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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힘- 안병욱 에세이 <삶의 길목에서>

"삶의공강" 2011. 3. 9. 09:37

인간을 변화시키는 힘. 그 힘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길거리에 날아다니던 꾸깃 꾸깃한 전단지 한장에서도 그 변화는 시작될수 있다. 무엇보다 변화에 민감하고 항시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여 변화를 찾아다니는 동물. 그것이 인간이다.

 

나는 지금 한권의 책을 소개하려한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 추천해준(어쩌면 강매였던지도 모르는) 이 책에서 나는 변화하는 내 자신을 느꼈다.

 

<안병욱님의 수필집 삶의 길목에서>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우리네의 삶은 하나의 작은 오솔길을 걷는 것과 같아서 걷다보면 내리막길도 만나고, 오르막길도 만나고, 심지어는 여러갈래로 나뉜 갈래길에서 고민을 하게도 만든다. 그 당시의 내가 그런 상황이였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한가하게 앉아서 책을 읽고 있을 시기는 분명히 아니였다. 하지만 국어선생님의 수행평가 점수 반영이라는 한마디에 이미 나는 책방에서 그 책을 집고 서있었다.

 

수필집. 평소에 책을 좋아하던 나로써도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장르의 책. 작가의 가치관, 삶이 어떠한지에 대해 나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지루함을 참고 읽던 나는 나도 모르게 이미 책의 마지막 표지를 집고있었다.

 

당시 나는 변화에 목이 말라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서 변화의 힘을 강하게 느꼇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변화의 때는 찾아온다. 이 책으로 인한 변화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단지 내가 이책을 통해 내면을 한층 성장시켰음에, 혹시나 다른 누군가도 이 책으로 인해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를 변화시킨 힘중 한가지를 소개해보는것이다.

 

물을 배우자


여름은 물이 그리운 계절이다. 여름은 물과 친하고 물과 가까이 해야 할 때다. 깊은 지혜(知慧)의 천재였던 노자(老子)는 이렇게 갈파 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 道德編 8章」상선은 물과 같다. 산에는 상(上), 중(中), 하(下)가 있다. 가장 으뜸가는 선을 상선이라고 일컫는다. 어째서 상선은 물과 같으냐. 물은 네 가지의 큰 덕을 지닌다. 


첫째로 물은 변화의 적응(適應)의 천재다.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근 그릇을 채우고 모난 그릇에 담으면 모난 그릇에 적응한다. 물은 비가 되고 눈이 되고 얼음이 되고 안개가 되고 서리가 되고 구름이 되고 수증기가 된다. 어떤 상황에도 자유자제로 적응하는 놀라운 변신(變身)의 생리를 갖는다. 우리도 물처럼 여러 환경에 적응 할 줄 알아야 한다. 물은 동(動)의 천재요, 움직임의 극치다. 신나는 것은 적응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물의 적응력과 변화력을 배워라.


둘째로 물은 천하의 만물(萬物)을 이롭게 한다. 물은 더러운 것을 깨끗이 씻어준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우리 몸의 7활이 물로 구성 된다. 우리는 물이 없으면 잠시도 살아갈 수가 없다.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치국(治國)의 근본이다. 논밭에 물이 마르면 모든 곡식이 죽고 만다. 가믐에 단비처럼 고마운 것이 없다. 목이 타는 갈증에 맑고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처럼 상쾌한 것이 없다. 청계천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물소리를 듣는 맛은 천하일미다. 우리는 물처럼 남을 이롭게 하고 만물을 정화(淨化)해야 한다.


셋째로 물은 남과 다투지 않는다. 물은 불쟁(不爭)의 덕을 갖는다. 물은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으면 돌아가고 때로는 땅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고 때로는 높은 둑이 있으면 조용히 넘쳐 흘러간다. 지혜로운 사람은 남과 다투지 않는다. 덕이 있는 사람은 함부로 싸우지 않는다. 물은 칼로 벨 수도 없고, 창으로 찌를 수도 없다. 노자에 의하면 물은 천하의 지유(至柔)다. 만물 중에서 지극히 유하고 약하다. 그 견고한 돌과 쇠붙이도 물속에서는 부스러지거나 녹이 슨다. 가장 약한 물이 천하에서 가장 강하다. 유(柔)가 강(强)을 이긴다. 그래서 “인자무적(仁者無適)” 이라고 맹자(孟子)는 말했다. 인자하고 착한 사람에는 적이 없다. 유연(柔軟)이 강경(强硬)을 제압한다. 웃는 얼굴에는 당 할 수가 없다. 우리는 물의 유연성을 배워야 한다. 물처럼 부드러워라.


끝으로 물은 낮은 대로 쉬지 않고 흐른다. 물은 쉬임없이 흐르기 때문에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도달 한다. 쉬지 않고 가는 자만이 성공의 목적지에 이른다. 그래서 공자(孔子)는 강가에 서서 잠시도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감개무량(感槪無量)해서 이렇게 외쳤다. “아아, 가는 자 이와 같도다. 밤낮을 쉬지 않는구나.” (近者始欺夫, 不舍書夜,) 「論語」


물은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다. 언제나 낮은 데로 흘러간다. 물은 겸손의 덕을 갖는다. 남을 짓밝고 올라가려고 하지 말라. 겸손한 마음으로 불철주야의 꾸준한 노력을 하면 반드시 승리의 영광을 차지한다. 


그래서 노자는 우리에게 물을 본받고 물을 배우라고 역설한다. 물은 인간의 위대한 스승이다. 물은 자연의 놀라운 철학자다. 물은 우리에게 심오한 지혜를 가르친다. 그래서 옛사람은 말했다. “관수청심(觀水凊心)” 물을 보고 마음을 깨끗이 씻어라. 깊은 산 속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맑은 석간수(石澗水), 높은 절벽에서 급전직하(急轉直下)로 떨어지는 줄기찬 폭포수, 넓은 벌판을 왕양(旺洋)하게 흘러가는 대하(大河)의 용용수(溶溶水), 바다의 백사장에 흰 거품을 뿜으며 부서지는 조수(潮水), 대도시의 광장에 하얀 포말(泡沫)을 휘날리는 힘찬 분수, 물은 우리를 시원하게 한다.


노자가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물을 가장 예찬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물의 자유자재(自由自在)하는 변화를 배워라. 만물을 깨끗이 씻어주는 청정(淸淨)의 덕을 배워라. 싸우지 않고 모든 것을 이기는 유연성(柔軟性)을 배월라. 겸손한 자세로 쉬지 않고 흐르는 견인불말(堅忍不拔)의 지혜를 배워라

 

안병욱 에세이 <삶의 길목에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