사 모든 일이 상생, 상극의 관계 가운데서 영위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필요한 것은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다. 독불장군이라는 말이
있듯이 혼자의 힘만으로는 성사가 안 되며 남과의 협조 가운데서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아무리 좋은 일일지라도 적당한 한도가 있는 것이지 많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음식물이라든가 운동도 적당히 해야지
지나치거나 모자라면 모두 몸에 해롭다.
그런 이치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하다 보면 재미가 나서 자연히 도를
넘치게 된는 것이 보통이다. 영양섭취가 모자라면 안 될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반대로 영양과잉이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신장병, 간장병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음식은 많이 먹을수록 건강해진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이 많다. 심지어는
어린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영양을 섭취시켜서 비만증, 고지혈증, 소아당뇨병
등을 생기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병이
생기면 만성인 소모성 질환이면 몰라도 급성병에는 자연치유력을 눞이기 위해서
자연히 기름진 음식이나 육식을 기피하는 식성으로 일시 변하는데 이와 같은
이치를 모르고 먹어서 기운을 내야 병을 이겨낼 수 있다고 무리하게 음식을
많이 먹여서 도리어 치료를 더디게 하는 경우가 있다.
[병이 생겼을 때 영양분 섭취를 많이 하여서는 안 되는 병이 4가지가 있다.
학질, 정신병, 신장이나 심장이 나빠서 부종이 생겼을 때, 각기(흰 쌀밥만
먹어서 비타민 B1이 부족해서 생기며 다리가 마비되고 붓고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병) 등이 그런 경우이다.] <잡병편 권1 용약>
<동의보감>에서 지적한 이 네 가지 병에 대해서 식보를 하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인지는 속단할 수 없으나 병에 따라서는 식사 조절을 해야 하는 병이 있다는
것을 제시한 데 뜻이 있다고 보아야 하겠다.
그래서 오늘날도 절식 또는 단식이 중요한 치료법의 하나로 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단식을 하다가 죽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야 할 것이다.

[반사위병: 원기와 체격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병이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생리, 병리, 환경위생 및 양생법(오늘의 건강법)이 주로
<황제내경>의 것이 많은 것으로 보아 <동의보감>은 '내경계의학'에 우리 것을
가미한 것으로 보아야 하겠다.
<황제내경>은 동양 의학의 최고 최고의 의학원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미
춘추전국시대에 줄거리가 이루어진 저술이라고 보아야 하며 간행된 연대나
저자는 분명치 않다. 담나 중국 초창기의 전설적인 임금님 세 사람 중의 한
사람인 황제가 그의 신하인 기백 등과 문답을 하는 형식으로 엮어진 책이
<황제내경>이다. 삼황의 나머지 두 사람은 불을 사용하는 법과 주역의 기초를
만들어 낸 복희씨와 농사법 및 약초의 이영법을 가려낸 신농씨이다. 황제는
의학이론과 침구술을 완성한 분이라고 되어 있다.
<황제내경>은 [소문]과[영추] 두 책이 현재 전해지고 있는데 그 밖에도
[외경]이니[명당]이니 하는 책도 있었다고 되어 있다. 내용이 모두 어렵고
추상적인 것이 많아 오늘날 이해하기 곤란한 점도 적지 않으나 하여튼 놀라운
원전임에는 틀림없으며, 서양에서도 번역되어 많이 연구되고 있다.
[정상이 깨지면 병이 된다:<황제내경>에서 말하기를 원기가 충실하면서
육체도 충실한 것, 또는 원기가 쇠약하면서 육체도 쇠약한 것은 모두
정상적이어서 괜찮지만 이와 반대가 되면 병이 된다.] <잡병편 권1 변증>
건강이라는 것이 반드시 씨름꾼처럼 체격이 강대해야만 되는 것이 아니고
체격이 왜소하며 나약하게 보여도 아무 탈 없이 할 일 다하면서 평생을 지낼 수
있으면 그게 바로 건강체인 것이다.
세상에는 `기허형실'`기실형허' 몸만 뚱뚱하였지 통 기운을 쓰지 못하며 밤낮
아프다는 곳이 많은 사람, 또 이와 반대로 몸은 보잘 것 없이 빈약하면서도
정력은 놀랍게 강한 사람, 이런 경우들을 모두 병적이라고 하였다.
[식욕이 왕성하면서 원기도 왕성한 사람, 식욕도 없고 원기도 없는 사람은
자연적이지만 그 반대인 경우는 병이다.] <동상>

[내상정신: 마음이 건강하면 병이 침범하지 못한다]
실험동물 흰쥐 열 마리를 한 우리에 넣어서 사육한 것과 열 마리를 한 마리씩
따로따로 우리에 넣어서 사육한 것에 독약을 일정량씩 주사하여 주면 같은
우리에서 살던 열 마리는 모두 죽는데 따로 개별적으로 살던 놈은 죽지 않는다.
집단적으로 살던 놈들은 생존경쟁에 의한 정신적 갈등이 '내상'이 되어
'외사'인 독약에 강한 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에 죽은 것으로 풀이된다.
병의 원인에 내인과 외인이 있어 옛사람들은 내인(정신적인 원인)을
중요시하고 현대의학에서는 외인을 더 중요시한다. 내인으로는 "희, 노, 우,
사, 비, 공, 경"의 칠정이 지나치게 흥분되면 속이 상해서 내상이 된다고
하였다.
외부적 원인으로는 "풍, 한, 서, 습, 조, 화"등의 여섯 가지를 외사라고
하며"칠정의 내상이 없으면 여섯 가지의 외사도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이
옛사람들의 병인론이다.
다음 글은 <황제내경>의 [소오과론편 제77편]에 나오는 말이다.
[속이 상하면 병이 생긴다. 왕년에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이 세력이 떨어졌을
때는 외사의 침범이 없더라도 정신적인 내상 때문에 육체가 망하게 된다.
전에는 부유한 생활을 하던 사람이 사업에 실패하여 빈털터리가 되면 외사에
의한 손상이 없더라도 정신적인 타격 때문에 피부가 광택을 잃고 꺼칠하게 되며
근육이 꼬부라져 펴지 못하게 되어 다리가 마비되고 경련을 일으킨다. 너무
좋아하다가 갑자기 고난에 빠지거나 안락한 생활을 해 오던 사람이 고생스러운
생활을 하게 되면 이런 환경의 변화가 모두 오장의 정기를 손상기키며 정기가
말라 없어지면 육체도 따라서 쇠약하게 되는 것이다.] <잡병편 권1 변증>
아무리 훌륭한 의사일지라도 환자의 병이 생긴 이와 같은 상황과 배경을
헤아림없이 진찰을 하면 오진을 하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만거만당: 병의 근본과 발단을 알아야 응급치료도 가능하다]
표본이라고 하면 <표본실의 청개구리>라는 단편소설의 경우처럼 동물, 식물
등의 실물 견본을 뜻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물의 금본과 말단을 뜻하기도 한다.
병에도 근본과 말단이 있어 말단에 나타난 증상에 따라서 치료하는 것을
대증요법이라고 하고 병의 근본을 다스리는 것을 원인요법이라고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물론 근본을 다스리는 원인요법이 바람직하나 때로는 증상을 다스리는
대증요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화재가 말생하여 집이 타고 있을 경우에는
우선 급한 대로 물을 뿌려 불을 꺼야지 어느 겨를에 불난 원인을 따지고
있겠는가. 그래서 사람의 병이라는 것이 정확한 진단도 힘들지만 어떻게
치료하는가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선표후리'라고 하여 표면에 나타난 증상을 먼저 고쳐야 하는 경우도 있고
`선리후표'로 속에 숨어 있는 증상부터 먼저 손을 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선보후사'는 먼저 허한 것을 보급하여 준 다음에 나쁜 것을 배설시키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선급후완'은 먼저 급한 증상부터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며 `선신후구',`선본후표'가 있는가 하면 때에 따라서는 `선표후본'을 해야
할 경우도 있고 ` 소후대' 우선 손쉬운 조그만 것부터 처리해 나가는 치료법도
있고 `선축기후지중' 전법도 병의 증상 변화에 따라서 축차변방하면서 대기하는
투약법을 말하며 지중이란 한 가지 약방문을 오래 계속해서 꾸준하게 쓰는
방법을 말한다.
이와같이 병을 치료하는 데는 임기응변적 전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법의 근본은 병의 근본과 말단, 즉 본말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며 알지도 못하면서 허둥지둥하다가는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다음은 내경에서 인용한 말이다.
[병의 본말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백발백중의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나
병의 표와 본도 모를면서 덤벼든다는 것은 망발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잡병편 권1 용약>

[부부상애: 심리 이용해 엉뚱한 약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옛날 약방문을 뒤적이다 보면 제목부터 웃음이 터져 나오는 기방묘술들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부부종신상열법(부부가 평생토록
서로 좋아하게 하는 법)","령인종일부소법(종일토록 소변을 보지 않게 하는
법)", "천배불취법(천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법)","일배취도법(단 한 잔
술에 나가 떨어지게 하는 법)","백주야불안법(백 일 동안 자지 않고 새우는
법)" 따위 등등이다.
<동의보감>에는 그와 같은 터무니 없는 처방이 없는 것이 특색이지만 그래도
[잡방]편의 제법이라는 데를 보면 그 비슷한 처방이 몇 개 올라 있음을 볼 수
있다. 허망한 줄 알면서도 심리적인 효과를 위해서 그런 것을 실었는지 또는
조금이라도 무슨 뜻이 있어 실었는지 무어라고 단언할 수 없다.
그런 처방이 있는 것을 꼬집어 옛날 약은 대개가 `플라세보(Placebo)'효과에
의한 것이라고 험담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잘못이다. 플라세보란
`가약'이라고 하여 실제로는 약효가 없는 물질인데 그런 효과가 있으려니 하고
믿고 먹으면 그 비슷한 효과가 심리작용에 의하여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현대의 과학적 치료법에서도 플라세보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부부로 하여금 서로 사랑하게 만드는 법: 부부가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원앙새
고기로 곰탕국을 끓여 본인들 모르게 먹이면 곧 서로 사랑하게 된다. 또 5월
5일에 뻐꾸기를 잡아 다리와 골뼈를 떼내어 그것을 지니고 다니면 부부가
사이좋게 된다.] <잡병편 권9 잡방>
부부의 금실을 좋게 하기 위하여 원앙새나 뻐꾸기가 희생되는 것은
애처롭지만 그와 같은 방법을 써서라도 벌어진 사이를 가깝게 하려고 하는
주위의 가족들 또는 당사자들이 노력을 한다는 정성 자체가 효과를 나타내게
되는 것 아닐까.

[향신법: 모향잎 달인 물로 몸을 씻거나 마신다]
이상의 소설 <날개> 가운데 "이국적인 센슈얼한 향기가 폐로 스며들면 나는
저절로 감기는 눈을 느낀다. 확실히 아내의 체취의 파편이다"라는 묘사가 있다.
이성을 그리워할 때 불현듯 그 사람의 체취를 느끼는 것이다.
여성의 향기란 무르익은 여체가 발산하는 체취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여성이 사용하는 향장품의 향기라고 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은
화장을 하게 마련이다. 옛날의 여인들은 과연 어떤 향기를 풍겼을까.
사뿐사뿐 소리없이 스치고 지나가는 옛여인들의 체취를 연상하려면 옛날의
향료를 따져보는 수 밖에 없다. 마침 <동의보감>에 몇 개 그런 처방이 나와
있어 읽어보기로 한다.
[몸을 향기롭게 하는 방법:모향의 잎을 달인 물로 목욕을 하면 몸이
향기로워지고 나쁜 냄새가 없어지며 달여서 마셔도 좋다. 영릉향도 역시 몸을
향기롭게 하며 마셔도 좋고 목욕을 하여도 좋다.] <잡병편 권9 잡방>
모향은 벼과에 속하는 약초인데 남방계이며 우리나라에서 나는
`향기름새'라는 풀을 쓰기도 한다.
영릉향은 콩과에 속하는 식물이며 원래는 유럽 원산이지만 이미 세종대왕 때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재배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두 가지 모두 향기로운
정유성분이 들어 있다.
마늘을 먹으면 몸에서 마늘 냄새가 나듯이 향초를 달여 마시면 몸이
향기로워진다니 생각만 하여도 멋지지 않은가.
[옷을 향기롭게 하는 향:이 처방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향을 섞어 가루로
만들어 종이에 싸서 옷장 속에 넣어 두면 옷에서 향기가 은근하게 나게 된다.]
<동상>
삼내자는 산내라는 약초이다. 이 처방은 출처가 속방이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허준의 처방이 아닐까 한다.

[삼기성편: 건강의 근본은 올바른 식사에 있다]
심장병, 암, 뇌졸증 등 이른바 성인병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의 노력이
결국 오늘날 귀착되어 가고 있는 결론은 성인병이 `인조병(Man made
disease)'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이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성인병이다. 스스로 만들어내는 원인 가운데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식생활의
잘못이다.
식생활을 개선하지 않고는 이와 같은 사망 원인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과학이 성인병을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려고 수 없는
노력을 쏟아왔지만 결국 귀착된 결론이 식생활의 개선이라는 것은 아무리 돌고
돌아도 진리는 하나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 천지에서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것은 오로지 먹는
음식물뿐이다. 음식물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되돌아가는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그 성질이 편벽되지 않고 맛이 담백하여 몸을 보해
주며 신진대사를 올바르게 하여 주므로 아무리 오래 먹어도 물리는 일이 없다.
이 점이 바로 식품이 우리 건강과 생명에 크게 공헌하고 있는 바인데 약을
그렇지 않다. 인삼이나 황기 같은 보약은 좋은 보약인데도 역시 성질이
편벽하여 음식처럼 먹을 수는 없는데 하물며 병을 공격하는 데 쓰는 치료제
약들이야말로 말할 나위도 없다.] <잡병편 권4 내상>
[식사와 약으로 병을 치료하는 법:사람이 건강의 근본은 올바른 식사에
있으며 병을 고치는 길은 약에 있다. 음식의 올바른 것을 모르면 우리의 생명을
온전하게 할 수 없고 약성을 분명히 모르고는 병을 고칠 수 없다.] <동상>
[병이 생겼을 때는 먼저 음식으로 치료해서 낫지 않으면 비로소 약을 쓰는
것이다.] <동상>

[요통유십: 잔등은 내장 감싸는 원기의 근본]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중요한 기관의 세포가 위축되어 그 작용이
쇠퇴함으로써 생기는 퇴행성 질환이 나타난다. 흔히 중년 이후에 많다고 하여
성인병이라고 하며 동맥경화증과 고혈압, 심장질환, 암, 당뇨병, 갱년기 장애
등이 그것이다. 또 한 가지 뼈와 관절에 고장이 생겨서 어깨와 허리에 신경통이
생기고 허리와 등이 변형을 일으켜 구부러지는 것도 성인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노인일지라도 등과 허리가 곧으면 건강해 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등과 허리
곧은 것이 노인 건강을 나타내는 척도라고도 할 수 있다.
[잔등은 흉곽 속의 내장을 수용하고 있는 곳이며, 등이 구부러지고 어깨가
처지면 흉부의 기능도 떨어진다. 허리는 신장을 수용하고 있는 곳이며, 신은
신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선천의 원기가 들어 있는 곳이며, 정력이나
생식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오늘날의 부신의 기능과 성선의
기능을 아울러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허리가 아파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신장기능이 피로하며 지쳤다는 것을 뜻한다.] <외형편 권3 신,
요>
[허리가 아픈 증상은 원인에 따라 열 가지 종류가 있다.:정력이 허해져서
생기는 신허요통을 비롯하여 담이 결려서 생기는 것, 소화불량으로 생기는 것,
삐어서 생기는 것, 혈액 순환이 잘 되지 못하여 어혈 때문에 생기는 것, 풍,
한, 습, 습열, 기 등으로 생기는 신경통성 요통 등 열 가지가 된다.] <동상>
현대의학에서도 같은 증상인 요통일지라도 근성요통, 좌골신경통, 추간판
헤르니아(디스크), 척추 분리증, 변형성 척추증 또 그 밖에도 당뇨병성 신경염,
악성종양 등에 의해서도 생긴다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원인을 따져서 가리지
않은 채 진통제 복용만으로 허리 아픈 것을 고친다는 것은 약물 중독이 되기
십상이다. <동의보감>엔 열 가지 요통에 대해서도 각각 약방문과 치료법이
다르게 되어 있다.

[사수: 정신이상은 귀신이 붙어서가 아니라 허략한 기혈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비참한 정신병 환자를 귀신을 쫓아내어서 고친다고 밥을
굶기고 결박하여 복숭아 몽둥이로 때리면서 경을 읽거나 기도를 드리다가
환자를 사망케 하는 일이 지금 세상에서도 가끔 일어나고 있느니 한심한
노릇이다.
사수라고 하는 것은 제 정신을 잃고 미친 사람처럼 되는 증세인데 귀신이
붙어서 일어나는 증세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동의보감>에서는 요사스러운
귀신이 붙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혈이 극도로 허약해지고 신경이 쇠약하면
생기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사수의 증상: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모두 허망한 것을 사수라고
한다. 심해지면 평생 보지도 듣지도 못한 일 또는 온갖 귀신 잡귀들에 관한
것을 지껄이게 되는데 이것은 기혈이 극도로 허약하여 신경이 쇠약해졌거나
담이 막혀 가슴이 답답하게 되었을 때 생기는 것이지 요사스러운 귀신이 붙어서
생긴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잡병편 권7 사수>
[정신이상이 생기면 노래했다, 울었다, 탄식했다, 웃었다, 잠들었다 하는가
하면 시궁창에 걸터 앉아서 더러운 오물을 집어먹는가 하면 발가벗고
노출시키는가 하면 밤낮없이 날뛰며 성내고 욕지거리하는 품이 종잡을 수
없다.] <동상>
[눈에 오색잡귀들이 보이는 것은 모두 자기의 정신이 나가고 신경이 완전치
못하기 때문이지 외부로부터 귀신이 덤벼들었기 때문은 아니며 원기가 극도로
허약한 증상이다.] <동상>
이와 같은 정신계통 질환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약물요법도 여러 가지 나와
있지만 `이정변기'라고 하여 희, 노, 경, 공, 우, 사, 비의 칠정의 상생상극의
이치를 응용하여 감정을 전환시켜서 치료하는 감정요법도 아울러 사용하였음을
볼 수 있다.

[벽조이: 경분, 창포잎 달인 물로 몸을 씻는다]
"백성일용에 무관하면 학이 아니다"라는 말은 실학자 정다산이 학문하는
본뜻을 나타낸 것이다. 학문이 심오해지면 할수록 내용이 실사회와 동떨어져
추상적 고답적이 되기 쉽고 자칫하면 공리공론에 흐르기 쉽다.
선조대왕께서 허준으로 하여금 <동의보감>을 편찬 저술하도록 어명을 내리실
때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지시까지 밝힌 것을 보면서 선조대왕께서도
실학정신이 투철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근자에 보건데 중국의 의학 처방서가 모두 간략하고 내용이 보잘것 없으니
모든 방서를 모아 완전한 책을 엮어 만들되...우리나라는 궁촌벽지에 의약이
없어 일찍 사망하는 백성이 많으니 우리나라에서 많이 생산되면서도 알지 못해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고장의 약 이름을 함께 기록하여 백성들이 알아보기
쉽게 할지어다.] <동의보감 서>
<동의보감>은 위로는 생명철학에서부터 밑으로는 백성들의 자질구레한 고통,
예컨대 이나 벼룩 없애는 처방까지 망라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벼룩과 이를 물리치는 법:창포가 벌레 없애는 작용이 커서 벼룩과 이를
죽여서 없애 버린다. 수은이 털 속의 이를 죽이니 수은을 침에 개어 바르면
이가 죽으며 경분(오늘날의 감홍)도 같은 작용이 있다.] <잡병편 권9 잡방>
창포의 잎이나 뿌리를 달인 물로 머리를 감거나 몸을 씻으면 이가 없어진다는
것이데 옛 풍습에 단오날 창포 달인 물로 머리를 감는 것도 이런 데서 연유한
것인지 모르겠다.
전쟁중 피난민들에게 이가 들끓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며 2차대전
후에 DDT덕택으로 이를 없앤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그런데 DDT의 위력이 없어지고 쓰지 못하게 되자 다시 이가 생겨서 요즘
일본, 미국 등에서는 큰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음모에 생기는
`사면발'이라는 이는 일종의 성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인 접촉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은 고약한 것인데 수은 연고를 비벼 바르면 전멸되지만
무서운 수은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
@ff

2. 현대인을 위한 건강법
[운동도 지나치면 나쁘다]
자동차는 일정한 수명이 있어서 주행 킬로수가 얼마 이상되면 폐차를 해야 할
정도로 낡게 된다. 그러나 인체는 운동에 의해서 단련할 수록 튼튼해져서
얼마든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대개는 그렇게 믿고 꽤 연세가 지긋한
분들도 기를 쓰고 등산이나 골프나 테니스에 열중하는 분들이 많다.
루브렐이란 사람은 동물마다 일정한 에너지량이 있어 그것을 빨리 소비하면
빨리 죽고 천천히 소비하면 장수한다는 학설을 냈었고, 사람은 체중
1킬로그램당 72만 5천 8백 칼로리가 그 한계치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사람의
몸도 쓸수록 좋아지는 영구 기계는 아닌 모양이다.
"유수불 호추불 이기운동고야:흐르는 물이 썩지 않고 문지방이 좀먹지 않는
것은 운동하고 있기 때문이니라"라고 하여 건강 유지에 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보행 산책이나 심호흡을 하는 도인법 등이
<동의보감>에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운동도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으니 적당한 육체 운동은 신체의 건강은
증진시키나 과도의 피로는 형기를 소모하여 운동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강에 불리하다고 하였다.
"양성지도 상욕소노 단막대피"
"양성지도 막구행 구입 구좌 구와 구시 구청 개령손수야"라고 하여 절대로
지나치게 피로하여서는 안 되며 너무 오래 보행하면 근육이 손상되고 오래
서있으면 뼈가 상하고 오래 앉아 있으면 육이 상하고 오래 누워 있으면 기가
상하고 구시하면 상혈한다고 하여 수명을 줄인다고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양생하는 사람은 침조차 멀리 뱉어서는 안 되며 걸음을 빨리 걷지
말고 시장해도 과음 과식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있어 만사
무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오늘날의 건강법에서도 진리이며 모든 운동은
뒤에 피로가 남지 않는 한도에서 규칙적으로 행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상식인
것이다.
최근 브루킹턴 등의 보건학자가 건강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환경에 대한
조화된 적응 가운데서 찾을 것을 주장하는 것은 조화를 생명으로 하는 동양적
양생법의 지혜를 늦게나마 뒤따라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계절 따라 운동도 다양하게]
우주여행이 가능해짐에 따라 자연환경과는 전연 관계없는 인공환경
가운데서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을 가지게 되었다. 자연의 위력에
순응하고 굴복하던 것은 아직도 과학과 기술이 발달되지 못했던 미개시대의
일이고 오늘날 과학시대에는 모름지기 자연을 정복하고 더 나아가서는 사람에게
알맞은 인공 환경을 과학기술의 힘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과학 만능적 사고방식이 드디어는 스스로 만들어 낸 공해 물질의
위협을 받게 되고, 계절병이라고 하여 기상 조건에 따라 사람의 생로병사가
크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와 같은 분야의 연구를 생기상학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양의학 원리에서는 이미 3천년 전에도 계절과 건강이 절대적으로
상관성이 있으며 계절에 순응하는 생활태도를 취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절대 조건이라고 내세우고 있다.<동의보감>에서도 이와 같은 원칙을
<황제내경>의 말을 빌어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춘하추동 네 계절의 음양 상태는 천지만물 삼라만상과 생사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시의 음양 원리에 위배되는 생활을 하면 재앙이 생기고
순종하면 중한 병이 생기지 않게 마련인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도 기상 조건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이 됨을 인정하는
동시에 기후의 급격한 변화에 의하여 발생되는 것이 확실한 병으로서 만성
병성조직에 의한 동통, 심장 및 순환기 질환, 결석에 의한 장해, 감기, 백일해,
급성폐렴, 안면신경마비, 유아 테타니, 급성 녹내장 발작 등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사시 계절에 순응하는 자연적인 생활태도란 어떤 것일까.
"봄 석 달 동안은 만물이 발생 발전하는 계절이므로 밤샘도 하지 말고 아침
일찍 일어나 과격하지 않은 운동을 통하여 겨울 동안에 위축되었던 것을 풀어
주고, 만약 이때에 과로하면 간이 나빠진다. 여름 석 달 동안은 만물이
무성하는 때이니 역시 아침 일찍 일어나 낮이 길다고 게을러서는 아니 되며
발랄한 활동을 통하여 양기(섹스만을 칭하는 것은 아님을 주의)를 발산시켜야
하며 만약 울열이 되면 심장이 약해진다. 가을 석 달 동안은 수렴의 시기이기
때문에 너무 지나치게 일을 벌이지 말고 차분히 활동해야 하며 이때에 심신이
과로하면 폐가 상하고 설사를 하게 된다. 겨울 석 달 동안은 폐장의 시기이므로
일찍 자고 늦게 해가 뜬 후에 일어나 과로를 피하며 보온에 힘써서 양기가
흩어지지 않게 하여야지 신장(소변 만드는 신장뿐만 아니라 부신이 주관하는
내분비계 전체를 말함)이 약해진다"고 하였다.

[베개가 높으면 단명, 단면한다]
잠잘 때 베는 베개와 건강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또 어느 정도 연구가 되어
있는지 알 수 없으니 하여간 베개가 나서 죽을 때까지 한평생 잠자리를
같이하는 반려인 것만은 틀림없다. 여행이라도 가서 베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면서 잠이 잘 들지 않는 것은 많이 경험하였으리라.
무슨 근거에서인지는 몰라도 `고침단명(베개가 높으면 명이 짧다)'이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고침단면(베개가 높으면 잠이 깊이 들지 않는다)'이라는
말도 있다. 또 편안하게 호강하며 즐거운 상태를 `고침' 또는 `고침사지'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오늘날 위생학에서 베개의 높이라든가 탄력성, 굳기 등이 적당치 않으면 자고
난 후 어깨와 목덜미에 근육통이 생길 수 있으며 지나치게 고침이면 오랜
동안에 자세가 나빠지고 맥박이 증가되며 혈압이 올라간다는 것을 발표한 것도
있다. 결국 베개 높이는 어른은 7 - 10센치미터 정도가 적당하고 길이도 너무
짧으면 숙면에 방해된다는 것이다. 베갯속으론 옛날부터 우리의 풍습으로 되어
있는 메밀껍질이 제일 좋다는 것이며 그래서 요새 메밀껍질이 일본의 수출
품목의 하나로 되어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동의보감>에 '신침법'이라고 하여 베갯속에 여러 가지 약재를 넣은 것이
무병장수에 좋다는 것을 아주 장황한 문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노쇠하여
죽으려고 하던 노인이 신침법의 비법을 실천하고부터는 머리가 검어지고 빠진
이가 다시 나고 하루에 능히 3백 리 길을 걸을 수 있으면서 180세를 살았다는
꿈 같은 이야기를 그와 같이 유레 없이 긴 문장으로 소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잣나무로 속이 빈 상자처럼 베개를 만드는데, 머리가 닿는 윗부분은 잣나무
심목인 빨간 복재를 쓰고 좁쌀 크기만한 구멍을 무수히 뚫어서 공기가 통하게
한다. 그 속에 양약 24종과 수약 8종을 각각 1량씩 넣되 독약은 밑에 깔고 위에
양약을 덮은 다음 베개 전체를 헝겊 주머니에 넣어 사용한다. 양약은 천궁,
당귀, 백지, 신이, 목란, 건량, 방풍, 인삼, 비렴, 계피, 길경, 백실, 백출,
고본, 삼초, 태초, 백복령, 형실, 육사용, 의이, 백미, 미무, 관종화의
24종이고, 독약은 오두, 부자, 세신, 반하, 예초, 려려, 조협, 석의 8종이다.
이와 같은 베개의 효용을 문자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겠지만 하여간 향긋한
약냄새가 풍기는 것만 해도 얼마나 운치 있는 멋이겠는가. 국화꽃 말린 것을
베갯속으로 넣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운치와 정신적 안도감을 잠자리에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몽정은 독에 담긴 물]
자연과학에서는 사물의 이치를 사색하는 데 있어서 유추를 사용하여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로 비유해서 생각하는 것을 위태로운
짓이라고 하여 배격하여 왔다. 그러나 요새 와서는 어떤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을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머릿속에 눈앞에 보는 양 모델을 상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점차 유추법이 활발해지고 있음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가령 심장이 박동하는 생리를 예로 든다면, 심장을 자동차 엔진이라 보고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가솔린과 윤활유의 공급이 순조로워야 하고 스파크
장치의 전류 조절이 정확해야 하듯이 심장의 박동이 정상적이기 위해서는 전류
스파크 장치에 해당되는 심장 자율신경의 조절이 정확해야 한다.
그와 같은 신경 조절에 고장이 생겼을 때에 그것을 정상화시켜 주는 물질이
강심체이다. 이런 식으로 모형적으로 생각하면 심장 생리를 눈앞에 보듯이
여실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동양적 사고방식은 옛날부터 이와 같은 유추법을 가장 큰 무기로 삼고 있다.
어느 정도 사실인지는 몰라도 일본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유가와가 중간자
이론을 착상할 때 <장자>의 호접몽의 비유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것도
그럴싸하게 들린다.
한방의학에서는 모든 건강의 근본을 성욕의 절제에 두고 정액이야말로 가장
소중히 간직하고 헛되이 낭비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 중에서 성신경쇠약에 이한 몽설, 유정 등을 중요시하여 치료법을 기재한
대목이 많은 중, 왜 그와 같은 병적 현상이 일어나는가를 설명하는 가운데 독에
담긴 물로써 비유한 것이 퍽 재미있다.
[몽정, 유정의 원인에 세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독에 물이 철철 넘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독이 기울어져서 물이 쏟아지는 경우요,
마지막 경우는 독이 깨어져서 물이 새어나오는 경우라고 하였다. 첫번재 경우는
구태여 약을 쓸 필요가 없고 흘러나오지 않게 막는 약을 쓸수록 더욱 심해질
수밖에. 두번째 경우는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경증이므로 신경진정제 등의
화평한약을 쓰면 되지만 맨 마지막의 경우처럼 독 자체가 깨어진 것은 그야말로
크게 허한 증세에 속하니 속히 보하지 않으면 밑천마저 송두리째 없어질 우려가
있다.]
같은 몽정 현상일지라도 이와 같이 정반대의 원인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므로
어찌 원인을 모르고 끝만 다스려서 병을 고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이와 같이
근본을 따져서 병을 다스려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오늘날도 역시 소중한 것
아닐까.

[녹두분으로 씻으면 예뻐진다]
조선조 점잖은 집 규수들이 지켜야 할 <내훈>의 한 조목에 이런 것이 있다.
[부녀자의 미용은 반드시 얼굴이 미인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그저 깨끗이
씻고 청결한 옷치장으로 목욕을 자주하여 몸에 때가 없는 것이 바로 여자의
몸치장이니라.]
그러나 현실은 그럴 수만도 없어서 여자들은 옷치레 얼굴 화장을 생명처럼
소중한 것으로 여겨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향장품의 역사가 꽤 오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그와 같은 화장품이 주로 천연물이니 색소나
향료이었을 것이 추측되는데, 최신 과학을 자랑하는 오늘날에도 가장 고귀한
향수는 천연 화향으로 만들어야 하고 사향노루의 배꼽 분비선인 사향이
귀중함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인공으로 합성된 사향도 있기는 있으나
천연물에 비하면 어림도 없다.
그러나 요새처럼 비누도 없고 중성세제로 된 샴푸도 없었던 옛날에 무엇으로
세수를 하였으며 어떻게 머리를 가꾸었을까 하는 것은 궁금한
일이다.<동의보감>의 화장관계 처방을 두셋 읽어 보면 다음과 같다.
[옥용서시산(얼굴이 옛날 절색 미인이던 서시처럼 예뻐지는 처방):녹두분
80그램, 백지, 백잉, 백렴, 백강잠, 백부자, 천화분의 각 40그램, 감송,
삼내자, 서모의 각 20그램, 영릉향, 방풍고본 각 10그램, 비조각 2개를 합쳐서
고운 가루로 만들어 얼굴 씻을 때 비누가루처럼 사용하면 얼굴이 옥처럼
예뻐진다.]
어렸을 때 녹두나 팥가루로 얼굴을 씻는다던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비조각은 주염나무의 열매 또는 가시이며 사포닌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탓으로
물과 같이 비비면 비누처럼 거품이 생겨 옛날은 고사하고 일제 말기에 비누가
귀할 때에 세탁용으로 사용한 적도 있다.
[향비조(요새로 말하면 화장용 향수 비누라고나 할까):침향, 백단, 정향,
영릉향, 삼내자 각 40그램, 소뇌 12그램, 사향 4그램을 가루로 만들어 이에
조각미 200그램, 흑설탕 80그램을 합쳐서 불에 녹여서 반죽한 것을 환으로
만들어 세수나 목욕할 때 사용하며 속칭 향비로라고도 한다.]
말만 들어도 향긋한 심향이니 정향이니 영릉향이니 사향이니 하는 향료의
냄새가 아련하게 몸에 풍기던 옛날 미인은 생각만 하여도 로맨틱하지 않은가.
오늘날 피부를 탈색하여 희게 한다는 수은이 들어 있는 크림이 있고 (지금은
유해하여 제조 금지) 옛날에도 얼굴을 희게 하는 처방에 경분(염화제일수은)이
들어 있었는데 <동의보감>에는 그 처방이 없는 것을 보면 그때 벌써 수은
중독의 무서움을 알았던 모양이다.

[쌀만 먹으면 각출불능행]
한방에서는 약효나 식물로서의 가치를 그 맛이 무엇인가를 보아 알 수 있다는
이론 체계를 가지고 있다. 신것, 쓴것, 단것, 매운것, 짠것 등 다섯 가지 맛
중의 어느 맛이냐를 알면 신것은 간을 돕고, 단것은 비장을 , 쓴것은 심장을
돕는다는 등인데 이런 식의 표현은 얼른 납득이 가기 힘들다.
칼슘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뼈에 좋고, 철분이 많으니까 빈혈에 좋고, 비타민
A가 많으므로 눈에 좋다는 등이 오늘날의 과학적인 표현이다.
과연 약이나 음식물의 가치를 오미로 따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뭐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엄연한 사실은 동물들이 자기
생명을 유지할 음식물을 선택하고 먹어서는 아니 될 독물을 가려내는 데 있어서
오로지 맛이나 냄새 등의 오감에 의해서 거뜬히 살아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각은 물질을 가려내는 정밀한 분석 장치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그와 같은 분석 결과에 따라 약이나 음식물을 분류하는 것이 결코 허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음식물의 제일 기본이 되는 쌀과 소금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기재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찹쌀에 대한 표현을 보자.
[쌀을 많이 오래 먹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근육의 힘이 빠지게 하며 고양이나
개에게 먹여도 다리가 구부러져 걷지 못하게 된다.흰쌀밥만 먹으면 비타민 B가
부족되어 각기가 된다는 사실과 어쩌면 그렇게도 잘 부합외는지 심지어는 동물
실험까지도 한 것을 알 수 있다.]
식염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소금은 모든 맛을 돋우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음식에 빠질 수 없으나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중국의)서북방 사람들은 소금을 적게 먹어 장수무병하고
동남방 사람들은 짜게 먹기 때문에 단명다병한 것이다.]
오늘날의 최신 의학이나 영양학이 무색할 진리를 간단한 표현 가운데
갈파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장수무병하려면 잡곡 혼식에 싱겁게
먹어야 하며 고량진미는 단명다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노인 변비엔 소마죽 한 주일이면 시원히>
요새 국민의 평균수명이 연장되어 감에 따라 노인층의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음은 그만큼 국민의 건강이 향상된 것으로 기쁜 현상이지만 그 반면에
노인들의 보건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되고 있다.
어린아이들의 생리가 결코 어른을 축소시킨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생리도
일반 성인과 달라 노인 특유릐 것이 있으므로 노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기고 있음도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늙으면 정, 혈이 다같이 소모되고 칠규(얼굴의 이목구비 일곱 구멍,
즉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 구멍이며 오장에 고장이 나면 칠규가 불통이
된다고 <장자>에 씌어 있다)가 정상과는 반대로 울어도 눈물이 아니 나는
반면에 웃으면 도리어 눈물이 나고 코에는 흐린 물이 많아지며, 귀가 울고
음식을 먹을 때는 침이 말라 고생이나 잠잘 때는 쓸데없이 군침이 흐르고
소변을 흘리고 대변은 변비 또는 설사가 일정치 않고, 낮에는 잠이 많고 밤에는
말똥말똥 불면이 생기니 이런 것들이 모두 노인의 병인 것이다. 노인은 감기
같은 것이 들었다 하더라도 절대로 독한 약 또는 땀나게 하는 약, 토하는 약,
설사약 등을 써서는 아니 되며 순하고 부드러운 약을 쓰도록 조심해야 한다.
음식으로는 죽이 좋으며 인유, 우유를 상복하면 가장 좋다"는 구절이 있고
우유에 쌀을 넣어 끓인 우유죽이 노인에게 가장 좋다고 하였다.
또한 노인의 대소변이 고르지 못한 것이 병의 원인이 되니, 소변 잘 나오고
변비증이 없게 하는 것이 노인 양생의 첩경이 되며 더욱이 변비는 장액의
분비가 적어 생기는 것이므로 과격한 설사약을 쓰면 일시적으론 대변이
통하지만 그 다음에는 더욱 변비가 심해지니 대장을 자윤하는 약을 먹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은 현대의학으로 보아도 지극히 타당한 방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변비약으로는 '소마죽'을 권하고 있는데 이것은 필자도 그 효력을 시험하여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방은 마자인(대마인, 마인이라고도 하는
삼씨, 건재약방에 있음), 소자(차조기씨) 각 5그램씩을 물과 같이 갈아서 거른
물에 쌀을 조금 넣고 끓여서 만든 죽인데, 이것을 아침 저녁 두 번 정도
1주일쯤 계속하면 아주 완고한 변비도 자연스럽게 통하게 되니 시험해 볼
만하다. 현대약처럼 변이 나오기 전에 배가 틀려 아픈 일도 없어 십상이다.
주로 마자 중의 각종 지방유 성분이 완화작용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고량진미보다 담백한 자연식이 좋아]
보정이미라는 말이 있다. 한의학에서 '정'이니 '미'니 하는 개념이 아주
함축성 있는 표현이어서 장황한 주석이 필요하나 여기서는 우선 통속적으로
"정력은 음식물로 보완해야 한다"는 정도로 하여 놓다도 크게 망발은 아닐
성싶다. "무슨 보, 무슨 보해도 식보가 제일이다"라는 속담과도 비슷한 뜻이다.
"정은 곡식에서 생긴다. 정이 부족한 사람은 음식물로써 이를 보한다. 그러나
고량진미는 정을 생할 수 없고 오로지 담백한 음식이라야 한다."결국 요새
말하는 자연식이 제일 건강에 좋다는 뜻이 된다. 또 식료치병이라는 구절을
보면 "의사는 먼저 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병이 침범하고 있는 곳을 안 다음
음식물로써 병을 치료한다. 만약 식이요법으로 낫지 않을 경우엔, 약을
사용한다. 이와 같은 치료법이 비단 노인이나 소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잘 먹는 사람이나 빈곤해서 못 먹는 사람이나 모두 적용되는 것이다."
영양실조라는 것은 영양부족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영양 과다로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 현대의학에서도 문제시되고 있다. 못 먹어서 영양불량된 사람이
음식 대신에 영양제라는 것에 돈을 낭비한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고 또 그
반면에 지나친 영양섭취로 이상비만증이니 당뇨병이니 고혈압이니 하는 것도
또한 우스운 일이다.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와서 거기서 출판된 <동의보감>을 사오지 못했음을
한탄한 연암 박지원이 그의 한문소설 <민옹전>에 이런 대목을 쓰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장수하겠다고 보약이라는 복령, 인삼, 구기 같은 것만 먹으면서
밥을 먹지 않았더니 백일 만에 기진맥진 죽게 되었는데 이웃집 노파가 와서
보고 탄식하여 말했다. '그대의 병은 굶주림 병이다. 옛날 신농씨가 백 가지
풀을 맛보아 오곡을 심기 시작하였는데 약은 병을 고치고 음식은 굶주림을
고치는 것인즉 그대의 병도 오곡이 아니고는 고칠수 없네.' 그제야 기름진
쌀밥을 지어 먹었더니 죽기를 면했다."
불사약치고 밥만한 게 없으며 아침 저녁으로 밥만 한 그릇씩 먹고도 70여
년을 살았노라고 작중의 주인공인 민 영감이 익살을 부린다.이런 것을 보면
2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음식물을 제쳐놓고 보약먹기 좋아하던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며 옛날은 과학이 발달되지 못해 그랬었다손 치더라도 요새는 무엇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호두 먹으면 머리 좋아진다]
밤이니 감, 배 등은 이름 자체가 우리 것이지만 호두는 글자에서부터
외국에서 전래된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호두는 일명 당추자라고도 하명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고려 이전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서 완전히 동화된
과일의 하나로 정월 대보름은 호두를 까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생각할 수도
없게끔 되어 있다.
중국에서도 옛날부터 음력 정초에는 아이들에게 호두를 나누어 주는 풍습이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두뇌를 발달 성장시키는 건뇌식으로 좋게 때문이라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호두는 단백질과 지방분이 풍부하여 100그램당 영양가가
700칼로리 가까이로 엄청나게 큰 값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현대 영양학에서도
좋은 강정식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비타민, 미네랄 등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 한겨울 동안 추위에 시달린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정월 대보름에 먹도록 민속화한 것은 우리 조상들의
생활지혜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호두는 사람으로 하여금 살찌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머리를 검게 하는
영양식이기는 하지만 과식하면 소화기능에 장애를 주어 속이 메스꺼워지게 하는
부작용도 있으니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과유불급은 진리인가 하노라. 청말의
여걸이던 서태후도 호두로 만든 죽을 애용함으로써 절륜을 지탱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호두죽의 처방은 약재가 들어 있는 것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인 것을 소개하면 내피까지 벗긴 호두 10개와 쌀 1컵을
물에 잘 불려서 함께 섞은 것을 으깨어 물 6컵으로 걸러서 냄비에 담고 물
1컵을 더 넣어 설탕으로 조미를 한 다음 끓여서 먹기 알맞은 죽으로 만들면
된다. 호두는 다 좋지만 원래 뚱뚱하고 혈압이 높은 사람은 사양하는 것이
좋다고 되어 있다.
읽어보면 모두 좋은 효능이며 폐를 다스려서 숨가쁜 것을 고치는 것도 좋고,
정력이 약해져서 허리 아픈 데도 좋다지만 과식하면 풍을 동하게 하여 눈썹이
빠지기도 하며 열이 많은 음식이라 겨울철에나 먹지 여름에는 좋지 않다는
구절도 있으니 풍을 동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며 열성인 음식물이라는 것은 무슨
뜻인지를 현대 과학적 용어를 사용하여 해당되는 성분들과 결부시켜서 설명할
수 있게 되면 더욱 좋으련만 아직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술도 약이 된다]
술은 옛날부터 '백약지장'이라고도 하고 '백독지장'이라고도 하였다. 술을
마시되 도를 넘지 않게 하는 것이 힘듦을 말하는 것이니라. 또 '주유병'이라고
하여 술이 마치 무서운 병기와 같아서 다루기가 힘듦을 경계하고 있으나 하여간
술이 인생에 있어서 매력 있는 기호품임에는 틀림없어 술을 가르켜
'천하지미록'이라고 하였다.
<동의보감>을 보면 "술은 성이 대열하고 맛이 쓰고 달고 매우며,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위장 기능을 도우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근심을 없애며 노여움을
발산시키고 마음껏 지껄이게 한다. 오래 마시면 신경을 상하게 하고 수명에
해롭다. 과음하면 몸이 말을 듣지 아니 하고 신경이 마비되니 이는 유독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여러 군데에서 과음의 해독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술의 종류를 무려 32종이나 열거하고 있어 옛날에도 술의 품종이
얼마나 다채로웠던가를 엿볼 수 있다.
조하주: 막걸리이며 몸을 덥게 한다.
두림주: 검은 콩 볶은 것을 청주에 넣은 것으로 산후의 풍에 좋다.
총주: 한기가 들 때 총백을 썰어 뜨거운 술에 담가 마시면 땀이 난다.
포도주: 얼굴을 늙지 않게 하며 신을 따뜻하게 한다.
상심주: 뽕나무 오디의 즙을 짜서 만든 술이며 오장을 보하고 눈과 귀를 밝게
한다.
구기주: 허한 것을 보하고 살찌게 한다.
지황주: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얼굴을 늙지 않게 한다.
무술주: 누런개를 삶아 곤 물에 쌀을 넣어 술을 만들며 양기를 크게 보한다.
송엽주: 각기와 신경마비에 좋다.
송절주: 관절, 신경통에 좋다.
창포주: 신경마비에 좋고 장수한다.
녹두주: 사슴 머리를 삶아 곤 물로 술을 만들며 기혈을 보한다.
고아주: 염소 새끼를 고아서 만든 즙으로 술을 만들며 살찌고 튼튼하게 한다.
밀주: 꿀로 만든 술로 영양제가 된다.
춘주: 음력 정월의 셋째 해일에 빚은 술. 삼해주와 비슷한 맛좋은 술.
무탄주: 순도 높은 술.
병자주: 찹쌀가루에 여거 가지 약재를 섞어 만든 술.
황연주: 주독을 풀고 사람을 해치지 아니 한다.
국화주: 장수하고 어지럼증을 없앤다.
천문동주: 기혈을 돕고 장수케 한다.
섬라주: 섬라국(지금 태국)에서 온 술이며 기생충을 죽인다고 한 것을 보면
도수 높은 술인 듯. 하여간 그때에도 수입주가 있었던 모양.
홍국주: 술이 독하다.
동양주: 술맛 좋기로는 자고로 천하 제일.
금분로: 처주에서 나는 술.
그밖에도 산동추로백, 소주소병주, 남경금화주, 진안녹두주, 강서마고주 등
요새로 말하면 외제 위스키 이름들인가. 소주, 저주, 이화주라는 것도 있다.

심신을 젊게 ^35^ 양명주
<동의보감>이 우리나라 민족 의학의 대표적 업적으로서 이미 4세기가 가까운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국내외적으로 불멸의 광채를 발휘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적 자존심이 강하고 한방의학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서까지도 <동의보감>을 한방의학의 최고 원전으로 삼고 있다.
역시 최고의 특징은 당시 번잡, 다기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던 한방 의학을 질서정연한
논리와 실증에 의하여 집대성, 체계화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현대의학이나 거의 진배없이 분과별로 나누어서 병인 병상등을 논하고 치료약의 처방 및
단방으로 사용되는 약재를 소상하게 기재하는 동시에 일일이 원전의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치료법이나 약재도 삽입되어 있다.
보약으로 양명주 두 가지가 올라 있다. 술마시면서 건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를테면 요즘의 토닉제에 해당되는 것 같다.
고본주: 피로를 풀고 허한 것을 보하고 연년익수하며 머리를 검게 하고 얼굴을 아름답게
한다고 그 효능이 적혀 있고, 처방은 생건지황, 숙지황, 거심한 천문동과 맥문동, 백복령,
인삼을 잘게 썰어서 항아리에 넣고 술을 담가 3일간 두었다가 약한 불로 한두 시간 끓이면
술빛이 검어지는데 이것을 주량에 따라 적당히 공복에 마시면 된다는 것이다.
오수주: 벌써 이름부터 오수라고 되어 있어 수염을 까마귀처럼 까맣게 한다는 뜻인데
한방의 보약 중에는 유난히도 머리를 검게 한다는 것이 강조되었다. 머리가 백발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장생불로를 직접 결부시키는 사고방식은 현대 의학에서도 좀더 검토해야 할
것이며 백발을 겉으로 염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옛 처방에도 염색법이 있다) 약을
내복함으로써 안으로부터 희지 않게 한다는 발상법은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수주의 효력은 고본주와 같아 굉장한 것이며 누런 기장쌀(찰기장쌀)에 맥문동, 생지황,
하수오, 천문동, 숙지황, 구기자, 우슬, 당귀, 인삼을 가루로 하여 넣고 누룩을 적당히
혼합하여 보통 술과 같이 빚어서 술을 담가 익거든 걸러서 매일 새벽 한두 잔씩 미취할
정도로 마신다는 것이니 이 아니 좋은가.

몸을 가뿐하게 ^35^ 감국화주
백초화라는 것이 있다.
"백병을 다스리고 장생신선이 된다. 백종초화를 따서 그늘에서 말려 찧어 가루로 만들어
술과 더불어 마시든지 꽃 끓인 물로 술을 담가 마신다."
로맨틱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큰 약효가 있을 성싶지 않은 것은 백종초화라는 것이
막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약을 생활 주변의 화초나 산채 같은 데서 구한다고 하는
것은 오늘날 같은 화학물질 공해가 범람하는 시대에 자연과 더불어 생을 즐기면서 건강을
찾는 방법이라 할 수 있고, 오늘날 점점 식용 야초나 산채에 대한 관심이 적어가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런 뜻에서 <동의보감>의 양생보약에 나와 있는
'감국화', '국화주'등은 오늘의 생활 가운데서도 지니고 싶은 지혜라 할 수 있겠다.
감국은 우리나라 산야에 자생하는 들국화 종류이며 "몸을 가볍게 하고 늙지 않아 장수하게
하는데 새싹, 잎, 꽃, 뿌리 모두 약용이 되며 응달에서 말려 가루로 만들어 술과 같이
먹든지 또는 꿀에 환으로 개어 만들어 오래 계속해서 먹는다. 국화주는 감국화, 생지황,
구기자, 근피를 물에 끓여 낸 물에 찹쌀을 넣고 끓인 다음 누룩을 넣어 양조하는데 국화는
흰색이 더욱 좋다"라고 되어 있다.
요즘 식으로 간단히 국화주를 만들려면 소주 1.8l(한되)에 말린 감국화 200g을 넣고 설탕
또는 꿀을 150g 정도(단맛은 적당히 가감하면 좋다) 섞어 3~ 4주간 두어 두면 마실 수 있게
되며 오래 저장할수록 좋아지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술뿐만 아니라 꽃을 차로 달여
마셔도 좋다. 원래 국화꽃은 운치 있는 존재로서 도연명의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이라는
시는 너무나 유명하며, 소동파의 글에도 "봄에는 싹을 먹고 여름에는 잎을, 가을에는
화실을, 겨울에는 뿌리를 먹는도다"라고 하여 철저히 국화를 애용한 것이 나타나 있다.
국화꽃이나 잎의 성분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이 연구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정유 성분이
밝혀지고 해열작용 및 모세혈관 저항성 증강작용등이 보고되고 있다. 과연 국화가 어느
정도의 장생불로약인지는 규명되어 있지 않다 치더라도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사지의 혈액
순환을 좋게 하며 풍에 의한 현기증과 두통을 고친다"고 한 것으로 보아 적어도 건위강장제
정도가 되는 것은 틀림없는 것이기 때문에 <신농본초경> 때부터 이미 상약으로서 높은
자리를 차지해 온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한가지 덧붙일 것은 약용이 되는 국화는 고미 아닌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감국화라고
한다는 것이다.

중국 궁중에서 애용하는 강정주 ^35^ 녹용주
녹용에 관한 약효를 좀더 더듬어 보면 "몽설과 설정을 그치게 하며, 근육과 뼈를 장하게
하고, 노인으로 하여금 새로 치아가 나게 하고 흔들리는 이를 단단하게 하며, 여자의 하혈과
적백 대하증을 고치며, 신허를 보하고 허리와 음부의 냉한 것을 다스린다" 등등의 지극히
매력적인 문구가 나열되어 있다.
소련에서는 일찍부터 녹용의 알콜 추출액을 약용으로 상품화하여 판토크린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날렸다. 그것 역시 약효는 일반 허약증 및 강정이라고 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분상의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실험에서 부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이 있음이 밝혀지고 부교감신경의
흥분은 성기의 혈관 확대와 관계가 있어 부교감신경과 강정 효과를 서로 결부시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녹용은 강정제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약학자 중에도 녹용이
혈중 콜레스테롤 양에 미치는 작용을 연구한 분이 있다. 또 녹용에 적혈구의 신생을
촉진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이 동물실험에서 밝혀지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녹용의 무슨 성분이 그와 같은 약리작용을 나타내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지견이 없다. 최근 동물의 각질을 가수분해시킨 성분 가운데
생리활성이 있는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연구도 있으나 워낙 단백질 계통의 연구가 힘들다
보니 아직 뭐라고 단정을 내릴 수는 없지 않을까.
우리 음식에 도가니탕, 꼬리곰탕, 족탕 등 소나 돼지의 뼈를 줜료로 하는 것이 있는데
교질, 콘드로이틴, 하이알우로니테이스 등 성분이 많이 섞여 있어 농후한 미각이 문자
그대로 "생정, 보수, 강근, 건골"의 효력이 있을 성싶어 여름의 스태미너식으로 십상이다.
녹각을 고아서 만든 녹각교라는 것도 녹용만은 못하지만 강장제로 사용된다고 한다.
사슴은 머리끝에서 꼬리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철두철미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피, 살,
태아, 꼬리, 힘줄 심지어는 페니스와 정액마저 귀물로 치니 사슴 팔자는 참말로 기구하다고
아니할 수 없겠다.
하여간 옛날 중국의 궁중에서 가장 귀하게 애용된 강정 강장제가 이와 같은 사슴
계통이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녹용주를 만드는 처방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소주 1l, 녹용 10g, 산약(서여라고도
하는 마의 지하근) 30g, 꿀 100g을 병에 담아 약1개월만 지나면 마실 수 있는데 어느 나라나
국민 소득의 향상과 비례하여 보건약의 소비고도 높아지게 마련이므로 각자의 체질에 맞는
이런식의 보건약을 가용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생활의 즐거움이 될 수 있겠다.

술 마신 후 섹스 말라
싫거나 좋거나 인생에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다만 어떻게
마시면 건강도 해치지 않고 인생을 즐겁게 하느냐하는 데에 술의 철학이 있고 술의의학이
있게 마련이다.
"술은 오곡의 에센스이고 쌀과 누룩의 조화품이라, 사람에게 이로운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사람을 해치는 것도 될 수 있다. 만약 지나치게 마시면 독성이 심장을 공격하고 창자에
구멍이 나게 하며 옆구리의 간이 망가지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눈이 보이지 않게 되니
술이야말로 생명을 망치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
"술은 석 잔 이상을 마시지 말도록 해야 하며 과음하면 오장이 상하고 난성발광하게 되나
만약 지치게 마셨거든 빨리 토하도록 한는 것이 상책이다."
이와 같이 술을 마시되 지나치지 말 것을 경계하는 동시에 술 마실때 주의할 사항이 씌어
있다.
"술을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지 않고 평소에 창백한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시면 혈기가
소모되어 해롭다."
"술 취한 후에 무리로 밥을 많이 먹으면 종기가 나기 쉽고 술 취한 후에 바람을
쐬면서(요새로 말하자면 선풍기 틀어 놓는 것일까) 자면 목소리가 나지 않게 된다."
"만취된 후에 마차를 다리거나 뛰어넘어서는 아니 된다."
이를테면 술 마신 후에 자동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요즘 교통규칙과 어쩌면 그렇게도
잘 부합되는지 신통할 지경이다.
"술 취한 후에 섹스를 영위하면 경할 때는 얼굴이 검어지고 기침이 생기며 심한 경우에는
크게 수명이 손상된다. 옛날부터 술에는 색이 따르게 마련인데 경계해야 할 일이다."
술 마신후에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나쁘다고 하였는데 요즘도 음주의학에서는 술과
음식의 관계가 언제나 문제가 된다.

많이 취했을땐 쌀밥이 해롭다
<동의보감>에 음주 후 대식을 하면 종기가 생기고 해롭다고 하였는데 왜 그럴까. 하여간
어느 경우에나 술은 폭음하여서는 안되며 특히 공복일 때 폭음하면 위와 간장이 나빠지게
마련이라는 것은 상식으로 되어 있다.
역시 제일 좋은 것은 식사와 더불어 술을 반주 정도로 즐기든지 그렇지 못하면 적당한
음주 후에는 반드시 식사를 드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주객들이 간이 나빠지고 위가 상하는
것은 영양실조, 비타민 B결핍, 저혈당등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술과 곁들여서 먹는 안주나 음식의 종류와 질도 문제가 된다. 김치 깍두기에 소주나
마시면 소위 속을 훑어내린다고 하여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이 생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술과 더불어 또는 술 마신 후에 섭취하는 식사로는 1) 지방분이 많은 것은 간에 부담을
주어 해롭다. 2) 전분질, 그 중에서도 특히 쌀밥을 많이 먹으면 위염이 생길 뿐만 아니라
혈액을 산성으로 만들어 숙취를 일으키고 피부병 같은 것도 생기기 쉽다. 3) 자극성이 강한
향신료나 맵고 짠것은 위염을 일으키고 간이나 신장에도 부담을 준다. 4) 술은 포도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산성 식품(혈액을 산성으로 만들어 주는 식품)이므로 산성이 강한 흰쌀,
계란, 생선의 빨간살 등은 피하고 알칼리성 식품인 채소, 과일등을 먹는 것이 좋다. 5)
간장의 기능을 도와주는 단백질과 에너지의 근원이되는 당분(꿀이 그래서 좋다)을 꼭 들어야
한다. 그것은 어떤 강간제보다도 좋은 약이 되는 것이다.
결국 술과 더불어 먹으면 나쁜 음식으로는 백미, 밀국수, 버터, 달걀 노른자위, 기름기
많은 고기, 파, 양파, 새앙, 땅콩, 고추, 카레라이스, 생선의 빨간살, 겨자등을 들 수 있다.
그러니까 아무리 술을 마셔도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는 좋은데 김치 깍두기에
흰밥을 꾸역꾸역 먹으면 소화불량은 물론 전신 건강에도 해롭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으니
역시 주부의 정성어린 우거지 해장국이나 선지 해장국 같은 것이 좋다는 것도 이치가 있는
셈이 된다.

해장술은 절대 금물
술이 사람을 망치게 하는 독이 되느냐, 인생을 즐겁게 하는 백약지장이 되게 하느냐는
음주관리법 여하에 달려 있다. 도가 지나쳐서 알콜 만성중독이 되면 백가지 병이 다투어
생기게 되어 볼장 다 보는 격이 된다. 알콜 중독이 되는 틀림없는 비결은 약한 술을 마시어
술이 서로 릴레이를 하게 하면 된다. 결국 해장술이니 장취니 하는 것이 술 중독의 장본인이
되는 것이다.
"주독위변자병: 술이 독이 변하여 온갖 병을 일으킨다. 병이 오래되어 깊어지면
소갈(요즘말로 당뇨병), 황달, 치질, (간 으로 배가 붓는 것), 실명(백내장이 생겨서 눈이
먼다), (해수, 천식), 간질등 이루 다 형언할 수 없는 병들이 생기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으랴."
이렇게 <동의보감>에서는 술 중독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 마신 술이
완전히 체내에서 소실이 되려면 물론 마신 술의 양에도 관계가 있지만 최소 24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조반때 해장술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만배불취단', '신선불취단', '해성탕', '해주화독산'이니 하는, 술 마시고도 취하지 않는
처방들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급성 알콜중독이나 술을 깨게 하는데는 다소 효과가 있을는지
모르나 술 중독으로 생긴 만성병에는 아무 소용이 없으니 믿지 말것이다.
술을 끊는 '단주방'이라는 것이 있다. 오늘날도 금주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 안타뷰즈
시아나미드 계통의 금주약들이 있다. 모두 술이 체내에서 산화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아세트 알데히드라는 유독한 물질이 혈액 속에 장시간 머물러 있게 하여 고통스럽게
함으로써 술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가 나게 하는 약이다. <동의보감>에는
'로자분(가마우지라는 새의 똥)' 또는 '응분(매똥)'을 태운 재를 술에 타서 먹으면 술을
끊게 되는데 약을 먹일때 본인에게는 알리지 않고 몰래 먹이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을 보면
심리적 암시 효과뿐만 아니라 무슨 뚜렷한 약리작용이 있는 모양이다.
또 술에 주사(실사: 령사라고도 하며 황화수은의 화확성분)를 담가서 병에 넣어 밀봉한
것을 돼지우리에 1주일 동안 놓아 두어 돼지 발길에 채여 굴러다니게 한 술을 꺼내 먹으면
술을 마시지 않게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암시효과 때문인 것 같다. 여포의(당나귀의 태반)를
태운 재를 술에 타 마셔도 역시 술을 끊을 수 있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주객 자신의 결심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술 마신 후 감을 먹지 말라
감에는 홍시(연시), 건시(말려서 만든 하얀 곶감), 오시(불에 말려서 까맣게 만든 감)의
세가지가 있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감의 효능을 살펴보면, "비기를 건강하게 하며
비위가 허약하여 소화가 되지 않는데 사용한다. 우유와 꿀을 섞어 달여서 마신다."
"개위하고 장위를 두텁게 하며 상식하면 좋다." "소갈증(당뇨병)으로 갈증이 날때 연시를
먹으면 좋다." "건시를 쌀가루와 같이 죽을 쑤어 소아에게 먹이면 가을철 이질에 좋다"등
모두 좋다는 것뿐이다.
또 '시유칠절'이라고 하여 감나무에는 일곱가지 기막히게 좋은 장점이 있는데 1) 수 2)
다음 3) 무조소 4) 무충두 5) 상엽가완 6) 개실 7) 낙엽비대 라고 하였다.
모르기는 모르되 감나무가 수명이 길고 여름에는 무성하여 응달이 좋고 새가 집을 짓지
않고 벌레가 먹지 않으며 서리 맞아 단풍든 잎사귀가 볼 만하고 과일이 좋고 낙엽이 두껍고
커서 좋다는 것이 아닐까.
감이 덜 익었을 때 떫은 것은 시브올이라는 타닌산 때문인데 효소작용에 의하여 물에 녹지
않는 형태로 변하면 떫은 맛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감을 항아리에 넣고 탄산가스 또는 카바이드에서 나오는 아세틸렌가스 등을 채워 놓으면
산소가 없어져서 효소작용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단감이 된다. 항아리에 술이나 알콜, 그것도
없을때는 따뜻한 물을 넣어 두어도 단감이 되는 것을 촉진하게 되는 것이다. 떫은 감을
먹으면 위장에서 페프신, 트리프신, 디아스타제등 소화효소의 작용을 저해하기 때문에
소화에 나쁘다.
감의 성분으로는 당분(포도당, 과당, 만니트, 만난등 곶감의 하얀 가루는 만니트가
결정으로 석출된 것이며 한방에서는 시상이라고 하여 약으로 사용한다), 능금산, 타닌,
페크틴, 캐로틴, 피페콜린산, 리코핀, 효소(카탈라제, 페르옥시다제), 비타민 C등이 있지만
주성분은 역시 탄수화물이며 영양가가 높다.
"연시는 술 마신 후에 먹어서는 안 되는데 위통이 생기고 술이 더 취하게 된다. 또 게와
같이 먹어도 안 되는데 복통 구토 설사가 생긴다."
이런 구절이 <동의보감>에 있는데 흔히 음주 후에 연시를 먹거나 수정과를 들면 시원하게
술이 깰 것으로 생각되는 상식과는 반대로 술 먹고 감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였으며, 게와
함께 감을 먹으면 죽는다는 속설까지 있는데 죽기까지는 몰라도 게와 감을 같이 먹으면
설사를 하는 것은 사실이라는 보고도 있으니(이것을 한방에서는 감과 게가 모두 냉한
성질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함)하여간 좋지 않은 모양이다.

술 마시고 속쓰린데 좋은 모과차
가을의 거리를 향기롭게 하는 것이 두가지 있으니 하나는 모과요, 또하나는 탱자이다.
한두개 구하여 서재에 놓으면 청향이 방안에 충만하니 이 아니 운치스러운가. 또한 이
두가지가 모두 약이나 차의 재료로도 유용하니 더욱 좋다.
모과는 광택 있는 황금색도 멋이 있지만 독특한 향기가 천하일품이다. 모과를
식물학적으로 따지자면 1) 추피모과 2) 광피모과 3) 일모과의 3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산출되는 것은 광피모과에 해당되는 것이며 본초학상으로는 명자라는 것이다. 원래 중국에서
모과라고 하는것은 추피모과인데 이 두가지는 모든 성질이 비슷하고 다만 모양이 명자는
꼭지 부분이 밋밋한데 비하여 중국모과는 젖꼭지 모양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것을 유난히 명자라고 할 필요도 없이 그냥 모과라고 하면 된다.
한 가지 우스운 사실은 대만에서 파파야라는 열대 과일을 속칭 목과라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모과(한방의 모과)와는 얼토당토않은 것이며 그것을 모과와 혼동한 책들이 있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의 모과 및 명자의 기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모과는 토사곽란 후에 다리에 쥐가 내리는 것을 고치며 음식 소화를 촉진하고 설사 뒤
갈증나는것, 가슴 치밀어오르는 것, 각기, 수중다리, 구역질등을 다스리고 담을 삭이며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하고 다리 힘이 약한 것을 고치지만 산기가 많아서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치아와 뼈가 오히려 약해진다. 철기를 접촉시키지 말 것이며 구리칼로 껍질과 씨를
없애고 얇게 저며서 볕에 말려 두었다가 사용한다(우리 가정에서 얇게 저민 것을 설탕에
재워 두었다가 차를 끓이는데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명자와 모과는 약효가 대동소이하며 주독과 이에 따르는 메스꺼움이나 속쓰린데 등에
좋아서 술을 많이 마실 수 있게 하며 냄새가 향기로우면서도 매워 옷장에 넣어 두면
좀벌레가 죽는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아 좋고, 향기로워 냄새 좋고, 차로 끓여 마시면 주독을 푼다니, 이래저래
풍류객들이 사랑할 만한 것이 모과가 아닐까 한다.

운동 부족한 체기엔 귤껍질차
아이러니컬한 사실이지만 사람은 분주해서 금방 쓰러질듯이 쩔쩔 맬때보다도 한가하게
되었을때 병이 나기 쉽다. 우스운 말로 눈코 뜰새없이 분주해서 병 앓을 겨를도 없다는
표현은 아닌게 아니라 사실인 것이다.
생명의 본질이 원래 '동'이요, 변화이고 보면 정체하면 병이 생기게 마련이다.
<동의보감>의 "기일즉체(기가 안일해지면 체하게 된다"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니 위 속의
음식물이 내려가지 않으면 체하듯이 전신의 원기가 순환되지 못하고 체하면 병이 된다는
것이다.
분주한 사람은 한가한 것을 갈망하며 "한거가이양지"로 적당한휴식이 좋은 레크리에이션이
될 수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레크리에이션이란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는 뜻이니 그게 바로
양지인 것이다. 현대생활은 바쁜 사람은 기계처럼 바쁜 반면에 한가한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이 지리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유한마담이니 레저 붐이니 하는 말들이 생겨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리하지
않고 유쾌하게 시간으 보내느냐가 바야흐로 문명국들의 큰 문제가 된다고 하여 사람이라는
생물의 학명을 호모 사피엔스 대신 호모 루덴스라고 하자는 사람도 있다. 즐겁게 유희하느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가하면 건강만 해칠 뿐 아니라 "소인한거에 위불선"이라, 마음마저
불건전하게 되는 것을 옛날부터 경계하고 있다.
고단하고 지치는 것은 반드시 중노동을 해서만이 아니라 뻔뻔히 놀아서도 생기는 것이다.
너무 한가로우면 질병이 생기기 쉽다. 대개 한가한 사람은 운동이 부족하고 들어앉아 포식만
하게 되니 경락이 불통하고 혈맥이 정체하게 되는 법이라. "잘 사는 사람은 겉으로 보아
볼품은 좋으나 속은 괴롭고, 고달픈 신세의 사람은 겉은 초라하나 속은 편한 버이다." 팔자
좋게 가만히 앉아 잘먹고 편히 지내면 병이 생기니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하며(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기체가 심한 경우에는 '율피일물탕'을 쓰면 된다고 하였다.
귤껍질을 물에 넣어 끓여서 차로 마시는 처방이다 귤껍질은 새것을 청피라 하고 오래 묵은
것은 진피라고 하는데 한방 약물학에서는 육진팔신이라고 하여 오래 묵을수록 좋은 약 6종과
새것일수록 좋은 약 8종을 들고 있는 가운데 진피는 육진중의 하나이다.
귤껍질에는 정유성분, 리모넨, 헤스페리딘, 비타민등이 들어 있어 방향성건위약이 된다는
것은 현대 약물학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눈을 밝게 한다는 결명자차
한방에서 사용되는 약재의 이름이 생긴 유래를 따져보면 재미있는 것이 많다.
약의 맛을 따져서 붙인 이름은 감초, 고삼, 세신등이 있고 계절과의 관계를 나타낸 것은
반하, 인동등, 사람의 이름을 딴 것으로 서장경, 포공영, 동물과의 관계로부터 생긴 이름은
음양곽, 낭독, 형상에 따라 붙인것은 오두, 마편, 호장, 지명에 유래하는 것으로는 촉규,
고량, 약재의 빛깔로 이름지은 것은 청호, 마황, 시적인 표현을 한 것으로는 백두옹,
왕불유행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약재가 나타내는 약효를 이름으로 표시한 것이 있음은 그 유래가 가장
적절히
명하여 인상적이다. 예컨대 부인병에 좋다는 익모초, 신경을 튼튼히 하여 잔걱정이
없어지고 뜻이 원대해진다는 원지등이 그 좋은 예이다.
결명자는 눈을 밝게 한다고 하여 이름이 생겼다니 이 또한 주목할 만한 존재가 아닌가
한다.
"결명자는 청맹(청맹과니) 및 눈이 충혈되고 아프며 눈물이 나는 것을 다스린다. 베개에
넣어 늘 베고 자면 역시 눈이 밝아지며 잎사귀도 눈을 밝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하니
나물로 무쳐서 먹으면 아주 좋다."
결명자에는 에모딘, 옵투시폴린, 옵투신, 크리소옵투신, 아우란티오옵투신, 크리소파놀,
단백질, 지방유, 점액질등의 성분이 들어 있음이 증명되고, 에모딘은 완하작용이 있음이
현대 약리학적으로 밝혀지고 있을뿐 아직 눈을 밝게 한다는 데에 대한 입증은 되지 않고
있으나 민간약으로서 야맹증, 녹내장등에 사용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또한 흔히 가정에서 끓여서 차로 만들어 마시는데 건위, 정장, 이뇨작용이 있으며
변비증에도 좋아 인도에서는 전부터 커피 대신 음료수로 사용하고 있다니 우리 가정에도
좀더 보급시켰으면 한다.
결명자 20g 정도를 그냥도 좋고 살짝 볶은 것도 좋으니 적당히 물을 넣고 끓여서 2홉
정도가 되면 차처럼 마시면 되는데 빛깔도 홍차처럼 아름답다.
일본 같은 데서는 결명자차를 얼마나 흔히 애용하는지 그네들이 열거하고 있는
병명만 들더라도 변비, 만성위장병, 소화불량, 위 확장, 위하수, 위산과다, 위경련,
위아토니, 충수염, 구내염, 황달, 담마진(두드러기), 신장염, 신우염, 신장병, 각기,
당뇨병, 방광염, 임질, 부인병, 폐결핵, 늑막염, 복막염, 간장염, 류머티즘, 신경통, 뇌병,
안질...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이런 모든 병에 특효약이 된다는 뜻이 아니라 좋은
음료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이 괜찮을 성싶다.

담, 설사에 특효 ^35^ 모과차
<동의보감>에 모과의 약효를 기재하는 가운데, 중국 의학 문헌의 인용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는 속방을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모과를 꽤 중요시한 것과
당시 민간요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모과는 담을 삭이고 가래를 멈추는 데 모과전을 만들어 복용하는 것이 좋다. 모과전은
담을 다스리고 비위를 이롭게 하는데, 만드는 방법은 모과를 푹 쪄서 씨를 빼고 살을 찧어
으깬 뒤 체로 걸러서 꿀, 새앙즙, 죽력(청죽을 태울 때 흘러나오는 진액)을 섞어 끓여서
만든다. 하루에 3~4차 큰 숟갈로 하났기 복용한다."
한의학에서 담이라고 하는 개념은 병인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기, 혈과
아울러 3대 요인의 하나로 치는 것이지만 현대 병리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문제이다.
체내의 수분대사와 관련시켜 비생리적인 체액이나 분비물을 좁은 의미에서 담이라고 하고
그것이 울체되면 여러 가지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속칭 흔히 "담이 결린다"라고 하는 것도
그런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모과의 성분으로는 능금산, 전화당, 설탕, 점액등이 들어 있고 잎, 가지, 뿌리에는 타닌,
아미그달린(잎에 함유되어 있음)등이 증명되고 있는데, 능금산에 지갈, 청량작용이 있는
정도와 임상적으로 설사를 멈추고 이뇨작용이 있는 정도는 알려져 있으나 그 이상의 과학적
근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모과나무 가지의 잎을 달여 마시면 곽란이 멈추고, 넣고 끓인 물로 다리와 발을 씻으면
다리 힘이 약해서 비틀거리거나 쓰러지는 것을 다스린다."
오늘날처럼 비타민이나 합성약품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는 시대에 꼭 모과 달인 물이라야
각기를 고친다는 법은 없지만 농촌의 지역사회에서 자기 고장의 천연물로써 병을 고치고
예방한다는 것은 요즘의 새마을 정신과도 부합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 풀뿌리니 나무열매 따위를 달여서 먹는것이 케케묵은 전근대적 풍경이라고 하는 분이
있다면, 브라질에서 나오는 나무열매를 볶아서 달여 만든 까만 탕약 마시는 것을 시대의
첨단적 음료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커피 마시는 습관 하나 때문에 연간 수백만 달러의 외화를 낭비하면서 커피콩을 수입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몸에 좋다는 모과차는 왜 나쁘겠느냐 말이다.

소화 돕고 머리 맑게 하는 작설차
외국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흔히 묻는 질문 가운데, 한국 사람은 고유한 풍속으로 어떤
차를 마시느냐는 것이 있다. 영국사람은 홍차를 즐기고, 일본 사람은 녹차를, 미국 사람은
커피를 좋아하는 식으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차는 무엇일까, 어떤 재치 있는 사람은 밥 먹은
후에 마시는 숭늉이 우리의 차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사실은 우리도 이미 신라시대부터 녹차를 재배하여 불교의 융성과 더불어 녹차 마시기를
숭상하여 운치 있는 다기도 많이 만들어낸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차
마시는 법은 거의 없어지고 녹차를 심지어는 일본차라고 부르기까지 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조선시대에 불교의 쇠퇴와 아울러 다도도 소퇴하였고, 임지노애란을 비롯하여 거듭되는
전화에 차를 즐기는 생활의 여유마저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요새 국산차의 개발이 국가적으로 시급한 이때에 녹차에 대한 옛날의 지혜를 찾아보고자
한다. 조선시대의 실학자로 유명한 정약용 선생이 호를 다산이라고 한 것은 선생이 전남
강징에 사실 때 차를 재배하고 호를 그렇게 지은 것이다.
그러니까 쇠퇴하는 가운데도 차를 지켜온 학자나 승려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근래에는 허백련 화백이 광주 무등산에서 차의 재배와 보급에 전력을 경주한 바 있어 점차
차의 생산이 각지에서 시작되어 최근에는 꽤 많은 양의 녹차를 일본에 수출까지 하고 있으니
기쁜 일이다.
"차는 상기되는 것을 가라앉히며 소화를 촉진시키고 머리와 시력을 맑게 하며, 이뇨작용이
있고 당뇨병등으로 갈증이 생기는 것을 멈추게 하며 졸음을 없앤다. 나무는 키가 낮은 것이
치자나무 비슷하며 겨울에 돋아나는 새 잎을 딴 것을 다라 하고 잎이 오래된 것을 명이라고
한다."
작설차는 어린 새싹이 참새 혓바닥 모양이라는 데서 생긴 이름으로 품질 좋은 차이다.
"소숙식 온난식지 작설다 역가"라는 대목도 있는데, 소하를 돕는 작용이 있으며 따뜻한 차를
마시는 데는 작설차가 좋다는 것이다.
우선 이런 기재만 보아도 차가 머리를 맑게 하고 소화를 돕고 이뇨작용이 있으며 잠을
적게 자고도 상쾌하게 만든다니 차로서 구비해야 할 미덕은 모두 구비하고 있는 셈이 된다.

공부 할때 졸리면 녹차를 마셔라
녹차가 "소숙식 하기 이소편 영인소수 청두목"등의 매력적인 약리작용을 지닉 있는 외에도
유력(힘이 용솟음치고), 열지(마음이 즐겁고), 익지(의욕이 넘치고), 해주등의 효과가
있다고 되어 있으니 기호성 음료치고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와 같은 약리작용은 결코 과장이 아니고 그에 해당되는 성분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성분은 알칼로이드 계열인 카페인, 테오필린등이며 이시 중추신경,
심장, 신장등에 대해 강력한 흥분작용을 지니고 있다.
같은 분량끼리 비교한다면 녹차는 커피보다도 더 많은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한
잔의 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녹차의 양이 커피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차 한 잔 속에
포함되어 있는 카페인은 커피가 더 많다. 그러나 같은 카페인 성분이면서도 녹차 속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다른 천연물 성분과 잘 배합되어 있기 때문에 작용이 완화되어서 커피처럼
밤에 잠이 안 와서 고민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도 하였다. 영인소수라는
것은 깨어 있을 때 졸음 오는 것을 막아 깨끗한 머리로 공부할 수 있다는 정도이지 잠을 못
자게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밖에도 중요한 성분으로는 후라보노이드(켐페트린, 퀘르트린, 퀘르세틴, 루틴등)에
모세혈관 강화작용이 있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증에 좋고, 타닌, 사포닌, 스테로읻,
트리테르페노이드, 정유와 각종 아미노산, 아민류, 비타민 C, 기타 수용성 비타민(니코틴산,
판토텐산, 엽산, 비오틴) 효소, 당질 등등 좋다는 성분은 있는 대로 모두 포함되어 있는
감이 든다.
비타민 C(아스콜빈산)만 하더라도 녹차를 하루에 다섯 잔만 마시면 25mg을 섭취하는
결과가 되어 하루 소요량이 충당되는 셈이니 푸성귀 귀한 겨울철의 비타민 C 공급원으로서도
훌륭하다. 톡차의 또 하나의 특수 성분인 미노살린에는 혈당을 저하시키는 작용이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그러나 저러나 아무리 성분이 좋더라도 차가 차다워야 하기 위해서는 맛과 향기가 좋아야
하는데 이 점에 있어서도 녹차는 그만이요, 천하일품이다. 커피를 유화라고 한다면 녹차는
여운을 살리는 동양화의 깨끗함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녹차를 요새 젊은이들이 커피 마신
뒤의 엽차 정도로 생각하니 서글프다.
"오래 마시면 지방이 적어지고 몸이 날씬해지니 지나치게 뚱뚱한 사람이 마실지어다."
살 뺀다고 미용체조니 체중 조절약을 복용하는 분들은 녹차를 마실것.

임신 석 달 지나야 성별 가능
현대의학이나 생물학에서도 태아의 성별이 무엇에 의해서 결정되는 지를 무척 캐내고 싶어
별의별 가설이 다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완전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 얼마 전에
정액을 적당한 물리적 방법으로 분별한 것을 따로따로 난자에 수정시키면 수컷과 암컷을
자유로 조절할 수 있다는 뉴스도 있었으나 어느 정도 실현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 가지 엄연한 사실은 개별적으로 보면 7공주로 딸만 낳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아들만
내리 두어 희비를 자아내고 있지만, 한 나라나 인류 전체를 거시적으로 본다면 성비가
1대1이라는 법칙을 충족시키고 있음은 놀라운 일이다.
아들, 딸의 호, 불호는 순전히 가족제도와 남녀의 사회적 위치 또는 인습에 의한 것으로
전연 문제될 성질이 못되는 것이라고 점차 인식되어가고 있지만 남녀를 원하는 대로
잉태하게 한다는 광고를 내어 밥을 먹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뿌리깊은 아들
숭상의 풍토가 남아 있는 건 아닐까.
"월경이 끝난 뒤 1, 3, 5일에는 남자가 들고 2, 4, 6일에는 여자가 생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잉태하지 못한다."
가족계획을 들춰서 월경주기 이용법이라는 것을 보면 수태 가능기간이 다음 월경 전
12~19일까지의 8일간(정자가 자궁 내에서 3일간 살수 있는 날짜를 합해서)이라고 되어 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지만 수태 가능 기능을 너무 일찍 잡은 것 같고 또 월경이 지난
후 기수일에는 아들, 우수일에는 딸이라는 것도 너무 간단 명료해서 우습다.
이 점에 대해서는 <동의보감> 스스로도 석연치 않았던지 "...월경이 끝난 후 1~2일에 정이
혈을 이기면 남자가 되고 4~5일에 혈이 정을 이기면 여자가 된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고
기재하는 동시에 <주역>의 음양건곤의 이치에 따라 남녀 구별이 생기는 것이라고 추상적인
관념론이로 장막을 펴고 있다. 결국 "좌자궁이 기를 받으면 남자가 되고 우자궁이 기를
받으면 여자가 된다"는 학설을 소개하고 있으나 따지자면 결국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동양의학의 철학적 원리를 어떻게 구체적 사실로 살리느냐
하는 것이 결국 과학화라는 것이 될 것 아닌가.
"임신 3개월을 시태라고 하는데... 아직 남녀 성별이 미정이므로 복약과 방술로써 남자로
전환시켜 생남할 수 있도다."
요새 생태학에서도 태아의 남녀 구별이 15~16주가 되어야 알게 된다니 옛날에도 알기는
정확히 알았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때까지에 손을 써서 남녀를 자유로이 만들 수
있는가를 별문제로 삼더라도.

근, 원시 오행설 깬 정다산
사람은 딴 동물과 달라서 지적 존재이기 때문에 모든 사물의 이치를 따져서 하비적으로
행동하려고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이치의 합리성 여부를 어디에 기준을 두어 따지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증명될
수 없는 관념적인 가설 위에 세워진 모든 논리 체계는 그 가설을 무조건 신봉하는 데서만
타당성이 부여된다. 그러므로 가설이 허구이면 아무리 논니가 정연하더라도 그 체계는
진리가 될 수 없다.
아직 과학화하지 못한 옛것을 오늘의 과학시대에 살리는 길은 무조건 신봉이 아니라
예리한 검토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2, 3천년 전의 의서나 본초서를 일자일획도 가감할
수 없는 하늘에서 내려진 계시라고 믿는다면 어떻게 발전이 있겠느냐 말이다.
가령 시력의 원시, 근시를 원나라의 의학자 이동원은 설명하기를, "능원시 불능근시자
양기유여음기부족야 능근시 불능원시자 양기부족 음기유여야"라고 양기나 음기의 과, 부족
때문이라 하였다. 또는 호가 넘치고 수가 모자라면 원시가 되고 수는 있으되 화가 없는 병이
근시라고 하는 설도 있다.
이와 같은 설명을 음양오행설에 비추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때(<동의보감>에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세의 실학자 정다산은 대담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그의 저서인
<의령>에서 근시, 원시는 결코 음양 부족이나 수화의 유무 때문이 아니고 안구의 평돌
상태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즉 안구가 평하면 시심(요새말로 하면 초점)이 먼 곳에
맺히기 때문에 원시가 되고 안구가 돌출하면 시심이 가까운 곳에 맺히기 때문에 근시가
된다는 것이니 오늘날의 광학적 이론과 무엇이 다른가.
이와 같은 관점에서 다시 태아 이야기로 되돌아가면 태아의 남녀를 분별하는 방법으로
"임부의 왼쪽 유방에 멍울이 생기면 남자요, 오른쪽 유방의 멍울은 여자이다. 임부로 하여금
남쪽으로 걸어가게 하면서 뒤에서 불렀을 때 왼쪽으로 머리를 돌리면 남자요, 오른쪽으로
돌리면 여자라. 임부가 변소에 들어갈때 뒤에서 남편이 불렀을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맥을
짚어 보아 왼쪽이 빠르면 남자요, 오른쪽이 빠르면 여자이며, 좌우가 똑같이 빠르면
쌍동이가 된다."
이런 식으로 기재하고 나서는 음양의 이치가 자연히 그렇게 되어 있다고, 마치
자명지리처럼 말하고 있으니, 오늘날의 모자 보건의학의 발달과 아울러 생각할 때
금석지감을 금할 수 없다.

낙태를 예사롭게 여겨선 안돼
얼른 생각하기에는 옛날에는 무턱대고 임신이나 출산을 자연에 맡겨 임신줄절이니
피임이니 하는 것이 없었던 것으로 추측하기 쉽다.
그러나 <동의보감>을 읽어보면 "유시정촌낙지간 자정망작투생부정 혹다남녀염어양육
왕왕이초낙독지경견 패혈불하 충심민유 천오교작사 자망기"라고 하여, 거리나 촌사람들이
욕망을 저절 못하고 낳지 못할 생명을 잉태하거나 또는 아들 딸을 너무 많이 기르기 힘들어
독초로 태아를 낙태시키는 일이 있는데 결가가 나빠서 죽는 예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정산(만삭이 되어 순산하는 것)은 마치 밤이 익어 껍질이 스스로 터져서 나오는 것과
같기 때문에 조금도 손상이 없으나 반산(도중에 유산시키는 것)은 마치 익지 않은 밤송이를
쪼개어 껍질과 피막을 파괴하면서 속을 끄집어내는 것과 같아서 태장이 손상되고 포계가
단절된 후에야 태가 떨어져 나오게 되는 것이므로 유산을 시킨 경우에는 순산의 10배 이상
조섭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비과학적이라고 우습게 보는 옛날에도 이런 이티는 알고 있었는데 요새 가족계획을
마치 유산시키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임신을 인공적으로 중절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동의보감>은
분명히 밝히는 동시에 그런 때에 안전하게 유산시킬 수 있는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임부가 병으로 인하여 도저히 임신을 계속시키지 못할 경우에는"이라는 단서를 달고
하태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처방을 여러 가지 소개하고 있다. 또 단산법이라고 하여 아예
잉태를 하지 못하게 하는 처방도 내걸고 있다.
여성의 경구피임약은 이미 실용 단계에 들어가고 남자용의 경구피임약도 개발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호르몬을 사용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생리의 변화 등의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만약 약초의 성분으로 안전하게 피임이 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그야말로 노벨상 감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의욕적인 천연물 약화학자들이 이 방면의 개발을
서둘러 여러 가지 생약들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실용될 만한 것은 개바로디지 못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처방에는 먹으면 종신토록 잉태하지 않게 된다는 것들이 있으니
구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다.

단산에 대한 속설 믿기 힘들어
어떤 약이 과연 기대하는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가를 판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병은 자연 치유력에 의하여 저절로 나을 수도 있고 또한 약에 대한 믿음이 약리
작용을 크게 좌우할 수도 있다. 동시에 사람에 따라 개체 차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떤
개인이 약을 먹고 병이 나았다는 치험례만 가지고는 약의 효과를 단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치료군과 대조군으로 환자를 나누어
이중맹검법이라는 복잡한 수법을 써서 얻은 결과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하여야만 정확한
효과를 판정할 수 있는 방법이 개척되고 있다. 한방의 과학화에는 이와 같은 치료 효과의
객관화가 필요하다.
한 가지 분명히 해 두고 싶은 것은 여기서 소개되는 약이나 처방이 모두 이와 같은 약효
판정을 거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는 아직 아무런 장담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요즘 새로운 약이나 치료법을 탐색하는 가장 효율성 높은 방법의 하나가 바로 전승치료 및
약물에 대한 과학적 검토라는 것이 인정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 한방의 과학화는 그런
뜻에서도 시급한 연구 과제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가령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피임법도
실증을 통하지 않는 왈가왈부는 결국 공리공론이라 아무런 보탬도 될 수 없다.
"누에알 슬어 붙은 잠란지가 부화된 후의 종이를 태워 가루로 만들어 술에 타먹으면
평생토록 피임이 된다."
솔깃하기는 하지만 아직 근거도 없을 뿐더러 어설퍼보이는 것은 필자의 편견인지도
모르겠다.
"수은을 기름에 끓여서 대추씨 크기 만한 것을 공복에 한 알씩 먹으면 영 단산이 되며
몸에 해롭지 않다."
이 수은은 사람을 다치게 할까봐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 민간요법에서 수은을 함부로
사용하다가 인명 피해가 생긴 예가 많으므로 이런 것도 문자 그대로 덤벼들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검토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밀가루로 만든 흰 누룩가루에 소주 등의 술을 붓고 끓여 절반이 된것을 찌꺼기를 걸러
버리고 액체를 2등분하여 월경 예정일 밤중에 3분의 1을 마시고 그 이튿날 새벽 4시에 또
3의 1을, 나머지는 날이 샌 후 마시면 월경이 순조롭게 나오는 동시에 평생 애를 배지
않는다(여기서 나오는 승은 요즘의 1합(180cc)정도로 보는 것이 좋다)."

음양교접할때 젖 먹이지 말라
오늘날은 <동의보감> 시대와 달라서 주부들의 교육 수준이 향상되고 가정학에 대한 훈련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육아법 같은 것도 옛날에 비하여 현저하게 발달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노상 그런 것만은 아닐 성싶다.
지나치게 감싸주는 과잉보호 엄마가 있는가 하면 무턱대고 약을 먹이고, 모유보다도 우유
포육이 더 과학적이라고 믿는 엄마들도 적지 않다.
"갓난아기는 아직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두꺼운 옷으로 감싸주면 피부가 진물러
손상되어 땀띠 등의 피부병이 생기고 감기 들기 쉬우니 일기가 화창할 때에는 밖으로 안고
나가 바람과 볕을 쬐어 풍한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 주어야 병이 생기지 않는 법이며, 이것이
바로 천시와 더불어 한서를 같이 하는 길이니라."
"흔히 사람들은 아이를 안고 땅바닥에내려놓지 않으므로 근골이 나약해지고 병이 생기기
쉬우니 그렇게 하는 것이 결코 아이를 사랑하는 길이 아닌 것이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는 언제나 음식을 조절하고 삼가야 하며 지나치게 짜고 신것
또는 술 같은 것을 먹지 말아야 하니 이와 같은 음식이 곧 유즙 성분에 영향을 주며 그런
젖을 빨아먹은 아이는 밤에 놀라고 울고 경풍을 일으키며 배탈이 나는 등의 병이 생기는
것이다. 교내(내자는 유와 같은 뜻임)라고 하는 것은 음양교접할 때에 젖먹이는 것을 말하며
그런 젖을 먹으면 어린아이가 반드시 병이 생긴다. 정욕이 동하면 그것이 유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젖 먹이는 엄마가 함부로 약을 복용하면 그 약이 젖으로 분비되어 어린아이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은 오늘날의 과학 상식으로 되어 있다.
"어머니가 잠이 들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먹이던 젖을 빼어야 하며 젖 먹인 뒤에는 밥을
먹이지 말 것이니 젖과 밥이 서로 어울리면 소화불량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젖먹이 어린애는 위의 소화효소가 어른과 달라서 어른에게 없는 레닌(젖을 응고시키는
효소)이 들어 있는가 하면 어른처럼 위액의 산도가 높지 않다.
"소아는 혈기가 왕성하여 음식 소화가 잘 되므로 무시로 먹으려 하나 아직 위장이 약하고
비좁으니 일체 소화되기 힘든 음식이나 자극성인 음식은 먹이지 말아야 하며 다만 건시,
채소 삶은 것, 흰죽 같은 것으로 젖을 떼면 건강하게 기를 수 있으나 건시는 수렴성이 있어
변비가 되기 쉬우니 조금씩 주는 것이 좋다."

수박은 이뇨작용, 볶은 씨는 일미
수박 성분으로 당분(과당, 포도당, 서당), 능금산, 아르기닌, 베타인, 시트룰린 등
아미노산과 효소, 색소(리코핀, 캐로틴) 등이 주성분인데 오줌 잘 나오게 하는 이뇨 작용은
당분과 색소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으나 아직 완전히 그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못하고
있다.
수박씨에도 쿠쿠르비톨을 주성분으로 하는 지방유를 비롯하여 전분, 포도당, 효소등이
풍성하게 들어 있어 볶은 수박씨가 일미인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식이요법에서도 수박즙을 졸여서 만든 엑기스를 서과당이라고 하여 신장병이
부기를 빼는 데 응용하고 있다.
신장이라고 하면 그저 소변 걸러내는 말단 기관처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혈액의
성분 및 알칼리성과 산성을 언제나 일정하게 조절해 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방 치료법에서도 체내에 독소가 축적되면 병이 생기니 그런 때에는 이뇨작용에 의한
소변이나 발한 작용에 의해 땀으로 유도하여 배출시킨다는 발상법이 적용되고 있다.
신장 기능에 고장이 생겨 소변 배출이 나빠지면 오독증이 생겨 위태롭게 된다는 것은
현대의학의 상식이며 그런 때에 이뇨제를 사용한다.
"수박은 번갈과 서독을 멎게하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하며 혈병과 구창을 다스린다. 입안이
헐었을 때 수박즙을 마시고 겨울에는 껍질을 태워 입에 바른다."
껍질을 서과피 또는 익의라 하기도 하고 껍질의 흰살은 채소처럼 먹을 수도 있다.
중국 사람들이 수박을 먹는 정경을 형용하여 "만구시과 만수시즙"이라고 하는데 얼굴
전체를 가릴 정도로 코를 박아가면서 양손에 물을 줄줄 흘려가며 먹는 맛이란 가히
천하일품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수박을 일병 한과라고도 하는 이유는 맛나다고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뱃속이 냉하게
된다는 뜻이니 무엇이든지 과유불급이라.
수박을 고를 때 짚은 녹색보다는 담록색이 좋고 두들겨 타진하는 법도 있다고 하나 수박
종류에 따라 껍질 두께가 5mm에서 3mm에 이루기 까지 여러 가지라니 그것도 그리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참외 체한데 좋아, 꼭지독은 사향으로 풀어
수박과 더불어 참외(첨과, 진과)는 여름 과일의 여왕이라고 말한 문인이 있지만 아닌게
아니라 원두막과 참외는 빼놓을 수 없는 여름 경물이라고 아닐할 수 없다.
<동국세시기>에도 "첨과서과위척서지수: 참외와 수박은 더위를 씻어내는 음식"이라고
하였다. 고려청자로 된 과형기물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도 참외가 옛날부터 사랑받은
과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첨과: 성질은 차며 맛이 달고 유독(혹은 독이 없다고도 한다)하며 갈증을 멈추고
번열증을 고치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뱃속의 답답한 기운을 없애며, 구비의 창을
다스린다. 너무 많이 먹으면 냉증이 생겨 배탈이 나고 팔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또한 물에 가라앉는 것과 참외 한개에 꼭지와 배꼽이 두개씩 달린것(양체, 양비)은 사람을
죽인다는 기재가 있는데 무슨 근거에서일까. 참외 자체는 독이 없지만(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는 정도), 참외 꼭지에는 독성이 있다. 한방에서는 과체라고 하며 "전신의 부종을 고치고
가루를 코에 넣으면 비육(콧속의 군산, 비용)을 없앤다. 또 황달증과 모든 과식을 다스리고
토하게 하는 약이며, 청과의 꼭지가 더 좋다"고 되어 있다.
민간요법에서 참외 꼭지 말린것을 가루로 하여 코에 불어넣으면 노란 콧물이 나오면서
황달이 낫는다고 하지만 황달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간 계통 질환의 증상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모두 그렇게 간단하게 치료될 성질이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참외 꼭지에는 멜로톡신(또는 엘라테린이라고도 함)이라는 고미질 성분이 들어
있어 이것이 독성이 강하여 구토를 일으키게 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있다. 참외
자체에는 포도당, 서당등의 당분과 프로테아제 등 효소도 들어 있어 좋은 과일이지만 자칫
많이 먹어 배탈나기 쉬운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참외씨는 과자라고 하여 글로불린,
글루텔린, 지방유 등의 성분이 들어 있는데 한방에서는 구취나는데 찧어서 입에 문다고
하였다.
당나라 재상 왕탁이가 희첩을 수백 명이나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들 일행이 지나가기만
하면 그 일대 수십리 사방의 참외가 모두 열매 열지 못했다. 결국 그 여자들이 몸에
지니고 있는 향료(사향) 때문이라는 것이 알려져 그때부터 참외 먹고 체한 데는 사향이 약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닌게 아니라 <동의보감>에도 참외 꼭지를 사향으로 푼다는 처방도 있다.

살구씨는 진해, 가래 삭이는데 특효
의학계를 행림이라고 하는데에는 재미있는 고사가 얽혀 있다. 진나라 때 갈홍이 쓴
<신선전>에 이런 말이 있다.
"동봉이라는 명의가 있어 병자를 구하고는 중한 환자에게는 살구나무 5그루, 경한
환자에게는 한 그루의 살구나무를 자기집 주변에 심게 하는것을 보수로 하였다. 수년 동안에
어느덧 살구나무가 10만 그루가 되어 울창한 행림을 이루게 되었다.
열린 살구를 쌀과 바꾸어 가게 하여 얻은 쌀로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하여 이름을
날렸으며, 그 자신도 3백여살까지 장수하였다."
이런 연유로 해서 살구나무와 의학이 인연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살구 자체도 약으로
가치가 있다. 살구의 과육자체는 배탈나기 쉽고 그리 좋은 과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 반면, 살구씨는 없어서는 안 될 약으로 되어 있다.
"행해인: 살구씨 깐 것, 기침이 북받쳐 오르고 가래가 끓어 숨 가쁜 것을 다스리고 땀이
나게 하며 또한 구독을 푼다."
살구씨를 진해거담제로 사용하는 것은 현대 의약학적으로도 완전히 과학화되어 살구씨로
만든 행인수가 약전약품으로 되어 있다.
주성분은 아미그달린이라는 배당체 화합물인데 이것이 살구씨에 들어 있는 에물진이라는
효소의 작용을 받으면(살구씨를 물과 같이 짓찧을 때 비로소 이런 반응이 일어남)
가수분해되어 만델니트릴이라고 하는 물질이 생긴다.
냄새를 맡아도 알 수 있지만 맹독성인 시안화수소산도 아울러 생기는데 행인수의 기침을
멈추고 가래를 삭이는 작용이 미량의 시안화수소산 때문인지 또는 딴 서분 때문인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거담 작용이 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원래 과학이란
사실이 앞서고 "왜?"는 다음에 뒤따른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성분 분석도 좋지만 먼저
약리작용의 유무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미친 개에게 물린 광견병에 살구씨가 약이 된다든지, 개고기 먹고 체한데 살구씨가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 살구는 살구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이 있는데 이와 같은 한방의 사고방식이
언제나 현대 과학도들로 하여금 저항을 느끼게 하는 점인 것이다. 쌍인(살구씨가 쌍으로
되어 있는 것)을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기재가 있는데 이런것도 아직 검토는 안 되었지만
알쏭달쏭한 느낌을 주는 대목이다.

월경불순에는 복숭아씨
구한말에 <황성신문>에서 꽃 좋고 열매 좋은 복숭아꽃을 국화로 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발론이 있었다. 그럴 정도로 복숭아는 옛날부터 우리 생활에서 사랑을 받아 왔고 봄을
상징하는 데고 복숭아꽃이요, 요염한 미색을 형용하는 데도 도홍색의 복숭아 꽃이었다.
더구나 무릉도원이니 선도니 천도니 하여 복숭아와 선도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복숭아 열매의 로맨택한 모습 자체도 무심하게 보이지 않는다. 기녀이름에
홍도니 도화가 많은 것은 고사하고 신라시대의 선도성모와 도화랑만 보아도 얼마나 복숭아가
친근한 과일이나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스 연유에서인지 복숭아 나무를 목지정이라고 하여 신부도 복숭아 나무로 만들어
도부라 하고 정신이상자를 때리고 치는 데도 도지를 사용해야 귀신을 몰아낸다고 하는 것은
한심한 노릇이다. 그러기에 오늘날의 우주여행 시대에도 복숭아 몽둥이로 환자를 때려
숨지게 하는 도깨비 장난 같은 것이 근절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옛날의
허무맹랑한 미신까지도 한방의학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동의보감>이 통곡을 할
것이다.
복숭아는 열매는 맛나고 좋은 과일이지만 "미독, 많이 먹으면 열이 난다"라는 대목이
있음은 주의할 만하다. 먹을수록 좋은 과일은 아니며 더군다나 사람에 따라서는 알레르기
반응으로 두드러기, 설사등이 생기는 수도 있다는 것을 옛날에도 알고 있었다.
약으로 사용하는 부분은 도인(복숭아씨)이고 잎사귀 솜털(도모), 흰꽃(백도화),
복숭아나무 진(도교)등도 약에 쓴다고 되어 있는데 더욱 우스운 것은 도효 또는 도노라고
하여 복숭아가 자라지 못하고 나무에 매달린 채 말라붙은 것까지도 약이 된다는 것이다.
도인의 성분은 살구씨와 같은 아미그달린과 효소 에무린 등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약효도
행인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나 소염성 구어혈작용이라고 하여 국소의 혈액 순환을 좋게
해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월경 불순에도 사용되고 더욱이 초산부의 자궁을 수축시키고 지혈이 되게 하는
것을 돕는 작용이 있다는 임상 보고도 있으나 앞으로 더욱 규명될 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꽃에는 켐페롤을 비롯한 여러 가지 플라보노이드 성분 및 향기 성분인 쿠마린 등도 들어
있어 이뇨작용, 살균작용의 근거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양에서는 민간약으로 복숭아
잎사귀와 꽃을 조충(촌백충) 없애는 데 사용하기도 하였다.

매실은 간 기능 보호, 서양에선 정력제로
'망매지갈'이니 '상매소갈'이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에 조조가 대군을 거느리고 남정할
때 음6월이라 병졸들은 땀이 비오듯 하여 땅이 젖을 지경이었다. 목이 마르고 타서 거의
행군을 못하게 되었을 때 영을 내려 조금만 더 가면 매림이 있으니 빨리 가서 그늘에서
쉬면서 매실을 따먹으라고 하였더니 그 말에 모두 입안에 저절로 침이 생겨서 목을 축이고
원기백배하여 승전하여싸는 데서 나온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매실은 신맛이 특징이다. 성분으로는 호박산, 구연산, 능금산, 주석산등의
각종 유기산을 비롯하여 시토스테로올, 레아놀산, 세릴알콜등도 함유되어 있어
청량성수렴제가 되는 동시에 장내 기생충에 대한 구충작용도 있고 각종 경구전염병(먹는
것을 통해 전염되는 병) 균에 대한 살균작용도 증명되고 있다. 콜레라가 유행할 때 매실
엑기스를 물에 타 먹으면 예방이 된다는 것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뭇엇보다도 특징은 그 산미로 말미암아 타액선이 자극되어 타액의 분비를
ㅗ앙성하게 한다는 점이다. 타액의 분비는 건강의 척도라고도 할 수 있어 건강이 왕성할수록
타액 분비도 비례적으로 많은 법이다.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과로하였거나 초조한 감정에 빠졌을 때는 입안이 마르고 또 병 앓는
사람이나 노인들은 타액 분비가 적어져서 음식맛이 없고 입안이 타서 구취가 나게 마련이다.
임신 초기에 무턱대고 신것이 좋아지는 것은 태아 형성에 필요한 칼슘등의 섭취를 촉지하기
위해서이다.
매실은 우리나라에서는 소주에 담가 매실주를 만드는 정도로 사용되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일상생할에 깊이 침투되어 있다. 아직 덜익은 청매실을 씨를 빼고 불을
때어 연기에 그을려 말린 것을 오매라 하여 약으로 사용하고 소금에 절인 것을 백매라 하며,
일본에서는 소금에 절일 때 자소 잎사귀를 같이 넣어 빨갛게 만든 것을 우메보시라고 하여
자기네들의 독특한 보건 식료라고 자랑하고 있다.
<동의보감>의 오매를 보면 "염을 제거하고 토역을 그치게 하고 갈증과 이질과 열과 뼈
쑤시는 것을 다스리며 주독을 풀고 상한과 곽란, 조갈증을 다스린다"고 되어 있어 소화액
분비를 좋게 해주고 간기능도 보해 준다고 되어 있다. 서양 민간요법에서도 역시 매실을
식욕 촉진, 갈증 멈추는 데 사용하여 최음제, 즉 스태미너를 강하게 하는데도 사용된다.
자고로 '호산자다음'이라 하여 신것 좋아하는 사람은 그 방면도 좋아한다는 것은 무슨
이치에서일까. 청매실을 찧어서 짜낸 즙을 햇볕에 또는 약한 불로 말려 진득한 엑기스로
만들어 팥알만큼씩 따뜻한 물에 타 마시면 청량음료도 되고 약도 된다.

사과는 소화촉진, 변비에 좋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의 중추가절은 그야말로
천하일품이다.
천고마비하고 오곡백과 무르익으니, 이 아니 좋은 계절인가, 가을의 미각을 민끽시켜 주는
과일 몇 가지를 찾아보기로 한다. 역시 가을 과일의 첫째번은 임금, 사과가 아닐까 한다.
"성온, 미감산, 무독, 소갈과 곽란복통을 다스리고 설사를 그치게 하며 염을 없앤다. 많이
먹으면 잠이 많아진다."
사과는 독일에서도 옛날부터 민간요법으로 설사를 치료하는데 사용되어 왔으며 현대
치료법에서도 설사, 급성 소아소화불량증, 만성소화불량, 적리등에 임금식 요법이라는 것이
있다. 껍질과 속을 제거한 사과를 갈아서 1회 100내지 300g 가량을 하루에 5회 복용하는
방법인데 2일간 계속한 다음에는 차차 죽을 먹기 시작한다.
사과가 왜 설사에 좋은지 아직 유효 성분이 완전히 구명되지 못하고 있으나 들어 있는
타닌산, 능금산, 펙틴등이 흡착 수렴, 창자의 연동 운동의 완화작용을 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같은 성분 외에도 포도당, 과당, 서당등의 당분과 비타민 A, B, C 및 효소등이
들어있어 영양과 소화 촉진에 도움이 된다. 설사를 멈추는 작용이 있는 동시에 변비증 있는
사람에게는 셀룰로오스 작용에 의하여 쾌변을 촉진시키니 그야말로 이상적인 정장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서 가루로 만든 것이 외국에서는 시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가지 모를 일은
사과를 많이 먹으면 '영인호수'라고 하여 잠이 많아진다고 하였는데 무엇 때문일까? 사과를
깍아서 놓아 두면 빛깔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철분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폴리페놀
성분이 효소작용에 의하여 산화되어 생기는 것이며 깍은 사과를 소금물에 담가내면
효소작용이 없어져서 색이 변하지 않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주방과학인 것이다.
당나라 때의 <천금방>이라는 의서를 보면 "사과를 먹으며 익기, 내기하며 입산수도하는
사람은 곡식을 아니 먹고도 사과만으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하이커들도
알아들만하다. 복숭아를 비롯한 딴 고일들은 과식하면 배탈이 나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하지만 사과는 그런 염려가 없어 좋다.

성악가는 배를 먹어라
사과는 성이 온하다고 하였으나 배는 성질이 차거나 냉한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열이 나서 가슴이 다바답하고 갈증이 나는데 먹으면 좋고 특히 술 취한 후의
갈증에 좋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뱃속이 냉해져서 소화불량이 되며 쟁기에 다쳐서 상처가
생겼을 때 또는 산부는 먹지 말아야 한다.
한자의 음으로 따져서 '이자이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여기서는 이롭다는 뜻이 아니라
'하행 술리'의 뜻이 되어 뱃속을 냉하게 하며 훑어내린다는 의미가 되니 과식하면 설사,
소화불량등을 일으키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배의 조직 속에 석핵세포라는 딱딱한 부분이 들어 있어 "배먹고 이 닦기"라는 속담도 이
석핵세포 때문에 이가 마찰되어 깨끗이 되는 것을 표현한 것인데 또 그것 때문에 너무 많이
먹는 것을 삼가야 하겠다.
성분으로는 과당, 포도당, 서당등의 각종 당분과 능금산, 구연산등의 유기산, 페크틴,
프로토페크틴, 타닌, 비타민C등도 들어 있고 페크타제, 옥시다제등의 효소도 들어 있다.
배도 지나치게 먹지만 않으면 역시 사과처럼 설사를 멈출 수도 있다.
쇠고기 육식을 할 때면 으레 식후에 배를 먹게 마련인 것이 우리 식탁의 관습으로 되어
있어, 배에 쇠고기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소라도 들어 있지 않나 하는 것이 일반상식으로
되어 있지만 아직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 아수비다. 마치 돼지고기에 새우젓이 꼭
따르게 마련인것과 비슷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즙: 후비톤에 좋은 배를 즙을 내어 자주 마시면 아주 좋다."
"해수에 배속을 파내고 꿀을 넣어 쪄서 익혀 먹으면 좋다."
배가 인후염, 후두염등으로 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나지 않을때 좋으며, 담을 삭이는
작용이 있다고 되어 있어 목청이 고와야 하는 성악가들에게 좋다는 설도 있다.
배의 꼭지를 따고 속을 파낸 후 꿀을 넣어 구운 것이 더욱 좋다고 하며, 중국에서는
겨울에 냉동시킨 배를 동리라고 하여 모양은 겉이 검고 물렁물렁하지만 맛은 그만이다.

귤속엔 비타민 C 듬뿍, 감기 치료에 그만
소설 <허생전>에서 허생원이 경기도 안성에 내려가 감, 대추, 배, 밤 할것 없이 과일이란
과일은 모두 매점을 하였더니 그해 겨울에 서울에서 과일 소동이 일어나 아무리 명문
대감댁이라도 식탁은 고사하고 제사에 올려 놓을 과일도 구할 수 없게 되어 부르는 것이
값이라 큰 이문을 남기게 되는 대목이 있다.
아닌게 아니라 가을과 과일, 과일과 우리의 식생활 또는 건강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 속담이던가, 감이 빨개지면 의원의 얼굴은 파래진다고 했는데 가을철에
감이 익을 무렵이 되면 사람들의 건강이 좋아져서 병원이나 약국을 멀리하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왜 가을이면 건강이 좋아지는가는 청명한 기후 탓도 물론 있겠지만 가을에 무르익는
푸짐한 과일 덕택이라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호암 문일평이 쓴 <조선과물예찬>을 보면 "조선에 예로부터 흔한 명과는 이, 율, 도,
행이다. 시는 완지 삼남에 다산하고 율은 제주도에 특산하는데 대소감산이 제각기 달라 그
종류가 무려 40~50에 달하였으며 그중 가장 상품의 감귤은 감미와 향기를 겸하여 선고로서
지전께 진상혔었다. 감귤의 종류는 옛날에 있어서는 참말 얻어 보기 어려운 선과이었음에
반하여 이, 율, 도, 행 및 감, 대추의 종류는 일반인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상과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오늘날 제주도에서 귤이 무진장 생산되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과일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이 비타민 C이다. 비타민 C는 인체의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증진시켜 주며 특히 감기와 독감의 예방과 치료에는 그만이라고 되어 있어
노벨상 수상자인 폴링 박사는 비타민 C의 대량 섭취를 주장하고 있다.
과일 중에서 가장 비타민 C의 함량이 많은 것이 귤 종류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귤 100g중 비타민 C 함량이 30~50mg 정도가 되며 성인의 하루 필요량이 약
70mg이라는 사실과 아울러 기억해 두시라. <동의보감>에 수재되어 있는 귤 종류 약재로는
귤피(귤껍질), 청귤피, 유자, 유감자, 등자피(단유자껍질)등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귤껍질은 약방의 감초와 아울러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약재인데 귤껍질은 오래 묵은 것일수록
좋다고 하여 '진피'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귤피: 개위한다. 차로 끓여 마시거나 가루로 만들어 생강차에 넣어 마신다."
요새말로 하면 건위소화제가 된다는 것이다.
"주비불능소곡 전복말복역가: 비위를 좋게 하여 음식 소화 못 시키는 것을 다스린다. 달여
먹어도 좋고 가루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속담에 알 먹고 꿩 먹는다는 식으로 귤 알맹이는 비타민 C의 공급원으로 먹고 껍질은 말려
두었다가 차를 끓여 마시면 건위소화제가 되니 일석이조 아닌가.

감꼭지 5개면 딸꾹질 멈춰
일상생활에서 딸꾹질이니 재채기 등의 생리작용(?)은 애교가 있고 유머러스하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딸꾹질도 고통이 되고 너무 오래 계속되면 죽는다는 속설도 있을 지경이다.
딸꾹질을 간대성횡격막경변이라고 하여 현대의학에서는 그 원인을 단순한 반사성인
것에서부터 늑막염 같은 것에 의한 횡격막의 직접 자극, 또는 여러 가지 병에 의한 횡격막
신경의 자극에 의한 것, 뇌 또는 뇌막의 질환이라든지 히스테리 등 정신적 감동에 의하여
생기는 것 등 여러 가지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흔히 경험하는 딸꾹질은 그런 어마어마한 원인을 따질 필요도 없이 갑자기 잔등을
쳐서 놀라게 한다든지 물을 꿀떡 마신다든지 하면 쉽사리 멎는 간단한 경우가 많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방의학에서는 딸꾹질을 '걸역', '해역' '예'등의 어려운 글자로 표현하며 현대의학
못지않게 그 원인을 음양허실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나누고 있으며 원인에 따라서 치료법도
일정치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치료약 중에서 두드러진 것이 시체(감꼭지)이며 그것이 배합되어 있는 처방ㅇ이
나와 있다. 시제는 감에 달려 있는 꽃받침을 말하며 홍시, 건시를 먹을 때 꼭지를 모아
두었다가 사용하면 된다. 딸꾹질이 날때 감꼭지 5개 정도를 물에 달여서 마시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린애들 야뇨증에도 효과가 있다니 시험해 볼 만하다.
감꼭지의 성분으로는 우르솔산, 올레아놀산, 베툴린산, 헤미셀루로이스 등이 증명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헤미셀루로이스가 위에서 응고되어 물리적 자극을 주기 때문에 딸꾹질이
멎게 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되어 있다.
귤에 비타민 C가 많다고 하였지만 감에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들어 있어 100g 중에 약
30mg이나 들어 있으므로 감 2개를 먹으면 비타민 C 1일 소요량이 충족되는 셈이니 좋은
과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말끔히 낙엽이 진 나뭇가지에 주홍빛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도 짙어가는 만추의 그림
같은 풍경이지만 바야흐로 엄습해 올 추위를 이겨낼 저항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감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고마운 노릇이다.
한냉 자극이 오면 우리 인체는 그에 대항하기 위해서 생체 방위태세를 갖추게 마련인데
방위태세를 정비하는 데는 부신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비타민
C는 부신 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아니 될 물질이니 결국 감은
우리 몸으로 하여금 겨울 채비를 차리게 하는 고마운 존재이다. 감 잎사귀에도 비타민 C와
고혈압과 동맥경화에 좋은 루틴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차로 개발하면 보건음료가 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밤은 칼로리 풍부한 스태미너식
가을을 읊은 풍물시가 많지만 빌딩 정글 골목길에서 풍겨 나오는 군밤 냄새처럼 가을을
실감케하는 것이 또 어디 있으랴. 요새 밤나무가 경제식수로 재배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매율삼년'이라고 하여 심어서 3년만에 수확할 수 있는 이점도 있겠지만 역시 밤이 우리
생활에 친근한 때문이며, 딴 과일에서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본초학에서 딴 과일들은 모두 맛이 시고 달고하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유독 밤만은
함이라고 하여 간이 맞는 맛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으며, 미함하기 때문에 신을 보한다고
하였다.
"밤은 원기를 돕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몸 전체의 스태미너를 보하고 배고플때 식량이
된다."
그러므로 "과중 율최유익: 밤은 과일 중에서 가장 몸에 이로운 것"이라고 하였으며 먹는
방법으로는 "생요가어열회중외 영중출 식지양 불득통숙 숙즉옹기 생즉발기..."라 하여 불에
살짝 구워서 진물이 나올정도가 제일 소화에 좋으며 날 것이나 지나치게 구운 것은 나쁘다고
하였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에게 밤을 너무 많이 먹이는 것은 해롭다고 경계하고 있는데
<동의보감>에서 그와 같은 중국 본초학의 구절을 인용하지 않고 있음은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까.
"소아불가다식 생즉난화 숙즉체기 격식생충 왕왕지병"
"사해아 영치불생"
어린아이들에게 많이 먹이면 치아가 잘 돋아나지 못한다는 것은 그냥 소화불량 되기 쉬운
것을 말함인지 또는 지나치게 먹으면 어떤 영양 편의가 되어 치아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밤에는 탄수화물이 40%나 함유되어 있어 칼로리가 100g(밤 10개 정도)에 180칼로리나 되니
퍽 많은 셈이다. 비타민 B1이 0.3mg, B2가 0.14mg, C가 30mg이 되니 겨울철의
비타민원으로서도 십상이다. 당 태종이 밤을 삶은 것을 말려서 '가동반'이라고 하여 군량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고사도 있고 소동파가 건약(다리 힘이 약해진 것)을 풍건율(황물)로
고쳤다는 시도 있다.

"일구삼과 기중편자 율설야: 밤송이 하나에 밤톨이 세개 들어 있는 한복판 가운데 것을
율설이라"고 하여 약용으로 쓰고, 밤의 내피를 '율부'라고 하여 가루로 만들어 꿀에 개어
얼굴에 바르면 금세 주름이 펴지고 얼굴에 광택이 생긴다고 하였는데 들어있는 타닌산
때문에 수렴 작용이 나타나서 피부가 팽팽해지기 때문인가 추측하여 보기도 한다. 요새 부신
피질 호르몬이 들어 있는 크림을 미안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세포의 수분대사에 영향을 주어
일시적으로 피부를 팽창시키는 것이다.

대추는 히스테리에 특효
영특하고 단단한 사람을 별명 지어 '대추씨'라고 하는 말이 있다. 대추씨는 조인 또는
진조인이라고 하여 약으로도 사용되지만 더 좋은 것은 열매를 과일로는 먹지 못하는 씨만 큰
산조인이라는 것이 있다.
울고 불고 비관하는 히스테리증에 아주 특효가 있다고 하여 현대 약리학자들이 연구한
것도 있다. 요새 우리나라에서 생약재배 붐을 타고 가장 수익성 많은 것이라고 하여 산조인
심는 것이 유행인 모양인데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말고 좋은 성과를 나타냈으면 좋겠다.
한 가지 모를 일을 '감맥대조탕'이라는 한방 처방이 있는데 "신경이 흥분되기 쉽고 잘
노하고 비상제읍하는" 히스테리 등 신경계통 질환에 진정제로 특효를 나타낸다고 하는데
처방 내용은 산조인에 밀(소맥)과 감초를 곁들인 세 가지 성분으로 되어 있는 지극히 간단한
것이다.
실제로 약을 만들어 달여 놓은 것도 먹기 좋은 보리차 비슷하다. 어디서 그런 약효가
나오는 것인지 추측할 수 없지만 한방에서는 아주 귀하게 치는 처방이니 이런 것부터라도
현대 약물학적인 검토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대추는 역시 가을을 장식하는 과일의 하나로서 혼례식이니 고사떡이니 하는 경사에는 빠질
수 없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한방 탕약에도 거의 빠지는 일이 없는 그런 과일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바이다.
"양비 안중 보오장"
"위기를 편하게 하며 위장을 튼튼히 하니 상식함이 좋다."
"12경맥을 도와서 경의 부족을 보한다."
이런식으로 대추의 효능을 기재하고 있는 반면에 또 이런 대목도 있다.
"다식손치 세안색 화백약 보중익기: 얼굴 피부를 곱게 하며 모든 약과 모두 배합되고
소화기능을 도와 원기를 돋운다"고 한것까지는 좋으나 '다식손치' 즉, 많이 먹으면 이를
해친다고 한 것은 무엇일까.
대추의 성분으로는 여러 가지 당류, 유기산, 점액질, 타닌등이 들어 있는데 산조인 씨앗의
신경에 대한 약리작용 물질은 무엇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대추 10개에 인삼 3g을 물 2컵을 넣고 달여서 한 컵이 되었을때 설탕을
넣고 마시면 자양강장차로 그만이며, 병후 쇠약이나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는 아주 십상인
음료이다.
또 대추 10개에 파밑동 서너 개를 넣어 물 2컵을 두고 끓여 한 컵이 되었을때 취침 전에
마시면 전신쇠약으로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음료가 된다고 한다.

은행은 천식에 좋고 야뇨증에 90% 효과
수령 수백년의 정정한 은행나무는 가장 동양적인 운치 있는 풍경을 자아낸다. 은행나무를
공손수라고 하는 것은 어버이대에 심은 것이 손자대에나 가서야 열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며 잎 모양이 오리 같다고 하여 압각수라고도 한다.
식물학적으로는 '살아있느 화석'이라고 할 정도로 특이한 존재인데다가 자웅이주로 되어
있고 수꽃에서는 하분이 아니라 정충이 나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은행나무도 마주봐야
열매가 생기지"하는 속담은 생과부의 하소연인가.
주안상에서 인기가 있는 은행열매의 비취색 모습과 향미는 천하일품이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독작용이 나타나며, 한꺼번에 150개 이상을 먹으면 발열, 구토, 호흡곤란이 일어나고
생명에까지 위협을 준다는 보고가 있으니 아무리 좋더라도 지나치면 해롭다는 것을 우선
경고하고 싶다.
성분으로는 영양가 있는 탄수화물이 30% 이상에 단백질, 지방질, 당류등이 들어 있고
비타민도 A가 100 국제단위, B1 0.13mg, C가 20. 0.5mg, D의 전구체인 에르고스테린등이
함유되어 있다. 주로 열매 껍질에 들어 있는 빌로볼 및 킹코산은 마치 옻나무 진처럼 피부에
알레르기 염증을 일으키게 한다. "생식즉극인후 소아식지발경"이라 한 대목은 은행을 나로
먹으면 목구멍에 자극을 일으키고 어린애들이 먹으면 경기를 일으킨다는 것이나 하여튼
무턱대고 집어먹을 성질의 열매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은행은 일명 백과라고도 하며 독성이 있다. 폐와 위의 탁기를 깨끗이 하고 천식을
가라앉히며 기침을 멈춘다."
언제나 한방의학적 표현에는 상징적인 표현, 예컨대 '탁한 기'등이 많아 과학적으로
볼때는 불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이 한방의 과학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재미나는 일은 옛날 중국에서는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시집갈 때 은행 구운 것 10여개를
먹이는 습관이 있었는데 도중에 소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네댓 시간
동안 소변을 참아야 할 때는 한번 시험해 볼 만하며 어린애들 야뇨증에 먹여도 역시 90%
정도의 효과가 있다고 하나 약리학적 근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은행을 까서 기름에 재워 석 달쯤 지난 것을 매일 한개씩 먹으면 폐결핵에 좋다는
민간요법도 있고 잎사귀에는 플라보노이드, 긴놀, 시킴산등의 성분이 들어 있어 항균작용을
나타내기 때문에 은행잎은 모양도 예쁠 뿐만 아니라 책갈피에 서표로 끼워 놓으면 책벌레
좀먹는 것도 방지가 된다니 독서 애호가들은 알아둘 만하다. 요즘엔 은행잎이 제약 원료로
독일에도 수출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탱자는 가려운 피부병에 특효
한방 약물학에서 사용하는 문자 가운데 '육진팔신'이라는 말이 있다. 약 중에 오래 묵은
것일수록 좋은 약이 여섯 가지 있고, 반대로 새 것일수록 좋은 약이 여덟가지 있다는
것이며, 약에 따라서는 새 것일수록 좋은 경우도 있고 그렇다고 무엇이나 전부 새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오래 묵은 약일수록 좋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육진양약: 낭독 지실 질피 반하 마황 오수유 위육진 계욕득진구자양 기여수정신야"
여기에 열거한 여섯 가지 약은 묵은 것일수록 좋지만 그 나머지는 다 새것이 좋다는
것이다.
현대 약물학적 견지에서 보더라도 약을 만들어서 오래 되면 소위 경시변화를 일으켜서
약효가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며, 그래서 유효 기간이라는 것도 정해져 있어 기간이 지난
것은 쓰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현대약품치고 오래 된 것일수록 좋은 예는 별로 없지만
생약으로 되어 있는 한방 약재는 채취한 직후는 독성이라든지 부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많아 사용하기 힘들던 것이 한동안 시간이 경과하면 약성이 부드러워져서 쓰기에 알맞게
되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일종의 뜸을 들게 하는 셈인데, 약은 아니지만 위스키 같은 것은 오래 묵은
것일수록 값이 나간다는 것도 그런 이치에 속하는 것이다.
귤껍질(귤피)은 오래된 것일수록 좋다고 하여 '진피'라고 함은 이미 앞에서 말한 바이지만
같은 귤과 식물인 탱자열매(지실)도 묵은 것이 약으로 좋다고 되어 있다.
탱자열매의 아직 미숙하고 작은 것을 지실이라고 하고, 성숙한 것을 지각이라고 한다.
"지각은 위 높은 곳을 다스리기 때문에 피부와 흉격의 병에 좋고 지실은 아래 낮은 곳을
다스리기 때문에 심이나 위의 병에 좋다. 그러나 주된 효능은 대동소이하다."
"탱자 열매는 맛이 쓰고 시나 무독하며 피부가 몹시 가려운데 특효가 있으며(두드러기에
달여 먹으면 신효하다는 민간요법도 있다), 옆구리가 결리고 헛배가 부르고 가슴 명치끝이
아픈 것을 다스리며 오랜 체증을 없애 소화를 촉진시킨다."
"지각은 주로 기침과 가슴속에 담이 괴는 것을 다스리고 위장을 튼튼히 하며 헛배가
부르고 관격이 되어 막힌 것을 통하게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산출이 되며
왜귤이라고 한다."

이를 마주치게 하면 튼튼해져
치아가 오복의 하나라고 할 정도로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것인 줄 알면서도 막상 어느
정도 치아 건강에 주의하고 있느냐 하면 비교적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참지 못할 정도로
치통이 셩겨야 서두르지 보통 때는 매일 아침 이 닦는 것도 건성으로 하기 쉽다.
<동의보감>에서도 치아 건강에는 무엇보다도 이를 잘 닦아야 한다는 것을 여러 대목에서
강조하고 있다.
"음식을 먹은 후 이를 잘 닦지 않으면 부취한 기가 생겨 잇몸에 구멍이 생기고 충치가
되게 마련이다."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을 가까이 갈 수 없을 정도로 구취가 나고 치아가 벌레 먹고
빠지기 쉽다."
일반적으로 서양 사람들이 구취가 많고 그 때문에 껌 씹는 습성도 생긴 것이라면 모두
육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산물을 많이 먹으면 이가 연해지며..." "모든 양생이 치아 건강보다 앞서는 것은 없으며
양치질과 이 닦는 것을 게을리하면 이가 약해지고 충치가 되는 법이다. 서독, 주독이 항상
이 사이에 있으므로 항시 양치하고 씻어내야 한다. 한나라의 자경이라는 사람은 120세가
되어서도 기력이 왕성하고 건강하였는데 그 비결은 아침마다 침(한방에서는 침을 옥천이라고
하여 건강에 아주 소중한 것으로 치고 있다)을 삼키고 이를 마주치게 한다(고치). 매일 새벽
소금으로 온수에 양치하고 백번씩 고치하면(이를 마주치면) 불과 5일 만에 효과가 나타난다.
음식을 먹은 뒤에 양치하는 법을 잊지 않으면 충치가 생기는 법이 없다. 양생가들에게
치질이 없는 것은 새벽에 법에 따라 고치하기 때문이다."
이를 꼭 물어서 마주치게 하는 것을 여러번 반복하는 것은 이치로 보아도 치아 건강에
좋을 것이며, 요새도 그와 같은 고치법을 실천하여 오래도록 치아가 튼튼하다는 양생가들이
있는 것을 보면 실천해 볼 만하다.
"치통에는 기름기나 말린 대추 등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방법은 치아 건강에 다 좋은데, 하나 모를 것은 "낙치중생방"이라는 대목이다.
이가 탈락된 경우 빠진 자리에 약을 바르면 다시 나게 된다는 것인데 그것도 이가 빠진 것이
외상에 의한 것이거나 저절로 빠진 것이거나 다 같이 난다니 귀가 솔깃하지만 약이 쥐
뼈다귀 또는 쥐 전체를 불에 묻어 구운 것등이 주원료가 되고 닭이나 새의 똥을 태운 것도
약이 된다니 알쏭달쏭한 이야기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는 3, 3, 3식으로 닦아야
침(탸액)은 옥천이라 하여 아주 소중한 것이며 침을 늘 삼키면 장수하고 얼굴에 광택이
난다. 새벽 첫닭이 울때, 이른아침, 해뜯때, 오전10시, 오후4시, 해질 무렵, 저녁때,
한밤중... 이렇게 하루 아홉번 양치질을 하여 삼키는 것이다."
요새처럼 타액선에서 파로틴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노화 방지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하여간 타액의 분비를 원활하게 하여 주는 것이 좋은 것만은
옛날부터 알고 실천하였던 것이다.
요새 치과에서 치마 3, 3, 3법이라는 것이 있다. 충치 예방을 하려면 하루 3번 식사 후
3분 이내에 이닦기를 시작하여 3분간씩 계속한다는 것이다.
말이 쉽지 세끼 식사가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일어나 3분간씩 이를 닦는다는 것은 아주
실천이 어렵다.
통계에 의하면 보통 사람은 아침 세수할 때 한번 이를 닦는 것이 제일 많고, 닦는 시간
길이도 평균 20초 정도밖에 안 된다니 3분동안이란 꽤 긴 시간임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이 사이에 끼어 있는 음식물의 잔재를 깨끗이 씻어내야지, 그것이 남아 있으면
유산균, 효모균등이 발효작용을 일으켜서 유산이 생기므로 그 산 때문에 이가 부식된다는
것이니 식사 후에 반드시 숭늉이나 차 같은 것으로 입속을 깨끗이 헹구어서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음식을 먹고 나서 곧 진한 차로 양치를 하면 치아의 때가 말끔히 제거되고 육류의
찌꺼기도 깨끗이 빠져 나오니 이것을 늘 계속하면 치아가 튼튼해지고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라는 대목이 있는 것을 보면 옛날에는 식후에 차를 마시는 습관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특히 재미나는 대목은 "치아는 쓴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차를 마시는 것이
건치에 좋다"는 것이다.
치솔로 이를 닦는데 있어서 마찰법이 나빠서 굳센 치솔로 너무 세차게 옆으로 마찰을 하면
치아의 표면과 잇몸에 손상이 생겨 오히려 치아 위생에 나쁘니 적당히 부드러운 치솔로
아래위로 이의 결을 따라 상하운동을 하여 음식물의 잔재가 잘 빠져 나오도록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밥을 먹은 후에는 반드시 차를 마셔 입안을 깨끗이 하라는 것을 권한
것도 퍽 타당한 일이 아닐까 한다.

이를 희게 하려면 석고 가루로 양치질
'삼백'이라고 하여 미인이 되는 조건에 세 가지 흰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설부(백설같이
하얀 피부), 명모(맑은 눈동자), 효치(옥같이 흰 치아)가 바로 그것이다. 앵도처럼 붉은
입술 사이로 보일락 말락하는 흰 치아야말로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꽤 오래 전에 마릴린 먼로가 우리나라에 왔을때 그녀를 만난 인상을 기록한 글 가운데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피부에 요염한 자태는 이루다 형용할 수 없었으나 치아가 누렇게
보여 그것이 눙에 거슬리더라고 쓴 것이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치아의 빛깔이 얼굴의
아름다움을 좌우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흔히 피부가 흰 사람이 상대적으로 치아의 빛깔이
시원치 않은 경우가 많고, 더욱이 애연가들은 담배진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이를 희게 하기 위해서는 과산화수소를 약국에서 구하여 치솔에 묻혀서 이를 닦고
양치질을 하는것, 또는 담배 피우는 사람을 위한 가루치약(연마제가 되는 고형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이 외국에서는 발매되고 있는 것등이 요즘의 방법이다.
<동의보감>에는 이가 누렇고 검은 것을 고치는 처방이 나와 있는데 요새의 애연가용
가루치약과 유사한 것이 흥미롭다.
"이가 누렇고 검으며 맑고 깨끗하지 못한 경우 석고의 보드라운 가루, 사기의 고운
가루(그냥 분쇄한 가루로는 안되며 가루를 물과 같이 흘려서 만든 보드라운 가루라야
한다)를 각각 40g, 영릉향, 백지, 청염(소금의 불순한 것), 승마 각 10g, 세신 4g, 사향
2g을 합쳐서 고운 가루가 되도록 만들어 매일 이른 아침에 이것을 찍어서 이르 닦고 따뜻한
물로 야치하여 뱉으면 되는데 일명 백아약이라고도 한다."
또 한가지 본인은 태평이지만 잘때 이를 갈아서 소리내는 것처럼 질색이 없다.
현대의학에서는 오늘 저녁에는 절대로 이를 갈지 않겠노라는 암시를 주는 방법이라든지 더
좋기는 소리내는 이를 뽑아버려야 한다고 되어 있는 모양이지만 <동의보감>에서도 '계치,
알치, 교치'등의 이름으로 이가는 것을 표현하며 그 사람의 잠자리 밑의 먼지를 손가락으로
집어서 자는 사람 모르게 입에 넣어 주면 된다니 예나 지금이나 이가는 데는 별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간이 나쁘면 눈이 침침하다
어느 내장에 병이 생겼을 때 그에 대응하는 증상이 얼굴이나 피부에 나타나는 수가 있어
진단에 도움이 된다. 가령이 간 기능이 나빠지면 눈의 흰자위가 누래지며, 도대체가 몸
전체의 컨디션이 나빠지면 자연히 눈이 침침해질 뿐만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눈이 광채를
잃는다.
"눈은 간의 밖에 나타난 구멍이다."
"눈은 간 기능이 밖으로 나타난 징후이기 때문에 간 기능과 스태미너가 충실하면 눈에
정기가 감돌아 빛나고 모자라면 눈이 캄캄해지면서 현기증이 생긴다."
이와 같은 간 기능과 눈과의 특별한 친화관계를 말하듯이 한방의학에서는 심, 비, 폐,
신등과의 관련성을 소위 오행설에 의하여 관계 짓고 있지만 오장을 나타내는 명칭부터가
과연 현대의학의 해부학적 개념과 일치되느냐부터 검토돼야 할 것이므로 아주 심오한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우선 야맹증에 간을 먹는 것이 치료제가 되며 간에는 비타민 A와 철분등이 들어
있어 빈혈이니 결막건조증 또는 각막연화증 등 안과질환의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로 볼
때 눈과 간이 서로 관련된다고 한 옛날의 지혜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동의보감>에는
시력을 좋게 하는 약으로서 우간, 양간, 토간, 저간, 능담, 견담, 달담등을 권하고 있다.
"쇠간은 눈을 밝게 하니 회로 만들어 날로 먹든지 익혀 먹어도 좋다. 어린애들 밤눈
어두운 데는 생식하는 것이 좋다."
"돼지간은 눈을 밝게 하고 간열을 다스리며 눈이 빨개지고 아픈데 좋으니 얇게 썰어 양념
초장에 찍어 먹는다."
"작목이란 해만 지면 눈이 어두워 지는 것이 마치 새들이 밤에는 앞을 못보는 것과 같기
때문에 작목이라 한 것이다. 쇠간을 생회로 먹는 것이 아주 묘약이다."
끄트머리의 쇠간 생회가 좋다는 구절은 그 출처를 속방이라고 하여 우리나라에서
민간요법으로 전해져 내려왔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인이 되면 눈이 어두운 것은 혈기가 쇠퇴하여 간이 엷어지고 담즙생성이
감소되때문이다."
이렇게 결국 간 기능과 식의 밀접한 관계를 논하고 있으니 결국 간은 오장육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사람이 늙으면 간의 중량이 가벼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위는 양생의 근본, '...중상'은 모두 건위약
<동의보감>에 올라 있는 순서에 구애됨이 없이 단방 보약을 한가지씩 소개하여 왔는데
사실은 맨첫번약이 '황정'이다. 뿐만 아니라 약물학편인 탕액편에 초본에 속하는 약재를
상하로 나누어 267종을 기재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황정이 맨처음에 나타난다.
우연히 그런가 하고 보면 그 순서가 황정, 창포, 이삼, 천문동등으로 되어 있어 모두
보약에 속하는 것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황정을 인삼보다도 먼저 기재하고 있는
것을 우연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얼굴이 좋아지며 늙지 않고 영양 상태가 좋아진다."
"보중익기하고 비위를 이롭게 하며 일명 선이반이라고도 한다."
현대의학에서도 병의 원인을 따지는 병인론이 중요하듯이 한방의학에도 여러가지 병인설이
있는 가운데 위장의 소화 기능이 나빠지는 것이 모든 병의 원인이 되므로 위장을 튼튼히
하여 전신의 영양상태를 좋게 해 주면 만병을 고칠 수 있다는 학설이 원나라 때
이동원이라는 사람에 의하여 주자오디었다.
<동의보감>의 여기저기에 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병 치료 또는 양생의 근본은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대목이 많은 것을 보면 허준 선생도 같은 사상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방에서 위장이 전신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하여 중이라 하고 있는 것은 위장이 생명
영위의 중심이 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한방 처방 중에는 '중'자 붙는 것이 많아 예컨대 이중상, 소건중상, 대건중상,
당부건중장, 보중익기장등은 모두 소화 기능을 좋게 하는 약물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황정의 약효를 말하는 가운데 보중익기라는 것도 "위장을 튼튼하게 하여 기운을
돕는다"는 뜻이 될 것이 아닌가.
소화기를 표현하는 비위의 비는 오늘날의 해부학적 비장을 그대로 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비가 소화기능을 관장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비를 보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며 비는
오행설의 토에 해당되므로 위장을 튼튼히 하는 것이 만사의 근원이 된다는 이동원학파를
보토파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재미나는 일은 황색은 오행설의 토에 해당되는데 만물을 육성하는 흙이 누런색이니
달걀 노른자위, 대두등에 영양 가치가 높은 것도 황색이기 때문이며 황정도 그래서 보약이
된다는 것이다.

구충 단방약으로 30종 기재
우리 농촌에 특유한 '가슴앓이'라는 병이 있다. 현대의학에서도 역학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는 먕인데 하여간 가슴이 치밀어 오르고 명치가 아프고 구역질이 나며 심하면 경련성
동통으로 고생하는 증상이라고 한다.
전문가에 의하면 담석증, 소화성궤양, 위장신경증 등도 있지만 회충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되어 있다. 그 무시무시한 회충이 엉켜서 주먹덩이처럼 된 것이 때로는 창자를
불통으로 만들기도 하고 소화성궤양을 뚫고 나와 복막염을 일으키기도 한다니 무서운
노릇이다.
옛날에도 기생충의 무서움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모양으로 기생충증에 관한 기재가
상세하게 나와 있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회충에 의한 '가슴앓이'를 '회궐', '회궐심통', '회궐심복통'등이라 하며 여러가지
치료법을 소개하는 동시에 구충제로 쓸 수 있는 단방약물을 30종이나 기재하고 있다.
농촌의 생활 주변에서 쉽사리 재배 또는 채취할 수 있는 약초로 기생충을 없앨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견지에서 국산 생약 자원중에서 구충제를 개발한다는 것은 시급한
문제이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단방 구충약 중에서 오늘날 약리적 견지에서도 효과가 이정될 수
있는 것을 몇개 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학슬(카르페틴, 카르페시아락톤등의 성분에 강력한 구충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하루에 4--12g을 달여 먹는다. 요새 한방에서 쓰는 '학슬'은 국화과에 속하는
담배풀(담배가 아님)의 씨앗인데 옛날에는 오늘날 회충약으로 쓰는 산토닌의 원료 약초인 쑥
종류였었다고 하는 고증도 있다.
고련피: '멀구슬나무'의 뿌리 껍질이며 하루 5~10g을 달여 먹으면 회충, 촌충, 요충등이
업성진다. 2차대전 중에 산토닌이 귀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것을 구충제로 사용한 역사가
다.
편축: '옥매듭나물'이라는 약초의 줄기와 잎이며 하루에 5~10g을 쓴다. 회충에 효곽 ㅆ다.
관중: '참새발고사리'의 뿌리이며 그 성분에 촌충(촌백충) 특효약인 면마산이 들어 있다.
이밖에도 전환, 사군자, 비자, 빈랑자등이 있으니 이런 것을 보면 옛날의 약물학도 충분한
이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견병엔 뜸을 5백장 뜨는 부식법 치료
최근 프랑스 국립 중앙과학 연구센터 주임 연구관인 장 데오도리데스 박사가 내한하여
광견병에 관한 강연을 하였다. 그는 생물학자인 동시에 과학사 학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분으로 우리나라에서의 광견병 치료의 역사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표명하였다.
우선 <동의보감>에서는 광견병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미친 개에게
물리면 타액 중의 바이러스에 의하여 감염되는 병인데 일단 방병하면 거의 100% 죽음으로
종말을 맺는 비참한 전염병이다. 물린 즉시로 상처를 짜내어 출혈시킨 후 강력한 부식약,
소독제등으로 독을 제거하기에 힘쓰는 동시에 예방주사를 실시한다면 거의 완전하게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최초로 개발한 루이 파스 퇴르가 프랑쌈이기 때문에 프랑스가
광견병 예방에 대한 커다란 긍지를 지니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봄과 초여름에 미치는 개가 많은데 꼬리를 늘어뜨리고 침을 흘리며 혓바닥이 검은 것이
미친 개로서 물리면 구사일생하는 무서운 병이다. 급히 침으로 찔러서 피를 빼고 소변으로
상처를 씻어 내교..."
그 상처에 뜸을 첫날 100장, 그 다음날 100장, 이렇게 계속하여 300~500장을 뜨면 좋다고
하였는데 오늘날의 부식약으로 상처를 지지는 것과 똑같은 방법인 것이다.
또 피를 짜내고 좁쌀, 숭눙(장수) 또는 사람 오줌으로 씻은 상처에 생강, 파,
살구씨(개인)등을 찧어 바르고 붕대를 감으라고 하는 대목도 있고, 반묘라는 곤충을
내복하면 소변이 잘 나오고 소변에 독소가 모두 빠져 나오게 되므로 발병하지 않는다는
기재도 있다. 반묘에는 칸타리딘이라는 유독 성분이 들어 있어 현대에도 피부 발포약 또는
최음약으로 사용되는 것인데, 과연 그와 같은 광견병 예방 작용이 있다면 그야말로 굉장한
일이나 아직 검토된 바 없다.
또 문 개를 죽여서 그 뇌를 꺼내어 상처에 바르는 법, 지렁이똥, 생마유에 두시를 반죽한
것읍 법등 여러가지 방법과 개소리를 내면서 단말마적 고통을 할 때는 천령개 태운 재를
먹인다고 하였는데 그게 바로 사람의 오래된 두개골이니, 이런 치료법은 나병에 사람의
간이나 뇌를 먹어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게 무서운 미신과 비슷해 몸서리가 난다. 광견에
물리면 한평생 개고기, 누에 번데기를 먹어서는 안 되며 만약에 이를 먹으면 재발하여
죽는다고 하였다. 또 살구씨를 항상 먹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주색은 당뇨병의 적
당뇨병의 환자 수가 늘어가고 있으며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가운데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그런 의미에서도 매년 한번 정도 정기적으로 신체검사를 받아 혈압, 단뇨등의
이상 유무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은 소위 요새 유행하는 성인병의 하나로 대체로 45세 이상인 경우가 많고 절젊은
연령에서는 드문 것으로 되어 있다.
당뇨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췌장 호르몬에는 또 하나 글루카곤이라는 혈당을 상승시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체는 반드시 이와 같이 정반대되는 두 가지 요소가 서로
균형을 잡고 있게 마련이고 이 균형이 무슨 원인에 의해서 깨어질때, 그 불균형 상태가 즉
병이라고 해석된다. 그러므로 무슨 호르몬이 모자란다고 하여 무턱대고 보급해 주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왜 균형이 깨어지게 되었는가가 문제가 된다. 이런 뜻에서 본다면
병이라는 것은 크나 작으나 모두 일종의 파산 또는 부도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뇌하수체나 부신, 갑상선 등의 호르몬 등도 혈당 상승작용이 있어 복잡한 상호관계로 얽혀
있고 또 이런 내분비선들이 성호르몬 분비선과도 관계가 있으며 더 올라가서 대뇌의
정신작용이 또 관여하게 되어 몸의 모든 평형 관계가 성립되게 마련이니 인체란 생각할수록
오묘하다. 갑자기 초조하고 불안해지면 건강하던 사람도 일시적으로 입에 침이 마르는
현상은 누구나 경험하였으리라 생각하지만 그것도 정신적 원인에 의하여 혈당의 변동이
생겼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소갈증에 삼가야 할 것이 세가지 있으니 첫째는 술이요, 둘째는 방로요,
셋째는 짠 음식과 면식이다. 이 세가지만 삼가하면 복약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을 수
있다"라고 하였으니 결국 당뇨병에는 주색과 분식이 나쁘다는 결론이 된다. 짠 음식은
다병뿐만 아니라 혈압에나 신장에나 모두 나쁘다. 맵고 짠 자극성 많은 음식물 먹는 것을
대기하라는 대목도 있다.
'음일수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는데, 물은 하나만큼 마셨는데 오줌은 둘만큼 나온다는
표현이며 이렇게 되면 당뇨병이 중증이어서 고치기 힘들다고 하였다. 갈증을 멈추고 소변
잦은증을 다스리는 데는 '오미자'를 차로 달여서 항상 마시거나 '생우(연근 생것)'를 갈아서
즙을 낸 것에 꿀을 타서 먹으면 좋다고도 하였다.

당뇨병은 화농증 병발에 조심
당뇨병의 식이요법에 있어서 당분이 나쁘다고 하여서 육식만하라는것은 아니다. 균형잡힌
자연식을 하도록 주의해야 하며 다소의 당분 섭취보다도 무서운 것은 칼로리 과도 섭취라고
되어 있다. 술에 들어 있는 소량의 당분 함량을 따져서 맥주나 청주는 어떻고, 소주나
위스키는 어떻고 할 계제가 아니다. 술은 금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되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당뇨병의 원인을 거의 전적으로 주와색 그 중에서도 특히
주후색욕과다에 두고 있음은 무엇때문일까.
"단석을 많이 먹어서 진기는 없는데도 열사만 왕성해지면 음식을 먹어도 끓는 물에 눈녹는
격이 되어 나날이 살이 여위고오줌은 고유와 같으며, 양이 강성하여도 불교정설하는 증살이
생기니 제일 고치기 힘든 당뇨병이다."
단석이란 광물성으로 되어 있는 석약으로 만든 강장 강정제인데, 이와 같은 스태미너
약으로 진정한 원기는 없는 주제에 말초적인 흥분만 시켜 놓는 요새 말하는 흥분제 같은
것을 남용하는 것을 엄중히 경계한 구절이라고 해석된다.
당뇨병에서 가장 무서운 병발증은 화농증 종기인데 혈당 과다로 모든 조직의 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종기가 생겨 병원에 가면 반드시 소변의 당분
검사를 하게 되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갈에는 언제나 대옹(큰 종기)이 생기는 것을 염려해야 하며, 왜 소갈에 옹저가
생기는가 하면 화사가 승한 때문이니, 창이 아픔이 심하고 터지지 않으며 소갈증 있는
사람으로 많이 먹는 사람은 반드시 등창이나 발찌가생기게 마련이고 식사를 못하는 사람은
배가 부어올라 복수가 생기는데 모두 난치의 증세들이다"라 한 것을 보면 당뇨병에 병발되는
화농증을 옛날에도 꽤 조심한 것을 알 수 있다. 당뇨병에는 아시도시스(산형증)가 합병되어
오래 가면 모든 조직의 만성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또 당뇨병에 인슐린이 특효약이라고 하여
함부로 사용하면 쇼크등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식이요법만으로 고칠 수 있는가, 식단은 어떤 것이어야 하겠는가, 식이요법과 인슐린등의
약물요법을 겸해야 한다면 어떤 처방으로 해야 하는가, 합병증의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의 어려운 문제는 결코 주먹구구로 해결할 수 없다. 오직 전문가의 과학적이면서도
치밀한 지도와 관리하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설사 완치는 못한다
치더라도 한평생 수명에는 관계없이 당뇨병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날 당뇨병 치료의
추세인 것이다.

감초로 위궤양 안 나으면 암 우려
감초에는 주성분인 글리치르리진 외에도 여러가지 종류의 당류, 능금산,
후라보노이드(리퀴리틴, 리퀴리티게닌, 이소리퀴리티게닌, 네오리퀴리틴, 네오이소리퀴틴,
리쿠라지드) 아스파라긴 등의 존재가 증명되고 있다.
워낙 감초가 유명한 생약인 탓인지 딴 생약에 비하여 현대 과학적 약리작용의 연구가 많이
보고되고 있는데 그 중요한 것 몇가지를 소개하기로 한다.
1) 근육이나 조직의 급격한 긴장에 의하여 생기는 통증을 풀어 주는 작용이 있다.
2) 체중의 증가, 혈압의 상승, 혈청 칼륨의 감소와 나트륨의 증가가 일어난다.
3) 항히스타민, 항아세칠콜린 작용이 있다.
4) 코티손 또는 뇌하수체 전엽 호르몬인 ACTH의 작용과 비슷하나 독성이 약하다.
5) 위궤양의 발생을 방지한다.
6) 글리치르리진은 백혈구를 증가시킨다.
7) 간장 기능을 회복시켜 주며, 약물 중독, 간염, 두드러기, 피부염, 습진등에 유효하다.
8) 이뇨작용 및 항염증 작용이 있다.
9) 리퀴리틴, 리퀴리티게닌, 이소퀴리티게닌등의 성분은 소화성 궤양의 발생을 억제한다.
이중에서도 특히 소화성궤양에 대한 치료 효과는 독일, 일본등 의학자에 의하여 많이
연구되었으며 일례를 들면, 감초 20~25g을 1일량으로 하여 하루 세번 달여 마시기를 6주간
계속하는 치료법을 실시하면서 식이요법으로써 소금의 섭취량을 줄이고 단백질과 비타민이
많은 음식물을 섭취케 하였더니 38명의 위궤양 환자 중 32명이 치유된 것이 X선적으로
증명이 되었고, 3명은 자각 증상이 완전히 없어졌으며 결국 아무 효과도 나타내지 못한
케이스가 3예인데 후에 개복 수술을 하여 보았더니 모두 암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심지어는
감초를 사용하여 위궤양이 낫지않으면 암을 의심해도 좋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요새 소화성궤양 치료제로 나오는 신약의 처방을 보면 감초말 또는 글리치르리진이
성분으로 들어 있는 것이 많은 것은 이와 같은 연구 결과에 기초를 두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약뿐만 아니라 세상 만사가 다 그렇듯이 너무 오래 계속 복용하면 부종이 생기고
일시적으로 혈압도 높아지므로 원래 고혈압인 분에게는 장기 복용을 권할 수 없다.
"구토중만기주지인 불가구복다복"
<동의보감>의 이 대목을 보더라도 술꾼으로 헛배가 부르고 구역질이 나기 쉬운 사람은
감초를 오래 계속하거나 많이 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감초가
부신피질의 기능부전증에 해당되는 '에디슨씨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는데 모두 우연한
일이 아닐 성싶다.

연근은 노이로제도 예방
음력으로 9월을 구월이라 하고 6월을 하월이라 하는데 하는 연이라는 뜻이다.
연꽃이 옛날부터 오탁 속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움과 그윽한 향기를 자랑한다 하여
문인묵객이나 또는 불교도들에 의하여 화중군자니 극락정토의 꽃으로 사랑을 받아 왔지만
또한 훌륭한 보건약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도 무심히 넘길 수 없는 무엇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나 이직 이렇다 할 과학적 뒷받침이 없는 것이 아쉽다.
연근은 식탁으 반찬으로도 친숙하지만 약으로도 '우'라고 하여 (더욱이 결절부가 더
약효가 있다 하며 우절이라고 함) 강장, 강정, 식욕 증진 등의 약효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오래 복용하면 신경진정 작용이 있어 노이로제의 예방도 될 수 있다니 밥반찬치고는
십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생즙을 내어 마시면 소화성궤양의 출혈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수렴성 성분으로 보아 충분히 납득이 갈 수 있는 약효라고 볼 수 있다.
연실은 불로식품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자체의 수명이 긴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보통 식물
기껏 10년 정도의 수명밖에 없는데 연실은 1천년 이상 묵은 것을 발아시킨 예도 있으며,
이와 같은 내구성은 종자의 수분 함량이 적고 조직 호흡이 둔하며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의
안정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풀이되고 있는데 여하간 신기한 일이다.
연실의 분석 결과는 알칼로이드 넬룸빈을 비롯하여 전분, 환원당, 비환원당, 라후노즈,
지방유등이 들어 있고, 속심에 조그만 싹이 있는 것을 한방에서 '연의' 또는 '연자심'이라고
하며 그 성분으로서는 혈압 강하작용이 있는 리엔시닌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성분이
증명되고 있으나 직접 강장, 불로 작용을 뒷받침할 만한 성분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볼때 현재 인류의 주식물로 고정되어 있는 오곡과채들이
과학적인 성분 분석의 결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과학 이전의 요원한 태고 적부터 경험의
산물로 전승되어 내려 온 것이며, 과학이 발달됨에 따라 타당성이 뒤따라가며 증명되고
있음을 볼 때 한방에서 사용되는 천연물 약재들도 모두 그와 같은 경로에 의하여 계승되어
내려온 것이므로 우선 해독만 없다면 그대로 믿고 사용해 과학화를 해보는 것도 하나의 접근
방법이 아니겠는가.

정신병 고친 연거 요법
정신과 한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연극 치료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그때의 기사 내용은 정신병 환자들을 앞에 앉혀 놓고 환자들의 가정 환경
비슷한 연극을 꾸며서 연기자들로 하여금 연출시키면 환자들이 보고 있다가 흥분되는 대목에
가서는 자기도 연극 중의 한 사람이 되어 같이 뛰어든다는 것이다.
그와같이 행동을 통하여 정신 분석의 자료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 자신도
심층에 도사리고 있던 컴플렉스를 발산시킴으로써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같은 새로운 치료법이 실상은 3백~4백년 전의 <동의보감>에 이미 기재되어 있는
방법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임을 소개하면서 해당되는 <동의보감>의 구절을 뽑아내어
소개한다.
도시집중형의 기계문명이 발달될수록 정신 계통의 질환이 늘어나고 정신병까지는 안
가더라도 일상생활의 심리 갈들이 육체의 건강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침이 심신상관의학에서
거론되고 있다. 표면화는 안 되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정신위생 내지는 정신의 문제가 꽤
심각해가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우리 관념으로는 정신과의 진료를 받는다고 하면 정신병자나 광인으로 낙인이
찍히고 정신과 병원이라고 하면 미친 사람을 감금해 두는 철창을 연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미국 같은 데서는 하나의 종합 진찰방법으로 누구나 거리낌 없이 정신과 의사를 찾아
건강상담을 한다니 부러운 현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동의보감>에서 연극 치료법의 대목을 보면, "어떤 부인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 닥치는 대로 성내고 악담을 퍼부으며 죽이려 들어 의사들이 백방으로 치료해
봤으나 효험이 없었다. 대인(장종정의 호. 금나라 때의 명의)이 이를 보고 이 병은 약으로
고칠 수 없다하며 화류계 여자 두사람을 데려와 배우처럼 분장을 시켜 보였더니 병자가
으숩다고 크게 웃었다. 또 이튿날 여자들에게 씨름을 시켰더니 역시 크게 웃고 그 옆에 앉은
여자들이 음식을 맛나게 먹어 보이니 자기도 조금씩 먹기 시작하여 며칠 안 가서 노기가
줄어들고 식욕이 나서 건강을 되찾게 되고 드디어는 아들까지 낳게 되었다.
이로 본다면 의사라는 것은 재주가 있어 임기응변할 줄 알아야지 약 처방에만 집착해서는
훌륭한 의사가 될수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음미해 볼 만하다.

여자의 한열병에는 남자가 약
<동의보감>을 읽어 내려가노라면 소설처럼 재미나는 대목도 있다.
"과부사니지병이평처접: 과부나 여승의 병은 보통 여염집 부녀자의 병과는 다르다"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이 기재하고 있다.
송나라의 저증이라는 명의는 과부와 여승의 병을 다스리는 약방문은 보통 사람의 것과는
달랑다고 하였는데 과연 합당한 말이다. 이 두 종류의 여인은 연제나 홀로 사기 때문에
독음무양(음뿐이고 양이 없음)이니 정욕이 움직여도 풀길이 없어서 체내에서 음과 양이 서로
다투어 때로는 한기가 드는가 하면 또 때로는 열기가 올라서 마치 학질이나 열병처럼 되고
오래 되면 허로증이 된다. <사기>에 씌어 있기를, 한나라 때 명의인 창공이 어느 미혼녀의
병을 보는데 허리가 아프고 등이 으스스 춥고 열이 나는 것을 딴 의사들은 모두
한열병이라고 하여 다스려도 효험이 없는 것을 창공이 가로되 "이 병은 남자를 원하면서도
얻지 못하는 데서 생긴 병이라"고 하였다.
"남자는 정, 여자는 혈을 각각 위주로 하여, 남자의 정력이 왕성해지면 자연히 여자
생각을 하게 되고, 여자의 혈기가 왕성해지면 임신하기를 원하게 되는데, 이러한 증상들은
맥을 짚어보면 알 수 있도다. 과부와 여승이 욕망을 억누르면 병이 생기는데 그 증상은
찬바람을 싫어하며 몸이 노곤하고 추웠다 더웠다 하며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답답하며
때로는 식은땀을 흘린다. 맹일 오전중에는 정신이 산란하고 밝은것 보기가 싫고 사람의
소리조차 구찮고 오후에는 반드시 머리가 혼미하며 배가 아프고 놀라기를 잘하며 일을
하거나 월경이 있을때는 증세가 더욱 심해지니 이는 뜻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라. 혹은
꿈속에서 정사를 하는가 하면 때로는 혼자 웃었다 울었다 한다."
이런 식으로 히스테리 증상을 장황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증상들에 대한
약방문을 내걸고 있는데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는 임상가의 연구가 나와야 알 수
있겠다.
"시호억간탕: 과부가 독음에 양이 없어 욕정이 동해도 이룰 수가 없으면 한열이 학질처럼
나타나는 증세에 사용한다."
"부용산: 남자가 실처가 없고 여자가 남편이 없어 욕망이 화를 발동시켜 가슴이 아프고
땀이 흐르고 얼굴이 벌개지며 가슴이 뛰는 증을 다스린다."
"여자의 병이 남자의 병보다 10배나 더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그 기욕이 남자보다 많고
병에 대하여 예민하기가 남자의 갑절이 되며 질투, 근심, 걱정, 노여움, 그리움, 사랑과
미움 등의 감정이 다정다감하고 뿌리 깊어 스스로 억제하기 힘드므로 병이 깊어지 것이다."
이와 같은 섬세한 관찰은 옛날이라고 하여 우습게 볼 수 없다.

신, 성, 공, 절의 진단법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학한 병명과 왜 생겼는가 하는 병인과 지금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가 하는 병태를 파악하여야만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강구할 수 있음은
현대의학뿐만 아니라 한방의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현대의학 발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진찰법의 진보인 것도 또한 우연한 일이 아닌 것이다. 특히 생화학 분야의 진찰
방법과 컴퓨터에 의한 진단의 자동화 연구는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미처 치료 방법의 개발이 이와같은 놀라운 진단 방법을 뒤따라가지 못한다고 하여 과학적
의학에 부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 사람도 없지 않아 있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짧은 생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병의 원인과 근본을 캐어야만 올바른 치료법이
나올 수 있다.
병명보다도 그 병이 현재 처하고 있는 상태를 더욱 중시해서 수증치지(병증에 따라
치료하는 것)를 근본 원리로 하는 한방 치료법을 곡해하여 한방에서는 진찰보다 치료다, 꿩
잡는 것이 매지 엑스선 사진이나 혈액 검사 없이도 병만 고치면 그만이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 아닐까.
한방의 진찰 방법이 주로 오감에 의한 복잡미묘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과학화를
위하여 망, 문, 문, 절의 네 가지 진찰법을 계측화, 객관화하려는 연구가 점차 활발해 가고
있음은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맥파계에 의한 진맥의 과학화를 시도하는 학자가
있으니 말이다.
"병을 진찰하는데 있어서 얼굴만 쳐다보고도 알아내는 의사는 신이고, 목소리나 풍기는
체취로 병을 가려낼 수 있는 의사는 성이고, 무엇이 먹고 싶으냐, 아픈 데는 어디냐,
꼬치꼬치 물어서 아는 사람은 공이고, 진맥을 정확히 하고 가슴을 두들겨보고 배를 만졍론ㄹ
내릴 수 있는 의사를 교라고 한다."
이 글을 얼른 보기에는 모름지기 의사는 신이나 성이 되어 환자에게 손을 대지 않고도
병을 척척 알아맞혀야 하는 것처럼 착각할는지 모르나 그것은 큰 오해이다.
동양 사상에서 이상적인 존재를 신, 진인, 지인, 성인, 현인등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신은
어림도 없고, 진인은 상고에나 있었고, 지인은 중고, 성인은 1천년~2천년에 한두 사람
있을까 말까, 결국 사람 냄새 나는 것은 현인인데 이것 역시 드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의사로서 망 또는 문에 의해서 병을 알겠다는 것은 아예 생각도 말라는 아이러니가
이글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채야 할 것 아닌가.

진단하는데 직관력 무시 못해
네 가지 종류의 의사: 신의, 성의, 공의, 교의중 관용찰색만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의사를 신이나 성인이라고 한 것은 일종의 역설적 표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의사는
모름지기 세밀한 진찰을 통하여 병을 가려내는 공의 또는 교의가 되어야 한다고 풀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의사를 공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많으며 "상공치미병: 훌륭한 의사는 병이 나기 전에 미리
고칙공 생긴병이나 고친다"의 뜻이 된다.
'사농공상'이라고 하여 공을 밑에 두는 사상이 동양의 관념철학에서 생겨나 기술자나
명공, 장인들을 천대하였다. 공이나 교는 이릉테면 오늘날의 과학 기술자라고 할 수 있으니
의사는 문진 잘하고 진맥 잘하는 공의 또는 교의가 되라는 것은 요새 표현으로 한다면
과학적 의학자가 되라는 것 아닐까.
의가 공 또는 교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쓰라린 과거를 우리
역사는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나라 최고의 의학자라고 할 수 있는 <동의보감>의 저자인
허준이 공이 크다하여 숭록대부라는 자리를 받았으나 "중인 출신에게 당상관의 벼슬이 당치
않다"는 반대에 부딪쳐 취소되기도 하였다.
망진만 하고도 병을 알아내는 사람을 신이라고 한 데는 역설 이상의 심오한 뜻도 또한
포함되어 있다. 요새 아무리 진찰법이 발달되었다 하더라도 모든 과학적 소견을 종합하여
최종 판단을 내리는 데는 역시 의사의 노련한 직관의 힘이 필요하다. 인체의 복잡한 생명
현상을 인자 분석을 통하여 패턴 인식을 하는데는 아직 직관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요새 점차 그와 같은 명의가 없어져 가고 또한 생길 수 없는 풍토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과학화의 결과라고 기뻐할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일반 시민들이 매스컴에 나타난 통속 토막지식을 통하여 모두 신의가 되어
전문가의 진찰도 없이 자기는 이런 병이겠지 지레 짐작하는 풍조도 또한 걱정스럽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한방의학의 고전인 <상한론>을 들춰보면 "요새 의사들은 연구는 하지 않고 옛날 그대로를
비방이니 뭐니 하면서 진찰은 소홀히 하고 주로 입으로만 떠들어댄다"는 뜻의 구절이 있는데
이미 2천년 가까운 옛날에도 그런 뼈아픈 이야기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결국 병을
다스리려면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먼저 맥의 허실과 기의 막힘을 알고 난 연후에 약을 써야만 병도 빨리 낫고 장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약과 합성약은 같은 원리에서 출발
한방에서 사용하는 약재는 대부분이 천연물이기 때문에 화학적 합성 약품에 익숙한
현대인이 보기에는 어쩐지 엉성해 보이게 마련이다. 건재 약국을 들여다보면 인삼
녹용에서부터 청몽석이니 양기석이니 하는 돌멩이 광석, 동물성으로는 자라껍데기(귀갑),
매미껍질(선퇴), 지네(오공), 개구리 말린 것등이 눈에 띄어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
이와같은 생약을 비과학적이고 전근대적이라고 눈살을 찌푸리는 현대인이나 서양사람들이
음식물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를 대조해 보면 재미있다.
음식물은 반대로 인공적인 합성품이 천대를 받게 마련이다. 같은 새우일지라도 그것을
가공해서 단백질 분말로 만든 것을 본다면 정체 불명이라고 꺼림칙하게 생각할 것이며
되도록 싱싱한, 가능하면 살아서 펄펄 뛰는 것을 좋다고 먹는다. 술도 합성주하면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부작용이 두려워 진짜 양조주를 찾는다.
한방의학에서는 식약일체라고 하여 음식물이나 약을 동일하게 보며 다만 성질이 순후한
것이냐, 독하고 강력한 것이냐가 다를 따름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천연물인 생약을
상식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화학 약품을 수상한 눈초리로 보게 마련이다.
"원 요런 것이 약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같은 약에 대한 개념과 인식의 차이가
현대의학과 한바의학을 완전히 분리시키고 서로 이단시하는 갈림길을 마련한 것이다.
현대의약이 점차 고차원적으로 발전됨에 따라 생약이나 합성약이 결국은 같은 원리에서
출발된 것이고 합성약이 순수해서 좋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천연물의 은근한 약리작용을
도저히 흉내낼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어 가고 있다.
요새 우리나라 사람의 오줌을 원료로 하여 우로키나제라고 하는 아주 값비싼 약품을
만들어 내어 외화를 획득하고 있다. 그 약은 최신 학설에 의하여 관상동맥폐색증이니
뇌혈관폐색증이니 하는 혈전증에 대하여 혈전을 용해시켜 치료하는 약으로 되어 있다.
<동의보감>에 사람 오줌을 인뇨라고 하여 그 효과를 "노갈의 기침을 멈추고 심폐를
윤택하게 하며 혈민, 열광, 박손, 여혈, 훈절을 다스린다"고 하였는데 오줌을 약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무턱대고 비웃을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소리를 하게 되었는지를 따지려고
하는 태도가 바로 과학인 것이다.





동의보감3


오로칠상의 병인론
의학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병인론이니 병이 왜 생겼는가를 따지는 것이 의학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 다름이 없다. 주자도
학문의 길을 논하는 가운데 병의 원인과 비유하여 "여차제병 불여차제약 고명호기병
즉약수수이지: 이렇게 해서 병이 되거든 이렇게 아니하면 약이 된다. 진실로 병에 밝으면
약은 손을 쓰는 대로 얻어진다"고 하였다.
현대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을 나누어 1) 병원체: 외부로부터 인체 내에 침임하여 병이
생기게 하는 생물체 2) 물리적 작용: 덥고 춥고 기압 변동등의 기상 변화, 광선, 전기,
방사선등의 영향, 타격에 의한 상처등 3) 화학적 작용: 독성 있는 물질이 체내에 들어왔을때
4) 영양 장해: 영양 불량 또는 영양 과다 5) 정신적 작용: 심신상관의학에서 정신작용과
육체의 건강과의 관계가 점점 중요시되어 가고 있다. 6) 원인 불명 또는 불확실한 것: 암
같은 것이 이에 속한다.
오늘날의 이와 같은 병인론이 2~3천년 전의 동양의학의 병인론과 근본적으로 하등 다름이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즉 한방에서는 사람의 건강이 나빠져서 병이 생기는 원인으로
1) 육음: 풍, 한, 서, 습, 조, 화의 기후나 기상 상태가 나빠졌을 때 2) 역려: 풍토병이나
전염병 3) 칠정: 희, 노, 애, 사, 비, 공, 경등 일곱가지 감정의 과다 4) 음식노권: 음식의
부절제 5) 방지부절: 섹스 생활의 부절제 6) 창상, 충수에 의한 상해 7) 충적: 기생충 8)
중독 9) 유전등의 아홉가지를 들고 있는데 미생물학의 발달이 없어 병원체니 세균이니 하는
용어는 안 썼더라도 옛날과 오늘날의 병인론이 서로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또 오로라고 하여 심로, 간로, 비로, 간로, 신로, 즉 사람의 가장 중요한 오장이 과로한
상태를 바로 병이라 하였고 칠상이라고 하여 허로(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의 일곱
가지를 들어 이것 역시 병의 근원이라고 하였다. 즉 음한, 양위, 리급, 정루, 정소, 정청,
것이 아닐까 한다.

몽정은 독에 담긴 물
자연과학에서는 사물의 이치를 사색하는 데 있어서 유추를 사용하여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로 비유해서 생각하는 것을 위태로운
짓이라고 하여 배격하여 왔다. 그러나 요새 와서는 어떤 현상르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을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머릿속에 눈앞에 보는 양 모델을 상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점차 유추법이 활발해지고 있음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가령 심장이 박동하는 생리를 예로 든다면, 심장을 자동차 엔진이라 보고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가솔린과 윤활유의 공급이 순조로워야 하고 스파크
장치의 전류 조절이 정확해야 하듯이 심장의 박동이 정상적이기 위해서는 전류
스파크 장치에 해당되는 심장 자율신경의 조절이 정확해야 한다.
그와 같은 신경 조절에 고장이 생겼을 때에 그것을 정상화시켜 주는 물질이
강심체이다. 이런 식으로 모형적으로 생각하면 심장 생리를 눈앞에 보듯이
여실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동양적 사고방식은 옛날부터 이와 같은 유추법을 가장 큰 무기로 삼고 있다.
어느 정도 사실인지는 몰라도 일본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유가와가 중간자
이론을 착상할 때 <장자>의 호접몽의 비유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것도
그럴싸하게 들린다.
한방의학에서는 모든 건강의 근본을 성욕의 절제에 두고 정액이야말로 가장
소중히 간직하고 헛되이 낭비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 중에서 성신경쇠약에 의한 몽설, 유정 등을 중요시하여 치료법을 기재한
대목이 많은 중, 왜 그와 같은 병적 현상이 일어나는가를 설명하는 가운데 독에
담긴 물로써 비유한 것이 퍽 재미있다.
[몽정, 유정의 원인에 세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독에 물이 철철 넘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독이 기울어져서 물이 쏟아지는 경우요,
마지막 경우는 독이 깨어져서 물이 새어나오는 경우라고 하였다. 첫번재 경우는
구태여 약을 쓸 필요가 없고 흘러나오지 않게 막는 약을 쓸수록 더욱 심해질
수밖에. 두번째 경우는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경증이므로 신경진정제 등의
화평한약을 쓰면 되지만 맨 마지막의 경우처럼 독 자체가 깨어진 것은 그야말로
크게 허한 증세에 속하니 속히 보하지 않으면 밑천마저 송두리째 없어질 우려가
있다.]
같은 몽정 현상일지라도 이와 같이 정반대의 원인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므로
어찌 원인을 모르고 끝만 다스려서 병을 고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이와 같이
근본을 따져서 병을 다스려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오늘날도 역시 소중한 것
아닐까.

녹두분으로 씻으면 예뻐진다
조선조 점잖은 집 규수들이 지켜야 할 <내훈>의 한 조목에 이런 것이 있다.
[부녀자의 미용은 반드시 얼굴이 미인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그저 깨끗이
씻고 청결한 옷치장으로 목욕을 자주하여 몸에 때가 없는 것이 바로 여자의
몸치장이니라.]
그러나 현실은 그럴 수만도 없어서 여자들은 옷치레 얼굴 화장을 생명처럼
소중한 것으로 여겨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향장품의 역사가 꽤 오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그와 같은 화장품이 주로 천연물이니 색소나
향료이었을 것이 추측되는데, 최신 과학을 자랑하는 오늘날에도 가장 고귀한
향수는 천연 화향으로 만들어야 하고 사향노루의 배꼽 분비선인 사향이
귀중함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인공으로 합성된 사향도 있기는 있으나
천연물에 비하면 어림도 없다.
그러나 요새처럼 비누도 없고 중성세제로 된 샴푸도 없었던 옛날에 무엇으로
세수를 하였으며 어떻게 머리를 가꾸었을까 하는 것은 궁금한
일이다.<동의보감>의 화장관계 처방을 두셋 읽어 보면 다음과 같다.
[옥용서시산(얼굴이 옛날 절색 미인이던 서시처럼 예뻐지는 처방): 녹두분
80그램, 백지, 백잉, 백렴, 백강잠, 백부자, 천화분의 각 40그램, 감송,
삼내자, 서모의 각 20그램, 영릉향, 방풍고본 각 10그램, 비조각 2개를 합쳐서
고운 가루로 만들어 얼굴 씻을 때 비누가루처럼 사용하면 얼굴이 옥처럼
예뻐진다.]
어렸을 때 녹두나 팥가루로 얼굴을 씻는다던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비조각은 주염나무의 열매 또는 가시이며 사포닌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탓으로
물과 같이 비비면 비누처럼 거품이 생겨 옛날은 고사하고 일제 말기에 비누가
귀할 때에 세탁용으로 사용한 적도 있다.
[향비조(요새로 말하면 화장용 향수 비누라고나 할까):침향, 백단, 정향,
영릉향, 삼내자 각 40그램, 소뇌 12그램, 사향 4그램을 가루로 만들어 이에
조각미 200그램, 흑설탕 80그램을 합쳐서 불에 녹여서 반죽한 것을 환으로
만들어 세수나 목욕할 때 사용하며 속칭 향비로라고도 한다.]
말만 들어도 향긋한 심향이니 정향이니 영릉향이니 사향이니 하는 향료의
냄새가 아련하게 몸에 풍기던 옛날 미인은 생각만 하여도 로맨틱하지 않은가.
오늘날 피부를 탈색하여 희게 한다는 수은이 들어 있는 크림이 있고 (지금은
유해하여 제조 금지) 옛날에도 얼굴을 희게 하는 처방에 경분(염화제일수은)이
들어 있었는데 <동의보감>에는 그 처방이 없는 것을 보면 그때 벌써 수은
중독의 무서움을 알았던 모양이다.

쌀만 먹으면 각출불능행
한방에서는 약효나 식물로서의 가치를 그 맛이 무엇인가를 보아 알 수 있다는
이론 체계를 가지고 있다. 신것, 쓴것, 단것, 매운것, 짠것 등 다섯 가지 맛
중의 어느 맛이냐를 알면 신것은 간을 돕고, 단것은 비장을 , 쓴것은 심장을
돕는다는 등인데 이런 식의 표현은 얼른 납득이 가기 힘들다.
칼슘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뼈에 좋고, 철분이 많으니까 빈혈에 좋고, 비타민
A가 많으므로 눈에 좋다는 등이 오늘날의 과학적인 표현이다.
과연 약이나 음식물의 가치를 오미로 따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뭐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엄연한 사실은 동물들이 자기
생명을 유지할 음식물을 선택하고 먹어서는 아니 될 독물을 가려내는 데 있어서
오로지 맛이나 냄새 등의 오감에 의해서 거뜬히 살아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각은 물질을 가려내는 정밀한 분석 장치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그와 같은 분석 결과에 따라 약이나 음식물을 분류하는 것이 결코 허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음식물의 제일 기본이 되는 쌀과 소금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기재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찹쌀에 대한 표현을 보자.
[쌀을 많이 오래 먹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근육의 힘이 빠지게 하며 고양이나
개에게 먹여도 다리가 구부러져 걷지 못하게 된다.흰쌀밥만 먹으면 비타민 B가
부족되어 각기가 된다는 사실과 어쩌면 그렇게도 잘 부합외는지 심지어는 동물
실험까지도 한 것을 알 수 있다.]
식염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소금은 모든 맛을 돋우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음식에 빠질 수 없으나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중국의)서북방 사람들은 소금을 적게 먹어 장수무병하고
동남방 사람들은 짜게 먹기 때문에 단명다병한 것이다.]
오늘날의 최신 의학이나 영양학이 무색할 진리를 간단한 표현 가운데
갈파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장수무병하려면 잡곡 혼식에 싱겁게
먹어야 하며 고량진미는 단명다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노인 변비엔 소마죽 한 주일이면 시원히>
요새 국민의 평균수명이 연장되어 감에 따라 노인층의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음은 그만큼 국민의 건강이 향상된 것으로 기쁜 현상이지만 그 반면에
노인들의 보건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되고 있다.
어린아이들의 생리가 결코 어른을 축소시킨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생리도
일반 성인과 달라 노인 특유릐 것이 있으므로 노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기고 있음도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늙으면 정, 혈이 다같이 소모되고 칠규(얼굴의 이목구비 일곱 구멍,
즉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 구멍이며 오장에 고장이 나면 칠규가 불통이
된다고 <장자>에 씌어 있다)가 정상과는 반대로 울어도 눈물이 아니 나는
반면에 웃으면 도리어 눈물이 나고 코에는 흐린 물이 많아지며, 귀가 울고
음식을 먹을 때는 침이 말라 고생이나 잠잘 때는 쓸데없이 군침이 흐르고
소변을 흘리고 대변은 변비 또는 설사가 일정치 않고, 낮에는 잠이 많고 밤에는
말똥말똥 불면이 생기니 이런 것들이 모두 노인의 병인 것이다. 노인은 감기
같은 것이 들었다 하더라도 절대로 독한 약 또는 땀나게 하는 약, 토하는 약,
설사약 등을 써서는 아니 되며 순하고 부드러운 약을 쓰도록 조심해야 한다.
음식으로는 죽이 좋으며 인유, 우유를 상복하면 가장 좋다"는 구절이 있고
우유에 쌀을 넣어 끓인 우유죽이 노인에게 가장 좋다고 하였다.
또한 노인의 대소변이 고르지 못한 것이 병의 원인이 되니, 소변 잘 나오고
변비증이 없게 하는 것이 노인 양생의 첩경이 되며 더욱이 변비는 장액의
분비가 적어 생기는 것이므로 과격한 설사약을 쓰면 일시적으론 대변이
통하지만 그 다음에는 더욱 변비가 심해지니 대장을 자윤하는 약을 먹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은 현대의학으로 보아도 지극히 타당한 방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변비약으로는 '소마죽'을 권하고 있는데 이것은 필자도 그 효력을 시험하여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방은 마자인(대마인, 마인이라고도 하는
삼씨, 건재약방에 있음), 소자(차조기씨) 각 5그램씩을 물과 같이 갈아서 거른
물에 쌀을 조금 넣고 끓여서 만든 죽인데, 이것을 아침 저녁 두 번 정도
1주일쯤 계속하면 아주 완고한 변비도 자연스럽게 통하게 되니 시험해 볼
만하다. 현대약처럼 변이 나오기 전에 배가 틀려 아픈 일도 없어 십상이다.
주로 마자 중의 각종 지방유 성분이 완화작용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고량진미보다 담백한 자연식이 좋아
보정이미라는 말이 있다. 한의학에서 '정'이니 '미'니 하는 개념이 아주
함축성 있는 표현이어서 장황한 주석이 필요하나 여기서는 우선 통속적으로
"정력은 음식물로 보완해야 한다"는 정도로 하여 놓다도 크게 망발은 아닐
성싶다. "무슨 보, 무슨 보해도 식보가 제일이다"라는 속담과도 비슷한 뜻이다.
"정은 곡식에서 생긴다. 정이 부족한 사람은 음식물로써 이를 보한다. 그러나
고량진미는 정을 생할 수 없고 오로지 담백한 음식이라야 한다."결국 요새
말하는 자연식이 제일 건강에 좋다는 뜻이 된다. 또 식료치병이라는 구절을
보면 "의사는 먼저 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병이 침범하고 있는 곳을 안 다음
음식물로써 병을 치료한다. 만약 식이요법으로 낫지 않을 경우엔, 약을
사용한다. 이와 같은 치료법이 비단 노인이나 소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잘 먹는 사람이나 빈곤해서 못 먹는 사람이나 모두 적용되는 것이다."
영양실조라는 것은 영양부족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영양 과다로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 현대의학에서도 문제시되고 있다. 못 먹어서 영양불량된 사람이
음식 대신에 영양제라는 것에 돈을 낭비한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고 또 그
반면에 지나친 영양섭취로 이상비만증이니 당뇨병이니 고혈압이니 하는 것도
또한 우스운 일이다.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와서 거기서 출판된 <동의보감>을 사오지 못했음을
한탄한 연암 박지원이 그의 한문소설 <민옹전>에 이런 대목을 쓰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장수하겠다고 보약이라는 복령, 인삼, 구기 같은 것만 먹으면서
밥을 먹지 않았더니 백일 만에 기진맥진 죽게 되었는데 이웃집 노파가 와서
보고 탄식하여 말했다. '그대의 병은 굶주림 병이다. 옛날 신농씨가 백 가지
풀을 맛보아 오곡을 심기 시작하였는데 약은 병을 고치고 음식은 굶주림을
고치는 것인즉 그대의 병도 오곡이 아니고는 고칠수 없네.' 그제야 기름진
쌀밥을 지어 먹었더니 죽기를 면했다."
불사약치고 밥만한 게 없으며 아침 저녁으로 밥만 한 그릇씩 먹고도 70여
년을 살았노라고 작중의 주인공인 민 영감이 익살을 부린다.이런 것을 보면
2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음식물을 제쳐놓고 보약먹기 좋아하던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며 옛날은 과학이 발달되지 못해 그랬었다손 치더라도 요새는 무엇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호두 먹으면 머리 좋아진다
밤이니 감, 배 등은 이름 자체가 우리 것이지만 호두는 글자에서부터
외국에서 전래된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호두는 일명 당추자라고도 하명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고려 이전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서 완전히 동화된
과일의 하나로 정월 대보름은 호두를 까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생각할 수도
없게끔 되어 있다.
중국에서도 옛날부터 음력 정초에는 아이들에게 호두를 나누어 주는 풍습이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두뇌를 발달 성장시키는 건뇌식으로 좋게 때문이라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호두는 단백질과 지방분이 풍부하여 100그램당 영양가가
700칼로리 가까이로 엄청나게 큰 값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현대 영양학에서도
좋은 강정식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비타민, 미네랄 등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 한겨울 동안 추위에 시달린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정월 대보름에 먹도록 민속화한 것은 우리 조상들의
생활지혜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호두는 사람으로 하여금 살찌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머리를 검게 하는
영양식이기는 하지만 과식하면 소화기능에 장애를 주어 속이 메스꺼워지게 하는
부작용도 있으니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과유불급은 진리인가 하노라. 청말의
여걸이던 서태후도 호두로 만든 죽을 애용함으로써 절륜을 지탱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호두죽의 처방은 약재가 들어 있는 것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인 것을 소개하면 내피까지 벗긴 호두 10개와 쌀 1컵을
물에 잘 불려서 함께 섞은 것을 으깨어 물 6컵으로 걸러서 냄비에 담고 물
1컵을 더 넣어 설탕으로 조미를 한 다음 끓여서 먹기 알맞은 죽으로 만들면
된다. 호두는 다 좋지만 원래 뚱뚱하고 혈압이 높은 사람은 사양하는 것이
좋다고 되어 있다.
읽어보면 모두 좋은 효능이며 폐를 다스려서 숨가쁜 것을 고치는 것도 좋고,
정력이 약해져서 허리 아픈 데도 좋다지만 과식하면 풍을 동하게 하여 눈썹이
빠지기도 하며 열이 많은 음식이라 겨울철에나 먹지 여름에는 좋지 않다는
구절도 있으니 풍을 동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며 열성인 음식물이라는 것은 무슨
뜻인지를 현대 과학적 용어를 사용하여 해당되는 성분들과 결부시켜서 설명할
수 있게 되면 더욱 좋으련만 아직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술도 약이 된다
술은 옛날부터 '백약지장'이라고도 하고 '백독지장'이라고도 하였다. 술을
마시되 도를 넘지 않게 하는 것이 힘듦을 말하는 것이니라. 또 '주유병'이라고
하여 술이 마치 무서운 병기와 같아서 다루기가 힘듦을 경계하고 있으나 하여간
술이 인생에 있어서 매력 있는 기호품임에는 틀림없어 술을 가르켜
'천하지미록'이라고 하였다.
<동의보감>을 보면 "술은 성이 대열하고 맛이 쓰고 달고 매우며,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위장 기능을 도우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근심을 없애며 노여움을
발산시키고 마음껏 지껄이게 한다. 오래 마시면 신경을 상하게 하고 수명에
해롭다. 과음하면 몸이 말을 듣지 아니 하고 신경이 마비되니 이는 유독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여러 군데에서 과음의 해독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술의 종류를 무려 32종이나 열거하고 있어 옛날에도 술의 품종이
얼마나 다채로웠던가를 엿볼 수 있다.
조하주: 막걸리이며 몸을 덥게 한다.
두림주: 검은 콩 볶은 것을 청주에 넣은 것으로 산후의 풍에 좋다.
총주:한기가 들 때 총백을 썰어 뜨거운 술에 담가 마시면 땀이 난다.
포도주: 얼굴을 늙지 않게 하며 신을 따뜻하게 한다.
상심주: 뽕나무 오디의 즙을 짜서 만든 술이며 오장을 보하고 눈과 귀를 밝게
한다.
구기주: 허한 것을 보하고 살찌게 한다.
지황주: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얼굴을 늙지 않게 한다.
무술주: 누런개를 삶아 곤 물에 쌀을 넣어 술을 만들며 양기를 크게 보한다.
송엽주: 각기와 신경마비에 좋다.
송절주: 관절, 신경통에 좋다.
창포주: 신경마비에 좋고 장수한다.
녹두주: 사슴 머리를 삶아 곤 물로 술을 만들며 기혈을 보한다.
고아주: 염소 새끼를 고아서 만든 즙으로 술을 만들며 살찌고 튼튼하게 한다.
밀주: 꿀로 만든 술로 영양제가 된다.
춘주: 음력 정월의 셋째 해일에 빚은 술. 삼해주와 비슷한 맛좋은 술.
무탄주: 순도 높은 술.
병자주: 찹쌀가루에 여거 가지 약재를 섞어 만든 술.
황연주: 주독을 풀고 사람을 해치지 아니 한다.
국화주: 장수하고 어지럼증을 없앤다.
천문동주: 기혈을 돕고 장수케 한다.
섬라주: 섬라국(지금 태국)에서 온 술이며 기생충을 죽인다고 한 것을 보면
도수 높은 술인 듯. 하여간 그때에도 수입주가 있었던 모양.
홍국주: 술이 독하다.
동양주: 술맛 좋기로는 자고로 천하 제일.
금분로: 처주에서 나는 술.
그밖에도 산동추로백, 소주소병주, 남경금화주, 진안녹두주, 강서마고주 등
요새로 말하면 외제 위스키 이름들인가. 소주, 저주, 이화주라는 것도 있다.

심신을 젊게 ^35^ 양명주
<동의보감>이 우리나라 민족 의학의 대표적 업적으로서 이미 4세기가 가까운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국내외적으로 불멸의 광채를 발휘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적 자존심이 강하고 한방의학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서까지도 <동의보감>을 한방의학의 최고 원전으로 삼고 있다.
역시 최고의 특징은 당시 번잡, 다기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던 한방 의학을 질서정연한
논리와 실증에 의하여 집대성, 체계화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현대의학이나 거의 진배없이 분과별로 나누어서 병인 병상등을 논하고 치료약의 처방 및
단방으로 사용되는 약재를 소상하게 기재하는 동시에 일일이 원전의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치료법이나 약재도 삽입되어 있다.
보약으로 양명주 두 가지가 올라 있다. 술마시면서 건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를테면 요즘의 토닉제에 해당되는 것 같다.
고본주: 피로를 풀고 허한 것을 보하고 연년익수하며 머리를 검게 하고 얼굴을 아름답게
한다고 그 효능이 적혀 있고, 처방은 생건지황, 숙지황, 거심한 천문동과 맥문동, 백복령,
인삼을 잘게 썰어서 항아리에 넣고 술을 담가 3일간 두었다가 약한 불로 한두 시간 끓이면
술빛이 검어지는데 이것을 주량에 따라 적당히 공복에 마시면 된다는 것이다.
오수주: 벌써 이름부터 오수라고 되어 있어 수염을 까마귀처럼 까맣게 한다는 뜻인데
한방의 보약 중에는 유난히도 머리를 검게 한다는 것이 강조되었다. 머리가 백발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장생불로를 직접 결부시키는 사고방식은 현대 의학에서도 좀더 검토해야 할
것이며 백발을 겉으로 염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옛 처방에도 염색법이 있다) 약을
내복함으로써 안으로부터 희지 않게 한다는 발상법은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수주의 효력은 고본주와 같아 굉장한 것이며 누런 기장쌀(찰기장쌀)에 맥문동, 생지황,
하수오, 천문동, 숙지황, 구기자, 우슬, 당귀, 인삼을 가루로 하여 넣고 누룩을 적당히
혼합하여 보통 술과 같이 빚어서 술을 담가 익거든 걸러서 매일 새벽 한두 잔씩 미취할
정도로 마신다는 것이니 이 아니 좋은가.

몸을 가뿐하게 ^35^ 감국화주
백초화라는 것이 있다.
"백병을 다스리고 장생신선이 된다. 백종초화를 따서 그늘에서 말려 찧어 가루로 만들어
술과 더불어 마시든지 꽃 끓인 물로 술을 담가 마신다."
로맨틱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큰 약효가 있을 성싶지 않은 것은 백종초화라는 것이
막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약을 생활 주변의 화초나 산채 같은 데서 구한다고 하는
것은 오늘날 같은 화학물질 공해가 범람하는 시대에 자연과 더불어 생을 즐기면서 건강을
찾는 방법이라 할 수 있고, 오늘날 점점 식용 야초나 산채에 대한 관심이 적어가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런 뜻에서 <동의보감>의 양생보약에 나와 있는
'감국화', '국화주'등은 오늘의 생활 가운데서도 지니고 싶은 지혜라 할 수 있겠다.
감국은 우리나라 산야에 자생하는 들국화 종류이며 "몸을 가볍게 하고 늙지 않아 장수하게
하는데 새싹, 잎, 꽃, 뿌리 모두 약용이 되며 응달에서 말려 가루로 만들어 술과 같이
먹든지 또는 꿀에 환으로 개어 만들어 오래 계속해서 먹는다. 국화주는 감국화, 생지황,
구기자, 근피를 물에 끓여 낸 물에 찹쌀을 넣고 끓인 다음 누룩을 넣어 양조하는데 국화는
흰색이 더욱 좋다"라고 되어 있다.
요즘 식으로 간단히 국화주를 만들려면 소주 1.8l(한되)에 말린 감국화 200g을 넣고 설탕
또는 꿀을 150g 정도(단맛은 적당히 가감하면 좋다) 섞어 3~4주간 두어 두면 마실 수 있게
되며 오래 저장할수록 좋아지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술뿐만 아니라 꽃을 차로 달여
마셔도 좋다. 원래 국화꽃은 운치 있는 존재로서 도연명의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이라는
시는 너무나 유명하며, 소동파의 글에도 "봄에는 싹을 먹고 여름에는 잎을, 가을에는
화실을, 겨울에는 뿌리를 먹는도다"라고 하여 철저히 국화를 애용한 것이 나타나 있다.
국화꽃이나 잎의 성분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이 연구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정유 성분이
밝혀지고 해열작용 및 모세혈관 저항성 증강작용등이 보고되고 있다. 과연 국화가 어느
정도의 장생불로약인지는 규명되어 있지 않다 치더라도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사지의 혈액
순환을 좋게 하며 풍에 의한 현기증과 두통을 고친다"고 한 것으로 보아 적어도 건위강장제
정도가 되는 것은 틀림없는 것이기 때문에 <신농본초경> 때부터 이미 상약으로서 높은
자리를 차지해 온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한가지 덧붙일 것은 약용이 되는 국화는 고미 아닌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감국화라고
한다는 것이다.

중국 궁중에서 애용하는 강정주 ^35^ 녹용주
녹용에 관한 약효를 좀더 더듬어 보면 "몽설과 설정을 그치게 하며, 근육과 뼈를 장하게
하고, 노인으로 하여금 새로 치아가 나게 하고 흔들리는 이를 단단하게 하며, 여자의 하혈과
적백 대하증을 고치며, 신허를 보하고 허리와 음부의 냉한 것을 다스린다" 등등의 지극히
매력적인 문구가 나열되어 있다.
소련에서는 일찍부터 녹용의 알콜 추출액을 약용으로 상품화하여 판토크린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날렸다. 그것 역시 약효는 일반 허약증 및 강정이라고 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분상의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실험에서 부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이 있음이 밝혀지고 부교감신경의
흥분은 성기의 혈관 확대와 관계가 있어 부교감신경과 강정 효과를 서로 결부시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녹용은 강정제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약학자 중에도 녹용이
혈중 콜레스테롤 양에 미치는 작용을 연구한 분이 있다. 또 녹용에 적혈구의 신생을
촉진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이 동물실험에서 밝혀지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녹용의 무슨 성분이 그와 같은 약리작용을 나타내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지견이 없다. 최근 동물의 각질을 가수분해시킨 성분 가운데
생리활성이 있는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연구도 있으나 워낙 단백질 계통의 연구가 힘들다
보니 아직 뭐라고 단정을 내릴 수는 없지 않을까.
우리 음식에 도가니탕, 꼬리곰탕, 족탕 등 소나 돼지의 뼈를 줜료로 하는 것이 있는데
교질, 콘드로이틴, 하이알우로니테이스 등 성분이 많이 섞여 있어 농후한 미각이 문자
그대로 "생정, 보수, 강근, 건골"의 효력이 있을 성싶어 여름의 스태미너식으로 십상이다.
녹각을 고아서 만든 녹각교라는 것도 녹용만은 못하지만 강장제로 사용된다고 한다.
사슴은 머리끝에서 꼬리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철두철미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피, 살,
태아, 꼬리, 힘줄 심지어는 페니스와 정액마저 귀물로 치니 사슴 팔자는 참말로 기구하다고
아니할 수 없겠다.
하여간 옛날 중국의 궁중에서 가장 귀하게 애용된 강정 강장제가 이와 같은 사슴
계통이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녹용주를 만드는 처방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소주 1l, 녹용 10g, 산약(서여라고도
하는 마의 지하근) 30g, 꿀 100g을 병에 담아 약1개월만 지나면 마실 수 있는데 어느 나라나
국민 소득의 향상과 비례하여 보건약의 소비고도 높아지게 마련이므로 각자의 체질에 맞는
이런식의 보건약을 가용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생활의 즐거움이 될 수 있겠다.

술 마신 후 섹스 말라
싫거나 좋거나 인생에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다만 어떻게
마시면 건강도 해치지 않고 인생을 즐겁게 하느냐하는 데에 술의 철학이 있고 술의의학이
있게 마련이다.
"술은 오곡의 에센스이고 쌀과 누룩의 조화품이라, 사람에게 이로운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사람을 해치는 것도 될 수 있다. 만약 지나치게 마시면 독성이 심장을 공격하고 창자에
구멍이 나게 하며 옆구리의 간이 망가지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눈이 보이지 않게 되니
술이야말로 생명을 망치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
"술은 석 잔 이상을 마시지 말도록 해야 하며 과음하면 오장이 상하고 난성발광하게 되나.
만약 지치게 마셨거든 빨리 토하도록 한는 것이 상책이다."
이와 같이 술을 마시되 지나치지 말 것을 경계하는 동시에 술 마실때 주의할 사항이 씌어
있다.
"술을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지 않고 평소에 창백한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시면 혈기가
소모되어 해롭다."
"술 취한 후에 무리로 밥을 많이 먹으면 종기가 나기 쉽고 술 취한 후에 바람을
쐬면서(요새로 말하자면 선풍기 틀어 놓는 것일까) 자면 목소리가 나지 않게 된다."
"만취된 후에 마차를 다리거나 뛰어넘어서는 아니 된다."
이를테면 술 마신 후에 자동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요즘 교통규칙과 어쩌면 그렇게도
잘 부합되는지 신통할 지경이다.
"술 취한 후에 섹스를 영위하면 경할 때는 얼굴이 검어지고 기침이 생기며 심한 경우에는
크게 수명이 손상된다. 옛날부터 술에는 색이 따르게 마련인데 경계해야 할 일이다."
술 마신후에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나쁘다고 하였는데 요즘도 음주의학에서는 술과
음식의 관계가 언제나 문제가 된다.

많이 취했을땐 쌀밥이 해롭다
동의보감 에 음주 후 대식을 하면 종기가 생기고 해롭다고 하였는데 왜 그럴까. 하여간
어느 경우에나 술은 폭음하여서는 안되며 특히 공복일 때 폭음하면 위와 간장이 나빠지게
마련이라는 것은 상식으로 되어 있다.
역시 제일 좋은 것은 식사와 더불어 술을 반주 정도로 즐기든지 그렇지 못하면 적당한
음주 후에는 반드시 식사를 드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주객들이 간이 나빠지고 위가 상하는
것은 영양실조, 비타민 B결핍, 저혈당등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술과 곁들여서 먹는 안주나 음식의 종류와 질도 문제가 된다. 김치 깍두기에 소주나
마시면 소위 속을 훑어내린다고 하여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이 생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술과 더불어 또는 술 마신 후에 섭취하는 식사로는 1) 지방분이 많은 것은 간에 부담을
주어 해롭다. 2) 전분질, 그 중에서도 특히 쌀밥을 많이 먹으면 위염이 생길 뿐만 아니라
혈액을 산성으로 만들어 숙취를 일으키고 피부병 같은 것도 생기기 쉽다. 3) 자극성이 강한
향신료나 맵고 짠것은 위염을 일으키고 간이나 신장에도 부담을 준다. 4) 술은 포도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산성 식품(혈액을 산성으로 만들어 주는 식품)이므로 산성이 강한 흰쌀,
계란, 생선의 빨간살 등은 피하고 알칼리성 식품인 채소, 과일등을 먹는 것이 좋다. 5)
간장의 기능을 도와주는 단백질과 에너지의 근원이되는 당분(꿀이 그래서 좋다)을 꼭 들어야
한다. 그것은 어떤 강간제보다도 좋은 약이 되는 것이다.
결국 술과 더불어 먹으면 나쁜 음식으로는 백미, 밀국수, 버터, 달걀 노른자위, 기름기
많은 고기, 파, 양파, 새앙, 땅콩, 고추, 카레라이스, 생선의 빨간살, 겨자등을 들 수 있다.
그러니까 아무리 술을 마셔도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는 좋은데 김치 깍두기에
흰밥을 꾸역꾸역 먹으면 소화불량은 물론 전신 건강에도 해롭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으니
역시 주부의 정성어린 우거지 해장국이나 선지 해장국 같은 것이 좋다는 것도 이치가 있는
셈이 된다.

해장술은 절대 금물
술이 사람을 망치게 하는 독이 되느냐, 인생을 즐겁게 하는 백약지장이 되게 하느냐는
음주관리법 여하에 달려 있다. 도가 지나쳐서 알콜 만성중독이 되면 백가지 병이 다투어
생기게 되어 볼장 다 보는 격이 된다. 알콜 중독이 되는 틀림없는 비결은 약한 술을 마시어
술이 서로 릴레이를 하게 하면 된다. 결국 해장술이니 장취니 하는 것이 술 중독의 장본인이
되는 것이다.
"주독위변자병: 술이 독이 변하여 온갖 병을 일으킨다. 병이 오래되어 깊어지면
소갈(요즘말로 당뇨병), 황달, 치질, (간 으로 배가 붓는 것), 실명(백내장이 생겨서 눈이
먼다), (해수, 천식), 간질등 이루 다 형언할 수 없는 병들이 생기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으랴."
이렇게 동의보감 에서는 술 중독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 마신 술이
완전히 체내에서 소실이 되려면 물론 마신 술의 양에도 관계가 있지만 최소 24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조반때 해장술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만배불취단', '신선불취단', '해성탕', '해주화독산'이니 하는, 술 마시고도 취하지 않는
처방들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급성 알콜중독이나 술을 깨게 하는데는 다소 효과가 있을는지
모르나 술 중독으로 생긴 만성병에는 아무 소용이 없으니 믿지 말것이다.
술을 끊는 '단주방'이라는 것이 있다. 오늘날도 금주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 안타뷰즈
시아나미드 계통의 금주약들이 있다. 모두 술이 체내에서 산화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아세트 알데히드라는 유독한 물질이 혈액 속에 장시간 머물러 있게 하여 고통스럽게
함으로써 술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가 나게 하는 약이다. <동의보감>에는
'로자분(가마우지라는 새의 똥)' 또는 '응분(매똥)'을 태운 재를 술에 타서 먹으면 술을
끊게 되는데 약을 먹일때 본인에게는 알리지 않고 몰래 먹이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을 보면
심리적 암시 효과뿐만 아니라 무슨 뚜렷한 약리작용이 있는 모양이다.
또 술에 주사(실사: 령사라고도 하며 황화수은의 화확성분)를 담가서 병에 넣어 밀봉한
것을 돼지우리에 1주일 동안 놓아 두어 돼지 발길에 채여 굴러다니게 한 술을 꺼내 먹으면
술을 마시지 않게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암시효과 때문인 것 같다. 여포의(당나귀의 태반)를
태운 재를 술에 타 마셔도 역시 술을 끊을 수 있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주객 자신의 결심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술 마신 후 감을 먹지 말라
감에는 홍시(연시), 건시(말려서 만든 하얀 곶감), 오시(불에 말려서 까맣게 만든 감)의
세가지가 있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감의 효능을 살펴보면, "비기를 건강하게 하며
비위가 허약하여 소화가 되지 않는데 사용한다. 우유와 꿀을 섞어 달여서 마신다."
"개위하고 장위를 두텁게 하며 상식하면 좋다." "소갈증(당뇨병)으로 갈증이 날때 연시를
먹으면 좋다." "건시를 쌀가루와 같이 죽을 쑤어 소아에게 먹이면 가을철 이질에 좋다"등
모두 좋다는 것뿐이다.
또 '시유칠절'이라고 하여 감나무에는 일곱가지 기막히게 좋은 장점이 있는데 1) 수 2)
다음 3) 무조소 4) 무충두 5) 상엽가완 6) 개실 7) 낙엽비대 라고 하였다.
모르기는 모르되 감나무가 수명이 길고 여름에는 무성하여 응달이 좋고 새가 집을 짓지
않고 벌레가 먹지 않으며 서리 맞아 단풍든 잎사귀가 볼 만하고 과일이 좋고 낙엽이 두껍고
커서 좋다는 것이 아닐까.
감이 덜 익었을 때 떫은 것은 시브올이라는 타닌산 때문인데 효소작용에 의하여 물에 녹지
않는 형태로 변하면 떫은 맛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감을 항아리에 넣고 탄산가스 또는 카바이드에서 나오는 아세틸렌가스 등을 채워 놓으면
산소가 없어져서 효소작용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단감이 된다. 항아리에 술이나 알콜, 그것도
없을때는 따뜻한 물을 넣어 두어도 단감이 되는 것을 촉진하게 되는 것이다. 떫은 감을
먹으면 위장에서 페프신, 트리프신, 디아스타제등 소화효소의 작용을 저해하기 때문에
소화에 나쁘다.
감의 성분으로는 당분(포도당, 과당, 만니트, 만난등 곶감의 하얀 가루는 만니트가
결정으로 석출된 것이며 한방에서는 시상이라고 하여 약으로 사용한다), 능금산, 타닌,
페크틴, 캐로틴, 피페콜린산, 리코핀, 효소(카탈라제, 페르옥시다제), 비타민 C등이 있지만
주성분은 역시 탄수화물이며 영양가가 높다.
"연시는 술 마신 후에 먹어서는 안 되는데 위통이 생기고 술이 더 취하게 된다. 또 게와
같이 먹어도 안 되는데 복통 구토 설사가 생긴다."
이런 구절이 동의보감 에 있는데 흔히 음주 후에 연시를 먹거나 수정과를 들면 시원하게
술이 깰 것으로 생각되는 상식과는 반대로 술 먹고 감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였으며, 게와
함께 감을 먹으면 죽는다는 속설까지 있는데 죽기까지는 몰라도 게와 감을 같이 먹으면
설사를 하는 것은 사실이라는 보고도 있으니(이것을 한방에서는 감과 게가 모두 냉한
성질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함)하여간 좋지 않은 모양이다.

술 마시고 속쓰린데 좋은 모과차
가을의 거리를 향기롭게 하는 것이 두가지 있으니 하나는 모과요, 또하나는 탱자이다.
한두개 구하여 서재에 놓으면 청향이 방안에 충만하니 이 아니 운치스러운가. 또한 이
두가지가 모두 약이나 차의 재료로도 유용하니 더욱 좋다.
모과는 광택 있는 황금색도 멋이 있지만 독특한 향기가 천하일품이다. 모과를
식물학적으로 따지자면 1) 추피모과 2) 광피모과 3) 일모과의 3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산출되는 것은 광피모과에 해당되는 것이며 본초학상으로는 명자라는 것이다. 원래 중국에서
모과라고 하는것은 추피모과인데 이 두가지는 모든 성질이 비슷하고 다만 모양이 명자는
꼭지 부분이 밋밋한데 비하여 중국모과는 젖꼭지 모양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것을 유난히 명자라고 할 필요도 없이 그냥 모과라고 하면 된다.
한 가지 우스운 사실은 대만에서 파파야라는 열대 과일을 속칭 목과라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모과(한방의 모과)와는 얼토당토않은 것이며 그것을 모과와 혼동한 책들이 있다는
것이다.
동의보감 의 모과 및 명자의 기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모과는 토사곽란 후에 다리에 쥐가 내리는 것을 고치며 음식 소화를 촉진하고 설사 뒤
갈증나는것, 가슴 치밀어오르는 것, 각기, 수중다리, 구역질등을 다스리고 담을 삭이며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하고 다리 힘이 약한 것을 고치지만 산기가 많아서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치아와 뼈가 오히려 약해진다. 철기를 접촉시키지 말 것이며 구리칼로 껍질과 씨를
없애고 얇게 저며서 볕에 말려 두었다가 사용한다(우리 가정에서 얇게 저민 것을 설탕에
재워 두었다가 차를 끓이는데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명자와 모과는 약효가 대동소이하며 주독과 이에 따르는 메스꺼움이나 속쓰린데 등에
좋아서 술을 많이 마실 수 있게 하며 냄새가 향기로우면서도 매워 옷장에 넣어 두면
좀벌레가 죽는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아 좋고, 향기로워 냄새 좋고, 차로 끓여 마시면 주독을 푼다니, 이래저래
풍류객들이 사랑할 만한 것이 모과가 아닐까 한다.

운동 부족한 체기엔 귤껍질차
아이러니컬한 사실이지만 사람은 분주해서 금방 쓰러질듯이 쩔쩔 맬때보다도 한가하게
되었을때 병이 나기 쉽다. 우스운 말로 눈코 뜰새없이 분주해서 병 앓을 겨를도 없다는
표현은 아닌게 아니라 사실인 것이다.
생명의 본질이 원래 '동'이요, 변화이고 보면 정체하면 병이 생기게 마련이다.
<동의보감>의 "기일즉체(기가 안일해지면 체하게 된다"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니 위 속의
음식물이 내려가지 않으면 체하듯이 전신의 원기가 순환되지 못하고 체하면 병이 된다는
것이다.
분주한 사람은 한가한 것을 갈망하며 "한거가이양지"로 적당한휴식이 좋은 레크리에이션이
될 수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레크리에이션이란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는 뜻이니 그게 바로
양지인 것이다. 현대생활은 바쁜 사람은 기계처럼 바쁜 반면에 한가한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이 지리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유한마담이니 레저 붐이니 하는 말들이 생겨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리하지
않고 유쾌하게 시간으 보내느냐가 바야흐로 문명국들의 큰 문제가 된다고 하여 사람이라는
생물의 학명을 호모 사피엔스 대신 호모 루덴스라고 하자는 사람도 있다. 즐겁게 유희하느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가하면 건강만 해칠 뿐 아니라 "소인한거에 위불선"이라, 마음마저
불건전하게 되는 것을 옛날부터 경계하고 있다.
고단하고 지치는 것은 반드시 중노동을 해서만이 아니라 뻔뻔히 놀아서도 생기는 것이다.
너무 한가로우면 질병이 생기기 쉽다. 대개 한가한 사람은 운동이 부족하고 들어앉아 포식만
하게 되니 경락이 불통하고 혈맥이 정체하게 되는 법이라. "잘 사는 사람은 겉으로 보아
볼품은 좋으나 속은 괴롭고, 고달픈 신세의 사람은 겉은 초라하나 속은 편한 버이다." 팔자
좋게 가만히 앉아 잘먹고 편히 지내면 병이 생기니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하며(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기체가 심한 경우에는 '율피일물탕'을 쓰면 된다고 하였다.
귤껍질을 물에 넣어 끓여서 차로 마시는 처방이다 귤껍질은 새것을 청피라 하고 오래 묵은
것은 진피라고 하는데 한방 약물학에서는 육진팔신이라고 하여 오래 묵을수록 좋은 약 6종과
새것일수록 좋은 약 8종을 들고 있는 가운데 진피는 육진중의 하나이다.
귤껍질에는 정유성분, 리모넨, 헤스페리딘, 비타민등이 들어 있어 방향성건위약이 된다는
것은 현대 약물학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눈을 밝게 한다는 결명자차
한방에서 사용되는 약재의 이름이 생긴 유래를 따져보면 재미있는 것이 많다.
약의 맛을 따져서 붙인 이름은 감초, 고삼, 세신등이 있고 계절과의 관계를 나타낸 것은
반하, 인동등, 사람의 이름을 딴 것으로 서장경, 포공영, 동물과의 관계로부터 생긴 이름은
음양곽, 낭독, 형상에 따라 붙인것은 오두, 마편, 호장, 지명에 유래하는 것으로는 촉규,
고량, 약재의 빛깔로 이름지은 것은 청호, 마황, 시적인 표현을 한 것으로는 백두옹,
왕불유행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약재가 나타내는 약효를 이름으로 표시한 것이 있음은 그 유래가 가장 적절
간명하여 인상적이다. 예컨대 부인별에 좋다는 익모초, 신경을 튼튼히 하여 잔걱정이
없어지고 뜻이 원대해진다는 원지등이 그 좋은 예이다.
결명자는 눈을 밝게 한다고 하여 이름이 생겼다니 이 또한 주목할 만한 존재가 아닌가
한다.
"결명자는 청맹(청맹과니) 및 눈이 충혈되고 아프며 눈물이 나는 것을 다스린다. 베개에
넣어 늘 베고 자면 역시 눈이 밝아지며 잎사귀도 눈을 밝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하니 나물로
무쳐서 먹으면 아주 좋다."
결명자에는 에모딘, 옵투시폴린, 옵투신, 크리소옵투신, 아우란티오옵투신, 크리소파놀,
단백질, 지방유, 점액질등의 성분이 들어 있음이 증명되고, 에모딘은 완하작용이 있음이
현대 약리학적으로 밝혀지고 있을뿐 아직 눈을 밝게 한다는 데에 대한 입증은 되지 않고
있으나 민간약으로서 야맹증, 녹내장등에 사용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또한 흔히 가정에서 끓여서 차로 만들어 마시는데 건위, 정장, 이뇨작용이 있으며
변비증에도 좋아 인도에서는 전부터 커피 대신 음료수로 사용하고 있다니 우리 가정에도
좀더 보급시켰으면 한다.
결명자 20g 정도를 그냥도 좋고 살짝 볶은 것도 좋으니 적당히 물을 넣고 끓여서 2홉
정도가 되면 차처럼 마시면 되는데 빛깔도 홍차처럼 아름답다.
일본 같은 데서는 결명자차를 얼마나 흔히 애용하는지 그네들이 열거하고 있는
병명만들더라도 변비, 만성위장병, 소화불량, 위 확장, 위하수, 위산과다, 위경련,
위아토니, 충수염, 구내염, 황달, 담마진(두드러기), 신장염, 신우염, 신장병, 각기,
당뇨병, 방광염, 임질, 부인병, 폐결핵, 늑막염, 복막염, 간장염, 류머티즘, 신경통, 뇌병,
안질....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이런 모든 병에 특효약이 된다는 뜻이 아니라 좋은
음료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이 괜찮을 성싶다.

담, 설사에 특효 ^35^ 모과차
<동의보감>에 모과의 약효를 기재하는 가운데, 중국 의학 문헌의 인용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는 속방을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모과를 꽤 중요시한 것과
당시 민간요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모과는 담을 삭이고 가래를 멈추는 데 모과전을 만들어 복용하는 것이 좋다. 모과전은
담을 다스리고 비위를 이롭게 하는데, 만드는 방법은 모과를 푹 쪄서 씨를 빼고 살을 찧어
으깬 뒤 체로 걸러서 꿀, 새앙즙, 죽력(청죽을 태울 때 흘러나오는 진액)을 섞어 끓여서
만든다. 하루에 3~4차 큰 숟갈로 하났기 복용한다."
한의학에서 담이라고 하는 개념은 병인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기, 혈과
아울러 3대 요인의 하나로 치는 것이지만 현대 병리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문제이다.
체내의 수분대사와 관련시켜 비생리적인 체액이나 분비물을 좁은 의미에서 담이라고 하고
그것이 울체되면 여러 가지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속칭 흔히 "담이 결린다"라고 하는 것도
그런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모과의 성분으로는 능금산, 전화당, 설탕, 점액등이 들어 있고 잎, 가지, 뿌리에는 타닌,
아미그달린(잎에 함유되어 있음)등이 증명되고 있는데, 능금산에 지갈, 청량작용이 있는
정도와 임상적으로 설사를 멈추고 이뇨작용이 있는 정도는 알려져 있으나 그 이상의 과학적
근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모과나무 가지의 잎을 달여 마시면 곽란이 멈추고, 넣고 끓인 물로 다리와 발을 씻으면
다리 힘이 약해서 비틀거리거나 쓰러지는 것을 다스린다."
오늘날처럼 비타민이나 합성약품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는 시대에 꼭 모과 달인 물이라야
각기를 고친다는 법은 없지만 농촌의 지역사회에서 자기 고장의 천연물로써 병을 고치고
예방한다는 것은 요즘의 새마을 정신과도 부합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 풀뿌리니 나무열매 따위를 달여서 먹는것이 케케묵은 전근대적 풍경이라고 하는 분이
있다면, 브라질에서 나오는 나무열매를 볶아서 달여 만든 까만 탕약 마시는 것을 시대의
첨단적 음료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커피 마시는 습관 하나 때문에 연간 수백만 달러의 외화를 낭비하면서 커피콩을 수입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몸에 좋다는 모과차는 왜 나쁘겠느냐 말이다.

소화 돕고 머리 맑게 하는 작설차
외국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흔히 묻는 질문 가운데, 한국 사람은 고유한 풍속으로 어떤
차를 마시느냐는 것이 있다. 영국사람은 홍차를 즐기고, 일본 사람은 녹차를, 미국 사람은
커피를 좋아하는 식으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차는 무엇일까, 어떤 재치 있는 사람은 밥 먹은
후에 마시는 숭늉이 우리의 차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사실은 우리도 이미 신라시대부터 녹차를 재배하여 불교의 융성과 더불어 녹차 마시기를
숭상하여 운치 있는 다기도 많이 만들어낸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차
마시는 법은 거의 없어지고 녹차를 심지어는 일본차라고 부르기까지 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조선시대에 불교의 쇠퇴와 아울러 다도도 소퇴하였고, 임지노애란을 비롯하여 거듭되는
전화에 차를 즐기는 생활의 여유마저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요새 국산차의 개발이 국가적으로 시급한 이때에 녹차에 대한 옛날의 지혜를 찾아보고자
한다. 조선시대의 실학자로 유명한 정약용 선생이 호를 다산이라고 한 것은 선생이 전남
강징에 사실 때 차를 재배하고 호를 그렇게 지은 것이다.
그러니까 쇠퇴하는 가운데도 차를 지켜온 학자나 승려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근래에는 허백련 화백이 광주 무등산에서 차의 재배와 보급에 전력을 경주한 바 있어 점차
차의 생산이 각지에서 시작되어 최근에는 꽤 많은 양의 녹차를 일본에 수출까지 하고 있으니
기쁜 일이다.
"차는 상기되는 것을 가라앉히며 소화를 촉진시키고 머리와 시력을 맑게 하며, 이뇨작용이
있고 당뇨병등으로 갈증이 생기는 것을 멈추게 하며 졸음을 없앤다. 나무는 키가 낮은 것이
치자나무 비슷하며 겨울에 돋아나는 새 잎을 딴 것을 다라 하고 잎이 오래된 것을 명이라고
한다."
작설차는 어린 새싹이 참새 혓바닥 모양이라는 데서 생긴 이름으로 품질 좋은 차이다.
"소숙식 온난식지 작설다 역가"라는 대목도 있는데, 소하를 돕는 작용이 있으며 따뜻한 차를
마시는 데는 작설차가 좋다는 것이다.
우선 이런 기재만 보아도 차가 머리를 맑게 하고 소화를 돕고 이뇨작용이 있으며 잠을
적게 자고도 상쾌하게 만든다니 차로서 구비해야 할 미덕은 모두 구비하고 있는 셈이 된다.

공부 할때 졸리면 녹차를 마셔라
녹차가 "소숙식 하기 이소편 영인소수 청두목"등의 매력적인 약리작용을 지닉 있는 외에도
유력(힘이 용솟음치고), 열지(마음이 즐겁고), 익지(의욕이 넘치고), 해주등의 효과가
있다고 되어 있으니 기호성 음료치고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와 같은 약리작용은 결코 과장이 아니고 그에 해당되는 성분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성분은 알칼로이드 계열인 카페인, 테오필린등이며 이시 중추신경,
심장, 신장등에 대해 강력한 흥분작용을 지니고 있다.
같은 분량끼리 비교한다면 녹차는 커피보다도 더 많은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한
잔의 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녹차의 양이 커피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차 한 잔 속에
포함되어 있는 카페인은 커피가 더 많다. 그러나 같은 카페인 성분이면서도 녹차 속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다른 천연물 성분과 잘 배합되어 있기 때문에 작용이 완화되어서 커피처럼
밤에 잠이 안 와서 고민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도 하였다. 영인소수라는
것은 깨어 있을 때 졸음 오는 것을 막아 깨끗한 머리로 공부할 수 있다는 정도이지 잠을 못
자게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밖에도 중요한 성분으로는 후라보노이드(켐페트린, 퀘르트린, 퀘르세틴, 루틴등)에
모세혈관 강화작용이 있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증에 좋고, 타닌, 사포닌, 스테로읻,
트리테르페노이드, 정유와 각종 아미노산, 아민류, 비타민 C, 기타 수용성 비타민(니코틴산,
판토텐산, 엽산, 비오틴) 효소, 당질 등등 좋다는 성분은 있는 대로 모두 포함되어 있는
감이 든다.
비타민 C(아스콜빈산)만 하더라도 녹차를 하루에 다섯 잔만 마시면 25mg을 섭취하는
결과가 되어 하루 소요량이 충당되는 셈이니 푸성귀 귀한 겨울철의 비타민 C 공급원으로서도
훌륭하다. 톡차의 또 하나의 특수 성분인 미노살린에는 혈당을 저하시키는 작용이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그러나 저러나 아무리 성분이 좋더라도 차가 차다워야 하기 위해서는 맛과 향기가 좋아야
하는데 이 점에 있어서도 녹차는 그만이요, 천하일품이다. 커피를 유화라고 한다면 녹차는
여운을 살리는 동양화의 깨끗함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녹차를 요새 젊은이들이 커피 마신
뒤의 엽차 정도로 생각하니 서글프다.
"오래 마시면 지방이 적어지고 몸이 날씬해지니 지나치게 뚱뚱한 사람이 마실지어다."
살 뺀다고 미용체조니 체중 조절약을 복용하는 분들은 녹차를 마실것.

임신 석 달 지나야 성별 가능
현대의학이나 생물학에서도 태아의 성별이 무엇에 의해서 결정되는 지를 무척 캐내고 싶어
별의별 가설이 다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완전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 얼마 전에
정액을 적당한 물리적 방법으로 분별한 것을 따로따로 난자에 수정시키면 수컷과 암컷을
자유로 조절할 수 있다는 뉴스도 있었으나 어느 정도 실현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 가지 엄연한 사실은 개별적으로 보면 7공주로 딸만 낳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아들만
내리 두어 희비를 자아내고 있지만, 한 나라나 인류 전체를 거시적으로 본다면 성비가
1대1이라는 법칙을 충족시키고 있음은 놀라운 일이다.
아들, 딸의 호, 불호는 순전히 가족제도와 남녀의 사회적 위치 또는 인습에 의한 것으로
전연 문제될 성질이 못되는 것이라고 점차 인식되어가고 있지만 남녀를 원하는 대로
잉태하게 한다는 광고를 내어 밥을 먹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뿌리깊은 아들
숭상의 풍토가 남아 있는 건 아닐까.
"월경이 끝난 뒤 1, 3, 5일에는 남자가 들고 2, 4, 6일에는 여자가 생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잉태하지 못한다."
가족계획을 들춰서 월경주기 이용법이라는 것을 보면 수태 가능기간이 다음 월경 전
12~19일까지의 8일간(정자가 자궁 내에서 3일간 살수 있는 날짜를 합해서)이라고 되어 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지만 수태 가능 기능을 너무 일찍 잡은 것 같고 또 월경이 지난
후 기수일에는 아들, 우수일에는 딸이라는 것도 너무 간단 명료해서 우습다.
이 점에 대해서는 <동의보감> 스스로도 석연치 않았던지 "...월경이 끝난 후 1~2일에 정이
혈을 이기면 남자가 되고 4~5일에 혈이 정을 이기면 여자가 된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고
기재하는 동시에 <주역>의 음양건곤의 이치에 따라 남녀 구별이 생기는 것이라고 추상적인
관념론이로 장막을 펴고 있다. 결국 "좌자궁이 기를 받으면 남자가 되고 우자궁이 기를
받으면 여자가 된다"는 학설을 소개하고 있으나 따지자면 결국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동양의학의 철학적 원리를 어떻게 구체적 사실로 살리느냐
하는 것이 결국 과학화라는 것이 될 것 아닌가.
"임신 3개월을 시태라고 하는데... 아직 남녀 성별이 미정이므로 복약과 방술로써 남자로
전환시켜 생남할 수 있도다."
요새 생태학에서도 태아의 남녀 구별이 15~16주가 되어야 알게 된다니 옛날에도 알기는
정확히 알았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때까지에 손을 써서 남녀를 자유로이 만들 수
있는가를 별문제로 삼더라도.

근, 원시 오행설 깬 정다산
사람은 딴 동물과 달라서 지적 존재이기 때문에 모든 사물의 이치를 따져서 하비적으로
행동하려고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이치의 합리성 여부를 어디에 기준을 두어 따지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증명될
수 없는 관념적인 가설 위에 세워진 모든 논리 체계는 그 가설을 무조건 신봉하는 데서만
타당성이 부여된다. 그러므로 가설이 허구이면 아무리 논니가 정연하더라도 그 체계는
진리가 될 수 없다.
아직 과학화하지 못한 옛것을 오늘의 과학시대에 살리는 길은 무조건 신봉이 아니라
예리한 검토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2, 3천년 전의 의서나 본초서를 일자일획도 가감할
수 없는 하늘에서 내려진 계시라고 믿는다면 어떻게 발전이 있겠느냐 말이다.
가령 시력의 원시, 근시를 원나라의 의학자 이동원은 설명하기를, "능원시 불능근시자
양기유여음기부족야 능근시 불능원시자 양기부족 음기유여야"라고 양기나 음기의 과, 부족
때문이라 하였다. 또는 호가 넘치고 수가 모자라면 원시가 되고 수는 있으되 화가 없는 병이
근시라고 하는 설도 있다.
이와 같은 설명을 음양오행설에 비추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때(<동의보감>에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세의 실학자 정다산은 대담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그의 저서인
<의령>에서 근시, 원시는 결코 음양 부족이나 수화의 유무 때문이 아니고 안구의 평돌
상태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즉 안구가 평하면 시심(요새말로 하면 초점)이 먼 곳에
맺히기 때문에 원시가 되고 안구가 돌출하면 시심이 가까운 곳에 맺히기 때문에 근시가
된다는 것이니 오늘날의 광학적 이론과 무엇이 다른가.
이와 같은 관점에서 다시 태아 이야기로 되돌아가면 태아의 남녀를 분별하는 방법으로
"임부의 왼쪽 유방에 멍울이 생기면 남자요, 오른쪽 유방의 멍울은 여자이다. 임부로 하여금
남쪽으로 걸어가게 하면서 뒤에서 불렀을 때 왼쪽으로 머리를 돌리면 남자요, 오른쪽으로
돌리면 여자라. 임부가 변소에 들어갈때 뒤에서 남편이 불렀을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맥을
짚어 보아 왼쪽이 빠르면 남자요, 오른쪽이 빠르면 여자이며, 좌우가 똑같이 빠르면
쌍동이가 된다."
이런 식으로 기재하고 나서는 음양의 이치가 자연히 그렇게 되어 있다고, 마치
자명지리처럼 말하고 있으니, 오늘날의 모자 보건의학의 발달과 아울러 생각할 때
금석지감을 금할 수 없다.

낙태를 예사롭게 여겨선 안돼
얼른 생각하기에는 옛날에는 무턱대고 임신이나 출산을 자연에 맡겨 임신줄절이니
피임이니 하는 것이 없었던 것으로 추측하기 쉽다.
그러나 <동의보감>을 읽어보면 "유시정촌낙지간 자정망작투생부정 혹다남녀염어양육
왕왕이초낙독지경견 패혈불하 충심민유 천오교작사 자망기"라고 하여, 거리나 촌사람들이
욕망을 저절 못하고 낳지 못할 생명을 잉태하거나 또는 아들 딸을 너무 많이 기르기 힘들어
독초로 태아를 낙태시키는 일이 있는데 결가가 나빠서 죽는 예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정산(만삭이 되어 순산하는 것)은 마치 밤이 익어 껍질이 스스로 터져서 나오는 것과
같기 때문에 조금도 손상이 없으나 반산(도중에 유산시키는 것)은 마치 익지 않은 밤송이를
쪼개어 껍질과 피막을 파괴하면서 속을 끄집어내는 것과 같아서 태장이 손상되고 포계가
단절된 후에야 태가 떨어져 나오게 되는 것이므로 유산을 시킨 경우에는 순산의 10배 이상
조섭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비과학적이라고 우습게 보는 옛날에도 이런 이티는 알고 있었는데 요새 가족계획을
마치 유산시키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임신을 인공적으로 중절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동의보감>은
분명히 밝히는 동시에 그런 때에 안전하게 유산시킬 수 있는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임부가 병으로 인하여 도저히 임신을 계속시키지 못할 경우에는"이라는 단서를 달고
하태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처방을 여러 가지 소개하고 있다. 또 단산법이라고 하여 아예
잉태를 하지 못하게 하는 처방도 내걸고 있다.
여성의 경구피임약은 이미 실용 단계에 들어가고 남자용의 경구피임약도 개발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호르몬을 사용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생리의 변화 등의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만약 약초의 성분으로 안전하게 피임이 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그야말로 노벨상 감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의욕적인 천연물 약화학자들이 이 방면의 개발을
서둘러 여러 가지 생약들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실용될 만한 것은 개바로디지 못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처방에는 먹으면 종신토록 잉태하지 않게 된다는 것들이 있으니
구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다.

단산에 대한 속설 믿기 힘들어
어떤 약이 과연 기대하는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가를 판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병은 자연 치유력에 의하여 저절로 나을 수도 있고 또한 약에 대한 믿음이 약리
작용을 크게 좌우할 수도 있다. 동시에 사람에 따라 개체 차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떤
개인이 약을 먹고 병이 나았다는 치험례만 가지고는 약의 효과를 단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치료군과 대조군으로 환자를 나누어
이중맹검법이라는 복잡한 수법을 써서 얻은 결과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하여야만 정확한
효과를 판정할 수 있는 방법이 개척되고 있다. 한방의 과학화에는 이와 같은 치료 효과의
객관화가 필요하다.
한 가지 분명히 해 두고 싶은 것은 여기서 소개되는 약이나 처방이 모두 이와 같은 약효
판정을 거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는 아직 아무런 장담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요즘 새로운 약이나 치료법을 탐색하는 가장 효율성 높은 방법의 하나가 바로 전승치료 및
약물에 대한 과학적 검토라는 것이 인정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 한방의 과학화는 그런
뜻에서도 시급한 연구 과제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가령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피임법도
실증을 통하지 않는 왈가왈부는 결국 공리공론이라 아무런 보탬도 될 수 없다.
"누에알 슬어 붙은 잠란지가 부화된 후의 종이를 태워 가루로 만들어 술에 타먹으면
평생토록 피임이 된다."
솔깃하기는 하지만 아직 근거도 없을 뿐더러 어설퍼보이는 것은 필자의 편견인지도
모르겠다.
"수은을 기름에 끓여서 대추씨 크기 만한 것을 공복에 한 알씩 먹으면 영 단산이 되며
몸에 해롭지 않다."
이 수은은 사람을 다치게 할까봐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 민간요법에서 수은을 함부로
사용하다가 인명 피해가 생긴 예가 많으므로 이런 것도 문자 그대로 덤벼들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검토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밀가루로 만든 흰 누룩가루에 소주 등의 술을 붓고 끓여 절반이 된것을 찌꺼기를 걸러
버리고 액체를 2등분하여 월경 예정일 밤중에 3분의 1을 마시고 그 이튿날 새벽 4시에 또
3의 1을, 나머지는 날이 샌 후 마시면 월경이 순조롭게 나오는 동시에 평생 애를 배지
않는다(여기서 나오는 승은 요즘의 1합(180cc)정도로 보는 것이 좋다)."

음양교접할때 젖 먹이지 말라
오늘날은 <동의보감> 시대와 달라서 주부들의 교육 수준이 향상되고 가정학에 대한 훈련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육아법 같은 것도 옛날에 비하여 현저하게 발달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노상 그런 것만은 아닐 성싶다.
지나치게 감싸주는 과잉보호 엄마가 있는가 하면 무턱대고 약을 먹이고, 모유보다도 우유
포육이 더 과학적이라고 믿는 엄마들도 적지 않다.
"갓난아기는 아직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두꺼운 옷으로 감싸주면 피부가 진물러
손상되어 땀띠 등의 피부병이 생기고 감기 들기 쉬우니 일기가 화창할 때에는 밖으로 안고
나가 바람과 볕을 쬐어 풍한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 주어야 병이 생기지 않는 법이며, 이것이
바로 천시와 더불어 한서를 같이 하는 길이니라."
"흔히 사람들은 아이를 안고 땅바닥에내려놓지 않으므로 근골이 나약해지고 병이 생기기
쉬우니 그렇게 하는 것이 결코 아이를 사랑하는 길이 아닌 것이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는 언제나 음식을 조절하고 삼가야 하며 지나치게 짜고 신것
또는 술 같은 것을 먹지 말아야 하니 이와 같은 음식이 곧 유즙 성분에 영향을 주며 그런
젖을 빨아먹은 아이는 밤에 놀라고 울고 경풍을 일으키며 배탈이 나는 등의 병이 생기는
것이다. 교내(내자는 유와 같은 뜻임)라고 하는 것은 음양교접할 때에 젖먹이는 것을 말하며
그런 젖을 먹으면 어린아이가 반드시 병이 생긴다. 정욕이 동하면 그것이 유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젖 먹이는 엄마가 함부로 약을 복용하면 그 약이 젖으로 분비되어 어린아이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은 오늘날의 과학 상식으로 되어 있다.
"어머니가 잠이 들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먹이던 젖을 빼어야 하며 젖 먹인 뒤에는 밥을
먹이지 말 것이니 젖과 밥이 서로 어울리면 소화불량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젖먹이 어린애는 위의 소화효소가 어른과 달라서 어른에게 없는 레닌(젖을 응고시키는
효소)이 들어 있는가 하면 어른처럼 위액의 산도가 높지 않다.
"소아는 혈기가 왕성하여 음식 소확가 잘 되므로 무시로 먹으려 하나 아직 위장이 약하고
비좁으니 일체 소화되기 힘든 음식이나 자극성인 음식은 먹이지 말아야 하며 다만 건시,
채소 삶은 것, 흰죽 같은 것으로 젖을 떼면 건강하게 기를 수 있으나 건시는 수렴성이 있어
변비가 되기 쉬우니 조금씩 주는 것이 좋다."

수박은 이뇨작용, 볶은 씨는 일미
수박 성분으로 당분(과당, 포도당, 서당), 능금산, 아르기닌, 베타인, 시트룰린 등
아미노산과 효소, 색소(리코핀, 캐로틴) 등이 주성분인데 오줌 잘 나오게 하는 이뇨 작용은
당분과 색소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으나 아직 완전히 그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못하고
있다.
수박씨에도 쿠쿠르비톨을 주성분으로 하는 지방유를 비롯하여 전분, 포도당, 효소등이
풍성하게 들어 있어 볶은 수박씨가 일미인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식이요법에서도 수박즙을 졸여서 만든 엑기스를 서과당이라고 하여 신장병이
부기를 빼는 데 응용하고 있다.
신장이라고 하면 그저 소변 걸러내는 말단 기관처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혈액의
성분 및 알칼리성과 산성을 언제나 일정하게 조절해 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방 치료법에서도 체내에 독소가 축적되면 병이 생기니 그런 때에는 이뇨작용에 의한
소변이나 발한 작용에 의해 땀으로 유도하여 배출시킨다는 발상법이 적용되고 있다.
신장 기능에 고장이 생겨 소변 배출이 나빠지면 오독증이 생겨 위태롭게 된다는 것은
현대의학의 상식이며 그런 때에 이뇨제를 사용한다.
"수박은 번갈과 서독을 거하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하며 혈병과 구창을 다스린다. 입안이
헐었을 때 수박즙을 마시고 겨울에는 껍질을 태워 입에 바른다."
껍질을 서과피 또는 익의라 하기도 하고 껍질의 흰살은 채소처럼 먹을 수도 있다.
중국 사람들이 수박을 먹는 정경을 형용하여 "만구시과 만수시즙"이라고 하는데 얼굴
전체를 가릴 정도로 코를 박아가면서 양손에 물을 줄줄 흘려가며 먹는 맛이란 가히
천하일품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수박을 일병 한과라고도 하는 이유는 맛나다고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뱃속이 냉하게
된다는 뜻이니 무엇이든지 과유불급이라.
수박을 고를 때 짚은 녹색보다는 담록색이 좋고 두들겨 타진하는 법도 있다고 하나 수박
종류에 따라 껍질 두께가 5mm에서 3mm에 이루기 까지 여러 가지라니 그것도 그리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참외 체한데 좋아, 꼭지독은 사향으로 풀어
수박과 더불어 참외(첨과, 진과)는 여름 과일의 여왕이라고 말한 문인이 있지만 아닌게
아니라 원두막과 참외는 빼놓을 수 없는 여름 경물이라고 아닐할 수 없다.
<동국세시기>에도 "첨과서과위척서지수: 참외와 수박은 더위를 씻어내는 음식"이라고
하였다. 고려청자로 된 과형기물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도 참외가 옛날부터 사랑받은
과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첨과: 성질은 차며 맛이 달고 유독(혹은 독이 없다고도 한다)하며 갈증을 멈추고
번열증을 고치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뱃속의 답답한 기운을 없애며, 구비의 창을
다스린다. 너무 많이 먹으면 냉증이 생겨 배탈이 나고 팔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또한 물에 가라앉는 것과 참외 한개에 꼭지와 배꼽이 두개씩 달린것(양체, 양비)은 사람을
죽인다는 기재가 있는데 무슨 근거에서일까. 참외 자체는 독이 없지만(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는 정도), 참외 꼭지에는 독성이 있다. 한방에서는 과체라고 하며 "전신의 부종을 고치고
가루를 코에 넣으면 비육(콧속의 군산, 비용)을 없앤다. 또 황달증과 모든 과식을 다스리고
토하게 하는 약이며, 청과의 꼭지가 더 좋다"고 되어 있다.
민간요법에서 참외 꼭지 말린것을 가루로 하여 코에 불어넣으면 노란 콧물이 나오면서
황달이 낫는다고 하지만 황달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간 계통 질환의 증상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모두 그렇게 간단하게 치료될 성질이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참외 꼭지에는 멜로톡신(또는 엘라테린이라고도 함)이라는 고미질 성분이 들어
있어 이것이 독성이 강하여 구토를 일으키게 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있다. 참외
자체에는 포도당, 서당등의 당분과 프로테아제 등 효소도 들어 있어 좋은 과일이지만 자칫
많이 먹어 배탈나기 쉬운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참외씨는 과자라고 하여 글로불린,
글루텔린, 지방유 등의 성분이 들어 있는데 한방에서는 구취나는데 찧어서 입에 문다고
하였다.
당나라 재상 왕탁이가 희첩을 수백 명이나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들 일행이 지나가기만
하면 그 일대 수십리 사방의 참외가 모두 열매 열지 못했다. 결국 그 여자들이 몸에
지니고 있는 향료(사향) 때문이라는 것이 알려져 그때부터 참외 먹고 체한 데는 사향이 약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닌게 아니라 <동의보감>에도 참외 꼭지를 사향으로 푼다는 처방도 있다.

살구씨는 진해, 가래 삭이는데 특효
의학계를 행림이라고 하는데에는 재미있는 고사가 얽혀 있다. 진나라 때 갈홍이 쓴
<신선전>에 이런 말이 있다.
"동봉이라는 명의가 있어 병자를 구하고는 중한 환자에게는 살구나무 5그루, 경한
환자에게는 한 그루의 살구나무를 자기집 주변에 심게 하는것을 보수로 하였다. 수년 동안에
어느덧 살구나무가 10만 그루가 되어 울창한 행림을 이루게 되었다.
열린 살구를 쌀과 바꾸어 가게 하여 얻은 쌀로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하여 이름을
날렸으며, 그 자신도 3백여살까지 장수하였다."
이런 연유로 해서 살구나무와 의학이 인연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살구 자체도 약으로
가치가 있다. 살구의 과육자체는 배탈나기 쉽고 그리 좋은 과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 반면, 살구씨는 없어서는 안 될 약으로 되어 있다.
"행해인: 살구씨 깐 것, 기침이 북받쳐 오르고 가래가 끓어 숨 가쁜 것을 다스리고 땀이
나게 하며 또한 구독을 푼다."
살구씨를 진해거담제로 사용하는 것은 현대 의약학적으로도 완전히 과학화되어 살구씨로
만든 행인수가 약전약품으로 되어 있다.
주성분은 아미그달린이라는 배당체 화합물인데 이것이 살구씨에 들어 있는 에물진이라는
효소의 작용을 받으면(살구씨를 물과 같이 짓찧을 때 비로소 이런 반응이 일어남)
가수분해되어 만델니트릴이라고 하는 물질이 생긴다.
냄새를 맡아도 알 수 있지만 맹독성인 시안화수소산도 아울러 생기는데 행인수의 기침을
멈추고 가래를 삭이는 작용이 미량의 시안화수소산 때문인지 또는 딴 서분 때문인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거담 작용이 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원래 과학이란
사실이 앞서고 "왜?"는 다음에 뒤따른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성분 분석도 좋지만 먼저
약리작용의 유무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미친 개에게 물린 광견병에 살구씨가 약이 된다든지, 개고기 먹고 체한데 살구씨가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 살구는 살구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이 있는데 이와 같은 한방의 사고방식이
언제나 현대 과학도들로 하여금 저항을 느끼게 하는 점인 것이다. 쌍인(살구씨가 쌍으로
되어 있는 것)을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기재가 있는데 이런것도 아직 검토는 안 되었지만
알쏭달쏭한 느낌을 주는 대목이다.

월경불순에는 복숭아씨
구한말에 <황성신문>에서 꽃 좋고 열매 좋은 복숭아꽃을 국화로 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발론이 있었다. 그럴 정도로 복숭아는 옛날부터 우리 생활에서 사랑을 받아 왔고 봄을
상징하는 데고 복숭아꽃이요, 요염한 미색을 형용하는 데도 도홍색의 복숭아 꽃이었다.
더구나 무릉도원이니 선도니 천도니 하여 복숭아와 선도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복숭아 열매의 로맨택한 모습 자체도 무심하게 보이지 않는다. 기녀이름에
홍도니 도화가 많은 것은 고사하고 신라시대의 선도성모와 도화랑만 보아도 얼마나 복숭아가
친근한 과일이나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스 연유에서인지 복숭아 나무를 목지정이라고 하여 신부도 복숭아 나무로 만들어
도부라 하고 정신이상자를 때리고 치는 데도 도지를 사용해야 귀신을 몰아낸다고 하는 것은
한심한 노릇이다. 그러기에 오늘날의 우주여행 시대에도 복숭아 몽둥이로 환자를 때려
숨지게 하는 도깨비 장난 같은 것이 근절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옛날의
허무맹랑한 미신까지도 한방의학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동의보감>이 통곡을 할
것이다.
복숭아는 열매는 맛나고 좋은 과일이지만 "미독, 많이 먹으면 열이 난다"라는 대목이
있음은 주의할 만하다. 먹을수록 좋은 과일은 아니며 더군다나 사람에 따라서는 알레르기
반응으로 두드러기, 설사등이 생기는 수도 있다는 것을 옛날에도 알고 있었다.
약으로 사용하는 부분은 도인(복숭아씨)이고 잎사귀 솜털(도모), 흰꽃(백도화),
복숭아나무 진(도교)등도 약에 쓴다고 되어 있는데 더욱 우스운 것은 도효 또는 도노라고
하여 복숭아가 자라지 못하고 나무에 매달린 채 말라붙은 것까지도 약이 된다는 것이다.
도인의 성분은 살구씨와 같은 아미그달린과 효소 에무린 등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약효도
행인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나 소염성 구어혈작용이라고 하여 국소의 혈액 순환을 좋게
해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월경 불순에도 사용되고 더욱이 초산부의 자궁을 수축시키고 지혈이 되게 하는
것을 돕는 작용이 있다는 임상 보고도 있으나 앞으로 더욱 규명될 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꽃에는 켐페롤을 비롯한 여러 가지 플라보노이드 성분 및 향기 성분인 쿠마린 등도 들어
있어 이뇨작용, 살균작용의 근거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양에서는 민간약으로 복숭아
잎사귀와 꽃을 조충(촌백충) 없애는 데 사용하기도 하였다.

매실은 간 기능 보호, 서양에선 정력제로
'망매지갈'이니 '상매소갈'이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에 조조가 대군을 거느리고 남정할
때 음6월이라 병졸들은 땀이 비오듯 하여 땅이 젖을 지경이었다. 목이 마르고 타서 거의
행군을 못하게 되었을 때 영을 내려 조금만 더 가면 매림이 있으니 빨리 가서 그늘에서
쉬면서 매실을 따먹으라고 하였더니 그 말에 모두 입안에 저절로 침이 생겨서 목을 축이고
원기백배하여 승전하여싸는 데서 나온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매실은 신맛이 특징이다. 성분으로는 호박산, 구연산, 능금산, 주석산등의
각종 유기산을 비롯하여 시토스테로올, 레아놀산, 세릴알콜등도 함유되어 있어
청량성수렴제가 되는 동시에 장내 기생충에 대한 구충작용도 있고 각종 경구전염병(먹는
것을 통해 전염되는 병) 균에 대한 살균작용도 증명되고 있다. 콜레라가 유행할 때 매실
엑기스를 물에 타 먹으면 예방이 된다는 것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뭇엇보다도 특징은 그 산미로 말미암아 타액선이 자극되어 타액의 분비를
ㅗ앙성하게 한다는 점이다. 타액의 분비는 건강의 척도라고도 할 수 있어 건강이 왕성할수록
타액 분비도 비례적으로 많은 법이다.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과로하였거나 초조한 감정에 빠졌을 때는 입안이 마르고 또 병 앓는
사람이나 노인들은 타액 분비가 적어져서 음식맛이 없고 입안이 타서 구취가 나게 마련이다.
임신 초기에 무턱대고 신것이 좋아지는 것은 태아 형성에 필요한 칼슘등의 섭취를 촉지하기
위해서이다.
매실은 우리나라에서는 소주에 담가 매실주를 만드는 정도로 사용되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일상생할에 깊이 침투되어 있다. 아직 덜익은 청매실을 씨를 빼고 불을
때어 연기에 그을려 말린 것을 오매라 하여 약으로 사용하고 소금에 절인 것을 백매라 하며,
일본에서는 소금에 절일 때 자소 잎사귀를 같이 넣어 빨갛게 만든 것을 우메보시라고 하여
자기네들의 독특한 보건 식료라고 자랑하고 있다.
<동의보감>의 오매를 보면 "염을 제거하고 토역을 그치게 하고 갈증과 이질과 열과 뼈
쑤시는 것을 다스리며 주독을 풀고 상한과 곽란, 조갈증을 다스린다"고 되어 있어 소화액
분비를 좋게 해주고 간기능도 보해 준다고 되어 있다. 서양 민간요법에서도 역시 매실을
식욕 촉진, 갈증 멈추는 데 사용하여 최음제, 즉 스태미너를 강하게 하는데도 사용된다.
자고로 '호산자다음'이라 하여 신것 좋아하는 사람은 그 방면도 좋아한다는 것은 무슨
이치에서일까. 청매실을 찧어서 짜낸 즙을 햇볕에 또는 약한 불로 말려 진득한 엑기스로
만들어 팥알만큼씩 따뜻한 물에 타 마시면 청량음료도 되고 약도 된다.

사과는 소화촉진, 변비에 좋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의 중추가절은 그야말로
천하일품이다.
천고마비하고 오곡백과 무르익으니, 이 아니 좋은 계절인가, 가을의 미각을 민끽시켜 주는
과일 몇 가지를 찾아보기로 한다. 역시 가을 과일의 첫째번은 임금, 사과가 아닐까 한다.
"성온, 미감산, 무독, 소갈과 곽란복통을 다스리고 설사를 그치게 하며 염을 없앤다. 많이
먹으면 잠이 많아진다."
사과는 독일에서도 옛날부터 민간요법으로 설사를 치료하는데 사용되어 왔으며 현대
치료법에서도 설사, 급성 소아소화불량증, 만성소화불량, 적리등에 임금식 요법이라는 것이
있다. 껍질과 속을 제거한 사과를 갈아서 1회 100내지 300g 가량을 하루에 5회 복용하는
방법인데 2일간 계속한 다음에는 차차 죽을 먹기 시작한다.
사과가 왜 설사에 좋은지 아직 유효 성분이 완전히 구명되지 못하고 있으나 들어 있는
타닌산, 능금산, 펙틴등이 흡착 수렴, 창자의 연동 운동의 완화작용을 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같은 성분 외에도 포도당, 과당, 서당등의 당분과 비타민 A, B, C 및 효소등이
들어있어 영양과 소화 촉진에 도움이 된다. 설사를 멈추는 작용이 있는 동시에 변비증 있는
사람에게는 셀룰로오스 작용에 의하여 쾌변을 촉진시키니 그야말로 이상적인 정장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서 가루로 만든 것이 외국에서는 시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가지 모를 일은
사과를 많이 먹으면 '영인호수'라고 하여 잠이 많아진다고 하였는데 무엇 때문일까? 사과를
깍아서 놓아 두면 빛깔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철분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폴리페놀
성분이 효소작용에 의하여 산화되어 생기는 것이며 깍은 사과를 소금물에 담가내면
효소작용이 없어져서 색이 변하지 않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주방과학인 것이다.
당나라 때의 <천금방>이라는 의서를 보면 "사과를 먹으며 익기, 내기하며 입산수도하는
사람은 곡식을 아니 먹고도 사과만으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하이커들도
알아들만하다. 복숭아를 비롯한 딴 고일들은 과식하면 배탈이 나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하지만 사과는 그런 염려가 없어 좋다.

성악가는 배를 먹어라
사과는 성이 온하다고 하였으나 배는 성질이 차거나 냉한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열이 나서 가슴이 다바답하고 갈증이 나는데 먹으면 좋고 특히 술 취한 후의
갈증에 좋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뱃속이 냉해져서 소화불량이 되며 쟁기에 다쳐서 상처가
생겼을 때 또는 산부는 먹지 말아야 한다.
한자의 음으로 따져서 '이자이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여기서는 이롭다는 뜻이 아니라
'하행 술리'의 뜻이 되어 뱃속을 냉하게 하며 훑어내린다는 의미가 되니 과식하면 설사,
소화불량등을 일으키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배의 조직 속에 석핵세포라는 딱딱한 부분이 들어 있어 "배먹고 이 닦기"라는 속담도 이
석핵세포 때문에 이가 마찰되어 깨끗이 되는 것을 표현한 것인데 또 그것 때문에 너무 많이
먹는 것을 삼가야 하겠다.
성분으로는 과당, 포도당, 서당등의 각종 당분과 능금산, 구연산등의 유기산, 페크틴,
프로토페크틴, 타닌, 비타민C등도 들어 있고 페크타제, 옥시다제등의 효소도 들어 있다.
배도 지나치게 먹지만 않으면 역시 사과처럼 설사를 멈출 수도 있다.
쇠고기 육식을 할 때면 으레 식후에 배를 먹게 마련인 것이 우리 식탁의 관습으로 되어
있어, 배에 쇠고기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소라도 들어 있지 않나 하는 것이 일반상식으로
되어 있지만 아직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 아수비다. 마치 돼지고기에 새우젓이 꼭
따르게 마련인것과 비슷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즙: 후비톤에 좋은 배를 즙을 내어 자주 마시면 아주 좋다."
"해수에 배속을 파내고 꿀을 넣어 쪄서 익혀 먹으면 좋다."
배가 인후염, 후두염등으로 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나지 않을때 좋으며, 담을 삭이는
작용이 있다고 되어 있어 목청이 고와야 하는 성악가들에게 좋다는 설도 있다.
배의 꼭지를 따고 속을 파낸 후 꿀을 넣어 구운 것이 더욱 좋다고 하며, 중국에서는
겨울에 냉동시킨 배를 동리라고 하여 모양은 겉이 검고 물렁물렁하지만 맛은 그만이다.

귤속엔 비타민 C 듬뿍, 감기 치료에 그만
소설 <허생전>에서 허생원이 경기도 안성에 내려가 감, 대추, 배, 밤 할것 없이 과일이란
과일은 모두 매점을 하였더니 그해 겨울에 서울에서 과일 소동이 일어나 아무리 명문
대감댁이라도 식탁은 고사하고 제사에 올려 놓을 과일도 구할 수 없게 되어 부르는 것이
값이라 큰 이문을 남기게 되는 대목이 있다.
아닌게 아니라 가을과 과일, 과일과 우리의 식생활 또는 건강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 속담이던가, 감이 빨개지면 의원의 얼굴은 파래진다고 했는데 가을철에
감이 익을 무렵이 되면 사람들의 건강이 좋아져서 병원이나 약국을 멀리하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왜 가을이면 건강이 좋아지는가는 청명한 기후 탓도 물론 있겠지만 가을에 무르익는
푸짐한 과일 덕택이라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호암 문일평이 쓴 <조선과물예찬>을 보면 "조선에 예로부터 흔한 명과는 이, 율, 도,
행이다. 시는 완지 삼남에 다산하고 율은 제주도에 특산하는데 대소감산이 제각기 달라 그
종류가 무려 40~50에 달하였으며 그중 가장 상품의 감귤은 감미와 향기를 겸하여 선고로서
지전께 진상혔었다. 감귤의 종류는 옛날에 있어서는 참말 얻어 보기 어려운 선과이었음에
반하여 이, 율, 도, 행 및 감, 대추의 종류는 일반인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상과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오늘날 제주도에서 귤이 무진장 생산되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과일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이 비타민 C이다. 비타민 C는 인체의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증진시켜 주며 특히 감기와 독감의 예방과 치료에는 그만이라고 되어 있어
노벨상 수상자인 폴링 박사는 비타민 C의 대량 섭취를 주장하고 있다.
과일 중에서 가장 비타민 C의 함량이 많은 것이 귤 종류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귤 100g중 비타민 C 함량이 30~50mg 정도가 되며 성인의 하루 필요량이 약
70mg이라는 사실과 아울러 기억해 두시라. <동의보감>에 수재되어 있는 귤 종류 약재로는
귤피(귤껍질), 청귤피, 유자, 유감자, 등자피(단유자껍질)등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귤껍질은 약방의 감초와 아울러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약재인데 귤껍질은 오래 묵은 것일수록
좋다고 하여 '진피'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귤피: 개위한다. 차로 끓여 마시거나 가루로 만들어 생강차에 넣어 마신다."
요새말로 하면 건위소화제가 된다는 것이다.
"주비불능소곡 전복말복역가: 비위를 좋게 하여 음식 소화 못 시키는 것을 다스린다. 달여
먹어도 좋고 가루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속담에 알 먹고 꿩 먹는다는 식으로 귤 알맹이는 비타민 C의 공급원으로 먹고 껍질은 말려
두었다가 차를 끓여 마시면 건위소화제가 되니 일석이조 아닌가.

감꼭지 5개면 딸꾹질 멈춰
일상생활에서 딸꾹질이니 재채기 등의 생리작용(?)은 애교가 있고 유머러스하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딸꾹질도 고통이 되고 너무 오래 계속되면 죽는다는 속설도 있을 지경이다.
딸꾹질을 간대성횡격막경변이라고 하여 현대의학에서는 그 원인을 단순한 반사성인
것에서부터 늑막염 같은 것에 의한 횡격막의 직접 자극, 또는 여러 가지 병에 의한 횡격막
신경의 자극에 의한 것, 뇌 또는 뇌막의 질환이라든지 히스테리 등 정신적 감동에 의하여
생기는 것 등 여러 가지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흔히 경험하는 딸꾹질은 그런 어마어마한 원인을 따질 필요도 없이 갑자기 잔등을
쳐서 놀라게 한다든지 물을 꿀떡 마신다든지 하면 쉽사리 멎는 간단한 경우가 많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방의학에서는 딸꾹질을 '걸역', '해역' '예'등의 어려운 글자로 표현하며 현대의학
못지않게 그 원인을 음양허실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나누고 있으며 원인에 따라서 치료법도
일정치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치료약 중에서 두드러진 것이 시체(감꼭지)이며 그것이 배합되어 있는 처방ㅇ이
나와 있다. 시제는 감에 달려 있는 꽃받침을 말하며 홍시, 건시를 먹을 때 꼭지를 모아
두었다가 사용하면 된다. 딸꾹질이 날때 감꼭지 5개 정도를 물에 달여서 마시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린애들 야뇨증에도 효과가 있다니 시험해 볼 만하다.
감꼭지의 성분으로는 우르솔산, 올레아놀산, 베툴린산, 헤미셀루로이스 등이 증명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헤미셀루로이스가 위에서 응고되어 물리적 자극을 주기 때문에 딸꾹질이
멎게 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되어 있다.
귤에 비타민 C가 많다고 하였지만 감에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들어 있어 100g 중에 약
30mg이나 들어 있으므로 감 2개를 먹으면 비타민 C 1일 소요량이 충족되는 셈이니 좋은
과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말끔히 낙엽이 진 나뭇가지에 주홍빛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도 짙어가는 만추의 그림
같은 풍경이지만 바야흐로 엄습해 올 추위를 이겨낼 저항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감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고마운 노릇이다.
한냉 자극이 오면 우리 인체는 그에 대항하기 위해서 생체 방위태세를 갖추게 마련인데
방위태세를 정비하는 데는 부신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비타민
C는 부신 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아니 될 물질이니 결국 감은
우리 몸으로 하여금 겨울 채비를 차리게 하는 고마운 존재이다. 감 잎사귀에도 비타민 C와
고혈압과 동맥경화에 좋은 루틴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차로 개발하면 보건음료가 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밤은 칼로리 풍부한 스태미너식
가을을 읊은 풍물시가 많지만 빌딩 정글 골목길에서 풍겨 나오는 군밤 냄새처럼 가을을
실감케하는 것이 또 어디 있으랴. 요새 밤나무가 경제식수로 재배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매율삼년'이라고 하여 심어서 3년만에 수확할 수 있는 이점도 있겠지만 역시 밤이 우리
생활에 친근한 때문이며, 딴 과일에서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본초학에서 딴 과일들은 모두 맛이 시고 달고하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유독 밤만은
함이라고 하여 간이 맞는 맛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으며, 미함하기 때문에 신을 보한다고
하였다.
"밤은 원기를 돕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몸 전체의 스태미너를 보하고 배고플때 식량이
된다."
그러므로 "과중 율최유익: 밤은 과일 중에서 가장 몸에 이로운 것"이라고 하였으며 먹는
방법으로는 "생요가어열회중외 영중출 식지양 불득통숙 숙즉옹기 생즉발기..."라 하여 불에
살짝 구워서 진물이 나올정도가 제일 소화에 좋으며 날 것이나 지나치게 구운 것은 나쁘다고
하였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에게 밤을 너무 많이 먹이는 것은 해롭다고 경계하고 있는데
<동의보감>에서 그와 같은 중국 본초학의 구절을 인용하지 않고 있음은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까.
"소아불가다식 생즉난화 숙즉체기 격식생충 왕왕지병"
"사해아 영치불생"
어린아이들에게 많이 먹이면 치아가 잘 돋아나지 못한다는 것은 그냥 소화불량 되기 쉬운
것을 말함인지 또는 지나치게 먹으면 어떤 영양 편의가 되어 치아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밤에는 탄수화물이 40%나 함유되어 있어 칼로리가 100g(밤 10개 정도)에 180칼로리나 되니
퍽 많은 셈이다. 비타민 B1이 0.3mg, B2가 0.14mg, C가 30mg이 되니 겨울철의
비타민원으로서도 십상이다. 당 태종이 밤을 삶은 것을 말려서 '가동반'이라고 하여 군량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고사도 있고 소동파가 건약(다리 힘이 약해진 것)을 풍건율(황물)로
고쳤다는 시도 있다.

"일구삼과 기중편자 율설야: 밤송이 하나에 밤톨이 세개 들어 있는 한복판 가운데 것을
율설이라"고 하여 약용으로 쓰고, 밤의 내피를 '율부'라고 하여 가루로 만들어 꿀에 개어
얼굴에 바르면 금세 주름이 펴지고 얼굴에 광택이 생긴다고 하였는데 들어있는 타닌산
때문에 수렴 작용이 나타나서 피부가 팽팽해지기 때문인가 추측하여 보기도 한다. 요새 부신
피질 호르몬이 들어 있는 크림을 미안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세포의 수분대사에 영향을 주어
일시적으로 피부를 팽창시키는 것이다.

대추는 히스테리에 특효
영특하고 단단한 사람을 별명 지어 '대추씨'라고 하는 말이 있다. 대추씨는 조인 또는
진조인이라고 하여 약으로도 사용되지만 더 좋은 것은 열매를 과일로는 먹지 못하는 씨만 큰
산조인이라는 것이 있다.
울고 불고 비관하는 히스테리증에 아주 특효가 있다고 하여 현대 약리학자들이 연구한
것도 있다. 요새 우리나라에서 생약재배 붐을 타고 가장 수익성 많은 것이라고 하여 산조인
심는 것이 유행인 모양인데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말고 좋은 성과를 나타냈으면 좋겠다.
한 가지 모를 일을 '감맥대조탕'이라는 한방 처방이 있는데 "신경이 흥분되기 쉽고 잘
노하고 비상제읍하는" 히스테리 등 신경계통 질환에 진정제로 특효를 나타낸다고 하는데
처방 내용은 산조인에 밀(소맥)과 감초를 곁들인 세 가지 성분으로 되어 있는 지극히 간단한
것이다.
실제로 약을 만들어 달여 놓은 것도 먹기 좋은 보리차 비슷하다. 어디서 그런 약효가
나오는 것인지 추측할 수 없지만 한방에서는 아주 귀하게 치는 처방이니 이런 것부터라도
현대 약물학적인 검토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대추는 역시 가을을 장식하는 과일의 하나로서 혼례식이니 고사떡이니 하는 경사에는 빠질
수 없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한방 탕약에도 거의 빠지는 일이 없는 그런 과일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바이다.
"양비 안중 보오장"
"위기를 편하게 하며 위장을 튼튼히 하니 상식함이 좋다."
"12경맥을 도와서 경의 부족을 보한다."
이런식으로 대추의 효능을 기재하고 있는 반면에 또 이런 대목도 있다.
"다식손치 세안색 화백약 보중익기: 얼굴 피부를 곱게 하며 모든 약과 모두 배합되고
소화기능을 도와 원기를 돋운다"고 한것까지는 좋으나 '다식손치' 즉, 많이 먹으면 이를
해친다고 한 것은 무엇일까.
대추의 성분으로는 여러 가지 당류, 유기산, 점액질, 타닌등이 들어 있는데 산조인 씨앗의
신경에 대한 약리작용 물질은 무엇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대추 10개에 인삼 3g을 물 2컵을 넣고 달여서 한 컵이 되었을때 설탕을
넣고 마시면 자양강장차로 그만이며, 병후 쇠약이나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는 아주 십상인
음료이다.
또 대추 10개에 파밑동 서너 개를 넣어 물 2컵을 두고 끓여 한 컵이 되었을때 취침 전에
마시면 전신쇠약으로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음료가 된다고 한다.

은행은 천식에 좋고 야뇨증에 90% 효과
수령 수백년의 정정한 은행나무는 가장 동양적인 운치 있는 풍경을 자아낸다. 은행나무를
공손수라고 하는 것은 어버이대에 심은 것이 손자대에나 가서야 열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며 잎 모양이 오리 같다고 하여 압각수라고도 한다.
식물학적으로는 '살아있느 화석'이라고 할 정도로 특이한 존재인데다가 자웅이주로 되어
있고 수꽃에서는 하분이 아니라 정충이 나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은행나무도 마주봐야
열매가 생기지"하는 속담은 생과부의 하소연인가.
주안상에서 인기가 있는 은행열매의 비취색 모습과 향미는 천하일품이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독작용이 나타나며, 한꺼번에 150개 이상을 먹으면 발열, 구토, 호흡곤란이 일어나고
생명에까지 위협을 준다는 보고가 있으니 아무리 좋더라도 지나치면 해롭다는 것을 우선
경고하고 싶다.
성분으로는 영양가 있는 탄수화물이 30% 이상에 단백질, 지방질, 당류등이 들어 있고
비타민도 A가 100 국제단위, B1 0.13mg, C가 20. 0.5mg, D의 전구체인 에르고스테린등이
함유되어 있다. 주로 열매 껍질에 들어 있는 빌로볼 및 킹코산은 마치 옻나무 진처럼 피부에
알레르기 염증을 일으키게 한다. "생식즉극인후 소아식지발경"이라 한 대목은 은행을 나로
먹으면 목구멍에 자극을 일으키고 어린애들이 먹으면 경기를 일으킨다는 것이나 하여튼
무턱대고 집어먹을 성질의 열매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은행은 일명 백과라고도 하며 독성이 있다. 폐와 위의 탁기를 깨끗이 하고 천식을
가라앉히며 기침을 멈춘다."
언제나 한방의학적 표현에는 상징적인 표현, 예컨대 '탁한 기'등이 많아 과학적으로
볼때는 불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이 한방의 과학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재미나는 일은 옛날 중국에서는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시집갈 때 은행 구운 것 10여개를
먹이는 습관이 있었는데 도중에 소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네댓 시간
동안 소변을 참아야 할 때는 한번 시험해 볼 만하며 어린애들 야뇨증에 먹여도 역시 90%
정도의 효과가 있다고 하나 약리학적 근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은행을 까서 기름에 재워 석 달쯤 지난 것을 매일 한개씩 먹으면 폐결핵에 좋다는
민간요법도 있고 잎사귀에는 플라보노이드, 긴놀, 시킴산등의 성분이 들어 있어 항균작용을
나타내기 때문에 은행잎은 모양도 예쁠 뿐만 아니라 책갈피에 서표로 끼워 놓으면 책벌레
좀먹는 것도 방지가 된다니 독서 애호가들은 알아둘 만하다. 요즘엔 은행잎이 제약 원료로
독일에도 수출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탱자는 가려운 피부병에 특효
한방 약물학에서 사용하는 문자 가운데 '육진팔신'이라는 말이 있다. 약 중에 오래 묵은
것일수록 좋은 약이 여섯 가지 있고, 반대로 새 것일수록 좋은 약이 여덟가지 있다는
것이며, 약에 따라서는 새 것일수록 좋은 경우도 있고 그렇다고 무엇이나 전부 새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오래 묵은 약일수록 좋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육진양약: 낭독 지실 질피 반하 마황 오수유 위육진 계욕득진구자양 기여수정신야"
여기에 열거한 여섯 가지 약은 묵은 것일수록 좋지만 그 나머지는 다 새것이 좋다는
것이다.
현대 약물학적 견지에서 보더라도 약을 만들어서 오래 되면 소위 경시변화를 일으켜서
약효가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며, 그래서 유효 기간이라는 것도 정해져 있어 기간이 지난
것은 쓰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현대약품치고 오래 된 것일수록 좋은 예는 별로 없지만
생약으로 되어 있는 한방 약재는 채취한 직후는 독성이라든지 부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많아 사용하기 힘들던 것이 한동안 시간이 경과하면 약성이 부드러워져서 쓰기에 알맞게
되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일종의 뜸을 들게 하는 셈인데, 약은 아니지만 위스키 같은 것은 오래 묵은
것일수록 값이 나간다는 것도 그런 이치에 속하는 것이다.
귤껍질(귤피)은 오래된 것일수록 좋다고 하여 '진피'라고 함은 이미 앞에서 말한 바이지만
같은 귤과 식물인 탱자열매(지실)도 묵은 것이 약으로 좋다고 되어 있다.
탱자열매의 아직 미숙하고 작은 것을 지실이라고 하고, 성숙한 것을 지각이라고 한다.
"지각은 위 높은 곳을 다스리기 때문에 피부와 흉격의 병에 좋고 지실은 아래 낮은 곳을
다스리기 때문에 심이나 위의 병에 좋다. 그러나 주된 효능은 대동소이하다."
"탱자 열매는 맛이 쓰고 시나 무독하며 피부가 몹시 가려운데 특효가 있으며(두드러기에
달여 먹으면 신효하다는 민간요법도 있다), 옆구리가 결리고 헛배가 부르고 가슴 명치끝이
아픈 것을 다스리며 오랜 체증을 없애 소화를 촉진시킨다."
"지각은 주로 기침과 가슴속에 담이 괴는 것을 다스리고 위장을 튼튼히 하며 헛배가
부르고 관격이 되어 막힌 것을 통하게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산출이 되며
왜귤이라고 한다."

이를 마주치게 하면 튼튼해져
치아가 오복의 하나라고 할 정도로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것인 줄 알면서도 막상 어느
정도 치아 건강에 주의하고 있느냐 하면 비교적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참지 못할 정도로
치통이 셩겨야 서두르지 보통 때는 매일 아침 이 닦는 것도 건성으로 하기 쉽다.
<동의보감>에서도 치아 건강에는 무엇보다도 이를 잘 닦아야 한다는 것을 여러 대목에서
강조하고 있다.
"음식을 먹은 후 이를 잘 닦지 않으면 부취한 기가 생겨 잇몸에 구멍이 생기고 충치가
되게 마련이다."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을 가까이 갈 수 없을 정도로 구취가 나고 치아가 벌레 먹고
빠지기 쉽다."
일반적으로 서양 사람들이 구취가 많고 그 때문에 껌 씹는 습성도 생긴 것이라면 모두
육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산물을 많이 먹으면 이가 연해지며..." "모든 양생이 치아 건강보다 앞서는 것은 없으며
양치질과 이 닦는 것을 게을리하면 이가 약해지고 충치가 되는 법이다. 서독, 주독이 항상
이 사이에 있으므로 항시 양치하고 씻어내야 한다. 한나라의 자경이라는 사람은 120세가
되어서도 기력이 왕성하고 건강하였는데 그 비결은 아침마다 침(한방에서는 침을 옥천이라고
하여 건강에 아주 소중한 것으로 치고 있다)을 삼키고 이를 마주치게 한다(고치). 매일 새벽
소금으로 온수에 양치하고 백번씩 고치하면(이를 마주치면) 불과 5일 만에 효과가 나타난다.
음식을 먹은 뒤에 양치하는 법을 잊지 않으면 충치가 생기는 법이 없다. 양생가들에게
치질이 없는 것은 새벽에 법에 따라 고치하기 때문이다."
이를 꼭 물어서 마주치게 하는 것을 여러번 반복하는 것은 이치로 보아도 치아 건강에
좋을 것이며, 요새도 그와 같은 고치법을 실천하여 오래도록 치아가 튼튼하다는 양생가들이
있는 것을 보면 실천해 볼 만하다.
"치통에는 기름기나 말린 대추 등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방법은 치아 건강에 다 좋은데, 하나 모를 것은 "낙치중생방"이라는 대목이다.
이가 탈락된 경우 빠진 자리에 약을 바르면 다시 나게 된다는 것인데 그것도 이가 빠진 것이
외상에 의한 것이거나 저절로 빠진 것이거나 다 같이 난다니 귀가 솔깃하지만 약이 쥐
뼈다귀 또는 쥐 전체를 불에 묻어 구운 것등이 주원료가 되고 닭이나 새의 똥을 태운 것도
약이 된다니 알쏭달쏭한 이야기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는 3, 3, 3식으로 닦아야
침(탸액)은 옥천이라 하여 아주 소중한 것이며 침을 늘 삼키면 장수하고 얼굴에 광택이
난다. 새벽 첫닭이 울때, 이른아침, 해뜯때, 오전10시, 오후4시, 해질 무렵, 저녁때,
한밤중... 이렇게 하루 아홉번 양치질을 하여 삼키는 것이다."
요새처럼 타액선에서 파로틴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노화 방지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하여간 타액의 분비를 원활하게 하여 주는 것이 좋은 것만은
옛날부터 알고 실천하였던 것이다.
요새 치과에서 치마 3, 3, 3법이라는 것이 있다. 충치 예방을 하려면 하루 3번 식사 후
3분 이내에 이닦기를 시작하여 3분간씩 계속한다는 것이다.
말이 쉽지 세끼 식사가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일어나 3분간씩 이를 닦는다는 것은 아주
실천이 어렵다.
통계에 의하면 보통 사람은 아침 세수할 때 한번 이를 닦는 것이 제일 많고, 닦는 시간
길이도 평균 20초 정도밖에 안 된다니 3분동안이란 꽤 긴 시간임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이 사이에 끼어 있는 음식물의 잔재를 깨끗이 씻어내야지, 그것이 남아 있으면
유산균, 효모균등이 발효작용을 일으켜서 유산이 생기므로 그 산 때문에 이가 부식된다는
것이니 식사 후에 반드시 숭늉이나 차 같은 것으로 입속을 깨끗이 헹구어서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음식을 먹고 나서 곧 진한 차로 양치를 하면 치아의 때가 말끔히 제거되고 육류의
찌꺼기도 깨끗이 빠져 나오니 이것을 늘 계속하면 치아가 튼튼해지고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라는 대목이 있는 것을 보면 옛날에는 식후에 차를 마시는 습관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특히 재미나는 대목은 "치아는 쓴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차를 마시는 것이
건치에 좋다"는 것이다.
치솔로 이를 닦는데 있어서 마찰법이 나빠서 굳센 치솔로 너무 세차게 옆으로 마찰을 하면
치아의 표면과 잇몸에 손상이 생겨 오히려 치아 위생에 나쁘니 적당히 부드러운 치솔로
아래위로 이의 결을 따라 상하운동을 하여 음식물의 잔재가 잘 빠져 나오도록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밥을 먹은 후에는 반드시 차를 마셔 입안을 깨끗이 하라는 것을 권한
것도 퍽 타당한 일이 아닐까 한다.

이를 희게 하려면 석고 가루로 양치질
'삼백'이라고 하여 미인이 되는 조건에 세 가지 흰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설부(백설같이
하얀 피부), 명모(맑은 눈동자), 효치(옥같이 흰 치아)가 바로 그것이다. 앵도처럼 붉은
입술 사이로 보일락 말락하는 흰 치아야말로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꽤 오래 전에 마릴린 먼로가 우리나라에 왔을때 그녀를 만난 인상을 기록한 글 가운데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피부에 요염한 자태는 이루다 형용할 수 없었으나 치아가 누렇게
보여 그것이 눙에 거슬리더라고 쓴 것이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치아의 빛깔이 얼굴의
아름다움을 좌우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흔히 피부가 흰 사람이 상대적으로 치아의 빛깔이
시원치 않은 경우가 많고, 더욱이 애연가들은 담배진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이를 희게 하기 위해서는 과산화수소를 약국에서 구하여 치솔에 묻혀서 이를 닦고
양치질을 하는것, 또는 담배 피우는 사람을 위한 가루치약(연마제가 되는 고형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이 외국에서는 발매되고 있는 것등이 요즘의 방법이다.
<동의보감>에는 이가 누렇고 검은 것을 고치는 처방이 나와 있는데 요새의 애연가용
가루치약과 유사한 것이 흥미롭다.
"이가 누렇고 검으며 맑고 깨끗하지 못한 경우 석고의 보드라운 가루, 사기의 고운
가루(그냥 분쇄한 가루로는 안되며 가루를 물과 같이 흘려서 만든 보드라운 가루라야
한다)를 각각 40g, 영릉향, 백지, 청염(소금의 불순한 것), 승마 각 10g, 세신 4g, 사향
2g을 합쳐서 고운 가루가 되도록 만들어 매일 이른 아침에 이것을 찍어서 이르 닦고 따뜻한
물로 야치하여 뱉으면 되는데 일명 백아약이라고도 한다."
또 한가지 본인은 태평이지만 잘때 이를 갈아서 소리내는 것처럼 질색이 없다.
현대의학에서는 오늘 저녁에는 절대로 이를 갈지 않겠노라는 암시를 주는 방법이라든지 더
좋기는 소리내는 이를 뽑아버려야 한다고 되어 있는 모양이지만 <동의보감>에서도 '계치,
알치, 교치'등의 이름으로 이가는 것을 표현하며 그 사람의 잠자리 밑의 먼지를 손가락으로
집어서 자는 사람 모르게 입에 넣어 주면 된다니 예나 지금이나 이가는 데는 별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동의보감3


간이 나쁘면 눈이 침침하다
어느 내장에 병이 생겼을 때 그에 대응하는 증상이 얼굴이나 피부에 나타나는 수가 있어
진단에 도움이 된다. 가령이 간 기능이 나빠지면 눈의 흰자위가 누래지며, 도대체가 몸
전체의 컨디션이 나빠지면 자연히 눈이 침침해질 뿐만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눈이 광채를
잃는다.
"눈은 간의 밖에 나타난 구멍이다."
"눈은 간 기능이 밖으로 나타난 징후이기 때문에 간 기능과 스태미너가 충실하면 눈에
정기가 감돌아 빛나고 모자라면 눈이 캄캄해지면서 현기증이 생긴다."
이와 같은 간 기능과 눈과의 특별한 친화관계를 말하듯이 한방의학에서는 심, 비, 폐,
신등과의 관련성을 소위 오행설에 의하여 관계 짓고 있지만 오장을 나타내는 명칭부터가
과연 현대의학의 해부학적 개념과 일치되느냐부터 검토돼야 할 것이므로 아주 심오한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우선 야맹증에 간을 먹는 것이 치료제가 되며 간에는 비타민 A와 철분등이 들어
있어 빈혈이니 결막건조증 또는 각막연화증 등 안과질환의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로 볼
때 눈과 간이 서로 관련된다고 한 옛날의 지혜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동의보감>에는
시력을 좋게 하는 약으로서 우간, 양간, 토간, 저간, 능담, 견담, 달담등을 권하고 있다.
"쇠간은 눈을 밝게 하니 회로 만들어 날로 먹든지 익혀 먹어도 좋다. 어린애들 밤눈
어두운 데는 생식하는 것이 좋다."
"돼지간은 눈을 밝게 하고 간열을 다스리며 눈이 빨개지고 아픈데 좋으니 얇게 썰어 양념
초장에 찍어 먹는다."
"작목이란 해만 지면 눈이 어두워 지는 것이 마치 새들이 밤에는 앞을 못보는 것과 같기
1때문에 작목이라 한 것이다. 쇠간을 생회로 먹는 것이 아주 묘약이다."
끄트머리의 쇠간 생회가 좋다는 구절은 그 출처를 속방이라고 하여 우리나라에서
민간요법으로 전해져 내려왔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인이 되면 눈이 어두운 것은 혈기가 쇠퇴하여 간이 엷어지고 담즙생성이
감소되때문이다."
이렇게 결국 간 기능과 식ㅇ밀접한 관계를 논하고 있으니 결국 간은 오장육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사람이 늙으면 간의 중량이 가벼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위는 양생의 근본, '...중상'은 모두 건위약
<동의보감>에 올라 있는 순서에 구애됨이 없이 단방 보약을 한가지씩 소개하여 왔는데
사실은 맨첫번약이 '황정'이다. 뿐만 아니라 약물학편인 탕액편에 초본에 속하는 약재를
상하로 나누어 267종을 기재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황정이 맨처음에 나타난다.
우연히 그런가 하고 보면 그 순서가 황정, 창포, 이삼, 천문동등으로 되어 있어 모두
보약에 속하는 것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황정을 인삼보다도 먼저 기재하고 있는
것을 우연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래 먹으면 멈이 가벼워지고 얼굴이 좋아지며 늙지 않고 영향 상태가 좋아진다."
"보중익기하고 비위를 이롭게 하며 일명 선이반이라고도 한다."
현대의학에서도 병의 원인을 따지는 병인론이 중요하듯이 한방의학에도 여러가지 병인설이
있는 가운데 위장의 소화 기능이 나빠지는 것이 모든 병의 원인이 되므로 위장을 튼튼히
하여 전신의 영양상태를 좋게 해 주면 만병을 고칠 수 있다는 학설이 원나라 때
이동원이라는 사람에 의하여 주자오디었다.
<동의보감>의 여기저기에 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병 치료 또는 양생의 근본은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대목이 많은 것을 보면 허준 선생도 같은 사상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방에서 위장이 전신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하여 중이라 하고 있는 것은 위장이 생명
영위의 중심이 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한방 처방 중에는 '중'자 붙는 것이 많아 예컨대 이중상, 소건중상, 대건중상,
당부건중장, 보중익기장등은 모두 소화 기능을 좋게 하는 약물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황정의 약효를 말하는 가운데 보중익기라는 것도 "위장을 튼튼하게 하여 기운을
돕는다"는 뜻이 될 것이 아닌가.
소화기를 표현하는 비위의 비는 오늘날의 해부학적 비장을 그대로 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비가 소화기능을 관장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비를 보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며 비는
오행설의 토에 해당되므로 위장을 튼튼히 하는 것이 만사의 근원이 된다는 이동원학파를
보토파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재미나는 일은 황색은 오행설의 토에 해당되는데 만물을 육성하는 흙이 누런색이니
달걀 노른자위, 대두등에 영양 가치가 높은 것도 황색이기 때문이며 황정도 그래서 보약이
된다는 것이다.

구충 단방약으로 30종 기재
우리 농촌에 특유한 '가슴앓이'라는 병이 있다. 현대의학에서도 역학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는 먕인데 하여간 가슴이 치밀어 오르고 명치가 아프고 구역질이 나며 심하면 경련성
동통으로 고생하는 증상이라고 한다.
전문가에 의하면 담석증, 소화성궤양, 위장신경증 등도 있지만 회충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되어 있다. 그 무시무시한 회충이 엉켜서 주먹덩이처럼 된 것이 때로는 창자를
불통으로 만들기도 하고 소화성궤양을 뚫고 나와 복막염을 일으키기도 한다니 무서운
노릇이다.
옛날에도 기생충의 무서움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모양으로 기생충증에 관한 기재가
상세하게 나와 있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회충에 의한 '가슴앓이'를 '회궐', '회궐심통', '회궐심복통'등이라 하며 여러가지
치료법을 소개하는 동시에 구충제로 쓸 수 있는 단방약물을 30종이나 기재하고 있다.
농촌의 생활 주변에서 쉽사리 재배 또는 채취할 수 있는 약초로 기생충을 없앨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견지에서 국산 생약 자원중에서 구충제를 개발한다는 것은 시급한
문제이다.
동의보감 에 나와 있는 단방 구충약 중에서 오늘날 약리적 견지에서도 효과가 이정될 수
있는 것을 몇개 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학슬(카르페틴, 카르페시아락톤등의 성분에 강력한 구충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하루에 4--12g을 달여 먹는다. 요새 한방에서 쓰는 '학슬'은 국화과에 속하는
담배풀(담배가 아님)의 씨앗인데 옛날에는 오늘날 회충약으로 쓰는 산토닌의 원료 약초인 쑥
종류였었다고 하는 고증도 있다.
고련피: '멀구슬나무'의 뿌리 껍질이며 하루 5~10g을 달여 먹으면 회충, 촌충, 요충등이
업성진다. 2차대전 중에 산토닌이 귀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것을 구충제로 사용한 역사가
있다.
편축: '옥매듭나물'이라는 약초의 줄기와 잎이며 하루에 5~10g을 쓴다. 회충에 효곽 ㅆ다.
관중: '참새발고사리'의 뿌리이며 그 성분에 촌충(촌백충) 특효약인 면마산이 들어 있다.
이밖에도 전환, 사군자, 비자, 빈랑자등이 있으니 이런 것을 보면 옛날의 약물학도 충분한
이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견병엔 뜸을 5백장 뜨는 부식법 치료
최근 프랑스 국립 중앙과학 연구센터 주임 연구관인 장 데오도리데스 박사가 내한하여
광견병에 관한 강연을 하였다. 그는 생물학자인 동시에 과학사 학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분으로 우리나라에서의 광견병 치료의 역사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표명하였다.
우선 <동의보감>에서는 광견병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미친 개에게
물리면 타액 중의 바이러스에 의하여 감염되는 병인데 일단 방병하면 거의 100% 죽음으로
종말을 맺는 비참한 전염병이다. 물린 즉시로 상처를 짜내어 출혈시킨 후 강력한 부식약,
소독제등으로 독을 제거하기에 힘쓰는 동시에 예방주사를 실시한다면 거의 완전하게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최초로 개발한 루이 파스 퇴르가 프랑쌈이기 때문에 프랑스가
광견병 예방에 대한 커다란 긍지를 지니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봄과 초여름에 미치는 개가 많은데 꼬리를 늘어뜨리고 침을 흘리며 혓바닥이 검은 것이
미친 개로서 물리면 구사일생하는 무서운 병이다. 급히 침으로 찔러서 피를 빼고 소변으로
상처를 씻어 내교..."
그 상처에 뜸을 첫날 100장, 그 다음날 100장, 이렇게 계속하여 300~500장을 뜨면 좋다고
하였는데 오늘날의 부식약으로 상처를 지지는 것과 똑같은 방법인 것이다.
또 피를 짜내고 좁쌀, 숭눙(장수) 또는 사람 오줌으로 씻은 상처에 생강, 파,
살구씨(개인)등을 찧어 바르고 붕대를 감으라고 하는 대목도 있고, 반묘라는 곤충을
내복하면 소변이 잘 나오고 소변에 독소가 모두 빠져 나오게 되므로 발병하지 않는다는
기재도 있다. 반묘에는 칸타리딘이라는 유독 성분이 들어 있어 현대에도 피부 발포약 또는
최음약으로 사용되는 것인데, 과연 그와 같은 광견병 예방 작용이 있다면 그야말로 굉장한
일이나 아직 검토된 바 없다.
또 문 개를 죽여서 그 뇌를 꺼내어 상처에 바르는 법, 지렁이똥, 생마유에 두시를 반죽한
것읍 법등 여러가지 방법과 개소리를 내면서 단말마적 고통을 할 때는 천령개 태운 재를
먹인다고 하였는데 그게 바로 사람의 오래된 두개골이니, 이런 치료법은 나병에 사람의
간이나 뇌를 먹어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게 무서운 미신과 비슷해 몸서리가 난다. 광견에
물리면 한평생 개고기, 누에 번데기를 먹어서는 안 되며 만약에 이를 먹으면 재발하여
죽는다고 하였다. 또 살구씨를 항상 먹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주색은 당뇨병의 적
당뇨병의 환자 수가 늘어가고 있으며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가운데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그런 의미에서도 매년 한번 정도 정기적으로 신체검사를 받아 혈압, 단뇨등의
이상 유무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은 소위 요새 유행하는 성인병의 하나로 대체로 45세 이상인 경우가 많고 절젊은
연령에서는 드문 것으로 되어 있다.
당뇨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췌장 호르몬에는 또 하나 글루카곤이라는 혈당을 상승시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체는 반드시 이와 같이 정반대되는 두 가지 요소가 서로
균형을 잡고 있게 마련이고 이 균형이 무슨 원인에 의해서 깨어질때, 그 불균형 상태가 즉
병이라고 해석된다. 그러므로 무슨 호르몬이 모자란다고 하여 무턱대고 보급해 주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왜 균형이 깨어지게 되었는가가 문제가 된다. 이런 뜻에서 본다면
병이라는 것은 크나 작으나 모두 일종의 파산 또는 부도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뇌하수체나 부신, 갑상선 등의 호르몬 등도 혈당 상승작용이 있어 복잡한 상호관계로 얽혀
있고 또 이런 내분비선들이 성호르몬 분비선과도 관계가 있으며 더 올라가서 대뇌의
정신작용이 또 관여하게 되어 몸의 모든 평형 관계가 성립되게 마련이니 인체란 생각할수록
오묘하다. 갑자기 초조하고 불안해지면 건강하던 사람도 일시적으로 입에 침이 마르는
현상은 누구나 경험하였으리라 생각하지만 그것도 정신적 원인에 의하여 혈당의 변동이
생겼기 때문이다.
동의보감 에 "소갈증에 삼가야 할 것이 세가지 있으니 첫째는 술이요, 둘째는 방로요,
셋째는 짠 음식과 면식이다. 이 세가지만 삼가하면 복약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을 수
있다"라고 하였으니 결국 당뇨병에는 주색과 분식이 나쁘다는 결론이 된다. 짠 음식은
다병뿐만 아니라 혈압에나 신장에나 모두 나쁘다. 맵고 짠 자극성 많은 음식물 먹는 것을
대기하라는 대목도 있다.
'음일수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는데, 물은 하나만큼 마셨는데 오줌은 둘만큼 나온다는
표현이며 이렇게 되면 당뇨병이 중증이어서 고치기 힘들다고 하였다. 갈증을 멈추고 소변
잦은증을 다스리는 데는 '오미자'를 차로 달여서 항상 마시거나 '생우(연근 생것)'를 갈아서
즙을 낸 것에 꿀을 타서 먹으면 좋다고도 하였다.

당뇨병은 화농증 병발에 조심
당뇨병의 식이요법에 있어서 당분이 나쁘다고 하여서 육식만하라는것은 아니다. 균형잡힌
자연식을 하도록 주의해야 하며 다소의 당분 섭취보다도 무서운 것은 칼로리 과도 섭취라고
되어 있다. 술에 들어 있는 소량의 당분 함량을 따져서 맥주나 청주는 어떻고, 소주나
위스키는 어떻고 할 계제가 아니다. 술은 금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되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당뇨병의 원인을 거의 전적으로 주와색 그 중에서도 특히
주후색욕과다에 두고 있음은 무엇때문일까.
"단석을 많이 먹어서 진기는 없는데도 열사만 왕성해지면 음식을 먹어도 끓는 물에 눈녹는
격이 되어 나날이 살이 여위고오줌은 고유와 같으며, 양이 강성하여도 불교정설하는 증살이
생기니 제일 고치기 힘든 당뇨병이다."
단석이란 광물성으로 되어 있는 석약으로 만든 강장 강정제인데, 이와 같은 스태미너
약으로 진정한 원기는 없는 주제에 말초적인 흥분만 시켜 놓는 요새 말하는 흥분제 같은
것을 남용하는 것을 엄중히 경계한 구절이라고 해석된다.
당뇨병에서 가장 무서운 병발증은 화농증 종기인데 혈당 과다로 모든 조직의 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종기가 생겨 병원에 가면 반드시 소변의 당분
검사를 하게 되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갈에는 언제나 대옹(큰 종기)이 생기는 것을 염려해야 하며, 왜 소갈에 옹저가
생기는가 하면 화사가 승한 때문이니, 창이 아픔이 심하고 터지지 않으며 소갈증 있는
사람으로 많이 먹는 사람은 반드시 등창이나 발찌가생기게 마련이고 식사를 못하는 사람은
배가 부어올라 복수가 생기는데 모두 난치의 증세들이다"라 한 것을 보면 당뇨병에 병발되는
화농증을 옛날에도 꽤 조심한 것을 알 수 있다. 당뇨병에는 아시도시스(산형증)가 합병되어
오래 가면 모든 조직의 만성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또 당뇨병에 인슐린이 특효약이라고 하여
함부로 사용하면 쇼크등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식이요법만으로 고칠 수 있는가, 식단은 어떤 것이어야 하겠는가, 식이요법과 인슐린등의
약물요법을 겸해야 한다면 어떤 처방으로 해야 하는가, 합병증의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의 어려운 문제는 결코 주먹구구로 해결할 수 없다. 오직 전문가의 과학적이면서도
치밀한 지도와 관리하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설사 완치는 못한다
치더라도 한평생 수명에는 관계없이 당뇨병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날 당뇨병 치료의
추세인 것이다.

감초로 위궤양 안 나으면 암 우려
감초에는 주성분인 글리치르리진 외에도 여러가지 종류의 당류, 능금산,
후라보노이드(리퀴리틴, 리퀴리티게닌, 이소리퀴리티게닌, 네오리퀴리틴, 네오이소리퀴틴,
리쿠라지드) 아스파라긴 등의 존재가 증명되고 있다.
워낙 감초가 유명한 생약인 탓인지 딴 생약에 비하여 현대 과학적 약리작용의 연구가 많이
보고되고 있는데 그 중요한 것 몇가지를 소개하기로 한다.
1) 근육이나 조직의 급격한 긴장에 의하여 생기는 통증을 풀어 주는 작용이 있다.
2) 체중의 증가, 혈압의 상승, 혈청 칼륨의 감소와 나트륨의 증가가 일어난다.
3) 항히스타민, 항아세칠콜린 작용이 있다.
4) 코티손 또는 뇌하수체 전엽 호르몬인 ACTH의 작용과 비슷하나 독성이 약하다.
5) 위궤양의 발생을 방지한다.
6) 글리치르리진은 백혈구를 증가시킨다.
7) 간장 기능을 회복시켜 주며, 약물 중독, 간염, 두드러기, 피부염, 습진등에 유효하다.
8) 이뇨작용 및 항염증 작용이 있다.
9) 리퀴리틴, 리퀴리티게닌, 이소퀴리티게닌등의 성분은 소화성 궤양의 발생을 억제한다.
이중에서도 특히 소화성궤양에 대한 치료 효과는 독일, 일본등 의학자에 의하여 많이
연구되었으며 일례를 들면, 감초 20~25g을 1일량으로 하여 하루 세번 달여 마시기를 6주간
계속하는 치료법을 실시하면서 식이요법으로써 소금의 섭취량을 줄이고 단백질과 비타민이
많은 음식물을 섭취케 하였더니 38명의 위궤양 환자 중 32명이 치유된 것이 X선적으로
증명이 되었고, 3명은 자각 증상이 완전히 없어졌으며 결국 아무 효과도 나타내지 못한
케이스가 3예인데 후에 개복 수술을 하여 보았더니 모두 암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심지어는
감초를 사용하여 위궤양이 낫지않으면 암을 의심해도 좋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요새 소화성궤양 치료제로 나오는 신약의 처방을 보면 감초말 또는 글리치르리진이
성분으로 들어 있는 것이 많은 것은 이와 같은 연구 결과에 기초를 두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약뿐만 아니라 세상 만사가 다 그렇듯이 너무 오래 계속 복용하면 부종이 생기고
일시적으로 혈압도 높아지므로 원래 고혈압인 분에게는 장기 복용을 권할 수 없다.
"구토중만기주지인 불가구복다복"
동의보감 의 이 대목을 보더라도 술꾼으로 헛배가 부르고 구역질이 나기 쉬운 사람은
감초를 오래 계속하거나 많이 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감초가
부신피질의 기능부전증에 해당되는 '에디슨씨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는데 모두 우연한
일이 아닐 성싶다.

연근은 노이로제도 예방
음력으로 9월을 구월이라 하고 6월을 하월이라 하는데 하는 연이라는 뜻이다.
연꽃이 옛날부터 오탁 속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움과 그윽한 향기를 자랑한다 하여
문인묵객이나 또는 불교도들에 의하여 화중군자니 극락정토의 꽃으로 사랑을 받아 왔지만
또한 훌륭한 보건약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도 무심히 넘길 수 없는 무엇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나 이직 이렇다 할 과학적 뒷받침이 없는 것이 아쉽다.
연근은 식탁으 반찬으로도 친숙하지만 약으로도 '우'라고 하여 (더욱이 결절부가 더
약효가 있다 하며 우절이라고 함) 강장, 강정, 식욕 증진 등의 약효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오래 복용하면 신경진정 작용이 있어 노이로제의 예방도 될 수 있다니 밥반찬치고는
십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생즙을 내어 마시면 소화성궤양의 출혈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수렴성 성분으로 보아 충분히 납득이 갈 수 있는 약효라고 볼 수 있다.
연실은 불로식품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자체의 수명이 긴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보통 식물
기껏 10년 정도의 수명밖에 없는데 연실은 1천년 이상 묵은 것을 발아시킨 예도 있으며,
이와 같은 내구성은 종자의 수분 함량이 적고 조직 호흡이 둔하며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의
안정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풀이되고 있는데 여하간 신기한 일이다.
연실의 분석 결과는 알칼로이드 넬룸빈을 비롯하여 전분, 환원당, 비환원당, 라후노즈,
지방유등이 들어 있고, 속심에 조그만 싹이 있는 것을 한방에서 '연의' 또는 '연자심'이라고
하며 그 성분으로서는 혈압 강하작용이 있는 리엔시닌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성분이
증명되고 있으나 직접 강장, 불로 작용을 뒷받침할 만한 성분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볼때 현재 인류의 주식물로 고정되어 있는 오곡과채들이
과학적인 성분 분석의 결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과학 이전의 요원한 태고 적부터 경험의
산물로 전승되어 내려 온 것이며, 과학이 발달됨에 따라 타당성이 뒤따라가며 증명되고
있음을 볼 때 한방에서 사용되는 천연물 약재들도 모두 그와 같은 경로에 의하여 계승되어
내려온 것이므로 우선 해독만 없다면 그대로 믿고 사용해 과학화를 해보는 것도 하나의 접근
방법이 아니겠는가.

정신병 고친 연거 요법
정신과 한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연극 치료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그때의 기사 내용은 정신병 환자들을 앞에 앉혀 놓고 환자들의 가정 환경
비슷한 연극을 꾸며서 연기자들로 하여금 연출시키면 환자들이 보고 있다가 흥분되는 대목에
가서는 자기도 연극 중의 한 사람이 되어 같이 뛰어든다는 것이다.
그와같이 행동을 통하여 정신 분석의 자료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 자신도
심층에 도사리고 있던 컴플렉스를 발산시킴으로써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같은 새로운 치료법이 실상은 3백~4백년 전의 <동의보감>에 이미 기재되어 있는
방법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임을 소개하면서 해당되는 <동의보감>의 구절을 뽑아내어
소개한다.
도시집중형의 기계문명이 발달될수록 정신 계통의 질환이 늘어나고 정신병까지는 안
가더라도 일상생활의 심리 갈들이 육체의 건강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침이 심신상관의학에서
거론되고 있다. 표면화는 안 되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정신위생 내지는 정신의 문제가 꽤
심각해가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우리 관념으로는 정신과의 진료를 받는다고 하면 정신병자나 광인으로 낙인이
찍히고 정신과 병원이라고 하면 미친 사람을 감금해 두는 철창을 연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미국 같은 데서는 하나의 종합 진찰방법으로 누구나 거리낌 없이 정신과 의사를 찾아
건강상담을 한다니 부러운 현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동의보감>에서 연극 치료법의 대목을 보면, "어떤 부인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 닥치는 대로 성내고 악담을 퍼부으며 죽이려 들어 의사들이 백방으로 치료해
봤으나 효험이 없었다. 대인(장종정의 호. 금나라 때의 명의)이 이를 보고 이 병은 약으로
고칠 수 없다하며 화류계 여자 두사람을 데려와 배우처럼 분장을 시켜 보였더니 병자가
으숩다고 크게 웃었다. 또 이튿날 여자들에게 씨름을 시켰더니 역시 크게 웃고 그 옆에 앉은
여자들이 음식을 맛나게 먹어 보이니 자기도 조금씩 먹기 시작하여 며칠 안 가서 노기가
줄어들고 식욕이 나서 건강을 되찾게 되고 드디어는 아들까지 낳게 되었다.
이로 본다면 의사라는 것은 재주가 있어 임기응변할 줄 알아야지 약 처방에만 집착해서는
훌륭한 의사가 될수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음미해 볼 만하다.

여자의 한열병에는 남자가 약
동의보감 을 읽어 내려가노라면 소설처럼 재미나는 대목도 있다.
"과부사니지병이평처접: 과부나 여승의 병은 보통 여염집 부녀자의 병과는 다르다"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이 기재하고 있다.
송나라의 저증이라는 명의는 과부와 여승의 병을 다스리는 약방문은 보통 사람의 것과는
달르다고 하였는데 과연 합당한 말이다. 이 두 종류의 여인은 연제나 홀로 살기 때문에
독음무양(음뿐이고 양이 없음)이니 정욕이 움직여도 풀길이 없어서 체내에서 음과 양이 서로
다투어 때로는 한기가 드는가 하면 또 때로는 열기가 올라서 마치 학질이나 열병처럼 되고
오래 되면 허로증이 된다. <사기>에 씌어 있기를, 한나라 때 명의인 창공이 어느 미혼녀의
병을 보는데 허리가 아프고 등이 으스스 춥고 열이 나는 것을 딴 의사들은 모두
한열병이라고 하여 다스려도 효험이 없는 것을 창공이 가로되 "이 병은 남자를 원하면서도
얻지 못하는 데서 생긴 병이라"고 하였다.
"남자는 정, 여자는 혈을 각각 위주로 하여, 남자의 정력이 왕성해지면 자연히 여자
생각을 하게 되고, 여자의 혈기가 왕성해지면 임신하기를 원하게 되는데, 이러한 증상들은
맥을 짚어보면 알 수 있도다. 과부와 여승이 욕망을 억누르면 병이 생기는데 그 증상은
찬바람을 싫어하며 몸이 노곤하고 추웠다 더웠다 하며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답답하며
때로는 식은땀을 흘린다. 맹일 오전중에는 정신이 산란하고 밝은것 보기가 싫고 사람의
소리조차 구찮고 오후에는 반드시 머리가 혼미하며 배가 아프고 놀라기를 잘하며 일을
하거나 월경이 있을때는 증세가 더욱 심해지니 이는 뜻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라. 혹은
꿈속에서 정사를 하는가 하면 때로는 혼자 웃었다 울었다 한다."
이런 식으로 히스테리 증상을 장황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증상들에 대한
약방문을 내걸고 있는데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는 임상가의 연구가 나와야 알 수
있겠다.
"시호억간탕: 과부가 독음에 양이 없어 욕정이 동해도 이룰 수가 없으면 한열이 학질처럼
나타나는 증세에 사용한다."
"부용산: 남자가 실처가 없고 여자가 남편이 없어 욕망이 화를 발동시켜 가슴이 아프고
땀이 흐르고 얼굴이 벌개지며 가슴이 뛰는 증을 다스린다."
"여자의 병이 남자의 병보다 10배나 더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그 기욕이 남자보다 많고
병에 대하여 예민하기가 남자의 갑절이 되며 질투, 근심, 걱정, 노여움, 그리움, 사랑과
미움 등의 감정이 다정다감하고 뿌리 깊어 스스로 억제하기 힘드므로 병이 깊어지 것이다."
이와 같은 섬세한 관찰은 옛날이라고 하여 우습게 볼 수 없다.

신, 성, 공, 절의 진단법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학한 병명과 왜 생겼는가 하는 병인과 지금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가 하는 병태를 파악하여야만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강구할 수 있음은
현대의학뿐만 아니라 한방의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현대의학 발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진찰법의 진보인 것도 또한 우연한 일이 아닌 것이다. 특히 생화학 분야의 진찰
방법과 컴퓨터에 의한 진단의 자동화 연구는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미처 치료 방법의 개발이 이와같은 놀라운 진단 방법을 뒤따라가지 못한다고 하여 과학적
의학에 부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 사람도 없지 않아 있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짧은 생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병의 원인과 근본을 캐어야만 올바른 치료법이
나올 수 있다.
병명보다도 그 병이 현재 처하고 있는 상태를 더욱 중시해서 수증치지(병증에 따라
치료하는 것)를 근본 원리로 하는 한방 치료법을 곡해하여 한방에서는 진찰보다 치료다, 꿩
잡는 것이 매지 엑스선 사진이나 혈액 검사 없이도 병만 고치면 그만이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 아닐까.
한방의 진찰 방법이 주로 오감에 의한 복잡미묘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과학화를
위하여 망, 문, 문, 절의 네 가지 진찰법을 계측화, 객관화하려는 연구가 점차 활발해 가고
있음은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맥파계에 의한 진맥의 과학화를 시도하는 학자가
있으니 말이다.
"병을 진찰하는데 있어서 얼굴만 쳐다보고도 알아내는 의사는 신이고, 목소리나 풍기는
체취로 병을 가려낼 수 있는 의사는 성이고, 무엇이 먹고 싶으냐, 아픈 데는 어디냐,
꼬치꼬치 물어서 아는 사람은 공이고, 진맥을 정확히 하고 가슴을 두들겨보고 배를 만졍론ㄹ
내릴 수 있는 의사를 교라고 한다."
이 글을 얼른 보기에는 모름지기 의사는 신이나 성이 되어 환자에게 손을 대지 않고도
병을 척척 알아맞혀야 하는 것처럼 착각할는지 모르나 그것은 큰 오해이다.
동양 사상에서 이상적인 존재를 신, 진인, 지인, 성인, 현인등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신은
어림도 없고, 진인은 상고에나 있었고, 지인은 중고, 성인은 1천년~2천년에 한두 사람
있을까 말까, 결국 사람 냄새 나는 것은 현인인데 이것 역시 드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의사로서 망 또는 문에 의해서 병을 알겠다는 것은 아예 생각도 말라는 아이러니가
이글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채야 할 것 아닌가.

진단하는데 직관력 무시 못해
네 가지 종류의 의사: 신의, 성의, 공의, 교의중 관용찰색만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의사를 신이나 성인이라고 한 것은 일종의 역설적 표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의사는
모름지기 세밀한 진찰을 통하여 병을 가려내는 공의 또는 교의가 되어야 한다고 풀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의사를 공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많으며 "상공치미병: 훌륭한 의사는 병이 나기 전에 미리
고칙공 생긴병이나 고친다"의 뜻이 된다.
'사농공상'이라고 하여 공을 밑에 두는 사상이 동양의 관념철학에서 생겨나 기술자나
명공, 장인들을 천대하였다. 공이나 교는 이릉테면 오늘날의 과학 기술자라고 할 수 있으니
의사는 문진 잘하고 진맥 잘하는 공의 또는 교의가 되라는 것은 요새 표현으로 한다면
과학적 의학자가 되라는 것 아닐까.
의가 공 또는 교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쓰라린 과거를 우리
역사는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나라 최고의 의학자라고 할 수 있는 <동의보감>의 저자인
허준이 공이 크다하여 숭록대부라는 자리를 받았으나 "중인 출신에게 당상관의 벼슬이 당치
않다"는 반대에 부딪쳐 취소되기도 하였다.
망진만 하고도 병을 알아내는 사람을 신이라고 한 데는 역설 이상의 심오한 뜻도 또한
포함되어 있다. 요새 아무리 진찰법이 발달되었다 하더라도 모든 과학적 소견을 종합하여
최종 판단을 내리는 데는 역시 의사의 노련한 직관의 힘이 필요하다. 인체의 복잡한 생명
현상을 인자 분석을 통하여 패턴 인식을 하는데는 아직 직관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요새 점차 그와 같은 명의가 없어져 가고 또한 생길 수 없는 풍토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과학화의 결과라고 기뻐할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일반 시민들이 매스컴에 나타난 통속 토막지식을 통하여 모두 신의가 되어
전문가의 진찰도 없이 자기는 이런 병이겠지 지레 짐작하는 풍조도 또한 걱정스럽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한방의학의 고전인 <상한론>을 들춰보면 "요새 의사들은 연구는 하지 않고 옛날 그대로를
비방이니 뭐니 하면서 진찰은 소홀히 하고 주로 입으로만 떠들어댄다"는 뜻의 구절이 있는데
이미 2천년 가까운 옛날에도 그런 뼈아픈 이야기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결국 병을
다스리려면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먼저 맥의 허실과 기의 막힘을 알고 난 연후에 약을 써야만 병도 빨리 낫고 장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약과 합성약은 같은 원리에서 출발
한방에서 사용하는 약재는 대부분이 천연물이기 때문에 화학적 합성 약품에 익숙한
현대인이 보기에는 어쩐지 엉성해 보이게 마련이다. 건재 약국을 들여다보면 인삼
녹용에서부터 청몽석이니 양기석이니 하는 돌멩이 광석, 동물성으로는 자라껍데기(귀갑),
매미껍질(선퇴), 지네(오공), 개구리 말린 것등이 눈에 띄어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
이와같은 생약을 비과학적이고 전근대적이라고 눈살을 찌푸리는 현대인이나 서양사람들이
음식물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를 대조해 보면 재미있다.
음식물은 반대로 인공적인 합성품이 천대를 받게 마련이다. 같은 새우일지라도 그것을
가공해서 단백질 분말로 만든 것을 본다면 정체 불명이라고 꺼림칙하게 생각할 것이며
되도록 싱싱한, 가능하면 살아서 펄펄 뛰는 것을 좋다고 먹는다. 술도 합성주하면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부작용이 두려워 진짜 양조주를 찾는다.
한방의학에서는 식약일체라고 하여 음식물이나 약을 동일하게 보며 다만 성질이 순후한
것이냐, 독하고 강력한 것이냐가 다를 따름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천연물인 생약을
상식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화학 약품을 수상한 눈초리로 보게 마련이다.
"원 요런 것이 약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같은 약에 대한 개념과 인식의 차이가
현대의학과 한바의학을 완전히 분리시키고 서로 이단시하는 갈림길을 마련한 것이다.
현대의약이 점차 고차원적으로 발전됨에 따라 생약이나 합성약이 결국은 같은 원리에서
출발된 것이고 합성약이 순수해서 좋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천연물의 은근한 약리작용을
도저히 흉내낼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어 가고 있다.
요새 우리나라 사람의 오줌을 원료로 하여 우로키나제라고 하는 아주 값비싼 약품을
만들어 내어 외화를 획득하고 있다. 그 약은 최신 학설에 의하여 관상동맥폐색증이니
뇌혈관폐색증이니 하는 혈전증에 대하여 혈전을 용해시켜 치료하는 약으로 되어 있다.
<동의보감>에 사람 오줌을 인뇨라고 하여 그 효과를 "노갈의 기침을 멈추고 심폐를
윤택하게 하며 혈민, 열광, 박손, 여혈, 훈절을 다스린다"고 하였는데 오줌을 약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무턱대고 비웃을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소리를 하게 되었는지를 따지려고
하는 태도가 바로 과학인 것이다.

오로칠상의 병인론
의학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병인론이니 병이 왜 생겼는가를 따지는 것이 의학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 다름이 없다. 주자도
학문의 길을 논하는 가운데 병의 원인과 비유하여 "여차제병 불여차제약 고명호기병
즉약수수이지: 이렇게 해서 병이 되거든 이렇게 아니하면 약이 된다. 진실로 병에 밝으면
약은 손을 쓰는 대로 얻어진다"고 하였다.
현대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을 나누어
1) 병원체: 외부로부터 인체 내에 침임하여 병이
생기게 하는 생물체 2) 물리적 작용: 덥고 춥고 기압 변동등의 기상 변화, 광선, 전기,
방사선등의 영향, 타격에 의한 상처등 3) 화학적 작용: 독성 있는 물질이 체내에 들어왔을때
4) 영양 장해: 영양 불량 또는 영양 과다 5) 정신적 작용: 심신상관의학에서 정신작용과
육체의 건강과의 관계가 점점 중요시되어 가고 있다. 6) 원인 불명 또는 불확실한 것: 암
같은 것이 이에 속한다.
오늘날의 이와 같은 병인론이 2~3천년 전의 동양의학의 병인론과 근본적으로 하등 다름이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즉 한방에서는 사람의 건강이 나빠져서 병이 생기는 원인으로
1) 육음: 풍, 한, 서, 습, 조, 화의 기후나 기상 상태가 나빠졌을 때 2) 역려: 풍토병이나
전염병 3) 칠정: 희, 노, 애, 사, 비, 공, 경등 일곱가지 감정의 과다 4) 음식노권: 음식의
부절제 5) 방지부절: 섹스 생활의 부절제 6) 창상, 충수에 의한 상해 7) 충적: 기생충 8)
중독 9) 유전등의 아홉가지를 들고 있는데 미생물학의 발달이 없어 병원체니 세균이니 하는
용어는 안 썼더라도 옛날과 오늘날의 병인론이 서로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또 오로라고 하여 심로, 간로, 비로, 간로, 신로, 즉 사람의 가장 중요한 오장이 과로한
상태를 바로 병이라 하였고 칠상이라고 하여 허로(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의 일곱
가지를 들어 이것 역시 병의 근원이라고 하였다. 즉 음한, 양위, 리급, 정루, 정소, 정청,
소편수(으스스 춥고 임포이고 뒤가 묵직하며 정액이 맥없이 흐르고 분량이 적고 맑으며
오줌이 잦다)가 의학입문 이라는 한방서의 칠상이다.
병은 병원균에 감염되어 생기는 것이 오늘날의 병인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도 따지자면, 그 흔한 병원균 가운데서 왜 하필 그 사람만이 감염이 되어 병증을
나타내느냐가 문제이며, 그것은 자로 전신의 저항력이 약해져 있는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아닌가. 그런 것을 통틀어 옛날에는 오로칠상의 상태라고 파악했으며, 그런 병을 고치는
길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절제, 휴식, 영양섭취에 의하는 것이 제일 상책이라고 하는
태도는 오늘날 과학시대에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보약의 정체는 무엇인가
흔히들 한방의학이라고 하면 보약을 생각하고 보약하면 경옥고를 연상한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그 수많은 약방문과 처방중에서 첫번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경옥고이다.
시험삼아 한글 사전을 찾아보아도 정혈을 돕는 보약의 한 가지 라고 나와 있고, 또
정혈을 찾아보면 생기를 발생하게 하는 혈액 이라 되어 있다.
보약이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정확하게 정의를 붙이기 힘든 것이 마치 현대약품 중에서
보건강장제가 무엇이냐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되겠다.
한방의학을 과학화하는데 있어서 한방의학의 원리, 원칙을 오늘날의 과학적 견지에서
따지고 증명하는 것은 될 수 있다 치더라도 한방에서 사용되는 약재, 더욱이 여러 가지
약재를 합쳐서 만든 처방의 효과를 판정한다는 것은 아주 여려운 노릇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것에 대한 과학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과학화가 될 수 없다. 어떤
물질의 인체에 대한 약리작용을 선입관을 개재시키지 않고 정확하게 측정한다는 일은 그만큼
힘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중맹검법에 의한 대조 시험을 해야만 한다. 같은 병의 환자들을 두개의
집단으로 나누어 한편은 A라는 약으로 치료하고, 또 한편은 B라는 약으로 치료하되 치료를
받는 환자나 약을 주는 연구자나 양편이 모두 어느 집단에 무슨 약을 주는지늘 모르게
시험을 해서 나온 결과를 따져서 판정하는 것이다.
약의 효과에는 심리적 암시작용이나 자연 치유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한약처방으로서 이같은 과학적인 검토가 이룩된 예가 적기 때문에 한약은 신비의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옥고는 생지황, 인삼, 백복령, 꿀의 네가지 약재를 원료로 하여 만든 약으로 보통
달여서 먹는 탕약과는 달리 미리부터 끈적끈적한 고약 형태로 되어 있어 숟가락으로 퍼먹을
수 있어 편리하다. 어마어마한 효과의 일단을 원문에서 읽어보면,
"백손을 보하고 백병을 제거하며 만신이 모두 족하고 오장에 기운이 넘쳐 흘러 백발이
검어지고 빠진 이가 다시 나고 분마처럼 달리며 하루에 2~3회 먹으면 종일토록 배고프지
않고 27년 동안 먹으면 360세를 살며 64년을 복용하면 500세를 살 수 있다."
왜 이런 과장된 표현을 했을까?

보약의 플라세보 효과
동의보감에는 허황한 기재가 없는 것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경옥고의
효능에 360세를 사는니 500세를 사느니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뿐인가. 연령고본단이라는 보약의 처방을 보면 그 효능에 모든 허한 것과
백 가지 모자라는 것과 중년의 양사불기와 50세 전의 백발에 먹으면 보름 만에
양사가 웅장해지고 얼굴빛이 홍안소년처럼 되고 10리 밖을 내다볼 수 있으며
석 달이 되면 백발이 검어지고"라든지 "반용환을 계속해서 먹으면
연년수익하는데 촉나라의 한 노인이 이 약을 복용하고 380세를 넘겨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 는 표현이 있는가 하면 "하령만수단을 상복하면 수가 천지와 더불어
무궁하다"등등의 백발 3천장식의 표현이 있다.
또 약을 만들 때에도 거드름을 피워 여자, 상주, 닭, 개 등이 보지못하게
야 하며 , 환약을 만들 때 하늘을 보지 말아야 하며 , 낮이면 햇볕을 쬐고
이면 달빛을 받게 하여 자연적으로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등의 표현을 보약에
한해서 볼 수 있다.
그것은 보건강장제라는 것이 원래 믿고 마셔야 효과가 나타나는 플라세보의
역할을 하는 약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늘날 과학시대에도 복잡한 생화학
또는 약리작용 등 거창한 과학적 이론을 내세운 약이 많지만 결국은 믿고 마시는
약이 적지않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한쪽에서 강장제라고 하는 것을 다른
한쪽에서는 전연 거들떠보지도 않고, 한쪽에서는 굉장한 약이라는 것도 다른
한쪽에서는 문제도 아니삼는 것이 얼마든지 있다.
직접적인 약리작용을 나타내는 화학요법제나 약력학적 제제에는 그런 현상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보약이라는 것은 꽤 유머스러하고 애교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어 동서고금의 약물학 책을 뒤적일 때마다 어디서나
찿아낼 수 있어 재미있다.
그러므로 보약을 이런 정도로 너그럽게 이해하면서 사용하면 생활을
윤택하게도 할 수 있는 반면에 한 가지 주의할 사실은 약 좋다고 지나치게
사용하다가는 위기를 상하게 되는 것 을 크게 경계하고 있음을 <동의보감>에서
뚜렷이 찿아볼 수 있다. 잡병을 다스릴 때에는 먼저 위기를 조양한 다음에 약을
써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무슨 보 무슨 보 해도 결국 식보가 제일이라는 이치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보약의 신비 현대약학에서 밝혀져
한방의학의 본고장인 동양의 여러 나라들이 보약의 약효가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지 못하였다 하여 반신반의 또는 의심하고 불신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동안
약리학계에 일대 혁명적인 연구 결과가 10여 년전에 나타났다.
동양이 아닌 직접 한방의학과는 관계가 먼 유럽의 학자들이 발표한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사용되어 내려오는 한방 처방을 연구하던 중 인삼을 비롯한 몇몇
강장제 작용을 하는 약초의 공통 성분이 사포닌 글리코사이드이며 그 약리작용은
"비특이성 저항력 증진작용"이라는 것을 발표하였다.
종래의 약리학적 개념은 어느 한쪽 방향으로의 일방통행적 약리작용을 증명해
내는 데 있었다. 가령 신경계통에 대한 작용이라면 신경 흥분작용이거나 신경
진정작용이거나 양단간의 하나일 것이라는 사고방식인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흥분제도 되고 또 때에 따라서는 진정작용도 할 수 있는 그런
약효를 가진 물질의 존재란 약리학적 논리의 모순이라 하여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비특이성 저항력 증대라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자, 생체에 있어서는
가장 바람직한 정상 상태가 있어 이보다도 미급할 경우에는 정상상태까지 높여
주고 또 지나칠 경우에는 정상상태로 낮추어 줌으로써 언제나 정상상태로의
조절을 하여 주는 물질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물질에 Adaptogen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렇다면 수천년에 걸쳐서 신비한 보약이라고 전해 내려온 인삼의 약효도
쉽사리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실험 동물에 오랫동안 인삼을 먹여서
사육한 것은 그헣지 않은 것에 비해서 어려운 역경에 봉착했을 때에 생잔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속설에 인삼을 많이 먹은 사람은 운명할
때 시간을 오래 끈다는 것도 일리가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와 같은 약리학의 발전에 의하여 한약의 효과를 평가하는 과학의 차원이
훨씬 높아졌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한방 약물학에서 먹으면 먹을수록 몸에 이로워
장생불로할 수 있는 약을 상약이라 하였는데 최신 과학적인 사고방식에 의해서도
상약의 존재를 꿈꿀 수 있게 되었으니 큰 진전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깨는 곡식 중 으뜸, 원기.뇌신경을 튼튼하게
아라비안 나이트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지하동굴의 문을 열리게
하는 주문이 Open Sesame(열려라, 참께)로 되어 있음은 우연한 일이 아닌 것
같아 재미있다.
깨는 바로 건강의 문을 여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깨를 단방
보약으로 뿐만 아니라 천지간 양인성명자 유곡이: 이 세상에서 생명을 기르는
것은 오직 곡식뿐이로다 라는 곡식 부류의 맨 첫번으로 깨를 내걸고 있다.
호마 팔곡지중 최위대승 고명거승: 깨는 곡식 중에서 제일 으뜸가는 것이기
때문에 별명을 거승이라고도 한다. 는 대목이 있는가 하면 오래 먹으면 기운이
나고 피부가 좋아지고 뇌신경이 튼튼해지고 오장이 윤택하게 되어 변비가
없어지기 때문에 장생불로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한방에서 장생불로의 보약을 약에서 찿지 않고 일상 음식 가운데서 구한다는
철학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내걸고 있는 조화된 음식으로 건강을 이룩하자 는
것을 1천년 내지는 2천년 앞장서서 내세운 것이라 볼 수 있다.
[곡식, 육류, 과일, 채소 등은 성질이 순하기 때문에 생명을 기를 수 있고
초목, 충어 따위는 성질이 편파스러워 병을 고치는 데 사용하는 것이어늘 오늘날
사람들은 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약으로써 정기를 도우려고 하는 것은 이
무슨 잘못인고.]
한방에선 참깨 중에서도 검은 것을 약으로 사용한다. 오행설에 따라 약의
빛깔이 약효와 관계가 된다는 것은 현대과학에서는 아직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빨간 색은 심장, 흰색은 폐, 누런색은 비장, 청색은 간, 검은색은 신장을 각각
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은깨는 신을 도와 정력제가 되고, 흰깨는 폐를 돕는다고 되어 있으나
오늘날 영양학적 분석치에서는 별차이를 찿아볼 수 없다. 그러나 흰깨를
기재하는 가운데 백유마여호마일등 단 이색언지: 흰깨와 검은깨가 본시 같은
것인데 다만 색을 따라 그렇게 말한다 라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보아 동의보감
자체에서도 색을 그리 대수롭게 따지지 않은 것 같다.

깨경단 먹으면 밥 안 먹어도 장수
깨는 오늘날의 영양학적 견지에서도 만능식품이라고 되어 있다. 분석치를 보면
기름이 45~ 63%, 단백질이 16~ 32%나 들어 있고 단백질의 아미노산 중에서도
요새 간장 보호에 필요하다는 메치오닌, 트리프토판 등이 특히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이아신을 비롯한 비타민도 여러 가지, 칼슘, 인, 철 등의
미네랄 성분도 들어 있어서 식물성 영양식품으로는 그만이라고 한다.
보통 기름이라고 하면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서 고혈압이니
심장병에 나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참기름은 이와 반대로 콜레스테롤 축적을
방지하고 혈관을 깨끗이 청소해 주는 역할을 하니 십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백밀일승 거승일승 합지명활정신환 우복법호마 구증구포초향저말
밀환란자대주하일환"즉 깨를 복용하는 방법으로 꿀 한 되와 깨 한 되를 찧어
반죽해 만드는 정신환이 있는데, 깨를 구증구포(약을 만들 때 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 한다는 뜻이나 아홉 번이라는 숫자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하여 절구로
찧고 이를 꿀로 환약을 만들어서 술로 삼킨다는 것인데 술은 없이 그냥 먹어도
좋다.
우리에게는 깨죽이라는 희한한 것이 있지 않은가. 요즘 믹서도 보급되었으니
깨죽을 좀더 일상 음식화시켰으면 좋을 것 같다. 깨죽은 동의보감에도 만드는
법이 나와 있다. 또 개소금도 좋고 참기름이나 깨강정은 왜 나쁘겠는가.
선술의 대표적 저술인 포박자 가운데도 호마일명방경
복이불노선가소식 이라고 하였으니 깨 먹고 신선이 된다면 그 아니 쉬운 일인가.
참기름은 금창지혈(칼로 벤 데 피를 멈추고) 화상, 종양에 좋고, 그뿐인가,
머리를 검게 하고 생독발(대머리에 털이 나게 한다) 니, 또 요새 연구에 의하면
세사민, 세사미놀등의 성분이 들어 있어 살충 작용이 있다고도 한다. 불에
데었을 때 무엇보다도 먼저 참기름을 발라야 하는 것은 오늘날의 구급법
상식이고 참기름을 고아서 만든 것이 종기에 붙이는 고약이 된다는 것도
상식으로 되어 있다.
호마 대두 대초동 구증구포작단식 연연단곡: 깨, 콩, 대추 세 가지를 같이 쪄
말려서 찧어 경단을 만들어 먹으면 밥을 아니 먹고도 장수할 수 있다 는 것인데
요즘 같은 과학시대에도 약 광고는 호화찬란하게 마련인데 민도가 낮은 옛날에
깨의 효능을 이런 정도로 과장하였기로서니...

장생불노의 간판 황정의 효험
인삼의 약리작용인 '비특이성 저항력 증대' 작용은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지만
일단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오랫동안 계속되는 것이 특징인데 그와 같은
작용을 지효지속성이라고 한다. 보약의 약리작용이 체질을 개선시키는 것이라면
체질이란 하루 이틀에 갑자기 바꾸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 달 몇 년 걸려서
서서히 바꾸어진다는 것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대사 관계로부터 쉽사리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보약이니 강장제니 하는 것이 진정으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지효지속성의 성질일 것이 예상된다. 강장제라고 먹었더니 대뜸 어디가 화끈
달아올라서 반응을 알게 되었다든지 길목 전봇대에 붙어 있는 광고지처럼
'10일간 복용에 효과 장담'이라는 것 등은 모두 수상하고 몸 다치기 알맞은
약이라고 경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만물이 육성하는 황토'의 정이라고 하는 황정은 장생불로를 감판으로 하는
신설술에서도 최고의 보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옥렬이라는 신선은 황정을 먹고
338세에도 청년의 용모를 지녔고 윤첩은 황정의 꽃을 계속해 먹어 수백세를
살았다는등, 또 누구는 황정을 장복하고 승천하였다느니 하는 구절이 많으나
한결같이 10년 장복이니 평생을 먹었느니 그런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보약 개념의 일단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황정은 우리나라의 여기저기서 나기도 하고 재배도 하는 백합과 식물인
'대잎등굴레'의 뿌리인데 성분 분석 결과로는 알칼로이드성 반응물질도 들어
있고 약리작용도 동물실험에서 혈압이나 혈당량 등에 작용을 미치는 것이
증명되고 있으나 아직 그것만으로는 보증익기니 불로장생이니 할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현대과학이 정확한 데 있어서는 천하무적이지만 오랜 시간이 걸려야 증명될 수
있는 장기 효과라든지 일차원적인 직접적 관계가 아닌 다변수함수 관계를
규명해내는 데 있어서는 아직 만족할 만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양약에서는 보약이라는 개념이 없고 곧장 자극적이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흥분제나 미약은 있을 수 있어도 장생불로약은 없는 것이 아닐까 한다.
황정은 근, 경, 화, 실 모두 약으로 사용하며 흔히는 뿌리를 하루 8--12g달여
먹기도 하고 장복하려면 뿌리를 솥에 쪄서 말린 것을 정력제로 사용한다고 되어
있다.

인삼의 칠효설
한방에서 소갈 이라고 하는 것 중에는 오늘날의 당뇨병 아닌것도 포함되어
있으나 증상의 표현으로 보아 당뇨병이 틀림없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처방을
종합해 보면 당뇨병 통치약으로서 다음과 같은 생약을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인삼, 생지황, 천문동, 생백피, 대황, 감초, 백작약, 천궁, 당귀, 황기,
맥문동, 오미자, 천화분, 황연, 우유 등을 각각 증상의 경중에 따라 서로
배합하여 처방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인삼은 그 효과가 "생진지갈: 진액을 생기게 하고 갈증을
멈춘다."의 네 글자에 잘 표현되어 있다. 한방에서 진액이란 개념은 퍽
복잡하지만 혈액 이외의 모든 생리적인 분비액을 총칭하는 것으로 우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인삼의 당뇨병에 대한 약리작용은 현대 약리학에서도 약 50년 전부터 연구되기
시작하여 여러 가지의 인공적 과혈당증에 대해서 과혈당이 억제된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인슐린과 비슷하며 오히려 부작용이 없어 더
바람직하다는 보고를 하였고, 1956년에는 중국, 1965년에는 일본 등에서
당뇨병에 대한 약리 및 임상 결과등이 발표되었다.
한때 비과학적이라고 하여 한방의학을 배척하던 중국이 곧 다시 돌변하여
한방의 연구와 보급에 열심인 것 같으며 근래 인삼에 대한 약리작용울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1)보기구탈 - 피로회복, 체력증진,
2)익혈부맥 - 빈혈, 저혈압, 심장쇠약 등을 고친다.
3)양심안신 - 노이로제, 자율신경실조
4)생진지갈 - 고조를 윤택하게 하고 당뇨병에 좋다.
5)보폐정천 - 폐결핵 및 천식에 좋다.
6)건비지사 - 위장염, 설사, 변비, 식욕부진에 좋다.
7)탁독합창 - 화농증, 피부병등에 좋다.
이와같은 '인삼칠효설'만 보더라도 인삼이 옛날부터 약중의 약이라고 존중되어
왔고 우리 한반도는 인삼의 특산지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중국은 상고시대부터 백제.고려.신라의 인삼을 숭상해 온 역사를 지니고
있으므로 말할 나위도 없고, 일본은 전혀 인삼이 없던 나라로 근세에 와서야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인삼을 숭상하기 시작하였으며, 미국.캐나다에서도 인삼이
난다고는 하나 정통적인 우리나라 인삼과는 종류가 달라서 인삼은 고려인삼 또는
조선인삼이 대명사처럼 되어 있다.
근래 인삼의 연구열이 세계적으로 활발해짐에 따라서 저마다 자기 나라에서
재배한 인삼의 성분과 약효를 들고 나오고, 심지어는 인공적인 조직 배양에
의해서 약효 물질을 만들어 내겠다는 연구들을 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인삼의 유구한 전통을 살려서 명성과 권위를 더욱 빛나게
함에는 학자들의 연구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재배.수출 등의 인삼 정책이
국가적으로 잘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현대의학의 임상 효과를 종합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1)소화기 - 위산 결핍성 위염에 탁효가 있으며 식욕증진.소화촉진등의 작용이
현저하다.
2)순환기 - 고혈압.저혈압.심근영양장해.관상동맥경화.심장노이로제.심장쇠약
등에 유효하다.
3)신경계 - 신경쇠약.노이로제에 대해 체력을 증강하고 잠이 잘 오며 두통이
없어진다.
4)호흡기 - 폐 질환에 대하여 저항력을 높이고 폐활량이 증대되며 체중이
늘고 호흡곤란 및 기침에 좋다.
5)신진대사 - 당뇨병에 대하여 인슐린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6)피부질환 - 습진 및 대머리에 효과가 있다.

강장제의 대명사 녹용
삼용이라고 하면 인삼과 녹용의 뜻이지만 좀더 넓은 의미로는 강장제를 대표시킨 표현도
된다. 으레 건재약방 간판에는 인삼과 녹용이 그려 있게 마련인 것도 그 때문인 것이다.
근래 인삼의 성분이나 약리작용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연구가 많이 진척되에 심심치 않게
뉴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녹용에 대해서는 밀수, 탈세의 범죄 보도뿐이지 통 과학적인 언급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녹용의 약리작용이나 성분에 대해서 문의해 오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도
시원한 답변을 할 만한 과학적 자료가 없는 것이 유감이다.
요새는 주로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세종대왕의 세종지리지 에 수록된
약재 생산지를 보면 녹용이 함경도.평안도를 비롯하여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의 여러
곳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전라도는 산지가 더 많아 부안, 나주, 해진, 영광,
무장, 함평, 남평, 무안, 임실, 광양, 장흥, 낙안, 순천, 고흥, 동복, 제주에서 산출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런 문헌을 기초 삼아 녹용의 국산화 문제를 좀더 연구해 볼
만하지 않을까.
녹용은 녹각과 달라서 미처 각질화되지 않아 유연한 것이며 솜털이 돋은 가자 또는 버섯
모양이기도 하여 대각이라고도 한다. 또한 돋아나는 새순 같다고 하여 용자에는 초두가 붙어
있다.
대개 여름 하지 때에 묵은 녹각이 탈락되고 그 자리에 새로 돋아나오는 것을 적당한
시기에 잘라내어 그늘에서 말린 것이다.
녹용을 썬 것을 보면 맨 첨단 부위는 마치 양초처럼 희고 연한데 이것을 엽편이라고 하여
제일 귀하게 치고, 그 다음 부분은 혈맥이 통해 있어 혈편이고, 또 다음층은 벌집처럼
구멍이 뚫려 있고 빛도 검은 자주색인데 풍편이라 하며, 직접 잘라낸 밑부분은 골편이라고
하여 제일 좋지 않은 부분이다.
[허약하고 마르고, 사지.허리 등이 쑤시는 것을 고치며, 남자의 정력이 약하고다리.무릎에
힘이 없고 밤에는 몽정을 하며 여자는 하혈과 적백 대하증이 있는 것을 보하며 뱃속의
태아를 편안하게 한다.]
동의보감의 녹용 약효 기재를 읽어보면, 경신, 연년, 불로, 명목, 흑발등을 내세우고
있는 일반적 보약에 비하여 다분히 강정과 성적 허약 보강의 뜻이 강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인지 [신농본초경]에서도 상품약이 아니고 중품약 범주에 넣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오줌에서 성호르몬 발견해 노벨상
고대 중국이나 이집트에서는 기관의 병을 고치는 데 있어서 딴 동물의 같은 기관을
떼어내서 먹는 장기요법이 있었다. 간, 폐, 신장의 병에는 각각 간, 폐, 신장을 먹는 것인데
처음에는 퍽 비과학적이고 황당무계한 것으로 일소에 붙였으나 점차 생화학이 발달됨에 따라
해당 장기 가운데는 그 기관에 필요한 성분이 들어 있어, 가령 간경변증에는 간을
가수분해하여 만든 물질이 신약으로도 등장하게 되니 간을 직접 먹는 것도 또한 타당하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런 뜻에서 정력을 증진시키고 소위 회춘을 한다고 하여 동물의 생식기 또는 정액, 혈액
등을 사용하고 심지어는 동뇨라고 하여 젊은 사람의소변까지도 약으로 사용하엿다. 추석이니
인중백이니 하여 사람의 오줌을 원료로 하여 만든 정력제가 일고의 가치도없는 허황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분석 결과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존재가 증명되는 것으로 보아
오늘날의 호르몬 요법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독일의 부테난트 박사가 소변 가운데서 성호르몬을 발견함으로써 노벨상을 받은 것도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다.
이와같이 소박한 장기요법 내지는 호르몬 요법에 해당되는 동물성 생약이 많은 가운데
소위 스태미너제로 기재되어 있는 것을 소개하면,
올눌제: 해구외신야 주오노상 신기쇠약 음위소력
백마경: 주마자음위불기 영견장강지 익정비건 생자
한문 표현은 함축성이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과대 상상케 하는 암시 효과를 지니고 있다.
그런 점이 한방 본초학의 비과학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무구음경: 주상중절양 음위불기 영강숙생자
녹신: 보신장양기
주로 이런 동물성 생약을 오랫동안 음건하였다가 가루로 만들어 술과 함께 먹기도 하고
구워서 가루로 만들기도 하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는 이렇다 할 연구가 없다.
그러나 막연하게나마 단백질, 교질, 지방질 등이 들어 있어 그냥 영양물로 취급해도 우선은
손해가 없을 것 아닌가.
삼편주라고 하여 녹편, 해구신, 황구신의 세종류로 술을 담근 것인데 호사가들 사이에 퍽
인기가 있다고 하지만 어떤지... 가령 황구신 분말은 1회 용량이 10g 정도이며 워낙
스태미너가 강한 사람에게는 금기라는 대목도 있다.

고혈압 중풍에 좋다는 누에번데기.누에똥
누에번데기는 골목 어린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간식물인데 한방에서는 잠용자라고 부르며
치풍급노수: 풍과 고달파 여윈 것을 다스린다 고 하였고 또 당뇨병이나 회충 없애는 약효도
있다는 것이 개재되어 있다.
성분 분석표를 보면 지방분의 함량이 많아 번데기를 원료로 하여 비누를 만들 정도니 더
말할 나위도 없고 또 각종 아미노산(바린, 로이신, 프롤린, 아스파티크산, 글루타민산,
페닐알라닌, 티로신, 아데닌, 히스티딘 등), 레시친, 비타민B12, 글리코켄, 플라보노이드,
색소 등이 들어 있어 영양가치로도 나무랄 데 없다. 그래서 발육 도상에 있는 어린이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지 모른다. 당뇨병에 어느 정도 좋은 것인지는 아직 과학화되지 않고
있다.
누에똥이 요새 외국에 수출되어 달러를 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약으로서가
아니라 클로로필을 뽑아내는 원료로 누에똥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누에가 먹은 뽕잎의 단 성분은 소화 흡수되고 엽록소만이 남아서 똥으로 나온다.
그것은 한방에서 잠사라고 하여 고혈압.중풍으로 마비된데에 약으로 쓴다. 또 누에똥을 살짝
볶은 것을 약으로 하며 술에 담가서 먹기도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성분으로는 각종 아미노산, 요산, 인산, 칼륨, 갈슘 등이 들어 있으나 막상 고혈압의 약효
성분이 될 만한 것은 아직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임상 효과가 어떤 것인지 치험례가
있으면 알려주기 바란다.
누에가 Botylis bassiana Bale이라는 곰팡이의 기생으로 인하여 죽은 시체를 백강잠이라고
하여 역시 반방약이 되는데 중풍으로 말못하는 데나 어린아이 경기 등에 쓴다고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근거가 없음을 답답하게 생각한다.
이밖에도 누에와 관계되는 것은 잠난지(누에씨 종이에서 유충이 부화되어 나온 나머지
종이), 잠퇴(누에가 탈피한 허물), 잠견(나방이 나오고 난 후의 누에고치),
소사즙(누에고치를 끓여서 실을 빼낼 때의 뜨거운 물)등이 약이 된다니 누에는 철두철미
사람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인 것 같다.

고추잠다리를 구워먹어라
괴기한 것을 위주로 하는 몬도가네 영화처럼 스태미너를 강하게 하겠다는 일념 아래
별의별 끔직한 것을 다 먹는 악식가들이 있다. 도마뱀을 산 채로 통으로 삼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개미, 송충이, 도룡뇽알, 메뚜기, 사람 태반, 어린애 오줌, 송아지 태아
등등이 모두 그런 대상이 된다.
동의보감에는 단방 정력제 21종을 기재하고 있는 가운데 청정이라는 것이 있다.
청정이라고도 쓰는데 간단히 말해서 고추잠자리가 바로 그것이다.
정이 설하는 증을 멈추며 구워서 가루로 만들어 복용한다.
지난번 해구신도 구워서 가루로 만든다는 소개를 하였지만 한방 약물학에서 생약을
화력으로 처리하는 제약법으로 자(굽는 것), 오(볶는 석), 소(태우는 것)등이 있다. 굽고
태운다고해서 완전 연소가 될 정도로 하면 남는 것은 무기물질인 재뿐일 테니 소용이 없고
적당한 온도화 시간으로 가열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지그릇에 담아
밀봉하여 공기를 차단하여 오랜 시간 걸려서 가열하는 법도 있는데 이 방법은 특히
일본의민간요법에서 많이 개발되고 있으며 과학적 검토에 의해서도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것이 점차 알려져 가고 있지만 워낙 단백질 화학이 관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아직도 암중
모색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적청령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타울린, 각종 지방산의 글리세라이드, 고급 지방산의왁스,
여러 가지 종류의 아민양물질 등이 증명되고 있다. 약리작용도 백일해 등의 심한 기침을
진정시키는 진해작용과 경련을 멈추는 진경작용 등이 알려지고 있으나 아직 주성분은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타울린이라는 성분은 소의 담즙, 오징어, 낙지, 조개 등에 많이 들어 있으며 뱀고기
중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담즙 분비 촉진과 지방의 흡수를 좋게 하여 주는 작용이 있다지만
잠자리의 약리작용이 그것 때문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뱀고기도 좋고 고추잠자리도 좋지만 한 가지 크게 주의할 점은 이런것들을 생식하지
말아야 할 것이, 때로는 흔히 볼 수 없는 기생충에 감염되는 원인이 되니 정력 좋게 한다고
엉뚱한 병을 얻어서야 될 말인가.

초노기에 특히 좋은 전복
굴껍데기는 모려라고 하여 강정제 또는 성신경쇠약증에 치료약으로 처방이 되는 약재임은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이외에도 전복껍데기를 석결명이라 하고 대합 등의 조개껍데기를
가루로 만든 것을 해분이라고 하여 모려와 비슷한 목적의 약으로 사용한다. 또 오징어
등뼈를 '해표초' 또는 오적어골 이라고 하여 역시 약이 되는데 서양 민간에서도 이 가루를
치마분으로 사용하고 또는 위산과다증에 제산제로 사용하는 것은 재미나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약재들의 약효가 틀림없다는 근거만 있다면 우리의 일상생활 주변에서 약을
구해서 사용한다는 것은 퍽 바람직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려나 해표초가 위산과다증에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은 이미
필자 및 공동 연구자들에 의하여 확인된 바 있으니 노상 근거없는 것도 아니다.
선사시대 조상들의 생활 유적에 조개무지가 있는 것을 보면 태고시대에 조개가 얼마나
중요한 식량이었던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농경목축 이전에는 조개야말로 가장 중요한
생명의 양식이었으니 재산이니 보배니 하는 한자에 죄다 패 가 들어 있음도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닌 것이다. 제, 화, 보, 매, 매, 판, 유, 저, 대, 부, 채, 공, 세, 비...
일반적으로 조개류에는 단백질이 풍부하며 그것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도 다양하고 칼슘,
인, 철, 요오드 등의 미네랄과 비타민A등도 풍부하여 한방에서는 자음보식 이라 하여 특히
초로기에 접어든 사람에게 십상인 음식물이다. 고혈압, 현기증, 귀울림, 상기증 등에 좋고
간 기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조개류가 다 소화하기 힘들고 또 사람에 따라서는 조개에
대해서 특이한 체질인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요리에서 강정식이라고 정평이 있는 네 가지 요리를 삼, 표, 시, 토 라고 하는데
삼은 해삼이고,표는 전복, 시는 상어지느러미,는 어표 라고도 쓰는데 생선 부레를 말한다.
하여튼 어물이 건강에 좋은 것은 우리나라의 장수촌이 주로 해변 또는 섬의 어촌이라는
통계가 나온 것을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

남성 스태미너의 상징 미꾸라지
가을의 스태미너 식품으로 가을 물고기를 소개한다.
추어 가 바로 그것이다.
추어: 미꾸라지, 성이 논하고 미감.무독하다. 보중지설하며 일명 추어(이것도 역시
추어라고 읽음)라고도 한다.
이렇게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미꾸라지는 말 안 해도 얼큰한 추어탕으로
식도락가들에게는 유명한 식품이다. 성이 온하다는 것은 한방에서 약성을 차가운 것, 더운
것 등으로 나누는 데 여러 가지 복잡한 이론도 있지만 우선 먹어서 몸을 훈훈하게 덥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두어도 무방하다. 보중이란 가슴과 배꼽 사이를 보한다는 뜻으로 위장에
좋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너무 유머러스하다고 할까.
하여간 몸 보하는 영양제라는 기재인데 현대 영양학적 견지에서 보더라도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A, 크레아틴,레아티닌,스티딘,르기닌 등의 아미노산과 끈적끈적한
점액질에는 위궤양을 방지해 주는 점액소 무친이 들어 있고 또 이것을 가수분해하면 리보스,
글로코스, 갈락토스, 글루코스아민, 헥스우로닉산, 글루쿠론산 등 듣기만 하여도 풍성한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본초학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 에는 미꾸라지의 효능을
자상하게 나열하는 가운데, 난중 익기성주 보신 양시불기 등의 매력적인 구절이 눈에
뜨인다. 배를 덥히고 원기를 돕고 술을 깨게 하고 스태미너를 보하며 양사불기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요리의 옥함니 라는 것은 두부와 미꾸라지를 같이 끓이면 뜨거움을 피해서
미꾸라지가 두부 속으로 파고들어간 것을 요리로 만든 것이라나? 잔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와같이 뚫고 들어가는 것이 좋은 상징이 되어 미꾸라지가 강정식품이 된다는
해석도 있으니 이런 상징주의가 언제나 한방 또는 민간약을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는 것이다.
미꾸라지는 어류의 족보상에서 공기를 호흡하여 소화기관 속에서 산소를 받아들이는
기묘한 생리를 지닌 종류라는 말을 들은 기억도 난다. 미꾸라지를 프라이팬에 기름을 발라
살짝 구워서 물기를 뺀 것을 청주에 넣고 약한 불로 오래 끓이면 걸쭉한 스프가 되는데
그것이 남성 회복의 스태미너 요리라는 설도 있다.

복령 장복하면 홍안 소년 같아져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라 한방 처방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약재를 제일 사용빈도가 큰
것부터 나열하면, 감초, 당귀, 복령, 진피, 인삼의 순서로 되어 있다. 역시 감초는 '약방의
감초'임이 틀림없어 거의 어느 처방에나 대개 들어있게 마련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초는 이렇다 할 약효는 없고 다만 맛이 달기 때문에 탕약의 맛을 좋게 해주기 위한
교미제로 사용하는 것이려니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욌다. 그러나 요새 알려진 바에
의하면 글리치르리진이라는 주성분이 부신피질 호르몬 비슷한 작용을 하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와도 관계가 있다는 학설이 나돌기 시작하면서부터 만능약으로서 감초를 다시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과학적 근거가 하루바삐 부여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복령 이라는 약이 있다.
처방 분석에서도 세번째로 많이 사용될 뿐만 아니라 동의보감의 단방 양생보약으로도 올라
있다.
장복하면 연년 내로하고 얼굴이 홍안소년과 같아진다 고 하였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효능인가 말이다.
이시진의 본초강목 을 보면 "복령은 복령이며 소나무의 신령의 기가 복결된 것이라는
뜻"이라는 대목이 있는가 하면 "송진이 땅속으로 흘러들어가서 천년 만에 복령이 된다"는
거창한 표현도 있다.
복령은 베어 버린 소나무 뿌리에 3~ 4년에서 15~ 16년에 걸쳐서 생긴 일종의 혹이라고 할
수 있다. 큰 것은 어린애 머리만 하며 그 정체는 식물학상 불완전균류에 속하는
기생성균체로 밝혀지고 있다. 그 빛깔에 따라 백복령, 적복령 등 두 가지가 있고 중심에
소나무 뿌리를 에워싸고 있는 것을 복신이라고 한다.
성분 분석 결과에 의하면 파키모제라는 주성분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성분이 가려지고
있지만 어떻게 선약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균체로 되어 있는 한약에 전환 이라는 것도 있는데 사람의 말소리를 알아듣는
응성충이라는 기생충을 없애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그것은 성분으로서 단백질 분해 효소가
들어 있어 그 작용으로 유충을 구제하는 효력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작용이 단일한
치료약의 효과는 가려내기 쉬워도 작용이 복합적인 보약의 약효를 규명하기 힘든 것이 바로
한방 과학화의 어려운 점이 아닐까.

지황은 과혈당 저지물질 함유
아무리 한약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약첩을 펼쳐볼 때 까맣고 찐득찐득한 숙지황을
보지 못한 분은 거의 없으리라. 그만큼 지황은 흔히 사용되는 약재이며 더욱이 보약, 강정제
처방에 많이 배합된다.
지황의 날것을 생지황, 그냥 말린 것을 건지황, 쪄서 까만 빛이 된것을 숙지황이라고
한다.
한방 약재 중에 황자 붙은 것이 많은데 황연, 황영, 황백, 황시, 황정, 대황, 지황...
모두 중요한 것들뿐이다.
장복하면 경시불로한다. 뿌리를 씻은 것을 찧어 즙을 내어 끓여 졸인 것에 꿀을 섞어
환약을 만들어 공복에 술과 같이 먹는데 파.마늘.무우.철기 등은 피해야 한다.
지황이 위의 소화를 해치므로 위가 약한 사람은 오래 먹어서는 안된다는 대목도 있는 것을
보면 효능과 아울러 부작용도 분명히 내세우고 있는 것은 오늘날 약 선전에서도 본받을 만한
일이 아닐까.
지황이 한방에서 보혈 강장제로 중요한 약재이지만 현대 약리학에서는 과혈당 저지물질
레마닌이 규명된 것 외에는 아직 완전한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조선 영정시대의 실학자이던 백제가가 쓴 북학의 라는 책을 보면 부정 약품, 가짜 약품의
범람을 개탄한 대목이 있다. 리나라의 술은 지극히 믿기 어렵고 연경에서 무역해 오는
약도 틀림없는 진품인지 어떤지 의심스럽다. 믿을 수 없는 의술에 진품아닌 약을 쓰니 병에
효험이 있을 리 없다. 하였는데 요새 들리는 말에 의하면 까만 인공 색소를 발라서 위조한
숙지황도 나온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한방 약재는 품질 관리가 문제이며 그러기에
한방약재를혹평하여 우수마발 이라는, 쇠오줌 말똥 따위를 약으로 쓴다는 어이없는 소리도
나오는 것이다.

인뇨.건위에 좋은 창출 백출
우리나라 풍습으로 새로 이사갈 집의 방, 부엌, 변소 등에 창출이라는 한약을 태워서
연기를 가득차게 한 다음 들어간다고 한다. 습기를 제거하고 귀신을 쫓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창출이 향기로운 약초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훈연볍에 의해서 환경을 청신하게 하는 동시에
오래 비워 두었던 방은 반드시 환기를 잘한 다음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활의 지혜에서 나온
풍습이 아닐까 한다.
동의보감에도 해울기 라고 하여 오래 비워 두었던 방에 무턱대고 들어가면 안 되고
창출, 조맥, 향료 등을 태워서 갇혀있던 울기를 소산시킨 다음에 들어가야지 그냥 들어가면
병이된다 고 하였다.
창출, 백출은 같은 종류의 한약으로 백출은 어린 연한 뿌리로 만든것이고 창출은 나이
먹은 뿌리라고 되어 있는데, 옛날에는 두 가지의 구별이 없이 그냥 출이라고 하여 아주
중요한 보약으로 되어 오고 있다.
해방 전 우리나라를 풍미하던 보건약에 백보환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게 백출을
주성분으로 하는 환제이었다고 한다.
달여서 오래 먹으면 경신연년하며 일명 산정이라고도 한다. 신농본초경 에 말하기를
장수하려면 산정을 장복하라 하였다.
이뇨, 건위작용이 있음이 현대 약학적으로 인정되어 약전에도 수재되어 있는 약재로서
한방 처방에서 아주 흔히 사용된다. 소화 기능을 촉진시키고 식욕을 돋군다는 평위산이라는
처방에도 창출이 주성분으로 되어 있다.
백출, 창출은 우리나라 여기저기서 자생하는 삽주나물의 뿌리이며 삽주나물은 그 어린
싹을 나물로 먹기도 한다.
일본의 본초서를 보면 백출의 이명으로 사읍조근 으로 쓰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삽주뿌리의 이두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의 향약명이 일본에까지 심어졌다는 사실로 매우
유쾌한 일이라 할 것이다.
애트락티롤.에트락티론 등을 주성분으로 하는 정유 성분이 들어 있으며 혈당 억제작용,
이뇨작용 등이 증명되고 있으나 장생불로의 성분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도라지는 진해.거담.해열 진통제
도라지를 한방에서는 길경이라고 한다. 무슨 연유인지 도라지는 옛날부터 우리의 생활에
밀착되어 흐뭇한 도라지 타령을 연상케 한다. 한 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가 스리살살 다
녹는다... 구성진 가락 속의 대바구니가 스리살살 다 녹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하여간 토속적인 낭만과 멋이 들어 있는 것 같다.
도라지는 현대 약물학에서도 중요한 생약이며 진해거담약(기침을 없애고 가래를 멈추는
약)으로 쓰이니 대바구니가 내 간장만을 녹이는 것이 아니라 담과 기침도 녹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도라지의 아리고 쓴맛의 성분은 플라티코딘, 사포닌 등인데 이 성분에 항염증, 거담,
항궤양, 진해, 해역, 진통 등의 약리작용이 있음이 밝혀졌으며 그와 같은 연구를 해낸
우리나라 약학자가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사실은 자랑할 만하다.
동의보감에는 약 처방이 3천 수백개나 실려 있는데 길경이 배합되어 있는 처방이
그 중의
약 8퍼센트인 278개가 된다. 그 처방들을 통계적으로로 처리해 본 결과도 역시 아까의
약리작용과
같은 것이어서 옛날의 약리학도 정확하였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폐의 숨가쁜증을 다스리며 인후통과 가슴, 옆구리 등이 결리고 아픈 것을 고친다. 산중의
곳곳에 있으니 음력 2월과 8월에 뿌리를 캐어 말린다. 나물을 만들어 사시로 상식한다.
약으로 사용하는 도라지는 연보라빛 꽃인 것보다도 흰꽃의 품종이 좋다는 설도 있으나
약리학적 근거는 없는 것 같으며 꽃빛깔의 유무가 토양속의 철분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표한 사람도 있다.
한방에서 약의빛깔을 오행론적으로 따져서 약성과 결부시켜 황색약은 비장, 백색약은
신장, 청색약은 간장, 적색약은 심장과 각각 관계가 있다고 되어 있다.
물론 약의 빛깔, 냄새, 맛 등 어느 것 하나 약물 감별하는 데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며 어느 정도 약효와도 관련성이 있을 수도 있으나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구애되면
우스운 착오를 일으키기도 쉽다.
가령 말중에서도 흰말이 걷어찬 돌멩이라든지 동쪽으로 벋은 은복숭아 나뭇가지라든지
누런 털빛의 수캐고기라든지 납일에 내린 눈을 녹인 물이라든지에 사로잡히면 한방은
미신이라도 오해받기 쉬운 결과도 될 수 있다.

감초는 독소 없애는 약중 국노
'약방의 감초'라는 속담이 있다. 한방 첩약에는 어느 처방에나 감초가 흔히 들어 있듯이
아무데나 빠지지 않고 끼여 다니는 사람을 형용하는 말이다. 좋게 말하면 아무 경우에나
없어서는 아니될 요긴한 존재라는 뜻도 되지만 아무데나 주책없이 나타나는 천한 존재라는
뜻도 되지 않을까.
감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것일까. 동의보감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다.
[감초는 모든 약의 독성을 해소시켜 주며, 72종의 석약과 1천 2백종의 초약등을 서로
조화시켜서 약효가 잘 나타나게 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별명을 국로 라고 한다.]
국로라고 하면 나라의 원로라는 뜻이니 이를테면 감초는 약 중의 원로급이 된다는 것이다.
[오장육부의 한열과 사기를 주로 다스리며 이목구비와 소대변의 생리를 정상화하고 모든
혈액의 소통을 잘 시키며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하고 전신 영양상태를 좋게 해준다.]
이와 같은 기재를 보면 감초가 결코 약방의 감초 격으로 쓴 약을 달게 하여 먹기 좋게
하는 정도의 교미제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하여간 감초가 약재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감초의 생산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문제인데 예나 지금이나 감초의 국산화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일찍이 세종대왕께서도 감초의 국내 생산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실시하였지만,
[동의보감]에 나타난 국내 생산 실정은 자중원리식어제도각읍 이부위번식
유항경북도소산최호: 중국에서 들여다 각처에 재배하여 보았으나 성공적으로 번식이 되지
못하고 오직 함경북도 것만이 가장 품질이 좋다 고 기재되어 있다.
요새 와서 다시 감초 재배 붐이 일기 시작하여 경향 각지에서 감초묘목 시세가 올라가고
있으나 아직 환전한 생산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꾸준히 계속하여
세종유약을 계승하였으면 좋겠다.

부신피질 호르몬 유지시키는 감초의 신비
약방의 감초 라는 어휘에서 풍기듯이 감초는 딴 약에 곁들여 사용되는 보조제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이나 근래 미국 학자에 의하여 감초의 주성분 부신피질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유사한 작용이 있음이 알려지자 감초에 대한 인식이 180도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원래 인체란 하나의 조화된 우주 같은 존재여서 아무리 외부 세계의 상황이 변화하더라도
언제나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조절이 되며 그림으로써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올바르게 되지 못하여 항상성이 깨어지면 그것이 바로
불건강이요, 병이 되는 것이다.
레 미제라블 을 쓴 빅토르 위고는 인생은 끊임없는 싸움이요, 그 싸움에 이기는 것이라고
하였다. 사람이 생명과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도 결국은 시시각각으로 외부 환경과 싸워서
이기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싸움에 항전력을 주는 것이 바로
부신이며 거기서 생성되는 것이 코르티코스테로이드 호르몬인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약으로 공급해 주면 무서운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그런데 감초를 주면 이상하게도 체내에 부신피질 호르몬의 밸런스가 유지되어 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진다. 아무리 감초의 성분을 분석하여도 부신피질 호르몬은 함유되어 있지
않은데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와 같은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일까. 결국 감초의 주성분인
글리치르리친이라는 배당체 화합물이 체내에서 생리적으로 생산한 부신피질 호르몬의 파괴를
보호하고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작용이 있음이 알려졌다.
현대의학이나 약학이 분석에 의한 사실 파악에는 그만인데, 당뇨병이 되는 것은 인슐린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까지는 좋으나 왜 췌장의 인슐린 분비가 나빠졌는가는 따지지 않고
모자라는 인슐린을 무턱대고 외부에서 공급만 해주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결코 원숙한
사고방식이라고는 할 수 없듯이 부신피질 호르몬이 모자란다고 하여 외부에서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항전이란 무기의 외부 원조도 필요하지만 스스로의 임전무퇴의 항전태세가 뒷받침되지
않고는 무기가 오히려 적을 이롭게 해줄 수도 있듯이, 인체 스스로가 병을 이겨낼 태세를
정비 강화하는 데 있어서 감초가 주동적 일을 하는 것이라면 감초를 아무 약에나 같이
배합하여 사용하는 지혜가 참말로 심오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줌이 호르몬요법의 기원
추석이라고 하면 무엇을 연상하는가? 하여튼 관석의 일종이라고 추측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전연 다르다. 사람의 오줌을 원료로 하여 졸이고 가공하여 만든 소금 덩어리 같은
약재가 바로 추석인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추석은 꽤 비싼 값으로 거래되는 귀한
약재의 하나이며 강장제, 정력제라고 되어 있다.
[추석(동의보감에 표시된 우리나라 이름. 오줌을 안초와 고은 것 으로 오줌을 많이
가라앉혀서 불에 고아서 만든 것이라는 뜻)은 사람을 크게 보하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안색을 빛나게 하며 정력을 도우니 오래 계속해 먹으면 백 가지 병이 모두 물러나고 골수가
튼튼해지고 정혈을 보하며 신경이 튼튼해지고 의욕을 북돋워 준다. 양기를 튼튼히 하고
음기를 보해주며 골수에 들어가 모든 원기를 정상화시켜 주니 보건약으로서 보배로운
존재이다.]

읽기만 하여도 원기가 용솟음칠 것 같은 효능서이다. 아직 호르몬요법이 없었던 옛날에
사람이 오줌을 강정제로 사용한 것은 그대로 이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호르몬이 결정체로
추출 또는 합성되는 시대에 구태여 오줌에서 약을 구한다는 것은 일체 현대 과학적 생활
양식을 버리고 원시생활로 되돌아가는 것을 자연에의 순응이라고 생각하는 소박한
자연주의와 같은 것이다.
[늙은 부인이 한 분 있었는데 나이가 80이 넘었는데도 얼굴이 40세와 같아 까닭을 들은즉
젊었을 때 나쁜 병에 걸려 고생하던 중 어떤 사람이 가르쳐 주기를 오줌을 먹으라고 하기에
40여 년을 계속하였더니 이렇게 건강하고 아무 병도 없노라고 하였다.]
인뇨수동남자위양: 오줌은 남자 어린이의 것이 좋다.
또 인중백 이라는 것은 소변보는 변기에 생긴 오줌 버캐(백생 덩어리)를 말하고 이것도
약이 된다니 놀라운 일이다.
인중백과 추석의 성분 및 만드는 방법을 현대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우리나라에도
있으나 그 목적은 옛날 약재 가운데 숨어 있는 이치를 캐내자는 것이지 지금 추석이니
인중백을 만들어 약으로 사용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추석 가운데서 스테로이드
성호르몬의 존재가 증명된다고 하니 역시 추석은 호르몬 치료법의 기원이라고 하는 점에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약 홍수시대의 지혜
매스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함에 따라 건강법이니 치료법이니 하는 것도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것이 보도되고 있다. 신문,잡지 등에 나타나는 것을 모두 믿다가는
우리의 생명이 열 개 백 개가 되더라도 실험 동물 노릇하기에 바쁠 지경이다.
이와 같은 건강정보 범람시대에 있어서 더욱 우리를 알쏭달쏭하게 하는 것은 그와 같은
보도 가운데 탈과학적인, 또는 초논리적인 치료법이나 약들이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느 새대에 있어서나 급속한 변동이 있을 때는 초인간적인 심령이니 종교의 허울을
쓴 것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에 시작된 거싱
아니라 2천 수백년 전 공자님 시대에도 있었음을 논어에서 엿볼 수 있다.
자불어경 력 난 신 즉 공자는 괴상함과 힘과 어지럽힘과 귀신 같은 것을 말씀하지
않으셨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초인간적인 불가사의한 것은 절대로 화제로 삼지 않았으며
언제나 이치로 생각하여 수긍이 가는 진리만을 가르친 공자의 철학이 잘 나타나 있다.
이와 같은 합리적인 공자의 사고방식은 오늘날로 말하면 과학적인 생활태도라고 할 수
있는데 한번은 공자께서 병환으로 누워 있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강자궤약 뱅수지왈 구이달불감상: 노나라 대부 이강자가 사람을 시켜 약을 보내어
병문안을 하였다. 공자는 절하고 받으면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아직 어떤 약인지 모르니
과연 제 병에 맞는지 안 밎는지를 알 수 없어 감히 맛볼 수 없습니다 라고 하시었다.
공자는 인륜 도덕에 있어서 훌륭한 성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의 건강에 대해서도
이치를 따져서 섭생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신기한 보약이라고 권하여도 스스로 따져보아 자기에게 합당하다는 이치가 납득이
되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새와 같은 보건약 홍수시대에 이와 같은 태도는
현대인도 본받아야 할 자세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치를 따져서 합당한
약인지 아닌지를 가름할 수 있는가.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냥 사색을 통해서는 옳고 그른
것을 판가름할 수 없을 뿐더러 그와 같은 판단이 때로는 중대한 오판이 되는 수도 많다.
길은 오직 하나, 전문적인 과학적 뒷받침이 되어 있느냐 없느냐가 증명되어야 한다.
과학적인 합리 생활을 하여도 시행착오가 있게 마련인데 들은 풍월의 소문만을 믿고 병을
치료하면, 물론 아직 과학으로 증명 안 된 신기한 효과가 나타날 확률이 전연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반대로 비합리적인 시행착오가 더 크다는 것을 각오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