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가 모처럼 조가비를 벌렸다. 이때 새가 부리로 조갯살을 쪼았다. 조개는 부리를 물고 놓지 않았다. 새가 조개에게 말했다. "오늘 비가 안 오고 내일도 비가 안 오면 너는 말라 죽는다." 조개가 새에게 말했다. "오늘 못 빠져나가고 내일도 못 빠져나가면 너는 굶어 죽는다." 조개와 새는 지지 않으려고 서로 버텼다. 지나던 어부가 두 마리를 다 잡아갔다. 이게 어린아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어부지리(漁夫之利)' 얘기다. 중국의 우언(寓言)이 가득 실린 '전국책(戰國策)'에 나온다.
'어부지리'… 이인문(1745~1821) 그림, 종이에 담채, 22.6×26㎝, 18세기, 선문대박물관 소장.

붓 다루는 재주가 단원에 못잖았던 이인문이었다. 그는 명쾌한 짜임새로 고사의 주제를 한눈에 펼쳐 보인다. 조개와 새의 다툼이 생동하고, 어부의 걸음새에 긴장이 서렸다. 어부지리는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에 파견된 연(燕)나라 세객(說客)이 인용한 예화다. 조가 연을 공격하면 득을 보는 쪽은 진(秦)나라이니 둘이 싸워봤자 양쪽 모두 얻을 게 없다는 논리였다. 요즘 싸움판도 다를 바 없다. 서로 물고 뜯는 사이에 어부지리를 챙기는 작자가 꼭 있다. 그래 본들 일쑤 티끌 같은 이득이다. 조개나 새라면 구이라도 해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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